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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37호 퍼블릭액세스] 다시 시작하지만 괜찮아! -RTV <행동하라, 비디오로!-액션V>의 기반으로 독립제작자네트워크를 상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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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37호 / 2006년 12월 7일

 

 

다시 시작하지만 괜찮아!
-RTV <행동하라, 비디오로!-액션V>의 기반으로
독립제작자네트워크를 상상하다
 
강수연 (<행동하라, 비디오로!-액션V> 제작팀)
 
‘전국 19개 지역, 44개 단체’?
 
사실 어떻게 내가 <행동하라, 비디오로!-액션V>(이하 액션V)의 법적 책임자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무슨 말인지 모르시겠다면 설명 드리겠다. <액션V>제작팀의 일원인 나는 RTV와 프로그램 계약(보통 3개월에서 6개월 단위)시 대표자로 도장을 찍는 사람이란 말이다. 모든 법적 책임은 서류상으로 나한테 있다고 할 수 있고 제작비도 내 통장으로 입금된다. 물론 모든 프로그램에 책임자는 있게 마련이고 제작팀의 일원인 내가 대표계약자가 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한 번만 생각해보자. <액션V>가 어떤 프로그램인가. 지난 4월 한 언론에 소개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행동하라, 비디오로!-액션V’(금 오후 10시·14일부터 격주)는 지상파 방송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는 지역 현안에 대한 지역민들의 움직임을 소개한다. 전국 19개 지역 44개 단체가 참여하는 ‘미디어활동가 네트워크’의 미디어 활동가들이 카메라를 들고 생생한 현장을 담는다. 
- 2004,4,17 서울신문



그렇다. <액션V>의 처음 출발은 이러했다. 지역의 미디어활동가, 또는 지역활동가들과 함께 지역의 현안을 담은 영상물을 모아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아이디어는 미디어운동 네트워크 어디선가(?) 나왔고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길 행동대원으로 나와 이혜린씨(액션V 제작팀, 충북민언련 영상팀장)가 차출(!) 된 것이다. 우리는 코디네이터라는 이름으로 그동안 미디어운동네트워크 내에서 활동해 오던 단위들에게 연락을 취하고 프로그램을 준비해나갔다. ‘전국 19개 지역, 44개 단위’는 여기서 나온 것이다. 4월 14일 시작된 제 1회 방송은 진주, 인천, 청주, 평택 등 4개 지역의 미디어활동가들이 참여했다. 30분 한 회당 대개 3,4지역이 참여했고 월2회 방송, 60분 시간에 6-8개 지역이 참여한 셈이며 이러한 형식은 12회까지 지속되었다.




 
프로그램의 형식을 바꾸다
 
13회부터는 프로그램 형식이 바뀌었다. 제작참여 활동가 중 한명이 간단한 멘트로 오프닝과 클로징을 진행하던 것에서 고정 진행자(강릉씨네마떼끄 박광수)로 바뀌었고, 지역활동가들이 직접 제작한 영상으로 꾸며지는 시간은 전체 프로그램의 1/3로 줄었으며(지금 지역에선!), 지역공동체를 탐방하고(액세스 유랑기) 고정진행자가 활동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코너(누구냐 너!)로 나머지 시간이 채워진다.
그동안 지역활동가들에게 연락을 취하고 액세스를 유도하던, 때문에 코디네이터라 불리던 나와 이혜린씨는 제작팀이라는 이름으로 직접 두개의 꼭지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프로그램 형식이 바뀐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지역에서 액세스되는 영상이 너무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전화로 연락해서 영상을 수급하던 초기와 달리 직접 만나거나 좀 더 적극적인 연락을 취하며 액세스물 제작을 독려하는 데도 불구하고 한계에 부딪힌 것이다. 
물론 적극적으로 2-3회 이상 프로그램에 참여한 지역도 있지만 ‘전국 19개 지역, 44개 단위’에서 단 한 번도 참여하지 않은 단위가 훨씬 많았다. 지역활동가라면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액세스 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공통적인 이유에 공감할 것이다. 때문에 역으로 지역의 현안을 <액션V>제작팀이 직접 찾아가서 방송에 액세스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 형식을 바꾼 것이다. 그러나 처음 생각과 달리 프로그램 형식이 바뀐지 두 달이 넘었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RTV와 지역
 
사실 지역활동가들이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해당 지역에 RTV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중앙 공중파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지역 공중파나 케이블(SO)만해도 지역 내에서는 나름대로 영향력을 체감할 수 있기 때문에 퍼블릭액세스의 의미를 담아낼 수 있지만 방송이 나오지도 않는 RTV에 액세스 하는 의미는 도대체 어디서 찾아야 한단 말이냐고 물어온다면 시원한 답변을 할 수 없다. 전국적인 망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RTV가 의미 없는 채널이라는 말은 아니다. 지난해 9월 이후 이른바 ‘제2기 이사진’ 시대에 돌입한 RTV를 주시하고 활용할 전략을 세우는 것은 미디어활동가들에게 숙제와도 같은 일이다. 제작팀으로서, 계약서에 도장 찍는 사람으로서 나의 고민은 늘 여기서 출발했다. 물론 RTV가 공익성 채널로 선정될 것이라는 개연성 있는 ‘풍문’이 떠돌 때 한숨을 돌리며 조금만 버티자(?)라는 생각으로 이러저러한 공상에 빠져들기도 했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당분간 공익성채널 선정 여부는 물 건너 간 상황이라는 ‘사실’을 듣고 다시 고민에 빠졌다. 아니 사실은 나의 고민의 지점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알고 다시 고민에 빠진 것이다. 도대체 <액션V>는 어디서 태어났고, 왜 RTV에 액세스 하는 것이지? 고민의 고삐를 돌려본다.
 
느슨한 네트워킹? - 적극적인 네트워크!
 
최근 독립영상과 관련한 두드러진 현상 중 하나는 ‘모여서’ 작업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예전에 독립영화진영에서 시도했었던 옴니버스와는 약간 다른 차원에서 제작자들이 ‘모여서’ 작업하는 것이다.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와 ‘한미FTA저지 독립영화실천단’ 등이 그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전에 있었던 ‘이주노동자 프로젝트’와 ‘APEC반대 미디어문화행동’도 각각 맥을 같이했던 전작들이라면 언급한 프로젝트는 좀 더 적극적인 형태로 적극적인 형태로 제작되었거나 진행 중이고 그 성과도 나름대로 한 발 나아갔다고 보인다. <액션V>도 프로그램 형식이 바뀌기 전까지의 언급한 프로젝트와 비슷한 계획을 꿈꾸었고 현재도 전혀 불가능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처음 <액션V> 기획안을 쓸 때의 느슨한 ‘네트워킹’이 아니라 좀 더 조직화된 형태의 ‘네트워크’를 가져간다면 말이다. 사실 조직화된 형태의 ‘네트워크’에 대한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처음 프로그램이 출발할 당시부터 목표는 ‘네트워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지역과 연결지었을 때 RTV라는 현실의 무기력함, 일당백으로 활동하느라 제작에 전념할 수 없는 지역활동가들의 현실, 게다가 <액션V> 제작팀의 무능함까지 겹쳐 엄두를 못 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과감히 고민의 고삐를 돌려 ‘제작에 주력할 수 있는 지역미디어활동가들의 적극적인 네트워크’를 제안한다. 네트워크의 표현에 대해 논의의 지점이 많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중요한 것은 (여전히 거칠지만) ‘지역 제작자 네트워크’라는 것이다.





 
액션V? 독립영상제작자네트워크? - 다시 시작하지만 괜찮아!
 
왜 제작자 네트워크가 필요한가? 예를 들어 미디어활동가가 미디어교육 교사 역할을 맡게 되었을 경우를 생각해보자. 어떤 참여자들과 함께 어떤 내용으로 교육을 할지에 대한 구상을 하고 교육 운영계획을 짜면서 자신의 다른 업무량과 조절하고 스케줄을 관리할 것이다. 구체적인 활동의 상이 정리되면서 계획대로 진행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느슨한 네트워킹 형태의 제작에 참여한다고 생각해 보자. 의미에 동의하고 지역의 현안들이 터질 때 마다 ‘액세스 해야지’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여유있지 않고 결국 액세스를 놓쳐버리는 상황이 많아지게 마련이다. 때문에, 구체적인 활동상을 공유하고 실행해 옮길 수 있는 ‘네트워크’의 조직형태를 운영하자는 것이다. 지역을 담당하는 코디네이터이자 제작자 형태일 수도 있고 공동체를 대표하는 제작자 일 수도 있다. 아주 거칠게 제안된 네트워크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섬세한 계획은 이제 여러분들과 함께 하면 되리라 생각한다.


예전에 <액션V>의 참여를 요청하며 어느 지역의 활동가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도대체 왜 액션V를 해야 되는지 모르겠다, 지역의 활동가들과 공유되지 않은 채 누군가 액션V를 만들어서 지역으로 하달하는 형식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식에 반대한다’라는 얘기가 비수가 되었었다. 맞는 말이다. 네트워크에 대한 제안은 이제 이러한 논의과정을 함께 하며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보자는 얘기이다. 다만 <액션V>의 경험을 토대로 좀 더 적극적인 형태의 ‘네트워크’를 제안하는 것이고 역설적이게도 그렇기 때문에 ‘네트워크’에 대한 논의의 중심은 미디어운동네트워크가 가야할 퍼블릭액세스 방향이 되는 것이지 RTV가 논의의 중심은 아니다. RTV 관계자들이 들으면 심란하겠지만 <액션V>를 위한 ‘네트워크’가 아니라 ‘네트워크’의 활동의 하나로 RTV의 액세스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정기적인 모임, 주기적 액세스물 생산, 전략적 창구로서 RTV에 대한 고민, 지역에서 센터중심의 액세스와 공동체 중심의 액세스에 대한 고민, 제작자 워크샵, 지역 케이블 액세스 활성화 논의....머릿속에 떠다니는 부유물 같은 고민들을 늘어 한번 늘어놓아 본다. 네트워크가 안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고, 너무 잘 됐으면 하는 바램도 있다. 하지만 여기까지가 제안자의 몫이고 나머지는 여러분들의 몫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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