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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그리고 변화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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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22. 12. 13.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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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사업’을 떠나 활동의 이유와 형태를 다시 돌아볼 수 있는 시기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이어질 서울 마을공동체미디어 활동을 지속적으로 지켜봐주시길 바랍니다. 미디액트에서도 지속적으로 공동체미디어에 대한 역할을 고민하고 실천하겠습니다. ACT!를 통해서도 그 내용을 잘 전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ACT! 133호 길라잡이 2022.10.24]

 

위기 그리고 변화를 생각하며

 

이세린 (ACT! 편집위원회)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는 시기가 돌아왔습니다. 차분하게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고 새로운 것들을 위해 숨을 고르며 시간을 보냈으면 하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녹록치 않은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그래도 ACT!를 읽어주시는 분들께서 그런 따뜻한 시간을 가지시기를 바랍니다. 그 장소가 영하의 날씨를 견디는 농성장이라고 하더라도, 누군가가 나와 함께하는 사람이 있다는 마음을 놓지 않을 수 있는 사회이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ACT! 독자분들께 전하고 싶은 소식이 있습니다. 미디액트와 ACT!2003년 첫 발행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공동체미디어와 관련한 담론을 생산하고 전달하기 위해 노력해 왔는데요, 최근 서울시는 20234월 마을미디어 활성화 사업을 폐지하고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의 운영 또한 종료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공동체미디어에 대한 지자체의 지원 형태이자 하나의 활동 모델로서 2012년 시범사업을 거쳐 2013년부터 서울시에서 마을미디어 활성화 사업이 시작된지 10년 만의 일입니다.

 

▲ 2022.11.11. 서울시청 앞에서 진행된 서울마을미디어네트워크 기자회견

 

서울 뿐 아니라 전국의 많은 미디어센터, 풀뿌리 활동가들이 마을공동체미디어 활동을 지속하고 있고, 광역 및 기초 단위의 조례도 확산되어 기초와 광역 단위에 25개 조례가 제정되었습니다. 하지만 서울의 마을공동체미디어 상황은 최근의 변화 속에서 녹록치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마을미디어 지원자로 일해 오면서 이런 변화에 초조함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지만, 어떤 활동을 오랜 시간 지속하며 자리를 지켜온 분들이 변화가 언제나 곧 위기는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시는 것을 기억하려 합니다.

 

지난 12152022 마을공동체미디어 포럼에서는 활동가들의 아래와 같은 토론 발언이 있었습니다.

 

“이태원 참사 이후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무력감에 빠졌다.

참사 책임 당사자인 용산구청에 제대로 된 요구를 하기 위해서라도 정보가 필요하다.

안전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지 마을미디어를 포함한 지역사회 네트워크에서 감시하고 요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용산FM 황혜원 방송국장

 

"코로나19 초기에 마을미디어 아니었으면 주민총회 못할 뻔 했다는 얘기 많이 들었다.

생중계를 통해 적극적으로 온라인 소통과 참여를 가능하게 한 것은 기존 마을 활동에서는 보기 힘든 성과이자 가능성이었다."

- 미디어협동조합 와보숑 김재현 이사장

 

"마을미디어가 강화해야 할 공공성을 실현하는 과정은 단순한 보도를 넘어 주민이 직접 주인이 되는 공공저널리즘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지역의제를 발굴하기 위한 여론조사를 할 수도 있고 공론장을 열고 행정 및 정치인과 협력하는 일까지 마을미디어의 역할과 책임이 무척 크다."

- 호박이넝쿨책 김가희 공동대표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에서는 발제를 통해 아래와 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처음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마을미디어가 정말 필요한 이유, 존재이유가 무엇일까 했을 때 지역에 대한 소식, 주민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는 반드시 있지 않을까, 그것을 마을미디어가 찾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김주현 팀장

 

최근 센터와의 인터뷰에서 활동가들은 다른 활동가에게 전하고 싶은 말로 아래와 같은 발언을 했습니다.

 

"지금도 많이 느끼는데 그 작업은 정말 새로운 소통 방법을 제가 찾은 것 같아요. 저는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서 음악으로 사람들이랑 소통을 하고 있었는데, 영상은 말이 혹시 안 되면 말이 없는 대로 영상을 만들 수도 있고, 저처럼 긴장을 많이 해서 사람들한테 뭔가 직접 전달하는 게 어렵다라고 하는 사람도 영상이라고 하는 방법으로 다른 사람한테 말하고 싶은 뭔가를 전달할 수가 있어요. 사람마다 영상을 만드는 동기는 다르지만, 영상에는 소통, 사람들이랑 소통을 할 수 있게 되는 정말 큰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 아시아미디어컬쳐팩토리 <이주민 만남 설명서> 제작자 아마리 미호

 

"인터뷰 영상을 보면 그 분의 옛날 사진이 마지막에 나오잖아요. 그때 되게 통통하고 건강한 모습이신데 인터뷰 할 당시 되게 마르셨거든요. 항암 치료를 계속 받으시면서 몸이 계속 안 좋아지셨다고 그러더라고요.

지금 1년 반이 지났잖아요. 얼마 전에 저희가 다른 촬영을 가서 선생님을 뵀는데 옛날 그 통통하신 모습으로 너무 건강하신 거예요. 만나뵐 때마다 먼저 오셔갖고 영상 너무 좋다고, 볼 때마다 사람들 반응이 너무 좋다고, 1년 반이나 지났는데도 지금까지 영상 응원해 주시고 하셔서 너무 감사한 분이에요.

어르신들은 본인 얘기를 들어주는 걸 되게 감사히 여기세요. 그래서 감사해 여기는 마음을 같이 감사해하면서 인터뷰를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 문화플랫폼 시민나루 협동조합 <인터뷰 마을인 : 박춘식 통장, 그 시절 우리의 청량리> 제작자 박혜원

 

지금이 사업을 떠나 활동의 이유와 형태를 다시 돌아볼 수 있는 시기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이어질 서울 마을공동체미디어 활동을 지속적으로 지켜봐주시길 바랍니다. 미디액트에서도 지속적으로 공동체미디어에 대한 역할을 고민하고 실천하겠습니다. ACT!를 통해서도 그 내용을 잘 전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ACT! 133호를 소개합니다. ACT!에서는 지난 이태원 참사 이후 어떻게 애도에 함께할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이슈와 현장]에서는 재난을 다루는 미디어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라는 이름으로 미디어 가이드라인을 소개합니다. 호주의 아동 정신 건강 관련 비영리단체에서 발표한 재난 및 지역 공동체 외상적 사건 보도 지침과 전국미디어리터러시교사협회의 디지털 시민을 위한 미디어 이용 가이드라인입니다. 재난 이후를 동료 시민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이 가이드라인들이 활용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한 명의 시민으로서 카메라를 드는 것은 책 <커뮤니키 아카이브 만들기>의 리뷰이자 미디어 활동가 박명훈 님의 전장연 활동 기록 활동에 대한 소개이기도 합니다. 책은 ‘311일을 잊지 않기 위하여라는 부제처럼 동일본 대지진 이후의 기억과 치유를 위해 시민 참여 미디어 프로젝트를 진행한 센다이미디어테크의 활동을 매뉴얼처럼 기록해두었습니다. 박명훈 활동가는 책을 통해 같은 세상에 서있는 한 명의 시민으로서 기록할 것을 다짐합니다.

 

많은 관심을 보여주신 [미디어 인터내셔널]다큐멘터리를 퀴어링번역 연재는 이번 호를 마지막으로 끝을 맺게 되었습니다. 긴 원고를 번역해주신 한진이 편집위원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그간의 연재를 몰아보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한국에서도 퀴어 다큐멘터리스트를 위한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ACT!에서도 함께 고민하겠습니다.

 

[리뷰] 코너에서는 다큐멘터리 <2차 송환><퀴어 마이 프렌즈>를 리뷰합니다. 두 원고 모두 직접 영화를 보지 않았더라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리뷰인 만큼 일독을 권합니다. <연대의 밥상> 리뷰에서는 책 소개와 함께 연대의 밥상이 펼쳐지는 현장인 을지OB베어 강제퇴거 투쟁과 연대하는 채식인 모임의 활동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인터뷰] 코너에서는 흥미로운 두 인물을 만납니다. 뉴욕시가 설립한 미디어센터 DCTV에서 일하는 한국인 퀴어 활동가 나빈님을 비대면 화상회의로 만나보게 되었습니다. 특히 미디어센터 스탭이라면, DCTV와 나빈님의 활동을 즐겁게 또 새롭게 접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페미니즘 미디어 탐방]의 인터뷰에서는,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페미니스트라면 한번은 꼭 참고했을 <읽는 페미>의 김도치 운영자께서도 인터뷰를 통해 만나는 소중한 자리가 있었습니다.

 

[미디어 큐레이션] 에서는 든든하게 우리 곁을 지켜주는 <독립영화 쇼케이스>에 대한 고민과 소회를 한독협 사무국의 김윤정, 양나래 님께서 작성해주셨습니다. 바쁜 일정 중에도 나누어주신 고민이 비슷한 고민을 안고 활동을 지속하는 이들에게 가닿으리라 생각합니다. 에세이 코너 [Me,Dear]에서 테디님이 전해주신 다짐은 ACT! 편집위원들의 다짐과도 다르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Re:ACT!]를 통해 액트를 지지해주신 기록 노동자 수달님과 예미님께도 감사드립니다.

 

ACT!와 함께 따뜻한 연말, 연초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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