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든든한 언니가 말해주는, 솔직한 감정을 공유하는 공간 - 계정 <읽는 페미> 운영자 김도치 인터뷰

전체 기사보기/페미니즘 미디어

by acteditor 2022. 12. 13. 12:02

본문

[ACT! 133호 페미니즘 미디어 2022.12.22]

 

든든한 언니가 말해주는, 솔직한 감정을 공유하는 공간

- 계정 <읽는 페미> 운영자 김도치 인터뷰

 

 

인터뷰어,정리 및 작성 : ACT!편집위원 황혜진

사진 촬영 : ACT!편집위원 김세영

 

 

누군가에게 자신이 읽어본 책을 선물한다는 것은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시간과 생각을 공유한다는, 선물 이상의 특별한 의미가 있다. 특히 페미니즘이 낯선 사람에게 페미니즘 책을 선물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더 많은 고민을 하고 책을 골라야 했을 것이다. 계정 읽는 페미엔 운영자가 고른 다양한 주제의 페미니즘 도서 추천과 넘쳐나는 여성 대상 범죄와 이슈를 공론화하는 게시물이 올라온다. 옆에 있는 언니나 친구와 이야기하듯 함께 화내고 울어주는 이 계정을 지켜보며 반갑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지만, 한 편으로는 많게는 일주일에 5-6개의 게시물을 올리며 악플을 대응하는 익명의 계정 뒤편의 사람이 궁금하고 걱정도 되었다.

 

직접 만난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 김도치님은 낮에는 회사를 나가고 밤에는 계정 읽는 페미를 운영하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비밀스럽게 운영해오던 페미니즘 계정을 직장동료이자 친구인 서반다님에게 밝히며 서로에게 힘이 되었고 최근 함께 주고받은 편지를 엮어 책 언니의 비밀계정 : 주눅 든 나를 일으켜 줄 오늘의 편지(이봄)을 발간했다. 익명의 계정을 운영하고 있음에도 흔쾌히 대면 인터뷰를 응해주시고 3년 넘게 계정을 운영해온 이야기를 공유해주신 김도치님과의 인터뷰는 마치 마음 맞는 친구와의 대화 같았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나눈 인터뷰를 ACT! 133호에 옮겨본다.

 

 

혜진 : 도치님 소개와 계정 읽는 페미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릴게요.

도치 : 안녕하세요. 저는 읽는 페미계정을 운영하고 있는 김도치 라고 합니다. 저는 평일 낮에는 직장을 다니고 퇴근 후에 주로 계정 운영하는 데 힘쓰고 있는, 정말 길 가면 어디서나 있는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그리고 읽는 페미계정은 제가 읽은 페미니즘 책 중에서 인상 깊은 글귀를 발췌해 카드 뉴스로 만들고 인스타그램이라는 sns 채널에 올리며 운영하고 있습니다.


혜진 : 어떤 계기로 읽는 페미운영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개인적인 흥미로 시작하신 건지 아니면 하시는 일과 관련이 있어 시작하게 되신 건지 궁금해요.

도치 : 사실 이 질문은 정말 제가 많이 받는 질문 중에 하나거든요. 계정 팔로워분들도 페미니즘 계정을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질문을 많이 주시는데,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 보니까 제가 이걸 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질문을 받고 다시 생각해 보니 어떤 결정적인 하나의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닌 것 같고요. 복합적이었던 것 같은데 하나는 제가 당시에 회사에서 카드 뉴스 만드는 업무를 하게 되었거든요. 업무를 하다 보니 뭔가 나만의 계정을 하나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 제일 주된 관심사가 페미니즘 책을 읽는 거였기 때문에 제가 페미니즘 책을 많이 읽으니 이걸 활용해서 계정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또 하나는 그냥 카드 뉴스를 만드는 것 자체가 너무 재미있었어요. 마지막은 제 책 맨 마지막 즈음에 나오는데 한 친구와의 얽힌 에피소드가 있거든요. 페미니즘에 대한 생각 차이로 그 친구와 살짝 갈등이 생겼고 제 입장에서는 내 생각은 사실 그런 게 아니었다는 걸 친구에게 간접적으로나마 전달하고 싶다는 동기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친구가 가끔씩 좋아요도 눌러주고 하면 또 그게 동기부여가 되더라고요. 이렇게 복합적으로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혜진 : 계정을 운영하신 지 3년이 넘었는데, 참 긴 시간이거든요. 나중에는 일처럼 느껴지거나 그렇지 않으셨나요? 저라면 중간에 쉬고 싶은 마음도 들었을 것 같아요.

 

도치 : 악플 때문에 힘들었던 적 정말 많고, 또 말씀하신 것처럼 어느 순간은 내가 그냥 이걸 일처럼 하는 게 아닌가 생각도 당연히 들었고요. 때로는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이 정말 끝까지 차오른 적도 많았어요. 하지만 그럴 때마다 이걸 계속하게 만드는 요소들이 항상 있었던 것 같아요. 하나 예를 들자면 사회에서 계속 나쁜 일이 터지는 걸 보면 진짜 이거를 내가 그냥 넘어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런 일이 있었다는 걸 더 많은 분한테 알리고 싶었어요. 왜냐하면 페미니즘에 관심 있는 분들은 알아서 기사도 다 읽고 계시겠지만 페미니즘에 조금 관심은 있지만 그렇게 열심히 찾거나 깊게 아시지 않는 분들도 많거든요. 그런 분들도 절 팔로우 하고 계시니까 제가 올림으로써 더 많은 분에게 알리고 여성 관련한 기사들도 공론화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혜진 : 그 마음이 정말 너무 좋은 것 같아요. 페미니스트들은 알아서 잘 보니까 잘 모르는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는 말이 정말 멋있어요. 잘 모르는 사람들이 봤을 땐 불편한 댓글이나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 같아서요.

 

도치 : 제 계정을 꼭 팔로우 하지 않더라도 탐색 탭이나 이런 데 자꾸 뜨면 보게 되잖아요. 저는 스스로 그분들을 샤이 페미라고 지칭하는데 약간 페미니즘.. .맞는 말인 것 같지만 그래도 약간 사회적인 이미지가 안 좋으니까...’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그냥 우연히 게시물을 읽어보고 그래, 이건 맞는 말인데이렇게 느끼게 되고 이런 것들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그분들도 좀 더 페미니즘에 대해서 열린 마음을 갖게 되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싶었어요. 작지만 모래알이 하나하나 쌓이면 커지듯 나중에는 큰 영향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계정 이름도 처음에 고민했어요. 페미니즘이라는 표현이 직접적으로 드러나니까요. ‘샤이 페미분들은 페미니즘 계정을 팔로우하는 거 자체가 부담일 수 있거든요.
그래서 고민을 했지만 잘못된 이미지가 문제인 거지 페미니즘 자체가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이름을 그냥 이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정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제가 이 계정을 하기로 마음먹고 제일 먼저 떠올린 계정 이름이 읽는 페미였거든요. 왜냐하면, ‘찍는 페미라는 모임도 있고 또 종교적으로는 믿는 페미’. 그럼 나는 읽는 페미다.

 

 

▲ 인스타그램 계정&nbsp; &lsquo; 읽는 페미 &rsquo;

 


혜진 : 그러면 본격적으로 활동에 관한 질문을 드릴게요. 계정을 운영하는 원동력. 특히 기억에 남는 응원 메시지나 댓글이 있나요?

도치 : 물론 일반 팔로워분들이 보내주신 dm도 기억에 많이 남지만 한 가지 재밌는 일이 있어서 그걸 좀 말씀드리고 싶어요. 제가 성매매 관련된 책을 읽고 게시물에 올린 적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엄청난 악플 폭탄에 맞게 됐습니다. 100개 넘게 악플이 달렸고 자다가 알람이 울려서 보면 진짜 온갖 욕이 남겨져 있고 특히 성매매 여성에 대한 비하적인 발언들과 어쨌든 자발적인 거 아니냐이런 식의 글이 많았어요. 이러한 댓글을 다 지워야 할까 말아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저는 기본적으로 제 계정의 댓글이 일종의 공론장, 토론장이라고 생각해서 굳이 지우지 않는 편이었거든요. 그런데 너무 일방적으로 한쪽의 의견이 심하게 올라와서 이거 계속 두어도 될까 고민을 하고 있던 찰나에 제가 올린 책을 쓰신 작가님께 연락이 온 거예요. 그 댓글을 봤다면서. 저는 사실 너무 죄송했거든요. 좋은 댓글들이 아니었으니까요. 마음의 상처를 받으실 수도 있고. 저는 연락해 주신 것도 너무 감사하지만, 한편으로 그런 댓글을 보게 해드려서 너무 죄송하고 그런 마음이었는데 그 작가님께서는 오히려 댓글 내용이 성매매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가진 사람들의 의견이 너무나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는 표현들이기 때문에 오히려 그것들을 작가님이 강연하실 때 활용하겠다고 하시는 거예요. 그런 연락을 받아서 그래 내가 이런 고민을 할 때가 아니다. 어쨌든 나는 그 책의 내용이 옳다고 생각했고 책을 올렸기 때문에 어떤 악플이 쏟아지더라도 나는 이걸 얘기를 해야겠다라는. 뭐랄까, 제 안에도 그분의 불꽃이 약간 옮겨온 느낌이 들었었어요. 책 제목은 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이에요. 제가 이 책을 지하철에서 읽으면서 정말 엉엉 울었어요.

 

혜진 : 계정에 올리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과정도 궁금합니다.

 

도치 : 이걸 말씀드리면 아마 좀 놀라실 수도 있는데 일단 책을 읽는 거는 원래 좋아하니까 처음엔 책을 사서 읽어요. 책을 읽으면서 인상 깊은 구절에 밑줄을 긋고 다 읽으면 그걸 컴퓨터에 정리해요. 무슨 책에 어떤 문장이 있었고 몇 페이지에 있었다고 정리를 하고 그런 파일이 a4 용지 100, 200장 이렇게 쌓여 있거든요. 그러면 어떤 사회적 이슈가 생겼을 때 거기서 ctrl + f 누르면 바로바로 찾을 수 있잖아요. 필요한 내용은 그렇게 찾아서 활용할 수도 있고 또 제가 계정 운영하면서 신경 쓰는 것 중 하나가 너무 하나의 책에 치중되지 않도록 하고 싶거든요. 그래서 어떤 책이 몇 번 등장했는지도 다 엑셀 파일로 정리를 하고 있어요.

혜진 : 도치님은 페미니즘 서적을 주로 어떤 곳에서 찾아보시나요?

 

도치 : 저는 퇴근길에 항상 서점에 가요. 신간 코너에 항상 새로운 책이 올라오잖아요. 새로운 책이 나왔나 보고 괜찮으면 사기도 하고 예전에 이런 비슷한 책이 있었는데 같은 흐름에서 나온 책인가보다 그런 것도 파악할 수가 있고 또 이건 취미인데 온라인 서점에서 여성학/젠더 카테고리 분류를 해서 재밌는 책 나왔나 찾아보고, 그냥 그게 재밌어요.

혜진 : 본업을 하시면서 계정을 같이 운영하시는 건 정말 쉽지 않으실 것 같은데 잘 분배해서 유지하는 나름의 방식이 있으신가요?

 

도치 : 제가 계정 초반, 그리고 거의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하루에 게시물 1개씩 올리는 걸 목표로 하고 있었거든요. 그게 생각보다 쉽지 않은 계획이더라고요. 한 번은 이런 적도 있었어요. 올릴 게시물을 미리 만들어놨고 퇴근해서 집에 가는 길에 지하철에서 올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떤 특정 이슈가 터진 거예요. 나도 같이 공론화에 힘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집에 가다가 다시 회사에 가서 컴퓨터를 켰어요. 집과 회사가 멀어서 집에 가서 올리면 이미 2-3시간이 지났을 것이고 제가 생각하기에 그건 너무 늦고 지금 당장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지하철 타러 가다가 다시 사무실에 복귀해서 컴퓨터를 켜고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다시 게시물을 만들어서 올리고 집에 간 적도 있었어요. 아니면 주말에 시간 여유가 있으니까 게시물 4-5개를 미리 만들어 놔요. 하루에 1개씩 올릴 수 있도록. 물론 지금은 조금 더 부담을 내려놓고 메일 올리진 않지만 회사 생활과 병행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내 다른 개인적인 시간을 투자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고 카드 뉴스 만드는 것 자체가 재미있어서 즐기면서 했습니다.

 

혜진 : 아무래도 좋아서 시작하셨지만 여기서 받는 스트레스가 없을 순 없는데 어떻게 해소하시나요?

 

도치일단 오히려 다른 분야의 책을 읽어요. 왜냐하면 계속 이런 책만 읽다 보면 감정적으로 힘들기도 해서 아예 다른 분야, 예를 들면 인문 사회나 예술이라든가 그런 다른 분야의 책을 읽고 최근에는 과학에 관심 갖고 있어요. 특히 고고학 분야요. 자꾸 뇌를 다른 쪽으로 이렇게 전환 시켜주는 게 필요한 것 같더라고요. 솔직히 악플 때문에 힘들 때는 처음엔 제가 혼자서 감당하려고 했었어요. 왜냐하면 이 계정은 책만 소개하는 공간이고 내 개인적인 감정이나 힘듦, 이 계정 뒤에 있는 나는 드러내지 않으려 혼자 끙끙 앓고 있었는데 지금은 팔로워분들과 함께 나누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처구니가 없는 악플을 인스타 스토리 같은 곳에 공유를 하면 또 같이 분노해 주시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혜진 : 읽는 페미계정을 도치님이 운영한다는 걸 아는 주변인이 있나요?

 

도치 : 저랑 10년 된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도 페미니즘에 대해서 저랑 이야기를 많이 했던 사이기 때문에 알고 있었고, 또 책에 나왔던, 제가 이 계정을 시작하게 된 계기인 그 친구랑 반다님. 책을 쓰기 전에는 이렇게 3명이 알고 있었고요. , 그리고 저희 부모님도 알고 계십니다.

 

혜진 : 부모님은 응원해주시나요? 반응은 어떠세요?


도치 : 그냥 크게 신경 안 쓰시는 것 같아요. 가끔 엄마가 꽃 사진 같은 걸 찍어 오시거든요. 원래 부모님들 막 꽃 사진 보내시잖아요. 그러면 제가 엄마한테 엄마 이거 너무 예쁜데 내 페미 계정에 올려도 돼?’라고 물어보면 오히려 엄마가 예쁜 사진 찍어서 보내시면서 이거 네 페미 계정에 올려서 사람들이랑 같이 나눠 보라고 하세요. 부모님이 직접적으로 응원을 해주시진 않지만 제 방에 어쨌든 페미니즘 책이 많거든요. 아주 그냥 모든 책이 다 페미니즘 어쩌고저쩌고 (웃음) 이런 책이 엄청 많은데도 제가 그걸 눈치 보지 않거든요. 그런데 아닌 분들도 많이 계시더라고요. 책 제목에 페미니즘이 들어가면 책상 위에 올려놓기가 조금 조심스러우신 분들도 있다고 들어서 , 내가 이렇게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는 것도 감사한 일이구나, 그렇지 않은 환경에 있는 분들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읽는페미 운영자 / 『 언니의 비밀계정 주눅 든 나를 일으켜 줄 오늘의 편지』 저자 김도치
▲읽는페미 운영자 / 『 언니의 비밀계정 주눅 든 나를 일으켜 줄 오늘의 편지』 저자 김도치

 


혜진 : 계정 운영을 하시면서 책도 발간하시게 되었는데 현재 이미 하고 계신 영역에서 더 발전된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아예 새로운 영역일 수도 있고, 혹시 새롭게 해보고 싶으신 게 있으신가요?

도치 : 제가 이 계정을 운영하다가 알게 된 건데 사실 저는 서울에서 살기 때문에 좀 더 페미니즘 관련 북토크나 교육이라거나 그런 기회가 많은 편이었던 것 같아요. 소도시에 살고 계신 분들은 페미니즘에 관해 이야기 나눌 사람을 만나기 어렵다고 알고 있거든요. 아직 보수적인 분위기가 남아 있는 지역들도 많고요. 그래서 전국 일주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오토바이를 타고 전국을 돌면서 각 지역에 있는 페미니스트들을 만나 그분들의 이야기도 듣고 이런 걸 모아서 책으로 내면 또 재밌겠다. 궁금하잖아요. 다른 페미니스트들은 어떻게 살까, 그런 것도 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있어요.

 

혜진 : 도치님의 전국 투어 북토크, 빠른 시일 내에 이루어질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도치 : 힘써보겠습니다. 작은 도시를 가보고 싶어요. 완도, 광양 이런. 그래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야 해요. 기차 타고 가면 안 돼요. 제가 처음에 이 아이템이 너무 재밌을 것 같아서 반다님에게 같이 하자고 했거든요. 조건은 캠핑용품을 오토바이에 싣고 캠핑 장에 가서 자는 거라고 했더니 반다님이 자기는 그런 거 안 된다고 오토바이도 싫고 캠핑도 싫다 나는 그러면 근처 호텔을 잡을 테니 따로 자고 만나자(웃음)

혜진 : 생각만 해도 재밌을 것 같아요. 엮어서 인터넷으로 연재해도 좋을 것 같고요.

 

도치 : 맞아요. 출판사 관계자분들 연락주세요.(웃음)

 

혜진 :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서, ‘읽는 페미계정을 운영하면서 도치님 스스로 어떤 변화를 겪었다고 느끼신 것이 있나요?

 

도치 : 제가 계정을 처음 시작할 때는 제 자신을 절대 드러내지 않으려고 했었거든요. 나는 책을 소개하는 계정일 뿐이지 이 계정 뒤에 있는 나는 철저하게 익명의 존재로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운영하다 보니까 내가 이렇게 숨어 있을 필요가 있나, 당당하게 나를 드러낼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해서 제 개인적인 이야기나 계정 뒤에서 벌어지는 일들도 좀 더 용기 있게 얘기할 수 있게 됐어요. 그래서 책도 쓰고 이렇게 인터뷰도 하고요. 아마 계정 초반이었으면 안 했을 거예요. 내가 숨을 이유가 없다는 일종의 용기가 생긴 것 같아요.

 

혜진 : 큰 변화인 것 같은데요. 그런 용기가 생겼다는 것은.


도치 : 그러네요. 그렇죠. 눈에 보이진 않지만요.


혜진 : 최근 책을 발간하셨는데 서간문이라는 형태로 내신 이유가 있으실까요? 기존에 반다님과 편지를 주고받다가 결정하신 건지 아니면 책을 내기로 결정하고 편지를 주고받으신 건지 궁금합니다.

도치 : 처음에는 혼자 책을 쓸 생각이었거든요. 계정을 오래 운영 할수록 제 안에서 하고 싶은 말이 너무 쌓여서 어딘가라도 이야기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해 글을 쓸 생각이었어요. 그때는 반다님은 옆에서 조언을 해주시는 정도였는데 원래 평소에 반다님이랑 다양한 사회적인 이슈에 관해 대화를 많이 하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지금 이렇게 대화하는 것처럼 반다님이 저한테 질문을 하면 제가 사회적 이슈나 문제에 관해 답하는 인터뷰 형식으로 해보자고 했었어요. 그러다가 실제로 저랑 반다님이 편지를 주고받는 편이라 이걸 한번 책으로 엮어보자 해서 쓰게 되었습니다. 책에선 제3자가 봐도 이해할 수 있게 실제 편지를 바탕으로 조금 더 풀어서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게끔 조금 가다듬은 부분은 있었습니다.

 

혜진 : 그런 제안을 했을 때 반다님의 반응은 어떠셨나요?

도치 : 처음에는 약간 망설였던 것 같기는 해요. 저희 둘 다 처음 책을 쓰는 거고 어쨌든 책을 쓰는 건 부담이 크잖아요. 제가 반다님 열심히 꼬셨습니다. ‘지금은 너 혼자가 아니고 같이 하는 거니까 우리가 그 부담의 무게를 나눠질 수 있다’, ‘시작하면 다음에 또 다른 기회가 열릴 수도 있으니 해보자라고 잘 구워삶아서 포섭했습니다. (웃음) 반다님이 저를 잘 믿고 의지하고 잘 따라와 주셨어요.

 

▲ 『 언니의&nbsp;비밀계정 : 주눅 든 나를 일으켜 줄 오늘의 편지 』( 이봄 )

 


혜진 : 핸드폰으로 짧은 메시지를 주로 주고받는 시대에 편지를 서로 쓴다는 건 정말 낭만적이에요. 실제로 서면으로 주고받으셨나요?

도치 : 반다님은 실제로 손으로 쓴 편지를 주셨었고요. 저는 악필이어서 컴퓨터로 타이핑하고 출력을 해서 전달했어요. 또 재밌었던 것 중 하나가 저는 그냥 편지를 주기 민망하고 부끄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재미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회사에 숨겨놓고 반다님에게 힌트를 줬어요. 예를 들면 쪽지에 화단이렇게 쓰여 있어요. 그럼 화단에 가면 또 다른 쪽지가 있는 거예요. 펼쳤더니 또 화장실’. 화장실에 갔더니 또 쪽지가 있고 이런 식으로 보물찾기하듯 편지를 준 적도 있었어요.

혜진 : 읽는 페미계정에서도 책 추천을 많이 하시지만 특별히 ACT! 인터뷰인 만큼 미디어 활동가나 영상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에게 추천해 주실 만한 페미니즘 책 있으신가요?

도치 : 사심 가득 담아서 추천드리자면 이진송 작가님 책 정말 좋아하는데, 이진송 작가님의 아니 근데 그게 맞아?라는 책도 좋고 또 최지은 작가님이 최근에 쓰신 이런 얘기 하지 말까?마지막 하나는 이자연 작가님의 어제 그거 봤어?이렇게 세 권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

혜진 : 도치님이 생각하시는 앞으로 계정 읽는 페미의 방향성과 바라는 미래를 말씀 부탁드려요.

도치 : 제가 계정을 처음 시작할 때는 게시물을 하루에 한 개씩 올리는 걸 강박적으로 지키려고 했거든요. 그렇게 몇 년을 하다 보니까 그게 스스로 너무 소진이 많이 됐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은 저도 마음을 편하게 먹고 하려고 하고 저는 읽는 페미계정이 항상 있는 큰 나무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해요. 페미니즘 관련되어서 텍스트로 정돈된 내용을 원하는 사람이나 혹은 팔로워들의 댓글이 많이 달리니까 그걸 보면서 위로를 얻고 싶은 사람이나 의견을 함께 나누고 싶은 사람들이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는, 그런 큰 느티나무 같은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혜진 : 도치님도 본인을 돌보면서 오래 운영을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혹시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신가요?

도치 : 요즘 백래시가 심하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려오잖아요. 다들 과연 세상이 나아지고 있긴 한 걸까 이런 회의감이 많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충분히 그런 마음 들 수도 있지만, 생각해 보면 의외로 우리가 많은 걸 바꿔 왔거든요. 예전에는 카톡 단톡방에서 여성 대상 성희롱 표현들이 있어도 남자들끼리 그런 얘기 할 수도 있지이런 시선이 있었다면 지금은 그래도 그건 아니다라는 인식도 많이 생긴 것 같고 또 스토킹 처벌법에 대해서도 물론 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긴 하지만 어쨌든 없었던 게 새롭게 신설된 거니까요. 우리가 그동안 이뤄온 것을 생각해 보면 그동안 우리는 열심히 해왔고 많은 변화를 이루어왔으니 지금 당장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힘들면 쉬고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살다가 또 어떤 일이 터지면 다 같이 모여서 으쌰으쌰 목소리 내서 세상을 더 바꿔 나갈 수 있으니까 장기적으로 모두 오래오래 함께하는 사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인스타그램 계정 읽는 페미’ @reading.femi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