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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를 퀴어링: LGBTQ+ 대담 -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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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22. 12. 13.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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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이 글은 국제 다큐멘터리 협회(International Documentary Association) 사이트에 게재된 Jessica Devaney의 글, <Queering Documentary: An LGBTQ+ Conversation>을 번역한 것입니다. 
(원문 : https://www.documentary.org/online-feature/queering-documentary-lgbtq-conversation)
본 대담에서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은 다큐멘터리 창작에 관한 퀴어로서 각자의 경험과 고민을 나눕니다.

본 기사의 내용은 ACT!가 지향하는 가치와 맞닿아 있고, 한국 다큐멘터리에서 다양성과 당사자로서의 퀴어 재현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소개하고자 번역했음을 알립니다.

 

[ACT! 133호 미디어 인터내셔널 2022.12.22]

 

다큐멘터리를 퀴어링: LGBTQ+ 대담 - 6

 

번역: 한진이 (ACT! 편집위원)

 

 

(128호 '다큐멘터리를 퀴어링: LGBTQ+ 대담 - 1' 기사,

129호 '다큐멘터리를 퀴어링: LGBTQ+ 대담 - 2' 기사,

130호 다큐멘터리를 퀴어링: LGBTQ+ 대담 - 3  기사

131호 다큐멘터리를 퀴어링: LGBTQ+ 대담 - 4  기사

131호 다큐멘터리를 퀴어링: LGBTQ+ 대담 - 5 기사에서 계속)

 

 

 

제시카 데바니: 스피드 퀴즈 한 판 더. 당신의 퀴어성과 관련해서 사람들에게 그만 좀 설명하고 싶은 것이 있나? 정체성 전반에 관련해서는?

 

샘 페더: 질문을 듣기만 해도 벌써 지친다. 나는 사람들에게 돈을 지불하는 것이 왜 윤리적인지를 설명하는 데 넌더리가 난다. 넷플릭스가 우리가 영화를 만드는 데 필요한 비용의 절반을 지불했고, 사람들이 그 사실에 놀랐다고 설명하는 데서 또 넌더리가 난다. 영화 하나 만드는 데 그만큼 돈이 들어간다는 사실에 넌더리가 난다. <디스클로저> 제작에 120만 달러(역자 주: 한화 약 십육억 원)가 들었다. 어마어마한 액수다. 우리가 깊이 아끼는 이들로부터 2만 달러(역자 주: 한화 약 삼천만 원)의 기부금을 받아내려고 죽을둥살둥 애도 쓴다. 그랬는데 넷플릭스랑 손 잡았다고 욕 먹고, 근데 넷플릭스 아니면 누가 우리 영화 만들라고 돈 대줄 건가?

 

말하는 것도 지겹다. 그냥 작업만 하고 싶다. <디스클로저> 때문에 대중 앞에 나서야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고, 그래야 하는 이유가 내가 퀴어 트랜스 감독이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지겹다. 라번을 궁금해 할 것이라고는 생각했다. 그야, 배우이고 대중을 마주하는 게 업인 사람이니까. 근데 정체성 탓에 자꾸 나를 말하라고 등 떠밀지 않나.

 

사람들이 퀴어, 트랜스 영화 제작자에게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도 진력이 난다.

 

얀시 포드: 진짜로 웃긴 건 요즘의 픽션들을 보면 다들 다큐멘터리인 척 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큐처럼 찍고 다큐처럼 편집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미팅 자리에서 나에게 물어온다. “다큐멘터리 영화제작자에서 픽션 영화제작자로의 이행transition은 어떻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세요?” 나는 대답한다. “최근에 당신 손으로 만든 거 본 적 있어요? 당신들이나 우리나 둘 다 하는 일은 똑같은데 다만 당신들이 만든 게 좀 덜 좋다 뿐인 거 안 보여요?”

 

미래가 각본에 의해 전개되든 실재하는 사람과 어찌 흘러갈지 알 수 없는 그의 삶이 당신의 눈앞에서 펼쳐지든, 영화제작은 다 같은 영화제작이라는 사실을 일깨우는 일이 얼마나 나를 피로하게 하는지 모른다.

 

제스 서치: 시대가 달라졌고 내가 늙었기 때문인지 나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는 일이다. 물론 나도 20대일 적에는 이성애자 남자들이 하는 지루한 질문을 듣고 또 듣고 그랬다. 그냥 이제는 나한테 뭘 물어보는 것 자체를 관둔 건지도.

▲ 영화 <혐오의 시대> 스틸컷. 기자이자 트랜스 활동가인 메레디스 탈루산이 줄리타 &ldquo;나나이&rdquo; 라우드의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크레딧: 마이크 심슨. (출처: <혐오의 시대> 공식 웹 사이트&nbsp; https://www.callherganda.com )

 

피제이 라발: 나에게 제일 진 빠지는 건 우리 안에서 포용과 업계를 변화시킬 방법에 대한 훌륭한 대화가 오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내가 영화 <혐오의 시대>를 개봉했던 때, 나는 해당 영화 제작의 방법론적 측면에서 포용에 대해 생각했다. 영화의 프로듀서 모두가 필리핀인으로 정체화한 이들이었으며 그 중 다수가 퀴어였다. 하지만 몇 명이나 되는 퀴어 비평가가 내 영화에 대해 써 줄 텐가? 실제로 내 영화를 보고 그것을 배급하거나 그것에 대해 쓸 수 있는 자리에 있었던 필리핀인은 얼마나 되고? 아직도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제시카 데바니: 시간이 흐름에 따라 마주할 수 있었던 긍정적인 발전에 대해서도 숙고해보고 싶다. 이 발전은 광범위한 업계 발전일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샘이 <디스클로저>에 유급 견습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에, 그 모형이 영화계 전반에서 복제될 수 있고 접근성에 관련한 문제를 구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에 대단히 감명받았다. 그것은 실로 진보forward-moving thing였다.

 

샘 페더: 사람들은 종종 , 당신은 어떤 긍정적인 재현을 봤죠?” 알고 싶어한다. 나는 재현이 무척 복잡한 것이라 생각하며, 그것이 무엇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으리라는 확신도 없다. 재현에는 수많은 층위가 있다. 가시성은 사람들을 더욱 취약하게 만든다. 그러나 부정적인 재현의 안티테제antithesis는 긍정적인 재현이 아니다. 부정적인 재현의 반대편에는 미묘한 재현, 복잡한 재현, 지저분한 재현이 있다.

 

HBO Max에서 서비스된 <베네노(Veneno)>를 통해 우리는 비로소 알 수 있다. 성 노동, 범죄화, 폭력의 그 모든 비유와 정형화된 이미지들이 트랜스 재현의 관점에서 사랑과 문맥, 미묘한 어감으로 다뤄진다면 우리는 그것을 기피하지 않아도된다는 것을.

 

피제이 라발: 나도 시리즈를 다 보고 이제 마지막 한 화만 남겨두고 있는 입장이라 샘의 말을 듣는 게 재밌다. 매일 밤 파트너와 함께 <베네노>를 보는 게 일상이 되었다. <베네노>는 모든 복잡성을 끌어안고, 그것이 나는 너무 마음에 든다.

 

앨라이십이 나를 신나게 한다. 자기도 다양한 인종과, 여자, 퀴어가 중심이 되는 포용적인 영화를 만들고 싶다 말하는 많은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신이 안 날 수가 없다.

 

나는 툭하면 젊은 세대에 대해 툴툴거리면서도 꼭 그만큼 그들로 인해 들뜬다. 굉장한 것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거침없이 드러내는 그들의 방식이 좋다.

 

▲시리즈 <베네노> 포스터. 주인공 베네노가 왼쪽을 응시하고 있다. (출처: <베네노> 제작사 ATRESplayer의 공식 웹 사이트https://premium.atresplayer.com/veneno/)

 

얀시 포드: 2002년 공영 텔레비전을 시작한 이래 그곳에 머무른 대부분의 시간 동안 POV(*주1)내 아프리칸-아메리칸 직원은 내가 유일했다. 지금은 공영 텔레비전 공간도 그렇고 다른 공간 역시 훨씬 더 다채롭고 포용적이다. 우리는 탁자에서, 의사 결정 및 과정의 다른 부분에서 아무런 자리도 차지하지 못했던 다른 목소리들을 불러왔다.

 

그러나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았다. 프라이드가 시작되면 내 받은 메일함은 저희는 세계 곳곳의 프라이드를 축하합니다말하는 메일로 꽉 찬다. 그러면 나는, 당신 정말 그렇다고? 생각하게 되는데,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당신은 LGBTQ+ 콘텐츠를 했어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고작 영화 한두 편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아예 라인업의 일부로 가졌을 거라는 말이다.

 

따라서 나는 질문의 어느 부분은 직관적으로 현장에 얼마나 많은 재현이 존재하는지 세어봄으로써만 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얼마나 많은 퀴어 영화제작자들이 작품을 만들고 있는가? LGBTQ+ 공동체에 대한 영화는 얼마나 만들어지고 있는가? 그 영화들의 저작자author는 누구인가?

 

비리디아나 리버만: 진부하게 들릴 게 뻔하지만, 지금 현재 콘텐츠 접근성이 가지는 장단점 말인데, 나는 진짜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채널이 얼마나 많고 스트리머(*주2)는 또 얼마나 많은지에 대해서 끊임없이 얘기한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다. 게이트키퍼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콘텐츠의 수 자체가 상상을 초월하며 그에 대한 열망 역시 엄청나다는 것이다. 나는 쇼를 본다고 해 봤자 두 달에 한 편이나 볼까 싶은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인가를 볼 때마다 매번 아주 희귀한 것, 아주 특정한 것, 아주 구체적일 수 있는 것을참신함의 가능성을 가진 것을 발견한다. 정말 추하고 유독해질 수 있는 콘텐츠의 격전, 그러나 당신의 가슴을 벅차게 만들고 또 저녁 황금시간대에 여섯 개 자리밖에 없던 시절에는 절대 가능하지 못했던 속도로 우리를 발전시키는 무엇 역시 그 격전 안에서 탄생한다.

 

이본 웰본: 여기서 내 나이가 가장 많은 것으로 안다. 나는 다양한 기회로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보이는 지금 이 시기를 일찍이 90년 대에도 보았고, 다문화주의라는 이름의 그것은 때마침 부흥한 신자유주의에 밀려 얼마 가지 못했다. 제도 안에서 어떤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아 이번에는 기대가 된다. 더불어 결정권을 가지는 게이트키퍼도 90년대와 비교하면 기실 훨씬 다채롭다.

 

제시카 데바니: 변화가 순환적이며 우리는 진보와 백래시backlash(*주3) 혹은 진보와 퇴보를 겪기도 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은 결과적으로 우리에게 진보를 남기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다시금 상기시켜 주셔서 감사하다. 우리가 원하는 업계에 대해 장기적인 안목을 유지하는 것이 정서적, 실질적으로 의미하는 바 역시. 혹시 마무리 전에 보태고 싶은 말이 있을지?

 

린지 드라이든: 섹스에 희망이 보인다.

 

제시카 데바니: 긍정적인 발전. 아주 좋다.

 


제시카 데바니는 대표작 <프레이 어웨이>, <콜센터 블루스>, <올웨이즈 인 시즌>, <필링 오브 빙 와치드(Feeling of Being Watched)>로 잘 알려진 LGBTQ-주도 프로덕션 회사 멀티튜드 필름의 창립자이자 대표이다. 데바니는 퀴어독(QueerDoc)을 창립하고 퀴어 프로듀서 네트워크(Queer Producers Network)를 공동-창립했다.

 

멀티튜드 필름의 협력 프로듀서 조트 사히(Jot Sahi)가 이 대담의 기획과 편집에 이바지했다.

 

*주

1. POV는 미국의 공영 방송 PBS의 독립 논픽션 영화 쇼케이스이다. POV에서 매년 14-16개의 영화가 처음으로 공개된다. POV 웹사이트에서 더욱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https://www.pbs.org/pov/.

2. 실시간방송인

3. 인권 및 사회운동의 맥락에서 역풍 혹은 반발을 의미한다. 보통 원어 그대로 음차하여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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