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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에는 더 많은 이가 ‘서로가 서로의 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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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22. 12. 1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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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133호 Me, Dear 2022.12.22]

 

 

2023년에는 더 많은 이가 서로가 서로의 편이 될 수 있도록노력하자

 

 

담롱 테디

 

 

▲이란에서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간 뒤 숨진 마흐사 아미니 사건을 계기로 9 월부터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 ( 제공 : Alex Shams)

 

2022년 올 한해 세계 각지에서 일어난 일들을 정리해본다.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6월 미얀마 군부 쿠데타 이후 발생한 난민 수가 100만 명을 넘었다. 8월 기록적인 폭우로 파키스탄은 국토 3분의 1이 물에 잠겼다. 10월 이란에서는 22세 여성 마흐사 아마니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혐의로 체포돼 사망했다. 이에 분노한 시민들이 대규모 시위를 진행 중이다. 11월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내가 사랑하는 트위터를 인수한 후 매체 안에서 인종차별·성소수자 혐오·기후부정 발언이 급증했다.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일도 정리해본다. 3월과 6월 각각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를 겪었다. 이후 인권·교육·기후환경·노동·장애·복지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퇴보가 거듭되고 있다. 8월 한반도를 덮친 폭우로 인한 침수로 서울 신림동 반지하에 살던 일가족이 사망했다. 같은달 경기도 수원에 거주하던 세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정부로부터 어떤 복지 혜택을 받지 못했다. 몇 달뒤 보건복지부는 복지 사각지대 발굴 개선 대책을 내놓았다. 복지부 발표 다음날 신촌에서는 생활고를 이유로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됐다.

 

9월 제11호 태풍 힌남노로 인한 폭우로 경북 포항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침수됐다. 갑자기 불어난 물에 해당 아파트 주민 9명 중 7명이 목숨을 잃었다. 열흘이 채 지나기 전에 신당역 스토킹 보복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사건 이틀 뒤 모 시의원은 “(가해자인 전주환이) 좋아하는데 (피해자가) 안 받아주니 폭력적인 대응을 한 것 같다서울교통공사에 들어가기 위해 취업 준비를 열심히 했을 서울시민 청년이다라는 망언을 내뱉었다,

 

10SPC 그룹 산하 제빵공장에서 노동자가 끼임 사고로 사망하는 산업재해 사고가 발생했다. 같은달 29일 이태원에서는 압사 사고로 159명이 사망하는 '10.29 이태원 참사가 일어났다. 꼭 언급하고 싶은 일도 있다. 성평등·성소수자 같은 단어가 사라진 교육과정 심의안이 국가교육위원회에 상정됐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장애인 권리 예산 확보를 위한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은 1년째 이어지고 있다. 최근 서울시는 전장연의 지하철 선전전에 무정차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슬슬 머릿속에서 잊혀지는 일도 있다. 6월부터 7월까지 있었던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이 그렇다. 1짜리 철제 감옥에 31일간 있으셨던 하청노동자 유최안님의 얼굴을 기억하려 노력한다. 올 연말 뜨거운 이슈였던 화물연대의 파업도 생각난다. 글을 쓰다 보니 SPC 본사 앞에서 53일간 단식투쟁을 한 임종린 제빵사님의 얼굴도 머릿속을 스쳐간다. 노동자의 목소리에 법과 원칙을 내세우며 대화조차 시도하지 않은 정부의 모습에 나는 한숨을 내쉰다.

 

떠오르는 일들만 적었을 뿐인데 올해 많은 일이 있었단 사실이 실감난다. 앞서 언급한 일들 중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결된 것이 없단 사실에 무력감을 느낀다. 매일 뉴스를 보며 절망과 한탄을 느꼈던 감정이 다시 솟구친다. 더는 안전하지 못한 세상에 살고 있다는 느낌이다.

 

 

▲담롱 팀원과 함께 참여한 2022서울퀴어문화축제 (제공 :서울퀴어문화축제 SQCF)

 

안전한 공간. 이 단어를 조용히 읊조려 본다. 인권·환경·젠더감수성이 기본적으로 갖춰진 곳. 내 머릿속에 있는 여러 생각을 꺼내놓아도 괜찮은 곳. “너 페미야?”같은 질문을 받지 않는 곳. 같이 재밌게 일을 하든지 놀든지 할 수 있는 곳. 그런 공간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

 

나는 그나마 다행이다. 이 이야기들을 나눌 안전한 공간이 있으니 말이다. 유튜브 채널 담롱이 내게는 안전한 공간이다. 담롱에 팀원으로 합류한 지 어느덧 1년이 넘었다. 미처 몰랐던 이야기 혹은 내 관심사 너머였던 세상사 여러 소식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 주는 공간. 같이 분노하고 웃어주는 팀원들을 보며 이 혐오가 가득한 세상 속에서 나는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유난히 세상이 시끄러운 날. 너무 안 좋은 뉴스에 깊은 무기력함에 빠진 날. 나는 종종 담롱 영상을 다시 본다. 직접 얼굴을 뵀던 혹은 보지 못했던 인터뷰이 분들의 말을 들으며 아직 세상은 살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하려 한다. 적어도 좀 더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에 위로를 얻는다.

 

힘들어도 내년에도 포기하지 말자고 다짐한다. 너무 지친 나머지 눈을 감고 세상 모든 이야기로부터 도망가지 말자고 다짐한다. 더 다양한 인터뷰이 분들을 만나자고 다짐한다. 내가 담롱의 첫 영상을 보고 위로받은 것처럼, 누군가도 절실하게 위로의 메시지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니 말이다.

 

2023년에는 더 많은 이가 서로가 서로의 편이 될 수 있도록노력하자. 그래야 이 험난한 세상을 헤쳐나갈 수 있을테니 말이다.

 


글쓴이. 담롱 테디

글을 끄적거리는 일로 먹고 삽니다. 계속 글 쓰는 일을 업으로 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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