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 111호 길라잡이 2019.12.14]


    “안녕, 미누”

    이세린 (ACT! 편집위원회)




    ▲ ‘미누를 기리기 위한 추모제’, 2018년 10월 23일 이주민방송MWTV, 아시아미디어컬쳐팩토리,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수유너머의 주관으로 열렸다. (사진 이주민방송, 관련 게시글 링크)


     이제라도 추모를 더할 수 있을까. 지난 10월 15일, 당황스러운 비보에 허망해하던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서야 '미누'라 불렸던 그, 미노드 목탄이라는 이름의 한 활동가를 알게 되었다. 이주노동자와 결혼 이주여성에 열악한 현실을 떠넘겨 지탱되고 있는 한국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이주민은 혐오와 강제추방, 노동현실과 가정폭력의 위험 속에 처해 있다. 이러한 현실이 알려지고 다른 미래가 의논되며 이주민운동이 세력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한 데에는 이주민 미디어활동가들의 노력이 있었다. 그러나 이주노동자 운동을 기반으로 이주민 미디어운동이 시작되던 때 카메라를 들었던 이주민 미디어활동가들은 강제추방의 위협 속에서 운동을 지속하다 끝내 추방당하기에 이르렀고, 추방 이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한국을 방문할 수 있어야 하지만 근거 없는 임의적 조치로 방문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은 그들의 기여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알려져 있지 않다. 이러한 사실을 그를 추모하는 지금에야 뒤늦게 알게 되었다. 그의 삶을 다룬 <안녕, 미누>라는 영화의 제목이 다른 의미가 되어 다가온다. 누가 어째서 이 자리에 없는지도 미처 알지 못한 채로 그/들이 돌아오지 못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뒤늦게 시간을 거슬러 그의 삶을 알아가는 와중에도 거듭 낯설고 죄스러운 일이었다.



    ▲ 죽음에 이른 불법촬영 및 비동의유포 피해자를 기리는 ‘이름없는 추모제’. 2019년 1월 30일 광화문 앞에서 녹색당과 불꽃페미액션,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등의 주관으로 열렸다. (사진 한겨레, 관련 기사 링크)


      공감과 연대는 가능할까. 남성에 의해 무단으로 촬영된 여성의 사진과 영상이 '음란물'로서 온라인에서 배포되는 일에는 본디 정확한 이름조차 붙지 않았으나, 페미니스트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디지털 성폭력' 혹은 '사이버 성폭력'이라는 이름을 얻고 문제제기 되었다. 이러한 사진과 영상을 유통하며 수익을 얻고, 스스로를 구제하려는 피해자의 노력조차 '디지털 장의사'라 불리는 업체들과 결탁하여 상업화하며, 수익의 기반을 유지하기 위해 이에 대한 사회운동의 견제나 정부에 의한 규제의 가능성조차 다양한 방식으로 무력화한 소위 '웹하드 카르텔'의 존재 또한 해당 산업의 구체적 면면을 근거로 가시화되었다. 이러한 사진과 영상들은 다른 종류의 폭력과는 달리 무한정한 복제와 유통을 통해 계속적인 피해를 발생시킨다는 점, 이런 산업체계가 여성들에 대한 협박의 근거로 이용되고 적극적으로 현실에서의 폭력을 조장하면서 남성지배를 강화한다는 점은, 그러나 알려지기 전까지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많은 이들에게, 심지어 여성에게조차, 그것들은 '이미지' 혹은 '야동'으로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최근의 싸움은 문제를 발견하지도 못했고 그러므로 연대하지 않았던 시간들이 무엇이었는지 오히려 선명하게 떠오르게 한다. 뜨거운 관심이 어느 정도 사그라들고, 책임을 져야할 이들의 이름이 한편으로 드러나기도 했던 지금, 애도받지 못한 죽음을 피해로서 기억하고 이야기하려고 하는 지속적인 관심과 연대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ACT!는 미디어운동 각 영역의 다양한 기사를 다루지만, 지난 기사들을 돌아보니 몇 호에 걸쳐 다루게 된 문제들이 있었다. 故 이한빛 PD가 세상을 떠난 이후 열악한 미디어 노동자들의 현실과 그 변화를 그때마다의 기사로 다루어 왔다. '생각많은 둘째 언니'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장혜영씨의 인터뷰와 <어른이 되면> 리뷰를 통해 장애인을 시설에 격리하는 한국 사회에 대한 문제제기를 다루기도 했다. 이번 호에서 다루는 기사들 또한 다음 기사로, 또 다음 기사로 이어지며 미디어를 매개로 이어지는 사회의 변화를 드러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절망적인 사회 속에서 무력함이나 허무주의에 빠지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 꾸준하게 드러내고 이야기하는 것뿐이라면,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매개는 미디어라 믿는다. 이번 호에서 이주민 미디어활동가 미누의 삶을 드러내고 <안녕, 미누>의 리뷰를 실은 것도, <얼굴 그 맞은편> 리뷰와 성폭력생존자대회의 인터뷰를 담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ACT!는 카메라와 마이크를, 그리고 그것을 놓지 않고 있는 이들을 드러내며, 미디어에 기반한 사회 변화에 필요한 이야기를 전하려 한다. 미디어운동이라는 자리에서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 지속되는 고민을 안고 다시금 추모와 연대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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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ACT! 112호에서는 미누 님을 추모하며 그의 삶을 돌아보기 위한 기사로 ‘미누, 미노드 목탄 그리고 블랙리스트’라는 이름의 기사를 선발행했다. 그가 한국에서 무엇을 했으며 무엇을 기여했는지, 그의 죽음으로 우리가 잃게 된 것은 무엇인지,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그려낸 글로 그의 삶이나 이주민운동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도 울림을 전할 기사라 생각한다. 여기에 더해 [리뷰] 코너에서는 추모의 마음을 담아, 생전 미누 님이 함께했던 첫 상영 이후 최근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상영되기도 한 <안녕, 미누>의 리뷰를 전한다. 신임 편집위원 임종우가 밴드 ‘스탑 크랙다운’ 활동을 비롯한 미누 님의 삶을 담고 있는 <안녕, 미누>의 구성을 면밀히 살폈다.

     한편, 이번 [이슈와 현장]에서는 미디어를 둘러싼 최근의 혼란에 대해 한 숨 돌리고 접근해볼 수 있는 원고가 실렸다. 여전히 낯설게 다가오는 VR이 저널리즘과 스토리텔링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조두영의 기사를 통해 현재를 목도할 수 있다. 웹 기반의 기술 변화를 수용한 다큐멘터리인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의 내러티브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다룬 [미디어 인터내셔널] 기사와 함께 보면 뉴미디어가 불러올 수 있는 변화에 대한 이해를 한층 높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성상민의 기사는 SNS와 유튜브 시대의 골칫거리이자 최근의 연속 보도로 조직적 뿌리가 드러나 한층 더 화제가 된 ‘가짜 뉴스’에 대한 숙고를 촉구한다. 가짜 뉴스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의 문제와 함께 기존에 반복되었던 금지 위주의 정부 정책을 경계해야 한다면 그 답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해 방향성을 제시하려 하는데, 관련 이슈에 주의를 기울여온 이들이라면 새로운 시선으로서 일독을 권한다.

     마지막 [이슈와 현장]으로 신임 편집위원인 김한별 씨가 2018년 방송계 노동현실의 변화에 있어 중요한 사건들을 하나의 기사에 정리했다. 그간 보다 폭넓은 논의를 담은 기사는 존재했으나 방송계의 노동현실에 초점을 맞추어 이슈를 팔로우한 기사는 많지 않았다. 방송작가유니온 활동을 통한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주목한 사건들이 관심 있는 독자에게도 좋은 정보가 될 것이다. 

     매 호 페미니즘 관점으로 운영되는 미디어를 다룬 [페미니즘 미디어 탐방]에서 이번에 인터뷰한 곳은 성폭력생존자말하기대회를 열고 있는 한국성폭력상담소의 활동가들이다. 피해자 대신 ‘생존자(survivor)’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생존자들이 대중 앞에서 자신의 경험을 안심하고 발화할 수 있는 지지의 자리가 되어 온 말하기대회는 생존자들과 사람들을 잇는 ‘미디어’로서 제 역할을 해 왔는데, <얼굴 그 맞은편> 리뷰와 함께 미디어와 성폭력 문제 사이의 긴장을 인식하고, 가능한 역할을 고민하는 글로서 읽히기를 바란다.

     이슈와 사건을 이야기하면서 다소 무겁게 기사들을 소개했다. 그렇다면 근처의 ‘사람’들을 드러내는 기사를 함께 보면 어떨까. 인터뷰에서는 <플레이온>을 연출한 연분홍치마의 변규리 감독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에세이를 소개하는 ‘me, dear’ 코너에서는 작년 <더 블랙>을 극장 개봉한 후 페이스북에 연일 관객수를 업로드했던 이마리오 감독의 글이 실렸다. 이번 ACT! 10문 10답인 Re:ACT는 김한별, 임종우 편집위원의 이야기가 드러나서 더욱 뜻깊다. 

     벌써 8곳의 영화관을 소개한 ‘작지만 큰 영화관’에서는 관객운동으로서 자신을 의미화하는 부산의 비상설극장인 모퉁이극장을 변혜경 팀장이 직접 소개했다. 그리고 오랜만에 ‘작지만 큰 영화제’가 부활해 기사가 실렸다! 지난 ‘나의 미교 이야기’ 원고에서 소개된 순천스쿨영상제를 다룬 터라 더욱 뜻깊게 다가온다. 이번 미교 이야기에서는 장애인 미디어교육을 발달장애인 교육에 초점을 맞추어 면면을 이야기한 기사가 생겼다. 자신의 역할을 소수자에 대한 미디어교육으로까지 확장하고 싶어 했던 활동가들이 참고하고 싶어 했던 구체적인 방법과 사례를 소개하는 기사라고 생각한다. ACT! 112호 기사와 함께해주시고, 다가오는 113호 발행도 기대해주시기를 바란다. □

    Posted by ACT! actedi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