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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31호 퍼블릭액세스] 시민방송 RTV는 조각보다! - 시민방송 RTV 2006년 봄 개편에 대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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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31호 / 2006년 5월 3일



시민방송 RTV는 조각보다!
- 시민방송 RTV 2006년 봄 개편에 대하여 -
 
김천직 ( 시민방송 RTV 편성국 편성팀장)

조각보1)를 아시나요?
몇 년 전에 ‘현암사’에서 펴낸 “한국의 미” 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책에 실려 있는 모든 것들이 의미있고 나름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지만 가장 눈에 뜨인 조그만 헝겊을 이어서 만든 보자기. 조각보 
그리고 이때부터 조각보라는 것에 관심이 가기 시작한 것 같다. 처음에는 다양하고 화려한 천들의 색과 현대적으로 보이는 화면 구성에 관심이 끌렸으나 보면 볼수록 나에게 다가오는 것은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자투리 천들을 꼼꼼히 한 땀, 한 땀 잇고 있었을 여인들의 손길과 세월이었다.
 
함포사격 / 물 타기 / 묻어가기
 
어쩌면 방송과는 생소해 보이는 이 단어들은 맨 처음 편성에 대하여 교육을 받았을 때 새롭게 인식된 단어들이다. 이른바, 독하고 인기 있는 프로그램들을 상대방 방송사의 인기 프로그램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배치해 상대 프로그램을 죽여 버리는 편성이 함포사격, 상대 인기 프로그램 보다 일찍 시작하여 채널이 상대방으로 돌아가지 않게 하는 것이 물타기 그리고 인기 없는 프로그램들을 인기 프로그램들 사이에 넣어서 편성하는 것이 묻어가기.
하지만 시민방송 RTV의 편성은 이러한 것과는 전혀 무관하게 편성된다.
 
시민방송 RTV의 봄 개편의 방향
 
2006년 4월, 시민방송 RTV는 봄 개편을 하였다. 다른 방송사와는 달리 자체 제작이 전무한 상태에서 개편이라는 것은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신규 프로그램 ( 굳이 시민방송 스타일로 말하자면 ‘지원 액세스 분야 정규 프로그램’이다 )에 대한 것이 중심적으로 이루어 졌다.
비단, 신규 프로그램을 선정하는 것을 위한 것은 아니었지만 관련해서 지난해 말부터 올 초 봄까지 가장 고민이 되었고 노력을 많이 기울였던 것은 ‘편성의 원칙’을 정하는 일이었다. 이것 때문에 2주일에 한번 꼴로 편성기획위원회가 열렸고 여러 차례 안이 만들어 졌고 이에 대한 토론이 벌어졌다. 이 과정들 자세히 설명하자면 한도 끝도 없기 때문고 이 자리를 통해서 정해졌던 가장 중요한 원칙들 중에 하나를 꼽자면 신규 프로그램을 선정하는 과정과 함께 ‘제작 주체’와 ‘주제’에 관한 것이었다. 이 또한, 자세히 설명하자면 너무 길기 때문에 간단히 “주체”와 “주제”에 대하여 설명을 하자면 그 동안 직접 제작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던 사람들이 주체로 참여해야 한다는 것과 함께 이 제작 주체들이 시민방송 RTV만이 방송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신규 프로그램 기획안 공모와 선정 과정
 
이번 신규 프로그램을 선정하면서 과정상의 가장 큰 특징은 공모라는 형식을 가졌고 이에 대한 선정도 편성위원회라는 기존의 조직이 아니라 선정위원회라는 편성위원회 위원 외에 외부 인사가 참여한 별도의 위원회를 통해 결정했다는 것이다. 

3월 중순께 웹사이트를 통해서 “시민방송 2006년 지원 액세스 분야 정규 프로그램 공모 사업”이라는 제목을 통해서 공지를 했고 이를 통해서 주제별로 구분을 하면 총 6편 - 영화/노동/미디어교육/지역/대담(2개) - 이 제출되었다. 그리고 제출된 기획안을 중심으로 선정위원회가 열려 4편의 신규 프로그램에 대한 제작 지원을 결정하였다.

다음은 선정 기조와 선정 프로그램의 이유다.
 
전체적인 선정 기조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적극 지원하고 대변해야 하는 시민방송 RTV의 설립 취지 및 목적에 비추어 볼 때, 지역/노동/미디어교육/영화 등의 프로그램 기획안이 현 시점에서 다른 주제의 프로그램보다 상대적으로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선정된 프로그램과 선정의 이유
[ 노동자 노동자 ]
  • 제작 주체 : 노동자 뉴스 제작단
  • 노동자들이 직접, 기획, 제작하고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담 아내고자 하는 본격적인 ‘노동자 방송 프로그램’으로 큰 의미 가 있으며 노동자들의 생생한 목소를 담아내는 꼭지들로 구성되어 있음.
[ 미디어로 여는 세상]

 
 
  • 제작 주체 :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
  • 안방 시청자들에게 미디어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새로운 방식을 전해주는 국내 첫 본격 미디어 교육 프로그램으로 각 지역과 다양한 영역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를 위한 미디어교육의 참 모습을 담아내고 있어 시청자참여방송국을 표방하고 있는 시민방송 RTV의 특성을 매우 유효적절하게 나타낼 수 있음.
[ 행동하라! 비디오로! - 액션 V ]

 
 
 
  • 제작 주체 : 액션 V 제작팀 
  • 후원 :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 전국의 미디어활동가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현 안을 주제로 직접 기획, 제작한 본격 퍼블릭액세스 프 로그램으로 주류 언론에서 배제되거나 소외되어 온 지역의 이야기를 그 지역에 뿌리를 둔 미디어활동가들이 직접 들려준다는 점에서 본격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의 전형으로 판단됨.
[영화, 날개를 달다]
  • 제작 주체 : 영화 진실 
  • 기존 영화 프로그램의 한계와 단점을 극복하면서 영화가 가 지고 있는 비판적이고 대안적인 성격에 주목한 독립적이고 차별성 있는 영화 소개 프로그램서의로 의미가 있으며 시민 방송 문화 관련 프로그램의 다양성 확보 측면에서 큰 장점을 가지고 있음.
 
선정이 되지 않은 프로그램의 이유
내용, 형식, 구성 등의 면에서 봤을 때, 일반 시청자들이 지상파 및 인터넷 매체 등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재원과 시설 등의 면에서 부족한 RTV에 동어 반복적으로 방송하는 것을 적절치 못하다고 판단됨.
이 밖에서 이주노동자방송국이 제작하고 있는 “다국어 이주노동자 뉴스”와 민중언론 참세상이 제작하고 있는 “시사프로젝트 피플파워”의 확대 편성이 결정되었다.
 
2006년 봄 편성의 아쉬움
 
4월 첫 번째 주에 [노동자 노동자]를 시작으로 신규 프로그램이 시작되었고 지금은 3회 정도의 방송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이에 따라서 일부 방송 시간의 조정이 이루어 졌다. 아직까지 내부적으로 신규 프로그램에 대하여 평가는 진행하지 않고 있다. 대개 외부의 제작자들이 진행하는 프로그램들은 2회 ~ 3회가 지나야만 프로그램이 자리를 잡으면서 제대로 된 평가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규 프로그램의 공모에서부터 실제 제작이 되어 방송에 들어가기 까지 아쉬움이 남는다면 너무 상투적인 표현일까?
우선 가장 아쉬웠던 점은 공모라는 과정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제출된 기획안 자체가 그리 많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물론 공모를 통해서 정규 프로그램을 선정한 것이 처음이었고 공모 사실 자체를 많이 알리지 못했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고 생각된다. 그러면서도 근본적으로는 아직까지 시민방송 RTV를 - 일반 시민들부터 미디어 활동가들까지 - 어떻게 활용하고 이용해야 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 이 문제를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해결해야할 문제라고 생각하며 하나씩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아쉬움이 남는 점은 선정된 이 후에 제작 주체들과 시민방송 담당자들과의 의사소통이 그리 원활치 않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작업해온 환경과 과정이 판이하게 다른 존재들이 프로그램 제작이라는 현실적인 목표를 위해서 만났기 때문에 서로 간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부족했던 것 같고 이 문제는 결국은 상호간의 관계 맺기, 즉 파트너쉽을 형성하는데 어려움으로 나타났다. 이 역시 장기적인 문제로 차근차근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 봄 개편을 통해서 얻은 것도 역시 ‘공모’라는 것에서부터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과 마찬가지로 정규 프로그램을 공모 하는 것 자체가 시민방송 RTV 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고 처음 경험한 일련의 선정 과정을 거치면서 새롭게 정리된 편성의 원칙과 선정 절차를 시험해 볼 수 있었다. 이러한 경험은 비단 정규 프로그램뿐만이 아니라 앞으로 정기, 비정기적으로 실시될 여러 번의 공모를 통해 더욱 풍부해질 것이며 이에 대한 선정 원칙과 결정 과정도 더욱 정교해 질것이다. 
또한, 이번 개편을 통해서 지금까지 제작에 참여하지 않고 있던 다양한 단체와 사람들이 참여하게 되었다는 것도 큰 수확들 중에 하나이다.
 
시민방송은 조각보다!

조각보는 보자기의 일종이다. 모두 다 알다시피 보자기라는 것은 물건을 싸서 운반하거나 덮기 위하여 사용되었던 물건이다. 하지만, 보통 보자기들이 큰 천을 보자기로 사용하기 위하여 네모나게 재단한 것이라면 조각보는 작고 다양한 헝겊 조각들을 이어서 보자기로 만들어 졌다.
시민방송 RTV는 어느 한 개인이나 조직에 의하여 네모나게 재단되어 보자기로 만들어 지기보다는 거칠고 굵은 손을 가진 평범한 사람, 노동하는 사람들에 의하여 이어지고 덧대어 지는 조각보이고 싶다. 조각보를 이루고 있는 작은 천들이 다양할수록 조각보의 의미와 아름다움이 더해지듯이 시민방송 RTV도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이 제작에 직접 참여하면 참여할수록 방송의 내용은 더욱 알차지고 그 의미도 더해질 것이고 이렇게 만들어진 조각보는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이야기들. 하지만 다른 방송에 나오지 않는 이야기들을 담아 낼 수 있는 커다랗고 튼튼한 보자기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 시민방송 RTV는 완전하고 미끈한 네모반듯한 보자기가 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내용을 담아내기에는 너무도 작고 허약하다. 하지만, 시민방송 RTV는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조금씩 조금씩 커지고 튼튼해질 것이다.
비록 넓지도 크지도 않지만 함께 커다랗고 튼튼한 조각보를 함께 만들어 나가지 않겠는가? □
 
1) 조각보 : [명사] 헝겊 조각을 여럿 대어서 만든 보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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