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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112호 이슈와 현장] ‘가짜 뉴스’, ‘진짜’로 필요한 시선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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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8. 12. 5.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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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112호 이슈와 현장 2018. 12. 14.]


‘가짜 뉴스’, ‘진짜’로 필요한 시선은 무엇인가


성상민(ACT! 편집위원)



  시작은 무척이나 갑작스러웠다.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가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는 결과로 끝나며 전 세계의 많은 이들이 충격에 빠졌다. 많은 언론이 트럼프가 아니라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이 당선될 것이라 예견했던 상황에서 기대를 배반하는 소식이었다. 어떻게든 힐러리가 아니라 트럼프가 당선될 이유를 찾아야 했고, 미국 리버럴 계층을 대변하는 뉴스 전문 채널 CNN은 2016년 11월 10일 <트럼프가 당선된 24가지 이유>(24 reasons why Donald Trump won)라는 기사를 발표하며 그 기대에 부응했다. 그리고 그 기사의 맨 첫 머리를 차지한 ‘이유’는 다름 아닌 ‘가짜 뉴스’(fake news)였다. 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 네트워크 채널들이 가짜 뉴스를 퍼트린 중추가 되어, 트럼프가 온갖 실언과 문제적 주장에도 불구하고 그를 지지하게 만든 명분을 만든 빌미가 되었다고 CNN은 지적했다.



▲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직후, CNN은 기사 

<트럼프가 당선된 24가지 이유>를 통해 

‘가짜 뉴스’를 트럼프가 당선된 이유 중 하나로 제시했다.



  그 이후로 약 2년의 시간이 지났다. 미국 정가를 들썩였던 ‘가짜 뉴스’의 문제는 어느덧 미국을 넘어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화두가 되고 있다. 2016년 미국이 그랬던 것처럼 한국에서도 페이스북과 구글 유튜브가 가짜 뉴스의 진원지로 지적을 받고 있으며, 정치권과 방송통신위원회를 비롯한 미디어 정책 기관에서는 연일 가짜 뉴스를 적극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출몰하고 있다. 특히 2018년 ‘미투 운동’의 일부로 터져 나왔던 남배우 A의 성폭력 사건에서는 모 온라인 신문사에서 근무하던 전직 개그맨 출신 편집국장이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음해하려는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기사로 작성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마저 있었다. <한겨레>는 가짜 뉴스에 대한 연속 기획 기사를 발표하며 한국 가짜 뉴스의 진원지로 기독교 선교 단체 ‘에스더기도운동’을 지목하며 파문을 낳았다.


  지난 10월 5일 CBS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501명 중 가짜뉴스를 법적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의사를 밝힌 이는 총 63.5%에 달했다. 명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힌 이는 단 20.7%에 불과했다. 대다수의 한국인들이 가짜 뉴스에 대해 격앙된 반응을 보인다 봐도 과언은 아닌 셈이다. 그러나 동시에 언론 운동 단체들은 법의 이름으로 가짜 뉴스를 막으려는 태도에 강한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가짜 뉴스가 낳은 파장은 많은 이들이 경계하고 있지만, 문제는 쉽게 풀릴 길이 없어 보인다.


▲ 지난 10월 5일 CBS-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 

가짜뉴스 방지법 도입에 찬성하는 여론은 63.5%를 기록했다.



대체 무엇이 ‘가짜 뉴스’인가?


  그러나 역설적으로 ‘가짜 뉴스’에 대한 이야기는 많아도, ‘가짜 뉴스’가 엄밀하게 무엇을 의미하는 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구글에서 ‘fake news’로 검색하면 상단에 드러나는 뉴스들은 하나 같이 ‘가짜 뉴스가 엄밀하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묻는 제목들로 가득 하다. 가짜 뉴스라는 말을 하나의 화두로 만들어 낸 서구에서도 여전히 ‘가짜 뉴스’의 범위와 의미를 무엇인지를 엄밀하게 말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인 셈이다.


  언론 학자들에 따라서도 ‘가짜 뉴스’를 바라보는 시선은 판이하게 다르다. 미국의 공영 라디오 방송 npr은 컬럼비아 대학의 언론학 교수 ‘언디 투셔’(Andie Tucher)의 견해를 인용하여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거짓된 정보를 전달한 모든 뉴스’를 가짜 뉴스라 정의했다. 반면 아일랜드 정부가 운영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정보 사이트 ‘웹와이즈’(Webwise)에서는 좀 더 세부적으로 가짜 뉴스를 분류한다. ‘웹와이즈’에 의하면 조회수를 위해 선정적인 제목을 내건 기사, 이목을 끌기 위해 사소한 사건마저도 중대하게 부풀리는 소식 뿐만 아니라 의도적인 패러디 뉴스, 부정확한 정보, SNS에 유포되는 편향된 정보들까지도 모두 ‘가짜 뉴스’의 범주에 포함시킨다. ‘웹와이즈’의 견해를 그대로 따르면, 고의 여부에 상관없이 모든 종류의 ‘오보’ 또한 가짜 뉴스로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언디 투셔 교수처럼 좁은 의미로 가짜 뉴스를 정의한다면, ‘고의성’의 여부가 있어야지만 가짜 뉴스가 된다. ‘가짜 뉴스’라는 말에서 풍기는 뉘앙스와 달리 ‘가짜 뉴스’를 정의하는 것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 2018년 11월 20일 기준, 구글에서 ‘fake news’를 검색한 결과 모습. 

두 번째 검색 결과로 영국 <텔레그래프>(Telegraph) 신문의 기사 

<가짜뉴스: 엄밀하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 그리고 어떻게 발견할 수 있는가?>

(Fake news: What exactly is it – and how can you spot it?)가 보인다.



  일각에서는 ‘가짜 뉴스’라는 용어가 엄밀치 않음을 지적하며 대안적인 용어를 사용하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영국 정부는 지난 10월 23일 정부 내에서 ‘가짜 뉴스’라는 말 대신 ‘허위 정보’(mis-information)과 ‘기만적 허위 정보’(dis-information)라는 표현을 사용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전부터 정보기관에서 정보의 신빙성을 분류할 때 사용하던 표현이며, 거짓된 정보가 유포된 이유를 고의와 실수로 엄밀하게 분류하기 위해서 정부 내에서 ‘가짜 뉴스’라는 표현을 자제하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다. 한국의 황용석 건국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또한 한국언론진흥재단이 11월 19일에 주최한 가짜뉴스 관련 토론회에서 ‘가짜 뉴스’를 엄밀하게 분류해야 한다는 주장을 밝혔다. 황 교수는 미국에서 한국에 퍼진 ‘fake news’는 엄밀하게는 ‘가짜뉴스 전문 사이트’가 만들어낸 정보만을 의미하며, 한국 역시 허위 정보가 제작된 경위에 따라 분리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가짜 뉴스’의 딜레마


  ‘가짜 뉴스’를 어떻게 정의하던 간에, ‘가짜 뉴스’라는 말이 미국에서 시작해 전세계에 유행한 것은 독자들이 매체에 지니던 신뢰가 급속도로 추락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한국 내의 맥락으로 이야기를 한정하자면, 약 9년 간의 보수 정권을 거치면서 KBS, MBC를 비롯한 공영방송이 친정권적인 색채를 고스란히 드러낸 것도 언론에 대한 신뢰를 낮추는 것에 큰 영향을 미쳤다. 당시의 공영방송들을 비롯해 보수적인 성향의 신문, 방송이 박근혜-최순실 스캔들을 비롯해 사회 현안을 축소하여 보도했던 행적은 분명 근래 한국인들이 가짜 뉴스에 강경한 태도를 보내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최근 문제로 지적받은 ‘에스더기도운동’이 양산한 뉴스들 역시 보수적인 기독교계의 입장에서 소수자의 문제를 폄하하고, 다시 이 뉴스들이 SNS를 비롯한 무수한 커뮤니티에 유포하며 혐오적인 입장을 재생산한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았다. 깊게 들여다봐야 할 곳을 보지 못한 채, 특정 진영의 입맛에 충실한 뉴스들은 분명 지속적으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근래 <미디어오늘> 등의 보도로 드러난 정부의 가짜 뉴스 대책은 여전히 정부가 언론과 미디어를 바라보는 방식이 과거 두 정권이 수립했던 미디어 정책과 큰 차이가 없음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지난 10월 28일 <미디어오늘>이 입수해 공개했던 ‘범정부 허위조작정보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방안’ 문건에는 현 정부가 가짜 뉴스를 정의하는 방식과 이를 대처하는 태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문건에서는 가짜 뉴스를 ‘SNS 등 온라인을 통한 허위조작정보’로 간주하는 동시에 ‘국론을 분열시키고 민주주의를 교란하며, 정부 정책과 사회 전반의 신뢰를 저해하는 정보’로 정의했다. 규제 방안으로는 ‘허위조작정보를 정보통신망법 상의 불법정보’로 규정하여 게재를 막거나 가짜뉴스를 다루는 별도의 법을 제정하자는 의견, 그리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통신심의를 더욱 강화하자는 의견이 제시되어 있었다. 예방 대책으로는 정부 차원에서 팩트체크 콘텐츠를 만들고, 미디어교육의 인프라를 확대하자는 안이 담겼다.


▲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범정부 허위조작정보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방안’ 문건의 표지.



  허나 이러한 대책은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정책을 더욱 강도를 높인 이상에 불과하며, 오랜 시간 비판받았던 미디어 정책을 되풀이하는 이상을 넘지 못하고 있었다. 동시에 정부가 가짜 뉴스의 근절을 소리 높여 외치지만, 엄밀하게 가짜뉴스를 정의 내리지 못하는 현실을 단적으로 드러내었다. 이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국내법이 미치는 모든 사이트에 무조건적으로 항의가 들어오면 최대 30일 동안 게재를 차단하는 ‘임시조치’(블라인드) 정책을 채택하고 있지만, 페이스북과 유튜브는 이미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접근 제한 조치를 ‘서버가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거부하는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는 소수의 심의위원이 일방적으로 심의를 진행하고 결과를 통지한다는 점에서 정보인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듣고 있었다. 그나마 미디어교육을 강화하자는 안이 들어있는 것은 주목할 수 있지만, 이를 언급한 부분은 단 1장에 불과해 허울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함께 제기되었다.


  가짜뉴스에 대한 법적인 처벌을 요구하는 것은 비단 정부 뿐만은 아니다. 가짜뉴스에 대한 기획 기사를 담당했던 변지민 <한겨레21> 기자는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를 통해 유튜브와 페이스북이 가짜뉴스의 온상이며, ‘심의제재를 받지 않고 출처를 밝히지 않기에’ 문제라 답하며 가짜뉴스에 대한 정부 차원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드러내었다. 앞서 언급했던 CBS와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서도 법적인 규제를 통해 가짜뉴스를 통제하자는 분위기가 강한 것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정작 전 세계적으로도 ‘가짜뉴스’가 어떤 존재인지 확정이 되지 못한 상황에서, 이미 지난 9년간의 보수 정권 동안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시민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일방적인 정책 수립과 미디어 심의로 많은 비판을 들었던 역사를 고찰하는 흐름은 관찰되지 않는다. 이미 방송통신위원회는 2017년 하반기에 발표된 중장기 정책에서 공동체 라디오와 같은 퍼블릭엑세스의 영역에 있어서는 이렇다 할 관점이 없음을 지적받은 적이 있었다. 여전히 미디어 정책의 수립과 집행이 정치권과 소수의 위원들만의 의사가 과대하게 대표되는 상황이 그대로인 마당에서, 강력한 규제로 가짜뉴스를 방지하자는 흐름이 거세게 이는 모습은 많은 우려를 낳을 수밖엔 없다.



‘가짜 뉴스’의 혼란 속에서, 미디어를 고민하기


  언론운동 단체들은 무리하게 법으로써 가짜 뉴스를 막기 전에, 뉴스와 미디어가 생산-유통되는 환경을 개선하자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2017년부터 지속적으로 ‘가짜 뉴스의 대책은 진짜 언론을 세우는 것’이라 주장하며, 언론과 권력의 유착을 막아 시민들이 믿을 만한 뉴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외치고 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지난 10월 9일 정부의 가짜뉴스 정책을 비판하는 한편,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해악을 가하는 혐오를 막는 정책 입법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언론노조 역시 10월 12일 논평을 통해 ‘진짜 언론’이 바로 설 수 있는 환경을 정부와 시민이 구축하는 동시에, 언론 역시 스스로를 성찰할 때 가짜 뉴스가 사라진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러한 견해들은 공통적으로 ‘진짜 뉴스’가 바로 설 때 ‘가짜 뉴스’는 사라진다는 전제를 지닌다. 동시에 ‘진짜 뉴스’가 바로 서기 위해서는 정부가 미디어 리터러시를 비롯한 미디어교육 활성화와 언론의 신뢰도를 강화하는 정책 수립에 힘쓰며, 언론과 시민 역시 자성할 때 미디어 환경이 개선될 것이라는 주장을 담고 있다. 여전히 정부의 미디어 정책에 미디어교육의 영역이 협소하고, 미디어 리터러시나 대안 미디어를 발굴하는 영역은 더욱 설 자리가 적은 현실을 상기하면 분명 유의미한 이야기이다. 허나 이러한 주장은 이미 기존의 신문-방송을 비롯한 ‘올드 미디어’의 자리를 유튜브나 페이스북과 같은 ‘뉴 미디어’가 빠르게 대체하는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공정하고 엄밀한 언론이 더욱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하는 것은 당위적으로 옳은 말이지만, 그 당위는 SNS에서 극우적-혐오적인 뉴스를 생산-유포하거나 소비하는 이들에게 와닿기에는 너무나도 멀리 있다.


  해외 역시 쉽게 가짜 뉴스가 무엇이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해서 딱 부러지는 답을 제시하지는 못하지만 SNS가 무시할 수 없는 ‘미디어’가 된 한국의 현실에서 참고할 지점을 발견할 수 있다. 지난 4월 26일, EU(유럽연합)는 기자, 미디어 연구자, IT 전문가 등과 협업하여 가짜뉴스 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유럽 내 가짜 뉴스의 현실과 함께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를 비롯한 인터넷 포털과 SNS 플랫폼에게 제시하는 이행 권고사항이 담겨 있었다. 권고사항은 크게 SNS 플랫폼이 지켜야 할 ‘사회적 의무’와 SNS 플랫폼이 시민-정책-학계와 함께 공동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접근성 강화’를 제시하고 있었다. 전자의 측면으로는 SNS 플랫폼 사업자의 자율규제안을 제시하고,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및 연구를 위한 부담금 납부를 요구했다. 후자의 측면으로는 SNS 플랫폼을 통해 유통되는 정보의 신뢰도 지표를 개발하는 한편, 미디어와 학자에게 SNS 플랫폼을 거쳐 전파되는 뉴스들에 대한 데이터의 접근을 허용케 할 것을 요구했다. 동시에 EU는 SNS 플랫폼이 제출한 자율규제안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경우, 법적 과태료를 부과할 것임을 경고했다.


▲ EU와 영국이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 플랫폼에 의무와 책임을 요구한 모습은 

뉴 미디어의 시대에 SNS가 지니는 권력과 지위를 상기하게 만든다.



  영국 역시 SNS 플랫폼에 적극적인 의무 사항을 내걸고 이를 준수할 것을 요구하는 정책을 개시하고 있다. 2017년 10월, 영국 정부는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 플랫폼 사업체에 온라인 환경 개선 정책을 위한 기부금을 출연할 것을 요구했다. 동시에 SNS 플랫폼으로 하여금 연례적으로 온라인 언어폭력의 실태를 조사하는 연례 보고서를 제출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지난 7월 29일 영국 하원의 디지털-문화-미디어-스포츠위원회(DCMS)는 가짜 뉴스에 대한 자체 조사 보고서를 발표하며 SNS 플랫폼가 사회적으로 강한 영향을 미침을 지적하며, 이를 부담금의 형태로 직접적으로 의무를 부과하거나 정부가 의무적으로 SNS 플랫폼을 감사할 수 있는 제도적인 틀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EU와 영국 모두 형식은 제각기 달라도, SNS 플랫폼이 단순한 인터넷 서비스에 머무르는 대신 이미 현대 사회에서 무시할 수 없는 막강한 권력을 지니고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동시에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만큼 이에 대한 사회적인 책임도 함께 지어야 한다는 정책관을 표출한다. EU와 영국이 이러한 정책을 요구할 수 있었던 것은 이전부터 인터넷 상 플랫폼의 행동들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규제할 수 있었던 정책 체계에 근간했다. 이미 페이스북은 무분별하게 개인 정보를 수집하거나 관리를 소홀하게 한다는 이유로 2017년 EU로부터 1억 1천만 유로(약 1378억원), 2018년에는 영국 정부로부터 50만 파운드(약 7억 2천만원)의 벌금을 납부하라는 행정 명령을 받은 바 있었다. 개인정보 유출에 솜방망이로 처벌하는 한국과 달리, 인터넷 미디어가 지니는 사회적 무게를 결코 묵과하지 않는 정책관이 있었기에 가능한 움직임이었다.


  한국의 미디어 정책 역시 새롭게 대두되는 ‘뉴 미디어’를 기존의 언론-미디어 운동은 물론 시민들과 함께 고민할 때 가짜 뉴스에 대한 실질적인 규제안도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방송통신위원회-방송통신심의원회로 대표되는 한국의 언론 정책 기관은 여전히 미디어 속 시민이라는 존재를 수동적으로 대하며, 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의 움직임에 제대로 된 입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저 기존의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시각을 무리하게 대입하고 있을 뿐이다. 동시에 언론 운동 역시 올드 미디어 중심의 관점에서 벗어나, 근래 새롭게 등장한 형태의 미디어들의 무게를 고민하고 이들 미디어가 지닐 수 있는 공공성을 상상할 때 동시대적인 정책을 제안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많이 늦었지만, 더 이상 뒤처진 자세로 미디어를 바라볼 수는 없다. □



[참고문헌]


<“가짜뉴스는 거점이 있고, 조직적이다”>,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2018년 10월 9일

<[단독] 문재인 정부 ‘가짜뉴스’ 근절 대책문건 공개>,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2018년 10월 28일

<‘가짜뉴스’ 명칭, 용도폐기할 때 됐다>,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2018년 11월 20일

<언론노조, 정부 가짜뉴스 근절 대책에 ‘우려’>, 미디어스, 전혁수 기자, 2018년 10월 12일

<英 정부 SNS환경개선 정책 시동… 페이스북 트위터 등 대상>, 조선비즈, 이윤화 인턴기자, 2017년 10월 12일

<EU 집행위, 페이스북에 1350억원 벌금 부과… “허위정보 보고”>, 블로터, 권도연 기자, 2017년 5월 19일

<페이스북, CA 스캔들 관련 영국 ICO의 50만 파운드 벌금 부과는 부당>, 보드나라, 이상호 기자, 2018년 11월 22일

<가짜 뉴스의 대처는 진짜 언론을 세우는 것>, 민주언론시민연합, 2017년 2월 23일

<우려되는 ‘가짜뉴스’ 대책, 대선공약으로 돌아가야>, 언론개혁시민연대, 2018년 10월 9일

<전세계 골치 가짜뉴스, 규제 ‘공론화 모델’ 있다>, 한겨레, 김완-장나래 기자, 2018년 10월 11일

<EU, 가짜뉴스에 대한 첫 대응조치 발표 – 온라인 플랫폼의 실천 방안 제시>, 서울대학교 언론정보연구소, 2018년.

<프랑스 언론, ‘가짜 뉴스’ 막기 위해 적극 노력>, 신문과 방송 2017년 3월호, 최지선

<영국 의회, ‘허위 정보와 가짜뉴스’ 중간보고서 발표>, 신문과 방송 2018년 9월호, 김지현

<How did Trump win? Here are 24 theories>, CNN, Gregory Krieg, 2016년 11월 10일

<Explained: What is Fake News?>, Webwise<Fake News: An Origin Story>, npr, Shankar Vedatam, Rhaina Cohen, Tara Boyle, 2018년 6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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