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안녕, 미누>(지혜원, 2018)는 이주민방송 MWTV의 대표이자 다문화 밴드 스탑크랙다운의 멤버였던 미노드 목탄(미누)에 대한 다큐멘터리입니다. 본 작품은 2018년 제10회 DMZ국제다큐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되어 관객에게 최초 공개되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미누의 한국 방문 또한 이루어졌습니다. 그는 영화제를 통해 새로운 만남을 기약하며 네팔로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그의 비보를 접한 것은 영화제 폐막 후 얼마 지나지 않은 10월 15일이었습니다. 진보적 미디어운동 연구 저널 ‘ACT!’는 많은 분들이 영화 <안녕, 미누>를 통해 그를 생각해주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래와 같이 영화 리뷰를 게재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ACT! 112호 리뷰 2018. 12. 14.]


    위로와 연대를 노래했던 사람

    - 다큐멘터리 <안녕, 미누>


    임종우(ACT! 편집위원)



      한 남자가 이름 모를 강가에 있다. 그는 배 위에 앉아 노래를 부른다. 노래 이름은 ‘목포의 눈물’이다. 그는 왜 노래를 부르는 것일까. 왜 ‘목포의 눈물’을 부르는 것일까. 그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다큐멘터리 <안녕, 미누>의 오프닝 쇼트는 많은 질문을 남긴다. 영화의 주인공, 미노드 목탄은 ‘미누’라는 한국 이름을 가지고 있다. 그는 한국의 이주노동자였다. 그는 18년 가까이 한국에서 살아왔다. 이주민방송 MWTV의 대표였으며 다문화 밴드 스탑크랙다운의 보컬이었다. 그는 불법체류자 신분에도 불구하고 공연과 노래를 통해 한국의 이주노동자들을 위로했다. 이주노동자의 삶의 현실을 고발하고 그 현실을 바꾸기 위해 노력한 문화활동가이자 예술가였다. 하지만 그는 표적수사의 대상이 되어 불법체류를 이유로 추방당한다. <안녕, 미누>는 그 이후의 시간에 대한 영화다. 


    ▲ <안녕, 미누>(지혜원, 2018)



      네팔로 귀국한 미누는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 이주노동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해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친다. 네팔 전통 인형을 만들어 한국에 보내기도 하고, 바리스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네팔 내 컨퍼런스에 참여해 이주노동자의 현실을 전하고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한 제도적 보장을 피력한 그는 추방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해서 한국의 문화활동가, 이주노동자와 소통하며 연대하고 있다.


      2017년 어느 날, 그에게 한국 방문의 기회가 주어진다. 서울 핸드메이드 국제박람회의 네팔 대표로 초청된 것이다. 그는 설레는 마음으로 입국을 준비한다. 하지만 그의 마음 한 구석에 어떤 불안이 자리 잡고 있다. 그는 ‘추방’된 사람이기 때문이다. 지난 정권이 증명했듯 한국에는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 반복하건대 그는 표적수사의 대상이었다. 영화는 한국의 블랙리스트에서 빠질 리 없는 인물인 미누의 양가적 감정을 현장 기록과 인터뷰를 통해 섬세하게 담아낸다. 


    ▲ <안녕, 미누>(지혜원, 2018)



      한편, 미누는 네팔 내 한국대사관에서 비자를 취득하는 데 성공한다. 한국 방문에 한 발짝 가까워진 것이다. 그는 기쁜 마음을 안고 비행기에 탑승한다. 영화는 그보다 먼저 한국에 도착해, 그를 기다리는 국제박람회 관계자들을 비춘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미누가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오랜 시간이 지나 메시지 한 통이 온다.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말이다. 외교부가 비자를 발급해주었음에도 법무부는 그의 입국을 끝내 허락하지 않는다. 그는 출입국 사무소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네팔로 돌아간다. 영화는 네팔로 돌아간 미누의 뒷모습을 미디움 쇼트로 관객에게 보여준다. 어깨가 축 처져 활기를 잃었다. 그는 실망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그 감정이 그의 몸을 가득 채우다 못해 새어나온다.


      여기서 잠시, 위 문단에서 미누의 뒷모습 장면의 쇼트 사이즈를 언급한 이유를 설명하고 싶다. 이 쇼트는 ‘반복된’ 쇼트다. 이야기는 오프닝 시퀀스 바로 다음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화는 사운드로 미누가 추방되었다는 보도를 배치한 후, 그의 뒷모습을 미디움 쇼트로 재현한다. 이 쇼트는 미누의 한국 입국 금지와 출국 이후 삽입된 동일한 구도의 쇼트를 통해 그 의미가 선명해진다. 추방은 사건이 아니다. 이는 끝나지 않는 어떤 ‘상태’다. 추방의 트라우마는 종료되지 않는다. 마치 흉터지지 않는 상처와도 같다. 영화 <안녕, 미누>는 이미지의 반복을 통해 회복되지 않는 미누의 상처를 드러내고 그 원인이 한국 당국의 탄압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안녕, 미누>에는 또 다른 장치가 있다. 영화의 첫 번째 씬과 마지막 씬이 대구를 이룬다. 앞에서 미누가 ‘목포의 눈물’을 부르는 장면으로 영화가 시작된다고 하였다. 마지막 장면에서도 그는 같은 노래를 부른다. 그는 고백한다. 한국에 와서 처음 배운 노래가 ‘목포의 눈물’이라고 말이다. 그에게 ‘목포의 눈물’은 복합적인 의미를 가질 것이다. 한국 땅을 처음 밟을 때,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의 긴장과 떨림,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노래를 부르며 맞이한 삶의 전환, 그 모습 뒤로 드리워진 표적수사와 강제추방이라는 비극의 그림자가 이 노래 안에 모두 담겨 있다. 영화는 오프닝 시퀀스를 통해 ‘목포의 눈물’의 의미를 질문하고, 일련의 이야기를 거쳐,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 그 의미가 무엇이었는지 보여준다. 어둔 밤 홀로 노래를 부르는 미누의 모습을 롱 쇼트로 담아낸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관객에게 그의 슬픔에 다가갈 수 있는 시간, 다시 말해 위로의 시간을 제공한다.


    ▲ <안녕, 미누>(지혜원, 2018)



      동시에 해당 장면은 미누의 뒷모습을 담은 두 개의 쇼트와 다른 역할을 하나 더 수행한다. 그 이유는 영화가 해당 장면의 시제가 네팔 공연 삼일 전임을 명시한다는 점에 있다. 그의 반복된 강제 출국 소식을 접한 스탑크랙다운 멤버들은 다시 한 자리에 모인다. 그들은 미누를 위로하기 위해 네팔에서 공연을 진행하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그들은 미누와 함께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친다. 스탑크랙다운 멤버들은 새로운 공연으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헤어지는데, 이 시퀀스 다음으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이어진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간이 역전된 시퀀스의 배치는, 다시 혼자가 된 미누의 상황 혹은 현실에서 조심스레 벗어나, 공연을 통해 그가 느꼈을 희열과 감동을 상기시킨다. 마치 다시 공연이 열릴 것처럼. 영화적 환상이랄까. 작가의 염원이라 할까. 연대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처럼 위로와 연대를 노래했던 그의 음악은 오래도록 끝나지 않고 사람들 가슴 속에 남을 것이다. □ 




    글쓴이. 임종우



    지역영화문화기획자. 학교에서 영상기획을 전공했습니다. 서울독립영화제2016과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2017에서 관객심사단으로 활동했고 이를 계기로 지금은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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