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ACT! 35호 퍼블릭액세스] [닫힌채널] - 쐐기들의 운동

본문

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35호 / 2006년 10월 12일

 

 

[닫힌채널] - 쐐기들의 운동
 
꿈돌이 ( '닫힌채널' )

(1) ‘닫힌채널'을 아세요?  - 이 사람들 재미있게 삽니다.
 
인터넷 카페 ‘닫힌채널'(http://cafe.naver.com/shutchannel.cafe)의 활동이 이제 석 달째 되어갑니다.
‘닫힌채널'이 뭐냐구요?
영상미디어를 통해, 자기가 몸담고 살아가는 세계에 대해, 순전한 마음으로 발언을 하고자  KBS의 ‘열린채널'에 액세스를 시도하던 시민제작자들과 이의 문제점들을 진작부터 알고 그 개선을 끊임없이 요구해오던 미디어 활동가들이, 더욱 더 완고한 고집쟁이처럼 되어가는 KBS와 방송위 등 관계기관들의 횡포와 무관심에 상처받고, 열받고, 스트레스 받으며 ‘그럼 그걸 바꿀 방안을 마련해보자!' 며 꾸린 모임입니다.
이 곳에 모이는 사람들은, 인터넷을 이용하여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보통 2주에 한번 씩은 ‘얼굴보는 만남'을 갖는데, 이 때, 여러 가지 수다를 떨면서 생각과 마음과 영혼의 진동폭을 넓혀갑니다. 7월에 문을 연 이 카페의 가입자는 9월 말 현재 100여 명으로 늘었습니다.
이들은 2006년 8월, 열린채널에 참여했던 시민 제작자를 대상으로 심층적인 설문조사를 벌였습니다. 이에 대해 37명이 의견을 보내주었습니다. 설문의 결과 분석에 대해선 보다 전문적인 분석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여기서는 기억나는 한 가지 질문의 결과를 이야기하겠습니다.  11번째 문항은 ‘KBS 시청자 지원센터가 지원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였는데, 이 질문에는 31명이 답을 주었습니다.  답변자 중 7명은 ‘잘못하고 있다',  15명은 ‘매우 잘못하고 있다', 9명이 ‘그저 그렇다'고 대답하였고, ‘잘하고 있다' 거나 ‘매우 잘하고 있다'라고  대답한 제작자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닫힌채널 사람들은 ‘아! 상처받은 게 나만이 아니로구나. 답변자 전원이  KBS의 열린채널의 지원이란 것에 대해 문제를 느끼고 있구나 !' 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KBS 시청자서비스팀에 직간접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있으며, 최근 새로 구성된 제 17기 KBS 시청자 위원회 (현행 방송법에 따르면, 이 곳이 열린채널의 책임 운영주체라는 것을 다들 아시죠?) 위원들에게 ‘열린채널'의 파행적 운영상태를 적극적으로 알리는가 하면, 열린채널의 정신을 담은 작품들을 모아서, [분노의 확성기 -방방곡곡]이란 제목의 오프라인 전국순회상영회를 진행하고 있기도 합니다.
 
(2) KBS가 정말 ‘열린채널을 알기나 하는 것인가요?'
 
저는 올 8-9월에, 시청자 참여프로그램 운영협의회의 대표중의 한사람으로써 KBS 시청자 써비스팀장과 면담의 자리를 갖기도 하고, 국회의원실이 마련한 토론회에서 토론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자리에서 시청자 KBS써비스 팀장은 너무도 당당하게 충격적인 발언들을 쏟아었습니다.
정신을 가다듬고 그의 발언들의 요지를 적어보자면
‘시청자들은 아마추어들이고 KBS는 프로들의 집단이다. ' 
‘이제 열린채널에 참여하는 시청자들도 경쟁을 해야한다 '
‘KBS 입장에서는 [열린채널]이 다른 외주제작 프로그램과 다를 게 없다!' 
‘ KBS(의 편성권은) 본래 시청자를 대표하여 전문가들에게 맡겨진 것이다. 이는 '다수의 견해를 반영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열린채널]은 소수자를 위하여 징발당한 것이다.' 
‘왜 용돈달라는 아이들처럼 떼쓰느냐? 뭔가 문제가 있으면 방송위에 가서 하라. ' 
‘왜 편성시간도 적은데다가 사람들도 몰리는데 KBS 와서 액세스를 하느냐? 다른 채널에 방영신청을 해라' 
등입니다.

이와 같은 발언들에 대해 시민제작자들이 반론을 하려하자, 그는 더 이상의 견해 표명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위와 같은 말들이 두렵냐구요? 아닙니다. 그냥, 참 막막해집니다.
두려움은 시간이 지나서 정신을 자리게 될 때 스멀스멀 다가옵니다. 그래도 ‘시청자들의 액세스권'에 대해 가장 고민을 많이 하여야 할 위치라고 추정되는 ‘KBS 시청자써비스 팀장' 이란 분의 생각이 그 정도라면  KBS라는 독점적 미디어기업의 ‘퍼블릭 액세스'에 대한 인식이 어떠할 것인지 도저히 가늠이 되지 않는다는 것 때문이지요.
무리한 바램이겠지만, 이와 같은 발언이 ‘실무자의 독특한 개인적 생각의 표현이기를 바랍니다.
 
(3) KBS의 권위적이고 독선적인 생각을 좀더 들여다봅시다.
 
1) ‘시청자들의 참여 의지에 비해 편성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여 퍼블릭액세스 권리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 는 주장에 대한 태도
시민제작자들은, ‘시민의 액세스는 늘어가는데, 소통의 창구는 극도로 작다. 2000년 당시의 시민사회단체의 원안대로 주 60분 편성이 되도록 해야 한다. 현재, 신청제작물의 1/4 만 선정되고 방영을 할 수 있다.  매달 10편-20편의 제작물들이 4편에 못 들었다는 이유로 불선정 통보를 받아야한다. 이는 심사의 형평성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어떤 제작물이, 중요하며 의미있는 내용을 담고 있을지라도 협소한 편성시간 때문에 불선정될 수가 있는 것이다. 이는 퍼블릭액세스 정신에 반하는 것이다.' 라고 주장을 했습니다.  
이에 대해, KBS담당자는 퇴행적인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이들은 ‘신청하는 제작물이 많아 골치가 아프다. 시민들도 프로들처럼 경쟁을 해야한다. 아무리 많은 제작물들이 편성신청을 하더라도 월 4편만 선정하는 게 답이다.' 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러한 생각은 매우 위험합니다. 이는 다양한 환경과 가치관 속에서 삶을 살아가는 시민들에게 ‘상업적으로 활동하는 프러덕션들처럼 경쟁을 하여, 거기에서 승리한 자에게만 발언권을 주겠다'는 발상과 다름이 없습니다. 이는 미디어 독점구조 속에서 그동안 부정당하거나 무시당했던 소수자들에게 자기표현 기회를 공공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퍼블릭액세스의 취지를 훼손하는 말입니다.
결국 ‘1등부터 4등까지의 의견을 뺀 나머지의 의견은 문제의식이나 사회.문화적 함의와는 상관없이 무시되어도 좋다'는 것입니다. 


2) ‘시민'이 ‘KBS를 보호하는 괴상한 이행보증보험제도
[현재의 보증보험제도]는 ‘KBS에 발생할지도 모를 손해'를 대비해서 액세스를 하려는 제작자가 대신 보험을 들어주는 식입니다.  KBS는 ‘그 보험료는 나중에 ‘방송위'로부터 보전받는다‘ 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KBS는  열린채널 운영지침 15조에 ‘ ④ 제2항과 제3항의 이행(지급)보증보험 가입시의 보험료는 제작지원금 지급시 포함하여 지원할 수 있다. ' 라고  애매하게 규정하여, 이 문제에 대한 비난을 피하려는 유치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즉 이 규정에 의하면,  방송위는 이를 지급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식인 겁니다. 결국 ‘보험료를 누가 내야하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답이 없는 상태인데,  시청자제작자는 무조건 이를 내고 있는 셈입니다.
‘KBS를 위한 보험료를 시청자 제작자가 내야하는 것' 이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보험의 수혜자는 ‘KBS'이지 '시민제작자 자신‘이 아닙니다.
설문에 응답한 제작자 중 96% 가 ‘이 보험료는 KBS 나, 방송위가 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KBS 실무자들은 ‘제작지원금 속에 보험료가 (당연히) 책정되어있는 것이다! ' 라고 주장합니다. 제가 생각할 때 정말 상식적인 방식은, ‘KBS가 자신의 비용으로, 혹은 방송발전기금의 일부를 가지고 직접 보험을 드는 것입니다.
지금은, (‘제작지원금' 속에 ‘KBS 위한 보증보험료 가 산입' 되어 있다는 KBS측의 주장을 인정하더라도) 시청자들에게 KBS를 위한 보험료를 내도록 심부름을 시킬 것이 아니라, 직접 방송위로부터 그 비용을 받아 스스로 보험을 드는 것이 맞는 일 아니겠습니까?
더욱 안타까운 것은, 대부분의 제작자들은 현재의 보증보험제도가 KBS를 위한 제도라는 것을 모르고 있으며, 실무자의 강압에 못이겨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따른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절반정도의 제작자들은 이 보험이 자신을 위한 보호장치가 아니라는 것을 모르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KBS측의 권위주의적인 개입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가 많이 있지만, 일단은 생략하겠습니다.
 
(4) ‘[닫힌채널]과 같은 활동으로, 철옹성 KBS의 독선적 운영으로부터, [열린채널]을 구출할 수 있을까 ?' 하고 생각하는 분들께
 
영어 관용표현 중에, ‘더 엣지 오브 더 웻지 (The Edge of the Wedge)' 라는 표현이 있답니다. 
발음이 재미있으니 관용표현이 되었겠지요. 
(아마, 잘은 모르지만 제가 모르는 언어들 중에도, 그와 유사한 표현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봅니다.)

이 말을 직역하자면, '쐐기의 끝' 정도가 되겠는데요. 
과거에 석공들이 거대한 바위를 쪼갤 때, 나무 쐐기를 사용했답니다. 
나무토막으로 바위를 쪼갠다니 말이 안 된다구요? 
말이 됩니다.

석공들은 떼어낼 자리에 금을 긋고 작은 구멍을 정으로 쪼아 만듭니다. 그리고 나서, 그 작은 구멍들에 나무로 만든 쐐기를 박습니다. 그리고는..., 그 나무토막(쐐기)에 날마다 조금씩 물을 주는거죠. 그러면 나무는 세포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물을 머금어 팽창을 합니다.
그렇게 몇 날 몇 밤, 혹은 몇 개월 동안, 나무쐐기들은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합니다. 
석공들은 기다립니다. 중간에 비바람에 쓸려나가거나 햇볕에 말라 부스러져버리는 쐐기들도 있을겁니다. 그러면 또 다른 쐐기를 갖다 박고, 때때로 물을 줍니다. 
... 눈에 띄지는 않지만, 쐐기들의 미세한 숨쉬기 운동은, 완고한 바위조직에 균열을 일으킵니다.

그러던 어느날 , 
바위는 예고없이, 쩍 ~ 하며 쪼개집니다.

열린채널 도입 육년째, 지난달, 국회의 토론회에서, 방송위와 KBS시청자 지원팀 실무자들의 '육성'을 처음으로 들으면서 
' 앗! 그들은 거대한 바위로구나 ! 우리의 열린채널(자수정)이 그 단단한 바위 속에 갖혀있구나 !'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열린채널이 숨이 막힐만하구나 ! 그렇다면 어떻게 그 단단한 바위로부터 떼어내지?'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바위를 완전히 쪼개는 것이 무모하다면, 또 그럴만한 연장도 힘도 없다면 무엇을 이용하여 열린채널을 구출하지?'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쐐기'라는 관념이 제 머릿속을 떠돌았나 봅니다. 
무모하게 파괴하지 않으면서, 필요한 소중한 것을 떼어내는데 사용되는 도구 ! 
조용히 숨쉬는 나무토막 ! 
쐐기!

닫힌채널은, 이제 생긴지 그리 오래지 않습니다. 뭐 힘이 쎈 사람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 곳의 사람들은, 무모하게도, 거대하고 단단한 바위에 갇혀 있는 자수정을 잘라내려 합니다.  그 걸 잘 다듬어, 우리공동체를 돌아볼 수 있게 하는 거울과 프리즘을 만들려고 합니다. 그런데, 평택 대추리에서 멀쩡한 집을 부수려고 국방부가 사용하고 있는, 거대한 쇳덩이 기계들을 동원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끝이 뾰족한, 숨쉬는 작은 나무토막' , '쐐기'가 이런 때 필요합니다.
우리는 막강한 힘을 가진 연장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거대한 기계팔과 쇳덩이 해머를 이용하여 무지막지하게 때려대거나 쪼아대는 크레인을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구요.

우리는 그럼 무엇을 가지고 [열린채널] 을 구해낼 수 있을까요?
' 작은 정! 숨쉬는 나무토막 ! 물 ! 그리고 기다림! ' - 이것으로 바위를 떼어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바위에 박힌 쐐기의 끝을 하찮은 것으로 여길지 모릅니다. 
그 것이 무슨 힘을 가지고 바위를 쪼개느냐고 비웃을 수도 있구요. 
하지만 그 작은 나무의 끝은, 장차 벌어질 거대한 균열과 변화의 발단이 되는 것입니다.

쐐기의 끝 ! 
저는 [닫힌채널]에 참여하는 분들이 KBS와 방송위원회라는 거대한 바위에 박힌 작은 쐐기의 끄트머리라고 생각합니다. 
거대한 해머나 포클레인같이 강력한 힘으로 밀어붙이는 그런 존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간의 활동을 통하여, ‘바위를 깨는데, 쐐기들의 존재와 그들의 인내는 불가피' 하단 점도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생각하자고 권유하고 싶습니다.
‘와! 신난다!' 
‘우리가 물을 머금어 숨을 쉬고, 지치면 오그라들기도 하다가... 다시 물을 머금고... 다른 구멍에 또 다른 쐐기가 되고... 뭐 그런 일이 꾸준히 계속되면, 어느 순간 바위가 깨지는 거야!' 
자! 이제, 쐐기중의 하나가 될 분들은 [닫힌채널]로 오세요. 그게 많아야, 바위가 쉽게 깨집니다. □

△ KBS 1제7기 시청자위원회 첫번째 전체회의 날,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KBS 본관을 방문한 [닫힌채널] 구성원들. <열린채널> 게시판에서 진행된 사이버시위에서 사용된 이미지와 함께.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