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먼 땅 할리우드의 심장부에서만 감독, 영화, 극장, 관객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 숨 쉬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딛고 있는 이 땅에서도 여전히 영화를 보고 생각하고 이야기하며, 극장을 찾아 서로를 알아가며 영향을 주고받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ACT! 134호 길라잡이 2023.03.30]
영향 아래 있는 사람들
김서율 (ACT! 편집위원회)
해가 바뀌어 2023년에 찾아뵙는 ACT!입니다. 큰 일교차로 들쑥날쑥한 기온 속에서 벚꽃이 개화하는가 하면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기도 합니다. 어느덧 새해도 1분기가 지난 시점이라 새해 인사는 왠지 어색하지만, 그래도 아직 상반기이니만큼 한 해의 단추를 꿰매기에는 아직 늦지는 않은 시기가 아닐까요. ACT!를 찾아주시는 모든 분에게 건강하고 보람찬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우선 환절기에 건강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새해에는 조금 더 계획적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완수해보려고 했지만 역시나 덜컹거립니다. 분수를 모르고 감당하지 못할 일들을 벌여놓고 허겁지겁 해치우는 습성은 여전합니다. 결국엔 또다시 이끌리는 데로 허겁지겁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던 와중에 오랜만에 극장 나들이를 했습니다. 코로나 시기에 물리적으로도 심적으로도 자연스레 영화와 멀어지다 보니(!) 극장과도 거의 담을 쌓고 지냈습니다. 그러다 보니 매년 이맘때면 찾아오는 아카데미 시즌도 까맣게 잊고 있었던 찰나에 한 영화의 개봉을 앞둔 소식을 접하게 되었는데요. 바로 스티븐 스필버그의 신작 <파벨만스>입니다.
이 영화가 스필버그의 자전적인 진실에 기반하여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사실 자체에 관해선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스필버그라는 감독의 이력과 그의 영화를 향한 애정 또한 <파벨만스>라는 작품을 극장에서 보고 싶었던 핵심 요인은 아니었습니다. 왜 영화에 흠씬 몰입하기 위해 영화관을 찾게 되는 걸까. 보다 근본적으로는 어느새 여든을 바라보는 대가는 영화를 만들고 보는 사람들에 관한 영화를 어떤 생각을 담아 완성했을까. 이런 생각들을 하며 영화관에 들어섰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크레딧이 올라간 후 생각에 잠긴 채로 극장 문을 나섰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머릿속에서 극 중 장면들이 거듭 생생히 재생되며 정리되지 않은 물음이 솟아나며 떠나질 않더군요. <파벨만스>는 자신의 영화를 온전히 통제하며 비전을 유려하게 관철해내는 연출자로 발돋움해나가는, 한 전도유망한 예비 감독에 관한 영화처럼 비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주인공의 성장에 주변의 가족, 친구, 관객 등의 사람들이 끼친 영향에 관한 영화라는 점에서 더 의미심장하게 다가옵니다. 새미 파벨만스는 삶에서의 관계를 자신이 원하는 데로 통제할 수 없는 것에서 발생하는 균열로 인하여 상처를 입습니다. 그런데 새미에게 이러한 고통은 도리어 원동력이 되어 그는 허구로서의 영화 혹은 진실로서의 삶이라는 명제를 뒤집고 뒤섞고 넘어서기도 합니다. 만약 극 중 새미와 관계를 맺은 그러한 사람들이 없었다면 어땠을까요. 극 중의 새미 파벨만스는, 그리고 우리가 아는 스티븐 스필버그와 그의 영화는 존재했을까요.
저 먼 땅 할리우드의 심장부에서만 감독, 영화, 극장, 관객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 숨 쉬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딛고 있는 이 땅에서도 여전히 영화를 보고 생각하고 이야기하며, 극장을 찾아 서로를 알아가며 영향을 주고받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134호로 찾아뵙는 ACT!에서 바로 영화와 극장, 감독 그리고 관객에 관한 이야기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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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의 포문을 여는 ACT! 134호를 소개합니다. [이슈와 현장]에서는 2020년의 마지막 날 잠정 중단 소식을 알리며 휴면에 들어간 인디다큐페스티발에서 연을 맺었던 다섯 명의 감독들이 뜻을 모아 결성한 반짝다큐페스티발 준비모임을 조명합니다. 지난 3월 24일부터 26일까지 인디스페이스에서 진행한 반짝다큐페스티발의 주최를 가능케 한 과정은 어떠했을까요.
[인터뷰]에서는 광주극장 100년 관객 아카이브 ‘상영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계신 이서영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1935년 개관하여 100주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광주극장’이라는 장소를 사랑하고, 이곳에서 상영되는 영화들에 애정을 보내는 관객을 인터뷰하는 기획을 어떻게 하게 되었는지 알아갈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광주극장에서 몸담으며 지역에서 구상하시는 개인·공동 작업에 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리뷰] 코너에서는 노부부의 삶과 꿈, 예술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와 콜센터 노동의 참혹함을 들추며 현재진행형인 감정 노동의 어두운 현실을 숙고하게 만드는 영화에 대한 리뷰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김새봄 감독의 <작은새와 돼지씨>와 정주리 감독의 <다음 소희>에 관한 글을 각각 최현수님과 이슬아님이 작성해주셨습니다.
지역 미디어를 어떻게 내실을 견고히 다지면서도 확장적으로 사고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시는 분들이 참조하시면 좋을 글도 마련하였습니다. 국제언론인협회(IPI)가 세계 곳곳에서 지역 공동체에 기여하기 위해 활동하는 다양한 지역 저널리즘 단체를 소개하고 정리한 보고서인 <지역 미디어 생존가이드>에 관한 양천구 마을미디어 ‘은행정 책마당’ 이진영님의 서평입니다. *웹진 <양천의 소리>를 발행하는 양천구 마을미디어 ‘은행정 책마당’에 공동게재되었습니다.
[미디어 큐레이션]에서는 시민 참여적인 미디어 큐레이션(창작, 배치, 매개, 기록)을 포괄한 혐오 대응 청소년 미디어교육(문화예술교육) 사례를 다룹니다. 그러한 사례로 협동조합 미래가 기획하고 실행에 옮긴 씨앗티즌 프로젝트가 있는데요. 예술교육가이자 협동조합 미래 대표이신 이한숙님께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과정에 관하여 직접 글을 적어 주셨습니다.
[Me. Dear]에서는 현장 투쟁에 결합하고 계시는 분들의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ACT! 128호 미디어 활동가 은석님 인터뷰에서 ‘외국인보호소 폐지를 위한 물결 International Waters 31’(이하 IW31)‘ 관해서 잠시 언급된 바 있었는데요. IW31에서 최근 실천 활동을 하고 계시는 정여름님이 단체에서의 활동과 경험에 대해 작성해주신 글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강정원님은 을지OB베어 투쟁에 참여하고 계신 경험을 진솔하게 공유해주셨습니다. 어떠한 연대체에 속하지 않아서 선뜻 결합하기 망설여지지만, 연대하고 싶은 분들에게 하나의 나침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박상헌님, 김예찬님, 윤아랑님께서는 [Re:Act!] 코너에 흔쾌히 문답을 작성해주시며 ACT!에 힘이 되는 말을 전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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