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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옳다는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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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9. 10. 5.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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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게이트 수납노동자들의 점거농성의 구호는 "우리가 옳다"였다. 노동조합에 대한 사회적 지지가 어느 때보다 부족하게 느껴지는 요즘, 스스로 옳다는 믿음을 잃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한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폭력을 선연히 마주하는 사람들이 지키고 있는 믿음"

 

[ACT! 116호 길라잡이 2019.10.17.]

 

우리가 옳다는 믿음

 

이세린(ACT! 편집위원)

 


 벌써 지난 8월 말의 일입니다. 바쁘게 일을 끝내고 부평역으로 달려가 한창 열리고 있는 인천퀴어문화축제에 참여했었습니다. 인천에서는 두 번째로 열린 축제, 어느 때보다 두려운 발걸음이었지만 그래서 더욱 마음을 다잡았던 것 같습니다. 작년 동인천에서 열린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는 예상치 못한 규모의 혐오세력이 결집하여 무대를 설치하지 못할 정도의 방해와 신체적, 정신적 폭력을 자행했습니다. (*주) 누군가 다친 사진과 혐오세력의 고성이 담긴 영상들이 주었던 충격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나고 자란 도시에서 벌어진 폭력이어서인지, 흉터로 남아 계속해서 매만지게 되는 상처처럼 그 일들을 기억하게 되곤 했습니다.

▲ 인천 퀴어문화축제


 긴장감이 가득했던 하루, 하지만 축제는 큰 충돌 없이 1000여명의 참여로 즐겁게 마무리되었습니다. 행진을 호위하던 인천 지역사회, 그리고 성소수자 단체의 활동가들의 눈빛에서 발견했던 어떤 결연함을 생각합니다. 자긍심을 꺾지 않고 안전을 지키겠다는 그 마음을 나누었기에, 어둑해진 시간까지 남아 귀갓길을 위협하던 이들에 굴하지 않고 함께하는 이들과 그 날을 행복하게 기념할 수 있었습니다.

▲ 2019년 6월 31일 고공 농성에 돌입한 톨게이트 수납노동자들


 지난 6월 31일부터 고공농성에 돌입한 톨게이트 수납노동자들의 구호는 “우리가 옳다”였습니다. 부산퀴어문화축제의 광장 사용을 불허한 부산 동구청에 항의하고자 부산을 향하던 무지개행동 활동가들이 잠시 김천에 들렀을 때,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우리가 옳다! 소수자 동지도 옳다!”는 피켓을 들고 환영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제도권 밖 소수자와 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 지지가 어째서 이렇게 부족한지를 거듭 질문하며, 우리 사회가 너무나 엄혹하다는 생각을 하는 요즘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옳다”는 구호를 반복하며 자신을 지키는 이들을 생각합니다. 투쟁을 이어가는 톨게이트 노동자들, 강남의 고공에서 홀로 버티고 있는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 씨, 미디어 기술을 동원한 탄압에도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홍콩의 시민들. 당연한 투쟁 속에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연대하고 싶습니다.



 이번 액트 116호의 기사들을 소개합니다. [이슈와 현장]에는 관객 공동체 ‘씨네키튼’의 글이 수록되었습니다. 2014년 시작부터 지금까지의 활동기는 관객운동의 차원에서도 주목할 만하며, 어떻게 대안적인 공동체를 오래도록 지속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가이드가 되기도 합니다. [미디어 인터내셔널] 에서는 해외 기업들이 다큐멘터리 지원에 나서는 이유와 함께 최근 주목받는 다큐멘터리 작품들에 기반이 되었던 펀딩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리뷰] 코너에는 영화 <밤의 문이 열린다>와 <엑시트>를 다룬 두 편의 글이 실렸습니다. 박마리솔 님은 유은정 감독의 <밤의 문이 열린다>를 타인과 타인이 서로를 응시하는 것에서 오는 이해, 혹은 이해 불가능성, 그로부터 비롯되는 어떤 위안을 말합니다. 안소현 님은 세월호 참사 이후를 떠올리게 했던 영화 <엑시트>를 ‘재난 이후의 감각’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보다 면밀히 분석합니다. [인터뷰] 코너에서는 ‘필름다빈’을 운영하는 백다빈 씨를 만났습니다. 1인 배급사로 활동하고 영역을 확대해가면서도 그가 지켜내고자 한 ‘젊은 감각’과 즐거운 에너지에 주목하게 됩니다. 
 [ACT! 학습소설]은 오랜 공백기를 지나 “우리가 되는 법 (하)”편으로 돌아왔습니다. ACT! 학습소설은 기술과 미디어 변화에 따른 사회 이슈와 시민의 권리에 관심을 가진 이라면 ‘학습’의 목적 없이도 재밌게 읽히는 이야기라 자부합니다. 미디어 리터러시를 온 몸으로 체화한 늑대소년, 아니 스스로 미디어가 된 소년 ‘훈이’의 이야기가 흥미롭다면, 지금까지 쌓여온 학습소설의 에피소드를 차근차근 돌아보게 되시리라 생각합니다.
 [나의 미교이야기]에는 지금까지의 원고와는 조금 다른 초점의 글이 실렸습니다. 매비우스(매체비평우리스스로)에서 활동한 필자의 경험과 관점이 바탕이 된 이번 기사를 통해 한국 사회에서 미디어교육의 역사를 돌아볼 수 있습니다. [작지만 큰 영화제]에서는 ‘불편한 영화제’ 너멍굴영화제를 다루었는데, 작은 규모의 자발적 영화제로서 가져온 고민이 독자에게도 가닿으리라 생각합니다. [페미니즘 미디어 탐방]은 페미니즘 연구자들이 직접 운영하고 있는 웹진 Fwd를 인터뷰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페미니즘에 대한 많은 토론과 이견의 다툼이 필요하다 느끼는 요즘 논점을 피하지 않는 Fwd의 글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인터뷰라 생각합니다. 
 이번 호의 마지막 원고로는 ACT!의 새로운 편집위원으로 함께하게 된 김세영 님의 [Me,Dear]와 황혜진 님의 [Re:ACT!]도 싣게 되었습니다. 지난 호 황혜진 님의 에세이에 이어 김세영 님의 에세이 또한 자신의 경험을 솔직히 드러낸 문장들에 공감하게 됩니다. 바쁜 일상 중에도 [Re:ACT!] 전주센터의 최란 활동가님께도 감사합니다. 
 이번에도 다채롭게 준비한 ACT, 부디 마음껏 즐겨주세요! □

*주
1) 인천퀴어축제, 공권력은 소수를 보호하지 않았다. (2018.9.10. 인천투데이 김강현 기자) 
http://www.incheontoday.com/news/articleView.html?idxno=11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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