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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35호 퍼블릭액세스] KBS <열린채널> 5년을 돌아보다 - 열린채널을 둘러싼 쟁점과 해결방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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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35호 / 2006년 10월 12일

 

 

KBS <열린채널> 5년을 돌아보다

- 열린채널을 둘러싼 쟁점과 해결방안 -
 
박 채 은 ( ACT! 편집위원 )

1. 들어가며
오늘날 미디어는 소비의 측면에서는 매우 대중적(mass)이지만, 미디어 생산에 참여하는 데 있어서는 극히 제한적이다. 19세기 매스미디어의 등장은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확장시켰지만, 미디어를 생산하는 전문가들과 일반 대중들을 분리시키고 말았다. 대중들은 소비자, 시청자라는 수동적 위치에서 신문, TV, 라디오, 영화가 쏟아내는 많은 정보들을 받아들이는 역할에 만족해야 했다. 현대의 매스미디어 시대에는 ‘커뮤니케이션(소통)’의 의미가 주파수를 잘 찾는 것, 혼선을 없애는 것, 채널을 늘리는 것, 화질 좋은 TV를 구매하는 일 등의 기술적인 문제로 인식되게 되었다. 서로 대화하고 소통하고 공유한다는 커뮤니케이션의 본래적 의미는 전도되게 된다. 
한국의 공중파 방송이 시작된 시기는 군사정권이 시작된 시기와 일치하며 군사 정권 하에서 방송은 심각한 국가검열에 의해 왜곡되어 정권의 대변인 역할을 했다. 또한 군사 정권하에서 민간 방송국들은 강제적으로 통폐합되어 소수의 독점적인 방송사 구조를 확립했다. 문민정부 이후 상업방송사인 SBS가 개국했으나 오히려 모든 방송을 시청률 경쟁으로 몰아가면서 방송의 공익성은 약화되고 상업적 성격이 강화되었다. 1995년에는 방송의 지역성,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케이블 TV가 도입되었으나 이때에도 역시 시민들의 방송참여를 보장하는 퍼블릭 액세스 제도가 함께 정착되지는 못하였다.
1960년대, 정치권력과 자본, 그리고 제1세계에 억눌렸던 전 세계 민중들은 표현의 자유와 커뮤니케이션 권리를 획득하기 위해 다양한 실천을 전개한다. 이 과정에서 퍼블릭 액세스도 구체화되었다. 1960년대 후반 캐나다에서는 몰락해가는 광산마을과 어촌마을, 그리고 대도시 빈민가의 주민들이 지역공동체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고 정부에 주민들의 의견을 직접 전달하기 위해서 퍼블릭 액세스 운동을 최초로 시작하였다. 이 운동은 이웃해 있는 미국으로 확산되어 케이블 채널에 퍼블릭 액세스 채널(PEG, Public, Educational, Governmental)을 의무화시키는 데에까지 나아가게 된다.
우리나라도 시청자의 방송참여를 보장하는 통합방송법이 2000년에 통과되었다. 이 법이 통과된 배경에는 미디어활동가, 시민사회단체, 연구자들의 지속적인 문제제기와 요구가 있었다. 이 법의 통과는 미디어운동 성장의 중요한 전기를 마련하였다. 지상파, 케이블, 위성방송에서의 시민들의 참여와 접근의 기회가 확대되었다. 이 법이 통과되고 나서 공영방송 KBS에는 <열린채널>이라는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 편성되었고 케이블 TV 지역채널에 시청자가 직접 제작한 프로그램이 방송될 수 있게 되었다. 2001년 위성방송이 출범할 때에는 시청자참여채널인 시민방송 RTV가 개국을 할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해 주기도 하였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인 KBS <열린채널>이 방송을 시작한지도 벌써 5년이 지났다. 2001년 5월 5일 <호주제 폐지, 평등가족으로 가는 길>을 시작으로 그동안 열린채널을 통해 방송된 작품은 200여편이 훨씬 넘는다. 초기에 프로그램 부족으로 결방되던 것과는 달리 현재는 방송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많은 참여가 이루어지고 있다. <열린채널>에 대한 시청자, 시민들의 참여가 지난 5년 사이에 급격히 늘어났다.
이러한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열린채널>이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으로서 진정으로 우리 사회의 소외받는 사람들과 방송의 주변부에 있었던 시청자들의 미디어 접근 권리를 실현하고 열린 참여를 보장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만족스러운 답을 내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최근 열린채널에 참여하였던 시민제작자들을 중심으로 "닫힌채널"이라는 모임을 구성하여 닫혀 있는 <열린채널>을 열기 위한 운동을 벌이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열린채널>이 열려있지 않다"라는 말은 <열린채널>의 아이러니를 잘 드러내 준다. <열린채널>은 방송 역사상 처음으로 자체제작과 하청외주라는 기존 방송의 이분법적 생산구조를 탈피할 수 있는 퍼블릭 액세스의 실현의 첫 출발이었으나 '퍼블릭 액세스'의 완전한 실현은 많은 장벽을 극복해야 하는 것임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고 있다. 이 글에서는 <열린채널>에 대한 지난 5년간의 평가를 바탕으로 현재 <열린채널>의 문제는 무엇이며 이 프로그램이 진정한 액세스 프로그램으로서 자리 잡기 위한 방안이 무엇인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2. <열린채널> 5년의 평가




(1) 정책적 측면

2000년 2월 통합방송법에서 KBS에 월 100분 이상 시청자 참여프로그램 편성을 의무화하면서 KBS <열린채널>이 시작될 수 있었다. 법적으로 방송시간을 보장받고 있으며, 제작비를 방송발전기금을 통해 지원받을 수 있고, 전국방송을 통해 방송된다는 점에서 <열린채널>은 중요한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아 왔다.
그러나 방송법은 KBS에 시청자참여프로그램 편성에 대한 의무만 강제했을 뿐, 시청자참여프로그램 편성으로 인해 불거질 수 있는 심의, 지원 등에 대한 제도적, 법적 규정들은 미비하였다. 이는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을 둘러싼 여러 가지 논란을 야기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특히 지난 5년 동안 <열린채널> 방영을 두고 법정 소송까지 간 "주민등록증을 찢어라" 사태와 KBS의 심의로 인한 방송연기 및 불방사태에 이르렀던 "우리 모두가 구본주다" 문제 등 시청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문제들이 줄곧 발생하여 왔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기관인 방송위원회는 거의 무관심에 가까운 태도를 보였다.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의 제작 활성화를 위한 시책을 수립 시행(방송법시행규칙 제13조 5항)해야 하는 주체임에도 불구하고 5년 동안 방송위원회는 <열린채널> 문제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처하였다.
5년 동안 정책적으로 가장 큰 변화라면 바로 제작비 정산 방식의 변화일 것이다. 방송위원회는 작년 말 KBS <열린채널>에 대하여 ‘증빙서류에 근거한 지원금액 결정방식’을 폐지하고 ‘프로그램 채택료 방식’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발표하였다. 그동안 복잡한 영수증 정산 방식은 <열린채널> 참여를 제약하던 요소 중에 하나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최고 1000만원에 이르던 제작비 지원은 최고 800만원으로 삭감되었다.

(2) 운영의 측면

방송법 제정 이후에도 KBS <열린채널>이 방송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필요했다. 2000년 7월 KBS는 시청자참여프로그램 관리부를 신설하고 같은 해 11월 시청자참여프로그램 편성기준을 마련하였으며,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의 운영의 실질적 책임을 지는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운영협의회를 KBS시청자위원회 산하에 구성하였다. 
초기에는 KBS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운영협의회의 과반수 이상이 KBS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위원들로 구성되고 방송위원회도 참여하면서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내용의 프로그램에 대해 계속적인 편성 불가 결정을 내리는 등 운영협의회 자체가 검열기구화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와 미디어운동단체의 지속적인 문제제기를 통해 보다 객관적이고 자율적인 운영을 위해 외부의 전문가들과 KBS 시청자위원 2인이 참여하게 되면서 점차 자리를 잡아나갔다.
그러나 작년 9월 KBS는 이견 조정의 어려움, 책임성과 대표성의 문제, 심의실과의 관계설정 등을 이유로 운영협의회를 별도로 두지 않고 시청자위원회에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소위원회를 두고 소위에 참여하는 시청자위원들이 직접 선정과 심사를 담당하기로 결정하였다.
운영구조의 변경 과정에 대하여 시민사회단체와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추진된 사실과 소위로의 운영구조가 바뀐 이후 시민제작자들과의 소통이 더욱 어려워진 것은 <열린채널> 운영과정에서 시청자가 소외되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작년에 <우리 모두가 구본주다>라는 프로그램이 대재벌의 회유와 협박 속에서 자그마치 5개월이 넘게 방송이 보류되었다. 책임성과 대표성, 그리고 일의 신속한 처리를 위해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소위원회가 구성되었으나, 이 문제에 대해 소위원회는 결정을 내리지 못하였다. 결국 이 프로그램을 만든 제작자와 다른 시민제작자, 시민사회단체에서 지속적으로 문제제기하고 방송을 요구하는 것을 통해 많은 부분 수정을 가한 뒤에야 방송이 될 수 있었다.
이렇게 심의 문제와 같은 구조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의 참여를 제약하는 요소들도 여전히 남아있다. KBS는 송출/편성 업무 외에는 시청자참여프로그램에 대한 기술 지원은 거의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KBS가 <열린채널>을 바라보는 인식에 있다. <열린채널>을 외주프로그램과 동일시 하거나 시민제작자들에게 시혜적 태도로 일관하는 KBS의 태도는 <열린채널>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
 
3. 열린채널을 둘러싼 쟁점과 해결방안
 
<열린채널>은 방송법 69조에 의해 보장되고 있으며, 정책입안과 규제는 방송위원회에서, 운영은 KBS 시청자위원회가 담당하고, KBS는 운영 실무 및 지원을 맡고 있다. 정책/운영/지원이라는 세 가지 영역에서 현재 <열린채널>을 둘러싼 문제들을 정리해 보고 해결방안을 모색해 보려 한다.
아래 표는 정책/운영/지원 영역에서의 쟁점들을 정리한 것이다.
구 분
쟁 점
내용
정책 심의 문제
방송사 자체 심의 면제와 심의 일원화
지원 확대
시청자 참여 확대에 따른 지원예산 증액
제작자 보호 제도
제작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운영 운영구조
독립적 운영구조 마련 및 열린 운영
편성 관련
시청자 참여 증대에 따른 편성시간 확대
시청자 접근이 용이한 주시청대 편성 및 재방송
지원 기술 지원
종편 지원(디지베타변환, 로고삽입 등)
제작참여에 대한 상세한 정보 제공
사전제작지원 확대
방송 참여 기회 확대 및 프로그램 활성화
KBS 자료 제공
공영방송의 컨텐츠 공정이용 권리 보장
프로그램 아카이브
시청자참여프로그램에 대한 보관 정리
 


(1) 정책 - 열린채널 활성화를 위한 제도 및 정책 마련
① <열린채널> 심의 : '선정심의-자체심의'의 이중 구조 일원화

방영 5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는 문제는 심의 문제이다. 먼저 현행 방송법상으로는 KBS의 시청자프로그램은 KBS의 자체심의(86조)를 반드시 받아야만 한다. 그러나 방송사의 자체심의는 <열린채널>과 같은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에 대한 사전 검열로 작용할 수 있다는 문제제기가 계속 있어왔다. 그리고 실제로 "한총련과 국가보안법" "우리는 일하고 싶습니다" "우리 모두가 구본주다"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소재이거나 재벌과 같은 거대 권력의 압력이 가해지는 경우, 선정이 되었다 할지라도 KBS 자체 심의에 의해 방송 보류되는 사태들이 반복되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 "우리 안의 다문화가족"의 경우 자막 오기를 수정하지 않으면 선정과 관계없이 방송이 불가하거나 연기될 수 있다고 일방적으로 통보 받는 등 KBS의 심의가 시민제작자들에게는 부당한 권력으로 인식되고 있다. "우리 안의 다문화가족"의 경우 실제 자막이 아니라 영상에 나온 현수막의 자막 표기 오류를 수정하라는 황당한 요구를 받은 것이어서 방송사의 자체심의의 의도 자체를 의심케 한다.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을 정착시켜 나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원칙 중에 하나는 최대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다.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의 도입 목적이 사회적 약자나 소수계층,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방송에 직접 반영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표현의 자유가 최대로 보장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미국, 독일 등 퍼블릭 액세스 방송을 보장하고 있는 나라에서는 사전심의를 원칙적으로 배제하고 있다. 미국의 퍼블릭 액세스 채널의 경우, 모든 액세스 프로그램에 대한 사전 사후 심의가 없다. 시민들이 제작한 모든 프로그램은 자유롭게 방영되며, 사후적으로 문제가 제기될 때에만 그 위법성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에서 방송될 수 없는 내용은 상업적 내용이나 공직 후보자를 위한 내용, 복권정보에 대한 내용, 음란하거나 외설적인 내용의 방송에 한한다. 
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행 방송법에서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의 경우 방송사의 자체심의를 제외하는 내용과 심의 관련 규정에 시청자제작프로그램에 대한 별도의 규정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지상파, 케이블, 위성 등 매체 특성에 따라 다른 심의 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지상파 전국방송과 케이블, 위성방송에서 방송되는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에 대한 규제는 다를 수 있다. 외국의 경우 케이블 액세스 프로그램의 경우,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최대로 보장하기 위해서 심의를 하지 않는다. KBS와 성격이 비슷한 영국의 공영방송 BBC의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이었던 에 대한 규제원리는 다음과 같았다.

1. 프로그램에 광고물이나 상업적 투자를 요구하는 내용이 들어가서는 안된다.
2. 저속한 표현을 하여서는 안된다.
3.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이나 명예훼손을 하여서는 안된다. 
4. 폭력이나 불법 행동을 자극하거나 인종차별적인 표현을 하지 않아야 한다.
5. 정치정당이나 선거후보 캠페인을 하여서는 안된다.

방송사의 자체심의는 면제하되, <열린채널>의 프로그램 특성상 선정과정에서 심의가 이루어지도록 일원화해야 한다.

② 지원예산 확대

구분
2005년
2006년
2007년
2008년
KBS
370
416
416
416
기타방송사업자
488
684
885
985
(단위 : 백만원)

방송위원회 2007년도 기금운영계획안을 보면, 기타방송사업자의 예산은 매년 증가하고 있으나 KBS <열린채널>의 2010년까지 4억 1600만원으로 전혀 예산 증액 계획이 없다. 9월 현재 <열린채널>은 11월 말까지 모든 방송 편성이 완료된 상태이며, 매달 15편에서 20편씩 신청 접수가 쇄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전혀 예산 계획에 반영되어 있지 않은 것은 방송위원회가 현재 열린채널의 수요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수요가 매년 증대하고 있는 <열린채널>에 대한 지원 예산이 확대되지 않으면, 월 100분의 편성시간도 늘어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당장 9월에 선정될 프로그램은 연말이나 내년에 방송될 수밖에 없다. 2006년의 경우, 추경예산을 편성하거나 기타방송사업자의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지원예산에서 집행되지 않은 예산을 추가 지원하는 등의 대책을 통해 빠른 시일 내에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리고 2007년 예산의 경우도 현재의 수요를 감안하여 반드시 증액이 필요하다.

③ 제작자 보호 제도 마련

2001년 11월 <농가부채특별법 그 후>의 방송을 둘러싸고 벌어진 운영규정상의 손해보증보험 제출 의무규정에 대한 논란의 핵심은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의 방송 따른 법적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것이었다. 먼저 시민단체는 KBS시청자참여프로그램은 시청자의 액세스권 보장 취지에 따라 법적 책임은 제작자에게 있고(실제로 제작자는 작품 제출시 민형사상의 책임을 지겠다는 각서를 제출하게 되어 있다), KBS는 편성송출 의무만 있으며, 운영은 KBS시청자위로 해석하고 선정심의는 운영주체인 KBS 시청자위원회가 하고, 결국 방송에 따른 책임은 선정심의를 담당하는 시청자위원회에게 있기 때문에 방송에 따른 KBS의 책임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반면 KBS는 일부 변호사의 유권해석에 따라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을 제작자가 제작했다고 하더라도 편성과 송출권을 갖고 있는 KBS가 방송을 하게 되면 KBS에 법적 책임이 있다고 해석하였다. 
이에 대해 방송위원회는 다음과 같은 유권해석을 내렸다.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의 방송 따른 법적 책임은 방송프로그램을 제작한 제작자와 이를 편성하여 방송한 KBS가 공유한다고 봅니다.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의 제작자는 타인의 초상권이나 명예훼손, 또는 저작권 침해 등 위법한 사항에 대해 제작자로서의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으면, 방송편성권과 심의권을 갖고 있는 KBS로서는 일단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이 방송되었다면 이는 KBS의 편성에 의한 것으로서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이 있다고 봄이 적절합니다. 다만, 프로그램 제작자와 방송사간 책임의 경중은 각 프로그램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이는 사법적 판단이 요구되는 사항으로 사료됩니다.> 이러한 방송위원회의 유권해석에 따라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제작자는 보증보험에 반드시 가입하여야 하고, 보험료는 제작지원금 지급시 포함하여 지원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이 보증보험은 시청자참여프로그램 방송으로 인한 문제 발생시 KBS가 지게 될 손해배상을 위한 보험이지 제작자를 보호하기 위한 보험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비용을 채택료에 포함시켜 제작자가 전적으로 부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이와는 별도로 KBS에서 일괄적으로 보험료를 납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오히려 현재 필요한 것은 제작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현재는 모든 민사, 형사상 책임을 제작자가 지게 하면서도 제작자를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도 없다는 것 때문에 시민제작자들의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고 자기 검열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 개인 혹은 비영리 단체가 명예훼손, 손해 배상 청구 등 모든 법적 책임을 감당하게 할 게 아니라 법률 자문이나 제작자를 위한 보증보험과 같은 보호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2) 운영 - 운영 구조 개편 및 편성 확대

① 운영구조 개편 : 독립적 운영 구조 및 열린 운영

<열린채널> 운영에 있어서 방송사로부터 독립적인 구조는 반드시 확보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방송법에서는 KBS 시청자위원회가 열린채널 운영을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년간 시청자위원회 산하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소위원회의 열린채널 운영을 평가해 보았을 때, 앞서 밝힌 운영구조 개편의 목적이 제대로 달성되었는지 의문이다.
<열린채널>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독립성과 함께 시청자참여프로그램 활성화를 위한 적극적 역할과 열린 운영이다. 특히 열린 운영은 <열린채널>의 생명력과도 같은 커뮤니케이션 활성화의 기본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난 16기 소위에서 보여준 것은 시민제작자들과는 대화하기를 거부하고, 내부의 모든 논의는 비공개로 하는 폐쇄성이었다. 선정심사 과정의 비공개를 이유로 모든 논의를 내부에서만 해결하려고 하는 태도는 <열린채널> 활성화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열린채널>의 독립적 운영과 열린 운영을 위해서 두 가지를 제안한다.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소위원회를 시청자위원들만으로 구성하지 말고, 외부의 퍼블릭 액세스 전문가들의 참여를 통하여 보다 전문적이고 독립적인 운영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여야 한다. 그리고 운영지침 제8조(회의 및 보고)에서 "시민제작자 10인 이상이나 5개 이상의 단체가 임시회의 소집을 요구할 경우"(전 iTV 경인방송의 <게릴라 리포트>라는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의 운영지침에는 이와 같은 조항이 포함되었다.) 를 추가하여 시민제작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민주적이고 열린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

② 편성 확대

현재 <열린채널>에 참여하고자 하는 수요가 매우 많기 때문에 현재 월 100분으로 되어 있는 편성시간을 반드시 늘려야 한다. 그동안 방송신청은 매우 늘었으나, 편성시간이 제한되어 있어서 24분으로 신청했던 프로그램을 12분으로 줄여 오라는 요구가 공공연히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편성시간이 부족하면 편성시간을 늘리는 방향으로 문제를 풀어야지 시청자가 만든 프로그램을 반토막 내는 것으로 해결하는 것은 올바른 해결방법이 아니다. 편성시간 확대의 문제는 곧 지원예산과 연동되어 있으므로 앞서 지적하였던 지원 예산 확대와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지난 8월 말 임기를 마친 16기 시청자위원회 마지막 회의에서도 편성시간 확대를 공식적으로 KBS에 요청한 바 있다. KBS도 편성 시간 확대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방송위원회에 예산 증액을 요구하여야 한다.
시간 확대와 함께 편성 시간대도 시청자들의 접근이 용이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열린채널>을 시청할 수 있는 평일 주시청시간대에 편성하고, 주말에는 재방송으로 편성해야 한다. BBC 의 경우에는 심야에 방영되고 주말에 재방송되었는데 당시 시청자들이 주시청시간대에 방송할 것을 요구하기도 하였다. 이 프로그램의 후속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는


(3) 지원 - 시청자참여프로그램에 대한 실질적 지원 강화

① "간섭과 지원의 경계"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에서 방송사와 시민제작자 사이의 관계는 매우 미묘하다. "간섭과 지원의 경계"는 어떻게 나뉘는가. 방송사 담당자가 주고자 했던 도움이 때로는 시민제작자들에게는 프로그램에 대한 지나친 간섭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또한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이니 간섭을 하지 않겠다는 방송사의 태도는 시민제작자들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지원도 하지 않는 폐쇄성으로 들어나기도 한다.
그러나 간섭과 지원은 분명히 다른 것이다. 프로그램에 대한 "통제권(control)이 누구에게 있는가"가 이 두 가지를 구분 짓는 매우 중요한 질문이다. 이번에 실시한 열린채널 설문조사에서 나왔던 KBS에 대한 불만은 바로 KBS가 시민제작자들에게 보인 일방적이고 권위적인 태도이며, 프로그램에 대한 최종 결정권이 있는 제작자를 존중하지 않음으로 인해 나온 평가들이었다. "같은 위치에서 도움을 주려 하기 보다 왜 항상 위에서 가르치려 드는가"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끊이지 않았던 것은 바로 KBS가 지원은 하지 않고 간섭하려는 데에서 비롯된 것이다.
BBC에서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 제작을 도왔던 공동체프로그램팀(Community Programme Unit)은 프로그램의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사무실을 BBC TV 센터에서 떨어진 곳으로 잡을 정도로 방송사의 간섭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한 노력을 했고 시민제작자들을 지원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② 지원의 확대 : 기술지원 및 사전제작지원

현재 KBS <열린채널>은 어떠한가. 간섭은 있되, 지원은 별로 없는 것이 현실이다. 아주 작은 예이지만 디지베타 규격의 테이프를 제출하라는 것도 일반시민의 참여의지를 위축시키는 것이다. 현재의 여건상 디지베타 작업을 할 수 있는 종합편집 시설이 제한적이고, 종합편집실 이용 경험이 없는 시청자는 <열린채널> 접근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또한 열린채널 로고를 붙이는 작업은 KBS에서 송출을 위해 필요한 것인 만큼 얼마든지 KBS가 기존 장비를 활용하여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홈페이지에 제작 정보가 명확하게 설명되어 있지 않은 것도 문제이다. 시민들의 참여와 접근을 높이고 초보자인 사람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배려와 세심함이 필요하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참여프로그램 제작지원(사전/제작과정/후반작업 등)에 나서야 한다. 전 제작과정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사전제작지원을 통해서 제작자들이 안정적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고, 제작과정에서 부딪칠 수 있는 문제들(독립제작자들이나 개인이 제작을 함으로 인한 공공기관의 인터뷰 거절이나 협조 거부 등)에 대해서 협력-예를 들어 공문발송 등-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열린채널>에서 다루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제작되지 않는 주제에 대해서 적극적인 지원을 할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하다. 또한 시민단체나 제작의 역량이 부족한 단체에서 어떠한 주제에 대해서 액세스 프로그램을 제작하고자 할 때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역할 또한 필요하다. 실제 제작과정에서는 작업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을 같이 의논하고 해결할 수 있는 역할이 필수적이다.

③ 아카이브 및 공영방송 컨텐츠 공정이용 보장

방영프로그램에 대한 보관, 아카이브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그간 방영되었던 프로그램을 아카이브 화하고, 이 프로그램이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 노력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제작자의 동의를 전제로 하여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방안을 기본으로 하여 같은 주제에 대한 프로그램을 DVD로 제작하여 필요한 곳에 배포하는 방안 등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그동안 방영되었던 프로그램을 분석하여 어떠한 문제점들이 있고 어떤 해결책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연구가 필요하다.
더불어 방송사 SOURCE에 대해서 액세스 프로그램에 사용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하여 제작자들이 쉽게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KBS는 공영방송이므로 공영방송의 컨텐츠는 공유자산이라 할 수 있다. 시민제작자들이 비영리를 목적으로 제작하는 경우 공정이용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이미 BBC는 자신들의 모든 컨텐츠를 공공 아카이브화 하고 있다.
 
4. 결론 - 열린채널, 방송 공공성의 지표
 
<열린채널>과 같은 퍼블릭 액세스의 진정한 실현을 위해서는 앞서 지적한 것처럼 지속적인 지원과 정책적 개발이 필요하다. 방송위원회는 적극적으로 지원 정책들과 미비한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하며, KBS는 <열린채널>을 외주제작프로그램이 아니라 공영방송의 공공성을 보장하고 시청자들의 주권을 실현하는 핵심적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열린채널>은 디지털 시대, 방송통신융합시대에도 여전히 지켜져야 할 방송 공공성의 지표이다. 그리고 그것은 기존의 공영방송이 추구해왔던 다수자를 위한 공공성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즉, <열린채널>은 다수성, 보편성이라는 이름으로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소수자들을 억압하는 그런 공공성이 아니라 배제되고 억압받는 집단들의 차이와 소수성을 모두 포함하는 새로운 의미의 공공성을 실현시키는 중요한 기제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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