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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를 안고 변화를 그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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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20. 4. 1.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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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대의 미디어운동은 과거보다 다변화된 방법과 플랫폼을 통해 다시 연대를 말하고 파편화된 공동체를 재구성하는 방향으로 성장하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ACT! 119호 길라잡이 2020.04.14.]

가치를 안고 변화를 그리기

임종우(ACT! 편집위원)

 

  인터뷰 기사 하나를 소개하며 글을 시작하겠습니다. ACT! 119호 인터뷰 코너에서는 이혜린 청주 생활교육공동체 공룡(이하 ‘공룡’) 활동가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공룡은 지난 해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을 주제로 비영리미디어컨퍼런스를 진행하였습니다. 오늘날 사회운동과 활동가의 위치성을 질문하고 부산, 대구, 강릉의 미디어활동가가 모여 미디어운동의 쟁점을 공유하는 자리였습니다. 2019년 겨울을 앞두고 행사 포스터를 보며 자연스럽게 '그렇다면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 자문했던 것 같습니다. 

▲ 2019년 비영리미디어컨퍼런스 ‘체인지온 @ 공룡’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메인 포스터 

 

  
  “변한 것”, “변하지 않은 것”과 “변하는 것”, “변하지 않는 것”은 분명 다른 말입니다. 우선 시제가 다릅니다. 전자는 과거형이고 후자는 현재형입니다. 미디어운동의 관점에서 살펴본다면, 공룡이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을 질문하는 일은, 운동의 형태나 전략은 달라지더라도 기저에 있는 근본적인 원칙과 가치를 지켜나가야 한다는 점을 다시금 제시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지금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을 말하려는 이유 또한 그 연장선에 있을 터입니다. 하지만 변화는 때로는 갑작스럽게 찾아오며 예상했던 바와 다른 방향과 속도로 일어나기도 합니다. 

 

▲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는 사회적 거리 두기의 일환으로 210석 중 66석만 판매하고 있다. (출처: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미디어 환경의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가령 영화계의 경우 수십 개의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운영을 중단하고, 새로운 작품들이 개봉을 미루고, 많은 독립예술영화관들이 경영난에 빠져 있습니다. 반면 넷플릭스나 왓챠플레이 등 OTT 서비스의 영향력은 더욱 커졌습니다. 몇몇 해외 영화제는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상영방식을 변경한다는 입장을 발표하였습니다. 이렇게 영화문화의 많은 부분이 가상공간으로 빠르게 자리를 옮기고 있습니다. 여기서 질문하고자 합니다. 코로나19가 사라진 후에는 가상의 영역에서 이루어진 것들이 다시 물리적인 공간으로 돌아올까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애석하게도 커다란 일부가 그곳에 머무를 것입니다.

 

▲ 연분홍TV ‘퀴서비스’ 21번째 에피소드 <2032년, 퀴어정치가 지배하는 세상!>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오늘날 영화관이나 문화공간이 무가치해지는 건 결코 아니겠지요. 공동체상영 혹은 커뮤니티 시네마라는 이름으로 열리는 상영활동이 동력을 잃으리라 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온라인 상영이 누구나 실행할 수 있는 또 다른 영화운동의 전략으로 자리 잡을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코로나19 이후의 한국독립영화가 그러했으면 좋겠습니다. 더 나아가서는 그렇게 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차원에서 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 연분홍치마의 영화와 유튜브 채널 ‘연분홍TV’의 콘텐츠는 표면은 상이하나 본질적으로 일관적인 가치관 위에서 만들어진 미디어운동의 결과물입니다. 코로나19 시대의 미디어운동은 과거보다 다변화된 방법과 플랫폼을 통해 다시 연대를 말하고 파편화된 공동체를 재구성하는 방향으로 성장하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다시,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요. ACT!는 이 질문에 대해 아래와 같이 대답하고자 합니다. 

  ACT! 119호 이슈와 현장 코너에서는 코로나19에 대응하는 한국의 미디어공동체 소식과 함께 한국독립영화와 커뮤니티 시네마 이슈를 다룹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다양한 주체가 힘을 모으는 가운데 그 이면에서는 혐오, 차별, 폭력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미디어공동체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리뷰 코너에서는 도서 『한국퀴어영화사』 발간후기와 영화 <부재의 기억> 비평을 준비했습니다. 한국의 문화예술 역사에서 언급되지 않았던 한국사회 속 퀴어의 얼굴들을 호출하고, 아직 매듭지어지지 않은 세월호 참사와 국가폭력의 문제를 검토하고자 했습니다.

  나의 미교이야기 코너는 이번 호를 계기로 잠시 휴식의 시간을 갖습니다. 마지막 기사는 주체, 매체, 계층, 지역이 달라도 지켜나가야 할 미디어교육의 지향점을 제시합니다. 페미니즘 미디어 탐방에서는 여성영화 스트리밍 플랫폼 ‘퍼플레이’를 소개합니다. 젠더이슈를 말하고 성평등의 가치를 외치는 국내외 영화들의 흐름을 차근차근 짚어가는 신규 OTT의 고민과 생각을 전합니다. 퍼플레이 인터뷰와 함께 유튜브 퀴어방송국 ‘큐플래닛’의 소식도 일독을 권합니다. 주일 객원필자의 새로운 코너 ‘액티피디아’와 이번 호를 기점으로 재개되는 조민석 필자의 ‘우리 곁의 영화’ 코너에도 많은 관심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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