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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말하기 위한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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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 acteditor 2019.08.09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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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의 흔적들은 찬란하고 즐겁기보다는 지난하고 무겁습니다. 미디어운동에 대한 일련의 기록은 ‘아래’에 있는 사람들이 치열하게 구축한 아카이브입니다. ACT!가 어떤 관성을 가지고 있다면 그건 그 사람들이 이뤄낸 것입니다."


[ACT! 115호 길라잡이 2019.08.14.]


슬픔을 말하기 위한 고민

임종우(ACT! 편집위원)

 


  이번 ACT! 길라잡이는 개인적인 이야기로 시작하려 합니다. 어쩌면 제가 속한 세대나 시대가 가진 고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겨울 학교를 졸업하고 어느새 계절이 두 번 바뀌었습니다. 취업과 생계의 어려움은 너무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기에 오히려 능숙하게 버틸 수 있었습니다. 한편, 지금까지 가장 힘들었던 건 사실 가장 가까운 동료들과 우리의 힘듦과 슬픔을 말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어려움은 함께 나눌수록 극복할 수 있다는 말은 너무 쉽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지금 모든 사람이 힘든 시간을 겪고 있는데, 그 감정을 공유하는 건 서로에게 부담이 되는 건 아닐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만나서 나눌 이야기는 쉬이 예상가능하고, 선명하게 암담하며, 너무 피곤한 것들입니다. 앞서 제시한 의문은 꼬리를 물고 과연 슬픔을 말하는 일 혹은 슬픔 그 자체가 쓸모 있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졌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제 생각이 바뀌었다는 식의 낙관적인 마무리를 짓겠지만 아직 그런 결론은 순수한 거짓말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지금 도착한 질문에 대한 대답이 꽤 가까이 있었다는 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차한비 ACT! 편집위원이 본 저널 105호에서 발표한 영화 <개의 역사> 리뷰를 최근에 다시 읽었습니다. 그 글은 이렇게 끝납니다.

  “돌아오지 못한 사람은 돌아와야만 하고, 떠나간 이의 소식이 갑작스레 들려오고, 사라진 줄 알았던 것이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있다. 당황한 얼굴을 감추지 못하며 세상은 더디게 변할 것이다. 우리는 결코 완벽한 세상을 모르고, 최후의 한 사람이 죽을 때까지도 세상은 불완전하다. 현재라는 아득한 진행형은 그런 방식으로 우리 곁에 도래한다. 이 슬픔은 쓸모없지 않다.”
 

▲ 영화 <개의 역사>의 한 장면 


  맥락은 다르지만 이 비평의 마지막 문장이 순간 큰 위로가 되었다는 걸 고백하고 싶습니다. <개의 역사>가 말하는 슬픔이 유효하다는 사실을 전하려 했던 글 ‘슬픔의 쓸모’가 오늘은 다른 슬픔들을 연결해나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ACT!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최근 우리 저널은 발행 16년을 맞이했습니다. 제가 보기에 ACT!의 흔적들은 찬란하고 즐겁기보다는 지난하고 무겁습니다. 미디어운동에 대한 일련의 기록은 ‘아래’에 있는 사람들이 치열하게 구축한 아카이브입니다. ACT!가 어떤 관성을 가지고 있다면 그건 그 사람들이 이뤄낸 것입니다. 감사하게도 지금 저는 그 힘으로 말하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일단 저는 슬픔의 쓸모를 두고 동료들과 다시 이야기를 시작해야겠습니다.

  ACT! 115호는 불안, 슬픔, 외로움의 감정을 넘어 새로운 도전과 시도로 나아가는 오늘날 미디어운동의 시작점들을 소개합니다. ‘이슈와 현장’에서는 네 가지 소식을 준비했습니다. 현재 방송제작 환경 안에서 여성노동자들의 현황과 이슈, 제주에서 운동으로서 미디어를 실천하고 있는 ‘미디어로 행동하라’팀, 강원도 원주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원주미디어강사네트워크 ‘공유’, 그리고 박종필 감독 2주기와 미디어활동가의 건강권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다른 코너도 그 연장선에서 논의를 확장합니다. ‘페미니즘 미디어 탐방’에서는 지난 7월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열린 언니네트워크와 연분홍치마의 토크쇼 ‘여성주의 스토리텔링을 질문하다’ 소식을 전합니다. ‘리뷰’코너에서는 영화 <김군>과 도서 『가장 보통의 드라마』를 다룹니다. <김군> 리뷰는 영화가 새로운 시선과 방법론으로 한국사회의 역사를 말하는 기술을, 『가장 보통의 드라마』 리뷰는 방송 노동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적극적인 제언들을 꼼꼼하게 짚었습니다. 

  ‘인터뷰’ 코너에서는 넝쿨 연분홍치마 및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와 최아름, 배국한, 신진철 ‘낫띵벗필름’ 상영기획자를 소개합니다. ‘미디어인터내셔널’에서는 ‘콘텐츠 구독 시대의 극장’을 주제 삼아 상영 공간으로서 극장에 대한 질문을 이어갑니다. 이번 ‘나의 미교 이야기’의 주제는 진주시민미디어센터에서 이루어진 청소년 영화 상영 활동입니다. 지역, 영화제, 청소년, 교육 등의 키워드를 경유하며 영상문화매개의 실질적인 전략들을 제시합니다. ‘작지만 큰 영화제’ 코너의 무주산골영화제 소식도 함께 읽으면 상영기획을 상상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Me,Dear’에서는 황혜진 활동가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늘 그랬듯 ACT! 115호 또한 미디어운동의 과거를 검토하고 현재를 진단하며 미래를 그리는 시도들을 전하고자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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