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 131호 미디어 인터내셔널 2022.08.29]
50주년을 맞이하는 미디어센터, 미국 뉴욕 DCTV
- 교육, 제작, 상영이 어우러지는 시민의 공간
김세영 (미디액트 스탭, ACT! 편집위원)
미국 뉴욕시의 맨해튼에 위치한 DCTV(Downtown Community Television Center)는 올해 개관 50주년을 맞이하는 미디어센터다. 나는 올해 개관 20주년을 맞은 미디액트의 스탭으로 미디어 공공성 확장과 독립영화 및 퍼블릭액세스 활성화를 위해 일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멀리 있는 미국의 미디어센터인 DCTV의 50주년은 새롭게 다가온다. 우리와는 무관할 것 같지만 DCTV와의 인연은 한국의 독립영화와 미디어 활동과도 닿아있었다. 미디액트를 시작하던 2002년 당시 세계 각국의 미디어센터와 퍼플릭액세스 사례 등을 연구할 때에 DCTV는 주요 참조 사례가 되었다. 또한 한국의 독립영화와 미디어 운동의 국제 연대에 많은 지원 역할을 했으며 기지촌 여성들에 관한 다큐멘터리 <이방의 여인들>을 연출한 바 있는 박혜정 활동가는 한때 DCTV에서 주요 스탭으로 활동하기도 했었다. 그렇다면, DCTV가 어떻게 50년 간 미디어센터를 운영해올 수 있었으며, 현재 어떤 모습으로 시민의 곁에 자리 잡았는지 들여다보자.
DCTV 설립 역사와 취지
DCTV는 1972년 부부 다큐멘터리 감독인 존 앨퍼트(Jon Alpert) 와 게이코 츠노(Keiko Tsuno)가 설립하였다. 센터 설립 이전인 1970년, 그들은 공동체 활동가로서 차이나타운의 부패한 학교 이사회를 축출하기 위해 흑백 비디오 카메라로 촬영해 고발하는 비디오를 제작하였고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부패한 교육청 인사가 해고되었고, 공동체 조직에서 성공하지 못했던 일을 달성하는 미디어의 힘을 보여주었다. 그 이후로 두 사람은 비디오를 활용해 의료와 주택 서비스 및 노동 조건 등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차이나타운 공원이나 거리 모퉁이 등에서 시민들이 영어를 배우고, 지하철을 타고, 치과에 가는 것 등을 돕기 위해 다양한 언어로 비디오를 보여줬다.
존 앨퍼트와 게이코 츠노는 영화를 배운 적은 없었으나, 뉴욕의 카날 스트리트(Canal Street)에 있는 츠노의 집에서 사람들에게 무료로 교육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1972년 뉴욕시의 문화부는 그들이 하고 있는 일을 알게 되어 방문하였고, 감동을 받은 문화부 직원은 시의 지원을 약속했다. 이후 DCTV는 비영리단체 등록과 함께 영화 제작을 매개로 한 '공동체의 촉진, 정보 제공, 권리 증진' 등을 목표로 설립되었다.
DCTV 의 미션 (*주1)
- 다양한 시민들이 미디어교육을 이용하고 영상을 제작할 수 있도록 독려
- 미디어를 활용해 경제적, 사회적 격차를 해소하고 이해와 관용을 증진
- 회원과 직원 모두를 위한 협력적 공간 제공
- 공동체에 기여할 영화 제작자 공동체 구축
- 지역 청년들에게 교육과 참여 기회를 제공
50년의 시간, 성공의 비결
시의 지원이 있다 하더라도 높은 임대료로 숨통을 조이는 뉴욕의 맨해튼에서 DCTV는 어떻게 50년이라는 세월을 지내왔을까? 이에 대한 해답은 DCTV의 거처에 있다. 앨퍼트는 당시 거의 버려져 있던, 1895년에 지어진 소방서 건물을 발견했다. 그 건물의 2층을 한 달에 500달러에 임대했고 1978년에 그곳으로 공간을 옮겼다. 그러면서 교육을 더 많이 진행할 수 있게 되었고, 결국 건물 전체를 구입해 안정적인 공간을 마련할 수 있었다.
DCTV는 자체적으로 제작하는 다큐멘터리 작품들을 미국의 방송 채널 PBS, NBC, HBO 등에 액세스하면서 수익을 얻었다. 최초로 독립적으로 제작된 컬러 다큐멘터리인 <Cuba: People in 1974>를 시작으로 미국의 공영 방송 PBS에 지속적으로 액세스했다. 당시 방송사들이 필름이 아닌 컬러 비디오를 요구함에 따라 츠노가 일본을 통해 구한 최신 비디오 장비로 작품들을 계속해서 액세스할 수 있었다. 그렇게 PBS에서 5부작 다큐멘터리 <Cuba: People>을 방영했고, 그 중 뉴욕 병원의 빈부에 따른 의료 격차를 다룬 <Your Money or Your Life> 방영 이후에는 뉴욕시와의 관계가 악화되기도 했다.
그러다 방송사 NBC의 공간이 열리게 되었다. 앨버트와 츠노는 1977년에 이미 베트남 관련 다큐멘터리 제작을 했었다. 그들은 베트남과 중국 간의 전쟁이 일어날 것을 예측하고 비자를 신청했는데, 이는 당시 6개월이 걸리는 것이었다. 그런데 비자를 받던 날 전쟁이 발발하였고, 그들은 출입이 가능한 유일한 제작팀이 되었다. 이를 알게 된 NBC가 제작 계약을 제안했고, 베트남의 비협조 등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그들은 캄보디아에 들어가 킬링 필드까지 촬영했다. 이후에도 여러 전쟁 지역을 계속 취재하면서 많은 상을 수상하였다.
또한 HBO와의 관계는 1989년 마약 중독 범죄자 3명의 초상화인 <One Year in the Life of Crime>에서 시작되었다. 그러한 HBO와 DCTV의 협력 관계 속에서, 앨버트는 1998년과 2020년에 걸쳐 <Life of Crime 1984–2020>을 제작했다. 현재 앨버트와 츠노는 DCTV의 공동 집행 이사로 재직 중이며, 현재까지 16개의 에미상을 함께 수상했다.
현재 DCTV의 운영과 활동
DCTV는 기존의 다큐멘터리 제작, 미디어 교육, 공간 대여와 더불어, 최근 새롭게 극장을 열고, 다큐멘터리 상영 프로그램 운영과 극장 대여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려고 하고 있다. DCTV의 주요 사업들을 살펴보자.
DCTV가 제작하는 다큐멘터리들(DCTV Documentaries)은 매년 수백만 명의 시청자에게 다가갔고, 2개의 아카데미상 후보, 17개의 내셔널에미상, 4개의 듀폰-컬럼비아상 및 기타 텔레비전 분야의 모든 주요 상을 수상했다. 한국에서 OTT를 통해 볼 수 있는 DCTV의 최근작은 <쿠바와 카메라맨>(넷플릭스), <온 포인트>(국내 제목<토슈즈>)(디즈니플러스) 등이 있다.
미디어교육은 크게 청소년 미디어(Youth Media)와 워크숍(Workshops)으로 나뉜다. 청소년 미디어는 뉴욕의 영화 지망생을 위한 무료 미디어 예술 교육 프로그램이다. 뉴욕 청소년과 청년(13~24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사회적인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미디어를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프로그램은 항상 무료이며 경험이나 배경에 관계없이 5개 자치구의 다양한 학생들이 참여하도록 권장한다. 영화 제작에 대해 배우고 독창적인 영화를 만드는 것 외에도 학생들은 멘토링과 대학 진로 상담, 미디어 전문성을 개발할 기회를 제공 받는다.
워크숍은 제작 과정을 기준으로 크게 제작(Producing), 프로덕션(Production), 프리 프로덕션(Pre-Production), 포스트 프로덕션(Post-Production)으로 나눠 진행된다. 독립영화 제작자가 최신 기술을 숙지하고, 다양한 시민들이 미디어를 만들고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기본 비디오 제작에서 고급 편집 및 모션 그래픽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영화 제작 및 미디어 아트의 모든 분야의 실습 워크숍을 매년 150개 이상의 저렴하게 제공한다. 때문에 DCTV는 모든 사람에게 실용적인 지식을 제공하는 독특한 교육 시설이다.
또한 DCTV는 다목적 공간을 시민들이 대여(Space Rentals) 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대여 가능한 공간은 맨 꼭대기에 있는 스튜디오와 사진관, 1층의 공연장 등이다. 공연, 강의, 리허설, 상영, 모금 행사 등을 할 수 있으며, 공간 대부분을 휠체어로 이용할 수 있다.
오는 9월 23일에는 DCTV 내에 극장 파이어하우스 시네마(Firehouse Cinema)를 개관한다. 67석의 단일 스크린, 4K 프로젝션, 7.1 서라운드 사운드 및 전 세계 관객을 연결하는 양방향 기능을 갖췄으며, 시설 개편을 뉴욕시가 지원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DCTV의 설립 초기에 다큐멘터리 제작과 상영은 지역 사회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왔다. DCTV는 파이어하우스시네마가 초기 설립 정신의 연장선이라고 밝히며, 창작자와 관객이 함께 다큐멘터리를 감상하고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력하고 상업적인 문화를 전환하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다큐멘터리 중심 극장이 되는 것이다.
교육, 제작, 상영이 어우러지는 시민의 공간
DCTV의 50년과 현재의 모습을 살펴보면서 강렬한 에너지가 느꼈다. 지역사회를 바꾸는 미디어의 힘과 그 힘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의 열망, 그것에 대한 공적 지원의 조화가 있었기에 오늘날 교육, 제작, 상영까지 아우르는 미디어센터로서 존재할 수 있었다. 교육, 제작, 상영 이 세 가지를 같이 꾸려가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면서 완벽하게 미디어의 힘을 발현할 수 있는 구도가 아닐까? DCTV는 공적 지원과 유통 배급을 통한 자체 자원 마련의 중요성을 역사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모든 것의 출발은 앨퍼트와 츠노의 활동이었지만, 활동 규모가 커지고 성장하는 데에 있어서 공적 지원과 다큐멘터리 유통 배급, 그리고 참여자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DCTV가 50년이라는 세월을 보내는 과정은 순탄치 못했을 것이다. 미디어를 통해 나와 내가 속한 공동체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액세스해내는 과정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유통 배급되는 과정이 한국사회에서도 상식적 정책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
*주
1) 출처: dctvny.org/s/about
■ 참고
- DCTV 홈페이지
- DCTV Celebrates 50 Years of Media Activism and Training
https://www.documentary.org/feature/dctv-celebrates-50-years-media-activism-and-training
- Documentary Film Lovers, Here’s a New Theater Just for You
https://www.indiewire.com/2022/08/dctv-documentary-theater-new-york-city-1234750270/
글쓴이. 김세영 (미디액트 스탭, ACT! 편집위원)
다큐멘터리스트 겸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에서 근무하며 진보적 미디어운동 연구 저널 ACT!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양한 관객들이 독립예술영화를 만나는 프로그램들을 운영하며 영화 안팎에서 펼쳐지는 불꽃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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