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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29호 퍼블릭액세스] 표현을 위한 도전, 재미로 출발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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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29호 / 2006년 3월 10일

표현을 위한 도전, 재미로 출발할까?
 
강수연 (미디액트 퍼블릭액세스 연구팀, 퍼블릭액세스 네트워크 지원팀)

[편집자주] 2006년 ACT!의 새로운 연재 기획 중 하나는 국내외 퍼블릭액세스 콘텐츠에 대한 것이다. 이제까지 퍼블릭액세스를 위한 제도와 정책에 대한 사례들이 많이 소개되고, 이에 대한 연구와 정책 대응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었던 반면, 막상 콘텐츠의 제작 방식과 형식적인 측면에 대한 사례 축적과 연구는 상대적 공백으로 남아있었다고 할 수 있다. 퍼블릭액세스를 위한 조건이 확장되어 가고 있는 이 때, 본격적인 콘텐츠 개발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러한 맥락에서 기획된 이번 연재는 다양한 맥락 속에서 다양한 형식으로 제작된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을 직접 '보는' 것에 촛점을 맞추려고 한다. 각 회 마다 간단한 설명과 함께 (부담없이 볼 수 있는 길이로 편집된) 동영상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어떤 내용을, 어떤 형식으로 표현할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고민과 아이디어들을 위한 단초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필자인 강수연씨는 진보적 독립영상을 제작하고 있으며, 미디어교육 교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작년 부터 미디액트 퍼블릭액세스 연구팀에 결합해 퍼블릭액세스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정책 대응, 네트워킹 활동을 함께 해왔다. 올해 부터는 새로이 재편되고 있는 'RTV'에서 지역에서 제작된 컨텐츠를 엮어내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총괄할 예정이기도 하다.)



<변화를 위한 도전> 
1966년부터 1975년까지 10년 간 캐나다 영화위원회(NFB)가 ‘빈곤에 대한 전쟁(War on Poverty)’라는 슬로건으로 진행한 프로젝트. 정부와 공동체 간의 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전문 제작자들이 공동체 주민을 교육하고 직접 영상제작에 참여하게 했다. (그림은 NFB사이트)

박채은의 글을 보면 관련된 내용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다.
사실은 <변화를 위한 도전(Challenge for change)>에 대해 쓰려고 했었다. 퍼블릭 액세스의 출발이라 불리는 캐나다의 그 유명한 프로젝트 말이다. 적어도 퍼블릭 액세스에 대해 연재를 한다면 그쯤은 스타트로 끊어주어야 하지 않겠나. 공동체 액세스 프로젝트에 관한 준비가 한 창인 요즈음에 나름대로 의미도 받쳐주겠다, 그 유명한 프로젝트를 기록한 다큐멘터리의 일부분이 DV테이프로 있겠다… 해서, 자료를 뒤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자료를 찾으면서 ‘어, 이상하다, 이 글의 기획의도가 뭐였지?’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나에게 글을 의뢰한 편집위원과 합의한 것은 ‘많이 보(여주)자’였는데, ‘퍼블릭 액세스 한다’는 사람들도 실제로 퍼블릭 액세스 영상은 잘 보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일부러 안보기야 하겠냐 만은 일부러 찾아보지도 않는다. 얼마 전 같은 모임에 있는 친구가 만든 영상이 열린채널에 방영된다는 얘기를 듣고도 꼭 찾아봐야지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은 나 역시 그런 사람이다.
왜 보지 않는가? 이유는 많겠지만 내 경우엔 1) 우선 게으르고, 2) 찾아보기 쉽게 정리되어 있는 자료가 거의 없고, 3) 별로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1)번은 넘어가고, 2)번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많고 자료를 찾아보기 쉽게 정리하면 좋겠다는 필요성도 느끼는 바이지만, 선뜻 십자가를 지겠다는 사람이 없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있다 한들 ‘이 업계’의 대부분이 그렇듯이 멀티플레이어(말이 좋아서 멀티지 사실 전문성 확보하기 힘든 궂은 일만 많다)이기 때문에 쉽게 성과를 내기 힘들다. 3)번을 읽으면서 어디서 굴러먹은 운운하며, 글쓴이가 도대체 퍼블릭 액세스라는 단어의 뜻이나 알고 있을까라고 의심의 눈길을 보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재미없는 퍼블릭 액세스가 많다는 것은 사실인 걸.
90년대 중반, 멀쩡히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우고 정체 모를 꼴값을 떨고 다닐 때 처음으로 퍼블릭 액세스라는 단어를 주워들었다. 그러나 21세기가 밝아오도록 도대체 그것의 정체를 알 수가 없었는데 왜냐하면, 단 한번도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을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자료를 뒤져보니 1999년 방송진흥원(지금의 방송영상산업진흥원)이 주최한 ‘해외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 시사회’(노동자뉴스제작단 공동 주관)에서 첫 선을 보였을 것으로 짐작되는 ‘Politiska Ideologier (정치적 이데올로기)‘라는 영상을 처음 본 것도 2002년 어느 강의에서였다.


▶영상 보기 (02:33)
Klichee 중 Politiska Ideologier (정치적 이데올로기)
훗~ 저런 거 였어? 처음 보는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의 느낌은 한마디로 귀여웠다. 분명한 메시지를 표현하기 위한 고민의 흔적은 레고 애니메이션(?)이 음악과 어우러지면서 재미있게 표현되었다. 제목은 무겁고 내용도 알고 보면 무겁지만 표현만은 재미있다. 어설프지만 저 깔끔한 매력이라니!
사실 재미있는 영상을 만든다는 것만큼 어려운 것이 어디 있겠나. 재미없는 영상을 만드는 사람도 다른 사람이 만든 영상이 재미있는 지 없는지는 다 알지만 정작 제 것 만들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한 해 동안 정부의 퍼블릭 액세스 관련 예산이 수 억 원이 뿌려지고 있는 이 중차대한 시기에(철학 없는 예산의 엉터리 집행은 제외하고라도) 재미있는 퍼블릭 액세스 만나기가 이렇게 어려운 것을 보면, 혹시 퍼블릭 액세스는 재미없어도 된다는, 또는 재미가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하나 더 얹혀져서 교육되고, 제작되는 것은 아닌가 궁금하다. 왜? 내가 아는 바로는 이런 고민을 진지하게 하는 사람을 만나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써 놓고 보니 이거 ‘재미있는 퍼블릭 액세스 연구팀’이라도 만들어야 되는 것 아닌가? 당장이라도 전국의 퍼블릭 액세스 활동가들에게 메일링을 돌려 연구팀을 조직하고 싶지만 그러지 않아도 바쁜 멀티플레이어들에게 너무 고단한 일일 것 같아서 그냥 접는다. 대신 시간 날 때 틈틈히 퍼블릭 액세스 제작 모델에 관해 고민해 보길 권한다. (안다, 더 고단하다^^)
누군가 빨리 정리해 줬으면 좋겠는데, 아직 그런 사람을 만나지 못한데다 지병(게으름) 때문에 솔직히 깊이 고민해보지는 못했지만, 아마도 제작모델에 관한 연구는 두 가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는 어떻게 액세스하는 과정에 대한 연구이다. 즉 주체가 어떤 활동가와 결합하여(혹은 스스로) 어떤 이슈에 대한 프로그램을 제작하여 어떻게 액세스 하는가에 대한, 프로세스 자체에 대한 연구이다. 두 번째는 액세스 된 영상물 자체에 대한 연구이다. 즉 어떤 내용을, 어떤 형식으로 표현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둘 다 필요하고 의미 있는 작업인데, 특히 두 번째는, 왜 액세스 해야 할 상황은 각각 다른데 한결같이 만들기도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다큐멘터리 스타일(독립다큐 이건 방송다큐 이건)만 따라가게 되는 것일까…… 라는 고민과 맞닿아 있다. 앞으로 이 연재를 통해 이런 고민을 하나씩 끄집어 내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 되지 않을까 싶다. 
스웨덴, 1998, 20:00
스웨덴에서 미디어를 전공하는 고등학생들이 제작한 TV 프로그램. 
고-카트를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소개하는 부분과 Politiska Ideologier (정치적 이데올로기), 그리고 음악 스튜디오를 소개하는 인터뷰로 구성되었다.
스웨덴은 30여 개의 액세스TV(혹은 채널)이 있다. 케이블 사업자가 의무전송 하도록 되어 있으며 채택료 등 제작비는 지원되지 않는다.
* 추가로! - 'Politiska Ideologier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소개한 이유는 이 프로그램을 실제로 본 사람이 의외로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연재를 의뢰한 편집위원 조차 본 적 없다는 충격적인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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