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혐오하는 사회를 향한 청소년들의 유쾌한 반란 - 씨앗티즌 프로젝트

전체 기사보기/미디어 큐레이션

by acteditor 2023. 3. 14. 16:16

본문

"씨앗티즌 프로젝트 ‘소셜 큐브(Social Cube)’는 사회의 일원으로서 개인의 경험과 관점으로 사회를 바라보고 예술을 매개로 발견하며 드러내고 싶은 무언가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예술을 매개로 혐오에 대항하고자 하는 우리의 시도가 참여자 그룹 안에서 가능한가라는 의구심도 있었으나, 우리는 교육하지 않고 질문함으로써 참여자가 자기에게 다가서고 그것을 작업화하도록 하였다."
[편집자 주] ACT! 134호 미디어 큐레이션 코너에서는 시민 참여적인 미디어 큐레이션(창작, 배치, 매개, 기록)을 포괄한 혐오 대응 청소년 미디어교육(문화예술교육) 사례로서, 협동조합 미래가 기획하고 수행한 씨앗티즌 프로젝트를 소개합니다. 예술교육가 이한숙 협동조합 미래 대표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 임종우(ACT! 객원 편집위원)

 

[ACT! 134호 미디어 큐레이션 2023.03.30.]

 

혐오하는 사회를 향한 청소년들의 유쾌한 반란
- 씨앗티즌 프로젝트

 

이한숙(협동조합 미래 대표)

 

▲ 씨앗티즌 프로젝트 참여자 모집 포스터(출처: 협동조합 미래)

 

 씨앗티즌은 공모로부터 시작되었다. 평소에 고민하고 절실하게 필요로 하던, 그런 교육이 어쩌고저쩌고가 아니라, 공모를 보고 ‘아, 공모 참 좋다.’,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 ‘선정되려면 어떤 주제를 가지고, 해야 할까?’로 시작했다. 팀원을 꾸리고 팀원들과 프로젝트 이름을 정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정말 신났다. 우리가 정한 ‘혐오’라는 주제의 무게보다는 혐오가 가진 자극적인 어감이 우리에게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이라 믿었던 것 같다.

  많은 사람이 프로젝트 제목인 ‘씨앗티즌’이란 이름에 호기심과 관심을 가졌다. 씨앗티즌(See(d)+Art+citizen)은 예민하게 사회를 바라보고(See) 예술(Art)로 이야기하며, 우리가 만들어가는 사회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Citizen)을 의미하며 사회와 마주하는 실천적 예술 프로젝트로 사회의 새로운 씨앗이 되길 바라는 이름이다. 

  시작은 조금 전략적인 접근이었지만 이름을 짓고 준비하면서 우리는 진짜 씨앗티즌이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함께 씨앗이 될 친구들을 찾았다. 사실 처음에는 6호 처분 청소년과 이 과정을 함께하려고 했다. 하지만 코로나의 여파로 시설개방이 어려워 거절당했다. 그래서 우리는 학교 밖 청소년으로 선회했고, 왜 이들과 이 작업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을 찾아야 했다. 결국 우리는 주제와 대상이라는 커다란 구덩이를 스스로 파고 그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혐오’는 우리가 이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동안 더 절실하게 필요한 주제가 되었다. 긴 팬데믹은 시민을 외롭게 했고, 일부의 기득권자들은 혐오를 이용했다. 점점 더 날카롭고 예민한 이야기가 되고 있었다. 이것을 거부감 없이 함께 이야기할 방법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면서도 그저 착하게 살자는 둥글둥글한 교육 캠페인이 아닌 예술적 뾰족함을 가지고 가야 했다.

  참여자는 모집의 어려움으로 학교 밖 청소년에서 비진학 청년까지 확장되었다.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또래와 사회화의 경험과 소속감이 부재할 것이라 예상되는 이 젊은 세대와 만남은 모래알 같은 친구들이 스스로 점점 점성을 만들어 내어가는 케미스트리를 보여주었다. 우리가 혐오의 대안으로 제시하는 ‘연대’를 이들이 조금씩 만들어가 가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프로그램이 끝나면 모래알처럼 흩어지던 친구들이 아무리 집에 가라고 해도, 서로 수다를 떨거나 이후 스케줄을 서로 공유하고, 각자 센터의 행사에 초대하는 등 점점 우리인 씨앗티즌이 되어갔다.

 

 

교육이 아닌 질문으로 씨앗티즌의 배움을 구축

  씨앗티즌 프로젝트 ‘소셜 큐브(Social Cube)’는 사회의 일원으로서 개인의 경험과 관점으로 사회를 바라보고 예술을 매개로 발견하며 드러내고 싶은 무언가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예술을 매개로 혐오에 대항하고자 하는 우리의 시도가 참여자 그룹 안에서 가능한가라는 의구심도 있었으나, 우리는 교육하지 않고 질문함으로써 참여자가 자기에게 다가서고 그것을 작업화하도록 하였다. 씨앗티즌의 모든 활동가, 아키비스트, 프로젝트 메이트(기획에 함께하는 참여자)는 작업에서는 조력자, 토론에서는 사회자, 수업 외적으로는 대화자의 역할을 하였다. 작업이 이루어지기까지의 과정에는 수업 내외적으로 수많은 대화를 하였고, 이 대화를 통해 참여자가 스스로 자기를 생각하고, 작업 아이디어를 구상했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이 작업이 될 수 있도록 도왔다. 

  <SEEARTIZEN> 전시 관람자 중 ‘씨앗티즌은 수업이 아니라 예술 프로젝트를 했다.’고 이야기한 문화예술교육 활동가가 있었는데, 이는 활동가와 참여자가 교수자와 학습자와 같은 일방적 관계가 아닌 유연하고 수평적인 관계 안에서 서로를 향한 질문을 통해 가능하였다. 2021년 연구를 통해 씨앗티즌은 기존의 교육방식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연구하였고, 2022년 씨앗티즌은 참여자와 동등한 관계로 관계를 맺고, 참여자의 작업에 교육하지 않고 질문함으로써 씨앗티즌의 지향에 다가섰다. 

 

▲ 주제 브레인스토밍 사진 (출처: 협동조합 미래)
▲ 프로젝트 기획 사진 (출처: 협동조합 미래)
▲ 프로젝트 작업 사진 (출처: 협동조합 미래)
▲ 씨앗티즌 전시 현장 사진 (출처: 협동조합 미래)

 

프로젝트 구축은 튼튼하게 진행은 유연하게

  우리 프로젝트를 교육모델로 구성해보자면, 기본은 아이스브레이킹과 프로젝트에 대한 소개를 할 수 있는 1차시 진행, 이후 참여자가 직접 주제에 대해 리서치, 공유, 토론을 통해서 작품활동의 동기를 유발할 수 있는 2~4차시 진행, 그리고 함께 또는 각자의 작업에 몰입할 수 있는 5~9차시 진행 후 공유하는 10차시로 설계했다. 이후 심화 프로젝트를 통해서 작품과 주제를 심화할 수 있으며 더불어 많은 사람이 참여하여 과정과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공유회(전시, 발표회 등)로 진행되었다. 이 기본적인 틀을 만들었지만, 문화예술교육의 현장은 생물과 같아서 항상 교육 현장, 참여자에 따라서 변수가 발생하며, 그 변수에 따라 유연하게 운영했다. 

 

▲ 씨앗티즌 프로젝트의 구성(출처: 협동조합 미래)

 

<SEEARTIZEN> 전시로 꽃을 피우고, <ARTCHIVE>로 열매를 맺다

  문화예술교육이 과정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이것이 결과를 무시해야 하는 말과 등가는 아니다. 전시를 준비하면서 우리는 어떻게 프로젝트의 과정을 더 잘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 참여자들은 자신이 하는 작업이 재미있지만은 않았다. 이게 과연 완성될 것인가? 다른 사람들이 이것을 예술이라고 생각할 것인가의 확신이 없었다. 험오용어의 뜻을 찾아보고 ‘이게 말이야? 똥이야?’라고 한 말은 똥 모양의 ‘배출구’라는 작품이 되었다. 혐오를 당한 사람의 공허한 눈은 ‘X'라는 대형 일러스트가 되어 우리를 지켜보았다. 이렇게 화이트 큐브 안에 작품들이 설치되고, 많은 관객 앞에서 자기 작품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얻는 지지와 응원은 그들의 마음에 커다란 꽃을 피웠다.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오셔서 제 작품을 칭찬해주시니, 내가 살아있는 것이 헛되지 않다는 것을 느꼈어요.’ 전시 오픈 당일 가족을 초대하지 않았던 참여자들은 진행되는 동안 가족과 함께 전시를 찾았다. 

  전시가 끝이 아니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쌓은 수많은 자료를 정리해야 했다. 단순한 정리가 아닌 과정을 다시 되짚으면서 우리 사이에 일어난 이슈와 고민 점에서 스스로 의미를 찾아가는 창작과정으로 아트카이브(Artchive, Art+Archive)를 발간했다.  

  씨앗티즌 프로젝트는 연구와 실험을 통해서 교육모델을 만들고 팀원과 참여자 모두의 성장이라는 소정의 성과를 거두었다. 청소년, 청년과 ‘혐오’라는 중요한 의제를 다루었지만, 그 주제가 다소 어렵고 무겁게 여겨졌다. 그래서 올해는 ‘허튼예술’이라는 엉뚱한 이야기를 통해서 참여자들이 조금 더 쉽게 공감하면서 세대 간 갈등, 문화다양성 등의 사회에 대한 시각을 확장할 수 있는 프로젝트로 실험하고 확산하고자 한다.□

 

■ 아르떼 라이브러리 씨앗티즌 아카이빙북 ‘아트카이브’
https://lib.arte.or.kr/educationdata/board/ArchiveData_BoardView.do?board_id=BRD_ID0058986

 



글쓴이. 이한숙(협동조합 미래 대표)

  ‘삶의 태도로 성장하는 문화예술교육 기획자’라고 거창하게 이야기하고 부끄러워서 숨고 싶습니다. 지금처럼 멋지고 싶은 마음과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는 마음이 싸우듯이, 문화예술교육 안에서 ‘교육’과 ‘예술’의 경계, ‘과정’과 ‘결과’ 등등 이슈 사이에서 방황하면서 그 안에서 밸런스를 맞추려고 비틀거리며 걸어가는 중입니다. 무엇 하나 정답을 가지고 하는 일은 없지만, 이 방황이 저의 성장의 동력이라는 것은 확실합니다. 

 

 

 

 

 

(클릭하시면 CMS 정기후원 자동이체 간편동의 바로가기로 이동합니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