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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큐레이션에서 생각하게 된 것- ACT! 미디어 큐레이션에 쉼표를 찍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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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23. 12. 27.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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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138호 미디어큐레이션 2024.01.04.]

 

미디어 큐레이션에서 생각하게 된 것

- ACT! 미디어 큐레이션에 쉼표를 찍으면서

 

 

임종우(ACT! 객원 편집위원)

 

 

2019년에 미디어 큐레이션을 구상했던 것 같다. 당시 ACT!에는 작지만 큰 영화관 작지만 큰 영화제에서 관련 기사가 나오고 있었다. 그때 개인적으로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영상위원회 독립영화공공배급망센터에서 상영관 매니저로 일하며 첫 사회생활을 경험하는 중이었다. 서울에 있는 각종 공공시설에서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일을 했다. 그리고 좋은 기회로 지역에서 영화제 프로그래머로도 일하게 되었다. 두 가지 생각을 했다. 하나는 맥락으로서 공간이, 때로는 상영하거나 전시하는 작품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하다는 점이었다. 다른 하나는 영화관 혹은 영화제로 범주화하기 어려운 현장으로서 맥락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위와 같은 생각 위에서 2020 3월호를 목표로 미디어 큐레이션을 기획하기 시작했다. 몇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우선 섭외가 예상보다 어려웠다. 큐레이션에 깊게 관여하지 않아서 조심스럽다는 거절이 생각보다 많았다. 담당 편집위원인 나 자신부터 누구에게 원고를 청탁해야 하는지, 미디어 큐레이션을 도대체 누가 수행하고 있는지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웠다. 가시화되지 않은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작품이 아닌 큐레이션만으로 원고를 쓰는 것에 의문을 표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2020 2월부터 코로나19 문제가 급격하게 심해지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취재 아이템을 모아두고 싶었는데 모든 게 불투명해지기 시작했다. 결국 ACT! 121호가 되어서야 첫 번째 미디어 큐레이션 기사를 발행할 수 있게 되었다.

 

 

▲ ACT! 미디어 큐레이션 코너 기사
▲ ACT! 미디어 큐레이션 코너 기사

 

 

미디어 큐레이션 초반에 기획한 일련의 기사는 결국 대안적인 영상문화(독립영화제, 독립영화 공동체상영 등)의 디지털 전환과 코로나19 대응을 주요 아젠다로 할 수밖에 없었다. 서울인권영화제가 추진한 코로나19 인권영화제와 포스트핀이 개발한 영화제 전용 온라인 플랫폼 온피프엔(ONFIFN)”이 대표적이다. 한편, 디지털 전환이라는 실천 과제에 대해서는 다소 보수적이었다고 평가할 수도 있지만, 커뮤니티시네마페스티벌이나 마산영화구락부의 무학산영화제와 같이 소규모 공동체 기반 물리적인 공동체상영이 축적해 온 사회문화적 가치를 지켜나가는 현장 주체의 이야기도 같이 담았다. 다양한 마음이 존재했다는 걸 남기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하지만 기획자로서 아쉬운 부분도 상당히 많다. 다음에 더 좋은 현장 연구를 하기 위해 여기에 쏟아두려 한다. 우선 내가 ACT!에서 객원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게 되면서 결합의 정도가 낮아졌고 게을러진 탓에 휴재를 반복하고는 했다. 이에 2020년부터 시작한 코너임에도 지금까지 많은 기사를 내지 못했다. 그리고 취재 혹은 연구의 소재를 자꾸 나의 근처”(독립영화 공동체상영이나, 서울에서 하는 기획이나, 경기도 성남시 지역에서 이루어진 것들)에서 찾았다. 다른 지역 사례를 아이템으로 잡았다가도 바쁜 현실에 치여 포기해 버리는 때도 있었다. 문화예술교육이나 마을공동체미디어로 확장을 꾀하면서 영화관, 영화제라는 틀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결국 독립영화 이야기, 영화제 이야기, 영화관 이야기에 머물렀던 건 아닐까 반성하게 된다.

 

2023년 크리스마스 연휴를 마무리하고 이곳저곳 연말 인사를 나누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일단 지금, 코로나19 이야기는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 그보다 다들 독감으로 고생하는 중이다. 공모사업 등에서 포스트 코로나 같은 건 이제 낡은 소재가 되었다. 126호에서 소개한 온피프엔(ONFIFN)은 이번해가 끝나기 전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커뮤니티시네마페스티벌은 올해 개최하지 않았다. 경기도 성남시 지역에서 다양한 실험을 전개했던 성남시네미디어포럼은 단체등록을 하지 않은 채 잠정 해체했다. 춘천SF영화제도 다시 춘천영화제로 돌아갔다. 물론 초록영화제는 여전히 역사를 이어가고 있고, 싸이파이안페스타와 같은 신규 영화제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많은 게 사라졌고, 가끔 새로운 게 등장했다.

 

올해 미디어 큐레이션에서는 문화예술교육이나 미디어교육에서 미디어 큐레이션을 다루려는 시도에 대해 말하려고 했다. 미디어 리터러시에서 콘텐츠를 해석하고 제작하는 것을 넘어서 이제는 자신이 만든 미디어의 유통, 배치, 매개에 대한 학습과 고민을 요구하는 때이기도 하고, 문화예술교육 영역에서는 창작 이후의 담론 기여와 순환 구조 형성에서 시민의 참여 등이 쟁점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읽으면서 씨앗티즌 프로젝트나 유스 시네마테크 프로젝트 그리고 TMI 프로젝트 사례 등을 미디어 큐레이션에서 소개했다. 그러나 이 기획들이 미디어 큐레이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정도였다 하기는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지 않나 싶다.

 

그렇다면 결국 오늘날 미디어 큐레이팅 실천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미래는 어떨까. 그 비전을 모색하려고 미디어 큐레이션 코너를 만든 것이었는데, 사실 지금 나는 잘 모르겠다. 답답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다. 결국 중요한 건 다시 텍스트인 건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어쩌면 어딘가에 이미 존재하는데 그저 나의 시야에서 포착되고 있지 않는 걸지도 모르겠다는, 일말의 기대감도 있다. 더 나아가 참고할 만한 사례가 없다면 매개자이자 큐레이터로서 내가 직접 선례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도 한다. 이렇게 ACT! 미디어 큐레이션에서 생각하게 된 것을 공유해 보았다. 여전히 화두는 과거와 다른 지금, 지금과 다른 미래다. 일단 나는 조금만 더 여기서 가능성을 찾아보려고 한다.

 


미디어 큐레이션 기사 리스트

 

 

글쓴이. 임종우(ACT! 객원 편집위원)

 

2018년 가을부터 ACT!와 함께하는 중이다. 다양한 직업을 갖고 있는데 요즘은 미디어 비평가이자 큐레이터라고 소개한다. 한동안 커뮤니티 시네마에 집중했고 최근까지 영상 미디어교육과 경기도 성남시 지역을 중심으로 마을공동체미디어에 마음을 썼다. 요즘은 조금 다른 분야에 관한 연구와 활동을 구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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