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ACT! 28호 퍼블릭액세스] 방송위원회의 퍼블릭 액세스 정책에 대한 2005년 활동, 사실은 이렇습니다.

본문

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28호 / 2005년 12월 31일



방송위원회의 퍼블릭 액세스 정책에 대한 2005년 활동,

사실은 이렇습니다.
 
박기식 (진주독립미디어센터‘진주’ 사무국장)
 
모두가 다 아시겠지만 
방송위는 시청자참여프로그램 활성화를 위해 참여 주체와 퍼블릭액세스 활성화를 위해 활동하는 시민사회단체의 참여를 독려하고 유도해야 하며 지원사업 제도개선방안이라는 중요한 사안의 논의 과정에 시청자와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참여 주체, 시청자단체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은 기본중의 기본인 것입니다. 
그리고,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의 가장 기본은 편성, 지원 과정에서 방송국의 권한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며 퍼블릭 액세스는 원칙적으로 액세스 채널에 대해 방송 사업자가 관여할 수 없도록 해야 하는 것입니다.
 
1. 2005년 시청자참여 프로그램 진행과정 사실은 이렇습니다.
 
2005년 8월 10일, 방송위는 예산 소진과 재롱잔치 등 단순촬영물 방영이 높다는 이유를 들어 시청자참여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을 일방적으로 중단했습니다. (지원 중단은 케이블 SO를 통한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 KBS, MBC, 민방 모두를 포함했습니다.) 액세스 활성화를 위한 명목으로 지급되었던 방송채택료는 처음 도입되었을 때부터 논란이 되었습니다. 실제 지역에서 액세스 활성화를 위해서 어떤 부분이 필요하고 어떤 지원을 해 주어야 하는지 구체적 계획 없이 시작한 정책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지원금 중단 결정이 통보되면서, 지역에서는 격한 말들이 오가기도 하였습니다. 며칠 전 통화한 내용에서도 지원금 중단은 있을 수 없다는 말을 들었는데 얼마 되지 않아 바로 지원금이 중단됨으로 인하여 서로의 신뢰가 무너지게 되었고, 예전부터 걱정하던 대로 방송위의 퍼블릭액세스 정책에 대한 장기적이고 본질적인 원칙이 없음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문제의 핵심은 '돈'을 주지 않는 것에 있지 않았습니다. 방송위원회는 이런 결과에 대해서 '악의적(?)인 시청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였습니다. 방송위원회 내부에 최소한 열린채널의 시청자위원회와 같은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기구를 두어 액세스프로그램의 본래 목적에 현격히 위배되는 작품을 추려낼 수 있는 장치가 있었다면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지원중단과 같은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틀면 무조건 주겠다'가 아니라, 방송은 무조건 내보낼 수 있되, 제작 지원금은 방송위원회의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기구가 일괄적으로 판단하게 하였다면 2005년 한해 동안 시청자참여 프로그램의 비약적인 발전이 되었을 것입니다.
 
2. 2006년 제도개선 방안에 대한 공청회에 아닌 공청회 

  사실은 이렇습니다.
 
그동안 시청자참여프로그램에 참여자들과 시민사회에서 수개월에 걸쳐 현행 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과 현행 제도의 파행적 운영에 대한 평가, 그리고 정책 대안에 대한 제안이 제시되고 수차례의 토론회를 가지면서 방송위의 달라진 모습을 내심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얼마 전, 방송위원회는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지원사업 제도개선 방안’의 의견 수렴을 위한 자리에 시청자/시청자참여프로그램 참여 주체를 참석시키지 않고, C&M(서울미디어원), CJ케이블넷경남방송, 서경방송, (재)시민방송,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 마산MBC시청자미디어센터, 전주MBC시청자미디어센터, KBS 열린채널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소위원회 담당자 각 1인씩만 참여시키고 12월 20일 토론회를 한다는 공문을 발송하였습니다. 그러나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의 참여자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그래서 자체 방송위 홈페이지에 조차 홍보하지 않은 공청회 아닌 공청회를 개최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토론회에 대한 어떠한 대중적 공지나 홍보도 하지 않고 모든 일이 일사분란하게 진행되었습니다. 더욱더 기가 막힌 것은 12월 20일 발표 및 의견 수렴, 1월 첫째주 의결, 1월 셋째주 운영계획서 접수, 1월 넷째 주 사업자 선정 및 지원예산 확정이라는 일정이 발제문에 나와 있는 이상, 12월 20일의 토론회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3. 공청회 발제문의 문제점 사실은 이렇습니다.
 
첫째, 제도개선방안은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이 방영되는 채널별 특성과 발전 전략에 대한 고민이 없었습니다. KBS, KBS 이외의 지상파 방송, 케이블 SO, 위성방송 등은 각각 퍼블릭액세스에 대한 법적 규정이 상이하고, 지역 범위, 참여자들의 특성 등 많은 차이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괄적인 정책을 추진하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둘째, 방송사업자를 선정하여 ‘방송채택료’를 방송사가 시청자에게 교부하게 하는 방식은 방송사업자의 권한 남용의 우려가 옛날부터 제기되었고 실제로 지역에서 이러한 사례가 보고되고 있었습니다. (부안 지역의 경우, 군수와 주민들의 입장이 완전히 대립되었던 핵폐기장 반대 투쟁 상황에서, 군수를 비판하는 내용의 프로그램에 대한 방영을 거부하였고 전주의 경우, ‘내용이 너무 어둡다’는 이유로 프로그램 방영을 거부한 경우가 있고 진주의 경우, 방송사업자가 시민사회와의 논의 없이 독단적으로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운영과 심의에 대한 규정을 만들어 이를 준수할 것을 강요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셋째, 해외의 경우, 퍼블릭액세스 구조에서 방송사업자를 배제하는 것은 오랜 과제였습니다. 이번 개정 방안 대로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에 대하여 방송사업자들에게 권한을 주는 것은 국제적인 흐름에도 역행하는 것이었습니다.
 
4. 우리의 대응1, 12월 19일 사실은 이렇습니다.
 
지방에서 부랴부랴 소식을 듣게 된 퍼블릭액세스 네트워크 지원팀은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하던 일을 중지하고 모이기로 하였습니다. 공청회에 대한 문제제기가 없다면 지금까지 우리가 수 년 동안 노력한 결과가 한 번의 잘못된 정책으로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엄청난 역사의 퇴보를 가져올 사안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공청회의 발제내용도 지금까지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겪게 되었던 어려운 점들을 더욱더 어렵게 만들고 심지어는 지금까지 몇 년 동안 싸워서 만들어놓은 좋은 제도를 한번에 되돌려 놓는 안이었습니다. 발제문을 보고도 경악을 금치 못하였고, 전화를 받은 후 수업 도중에도 왜 그럴 수밖에 없었던가에 대해 방송위 사람들 입장이 되어보려고 무척이나 노력해보았습니다. 왜 그럴까 정말 퍼블릭액세스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조차 없단 말인가, 아님 그냥 일하기 싫어서 지방의 방송사업자들에게 모든 것을 주고 다른 일을 하려고 하는가, 별생각들이 다 들었습니다. 수업을 중간에 마친 후 저녁 차를 타고 4시간이나 걸려 부랴부랴 서울로 향하였습니다. 각 지역에서 모인 퍼블릭액세스 지원팀 사람들 모두 약간은 격앙된 모습이었습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에서부터 방송위 때문에 자주 모여서 나름대로 연말을 알차게 보내고 있다는 의견까지 다양한 첫인사를 하였습니다. 이게 몇 번째인가 너무 한 것 아니야, 무슨 생각으로 방송위는 시청자참여방송 사업을 할까 방송위 사람들의 머리 속이 정말 궁금하다, 몇몇 사람들만이 모여서 토론하여 한 달 만에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겠다는 발상은 어디서 나왔단 말인가.
각 지역에서 모여든 사람들은 새벽을 넘은 시간에 토론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이번 일에 대하여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발제문에 대한 대응방식에 대하여 여러 가지 의견들이 나왔습니다. 채널별 대응전략도 없고 지방의 케이블 사업자들에게 모든 것을 넘긴다는 것이었습니다.
수많은 이야기들 속에서 대응 전략을 마련했습니다. 토론회에 참여하되, 간단한 성명서를 작성하여 돌리고, 토론회 자리에서 적극적으로 잘못된 점을 명확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데 의견들을 같이 하였습니다. 마치고 나니 새벽6시를 지나고 있었습니다.
 
5. 우리의 대응2, 12월 20일 사실은 이렇습니다.
 
2시간 정도의 잠을 청하고 일어나 곧바로 새벽에 올라온 지역사람들과 함께 방송위원회로 갔습니다. 방송위 건물은 겉으로 보기에도 보통사람들이 근접할 수 없는 위압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촌놈이 살다보니 방송위에도 다가보는구나 생각하면 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3층으로 올라가는데 가슴이 콩딱콩딱 거렸습니다. 생각해보면 내 마음속엔 이미 방송위 사람들은 시청자 편이 아닌 사람들 이었던 것이었습니다.
3층에 들어가 보니 근엄한 의자가 원탁으로 되어 있고 토론자들만 이야기 할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용기를 내어서 그리고 정중하게 우리의 성명서를 건네주고 적극적인 참여의지를 밝혔습니다. 처음에 사회자가 토론회 진행되는 중에 말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고 하였지만 자리 배치 자체가 시청자들을 들러리 세우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하였고 결국 같이 원탁에 앉아 토론 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방송위 시청자지원팀의 선임 조사원의 발제에 이어 케이블 사업자나 공식 패널들의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몇 몇 분들이 지금까지의 활동에 대해서나 발제문에 대하여 문제제기를 시작하였습니다. 의외로 케이블 쪽 분들도 그 실행가능성에 많은 의문점을 제기하였고 현재의 열린채널 문제에 대한 지적들이 나왔습니다. 우리는 토론회가 정책을 통과시키기 위한 요식행위가 되어서는 안되며 정책을 결정함에 있어 시청자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하며, 중장기적이고 전략적인 퍼블릭액세스 정책수립이 필요하다, 제기된 일정대로 간다는 것은 너무 시간이 촉박하다, 시간을 갖고 충분한 토론을 하여야 한다는 문제제기를 하였습니다.

너무나 기막힌 것은 방송위의 선임 조사원이 토론과정에서 반대의견을 가지신 분이 두 명뿐이라며 서둘러 정리하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자리에 앉아있던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참가한 사람들의 대다수가 발제문에 대하여 반대의지를 표명하였는데 말입니다. 회의시간을 2시까지로 공문으로도 보내놓고 무엇이 그리 배가 고픈지 아침도 못 먹고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이 있는데 1시가 다되어가는 시점에 자리를 정리하려고 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남은 시간만이라도 심도 있는 토론을 하고 부족하다면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의 참여자들이 참가 할 수 있는 토론회를 새롭게 개최하여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밥 먹는 식당에서도 남은 시간동안 만이라도 제대로 된 토론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니 우리의 노력결과가 달성되었는지 방송위 10층 회의실에 자리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10층 회의실에 도착해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 갔습니다. 방송위 실무자분이 ‘오프더레코드’라는 말을 하시어 옮길 수는 없지만 요지는 대략 이번 발제문을 만들면서 고생 많이 했고 미흡한 부분이 많아서 미안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사과라고는 해본 적 없는 방송위가 쉽게 그렇게 말하는 것을 듣자니 한편으로 측은하기도 하였지만, 또 한편으로는 시청자에게 닫혀있던 방송위의 권위적인 장막을 빨리 걷어야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회의를 마치면서 감사하다는 말과 다음에 더 나은 대안을 만들기 위해 다시 만나자는 말을 들으면서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6. 토론회를 마치고 난 소감
 
글재주가 없는 제가 이렇게 정리하려니 정리 안 된 부분이 많을 것 같구요, 회의내용이나 지방에서 참여한 사람들의 노고가 제대로 표현되지 못한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시청자들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었던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제작지원 제도’에 대한 토론회의 문제에 대해 강력하게 지적하고, 방송사업자 중심의 방송위 정책안을 중단시킬 수 있었던 것이 이번 토론회 대응의 중요한 성과였던 것 같습니다.
더불어 이번 기회에 밝혀두고 싶은 것은, 물고기는 물을 떠나서 살수 없듯이 시청자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방송위는 존재가치가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는 것입니다.
2006년에는 방송위원회가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의 참여자들에게 많은 의견수렴을 하여 중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시청자참여프로그램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여 우리 모두가 박수쳐 주는 한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해 봅니다. □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