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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27호 퍼블릭액세스] 소년, 박광수 토론회에 토론자로 토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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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27호 / 2005년 12월 6일



소년, 박광수 토론회에 토론자로 토론하다
 
박광수 ( 강릉시민영상제작단, YBS '우리들TV' 제작 )
 
1. 토·론회
 
지난 11월 3일, 미디액트 대회의실에서는 “퍼블릭 액세스 지원 제도 개선과 장기적 발전 전략 마련을 위한 토론회”라는 긴 제목의 토론회가 있었다. 아시다시피 지난 8월부터 방송위원회의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채택료지급이 중단되면서 전국 각지의 시청자참여프로그램들이 운영에 난항을 겪고 있을 때 열린 토론회였다.
본인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퍼블릭액세스의 활성화를 위한 지원책에 대한 논의와 발전방안을 위한 토론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강릉에서 대관령을 넘어 서울로 향했다. 더구나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지원정책의 집행자인 방송위원회에서도 토론에 참가한다고 하니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는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의 현실과 어려움들을 직접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되어 본인은 휴게소 정차를 앞둔 고속버스마냥 들뜬 마음으로 가득찼다. 본인의 들뜬 마음이란 다음과 같다.
 
2. 나의 들뜬 마음
 
방송위원회는 실제로 지역에 내려와 보지 않으니까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의 현실에 대해 잘 모를 수도 있다는 넓은 마음아래 지금의 실태를 잘 설명해주어야지 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리고 방송위원회의 시청자참여프로그램 활성화를 위한 지원정책중의 하나인 “채택료지급”은 투입되는 2억6천여만원이라는 예산에 비해 진흥의 효과가 크지 않은 편이라고 말해줘야겠다는 마음도 있었다.
채택료가 지급중단 되면서 지역에서는 큰일이 났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은,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채택료 지급중단이 지금의 방송위원회 지원정책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고 말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더불어 채택료에만 집중되는 방송위원회의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지원정책은 더 이상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을 진흥시키고 있지 못하다는 것도 말해주고 싶었다.
우등고속버스에 몸을 실은 소년 박광수의 가슴에는 이런 마음들이 있었다.
 
3. 나는 과연 토론에 성실히 임하지 않았던가?
 
오후 3시에 시작된 토론회는 다섯 시가 조금 넘어서야 끝이 났다. 짧다면 짧겠지만 결코 짧지 않은 토론회였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론회가 끝난 지 한달이 다 되어가는 지금, 본인 머릿속에 기억나는 토론회의 내용은... 아쉽게도 별로 없다.
내가 하고자 했던 말을 다 할 수도 없었고, 방송위원회 관계자도 말을 아끼는 눈치였다. 아니, 좀더 막나가 보자면 할말이 없는 눈치였다. 정확하게는 말할 것을 준비해오지 않은 눈치였다.
토론회에 참가한 방송위원회 관계자는 채택료라는 지원정책이 중단된 지금에 어떤 대안을 가지고 있는지 한마디도 안하셨고, 내년에는 예산을 늘려서 기존정책 그대로 집행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폭넓은 지원책을 마련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한 말씀도 안하셨다. 토론회가 열린 게 11월 2일인데 두 달 후면 해가 바뀌게 되는데도 아직 다른 의견이 없다는 것은 2006년에도 2005년과 같은 동일한 지원정책을 가지고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을 진흥하겠다는 말인가보다.
그러니까, 내년에도 5월이나 6월쯤 되면 채택료가 바닥나서 지원이 중단되고, 진흥도 중단되는 정책을 동일하게 집행하겠다는 것이 요점이었던 거 같다.

그게 아니었다면, 방송위원회 관계자분의 속깊은 토론내용을 내가 잘 못 알아들은 거라면 본인은 토론회에 성실히 임하지 않았던 게 맞다.
 
4. 퍼블릭액세스 활성화!
 
이번 토론회는 ‘퍼블릭액세스전국네트워크’가 주최한 토론회이지만 사실 그날의 주인공은 방송위원회가 되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의 채택료 지급기준이 바뀌고, 액수가 인상되고 또 예산이 부족해 지급중단이 결정되는 이 와중에 방송위원회는 지역에서 시청자참여프로그램과 관련된 활동을 하고 있는 SO관계자나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에게 의견이라도 물어본 적이 있었는가 묻고 싶다.
이런 토론회는 사실 방송위원회가 먼저 기획하고, 주최해야 하는 게 맞는 거 아닌가?
왜냐고?
방송위원회는 대한민국의 방송정책을 책임지고, 또한 시민들의 방송접근권을 보장, 확대하는 정책을 만들어내고, 집행해야 하니까 그러려면 이 사람 저 사람의 의견도 듣고, 자신들의 정책에 대한 피드백의 과정도 거쳐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일들의 일차적인 역할은 엄연히 방송위원회의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위치에 있는 방송위원회 토론참가자에게 본인은 이런 말도 들었다.

“채택료지급 여부에 동요하지 마시고 열심히 시청자참여프로그램에 작품내고, 활동하시면서 시청자참여프로그램 활성화시키세요”
위의 대답은 “채택료지급중단 사태 이후 각 지역의 시청자참여프로그램에 신청되는 영상작품들이 없어져서 잠정편성 중단되기에 이르렀다. 향후 진흥계획은 어떤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그리고 사실, 위의 대답은 본인의 앞선 발언 중에 들어있었던 내용이다.
구차하게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는 이유는 같은 말이라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서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저런 말은 나같은, 청주의 이혜린같은, 진주의 박기식같은 사람이 해야 할 말이다.
‘저는 채택료지급 같은 지원정책이 없더라도 퍼블릭액세스 활동 열심히 할거랍니다’라는 식의 발언에 어울리는 내용이라는 뜻이다.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의 활성화를 위한 지원정책을 생산하고 집행해야 하는 사람에게서, 더구나 지원정책의 오류발생으로 인해 심각한 문제가 생겨 그것의 대안을 구하고자 하는 토론회의 자리에서 알아서 하라는 투로 그렇게 얘기하면 도대체 방송위원회는 뭘 진흥하겠다는 것이고, 어떤 것들을 지원하겠다는 뜻일까?

 
5. 서로서로 잘 좀 합시다.
 
물론, 2004년 내내 케이블에서 방영되고 채택료 지급신청 된 215편의 액세스프로그램을 6천여 만원으로 지원하다가 405편으로 두 배 가까이 늘린 것은 채택료지급정책과 채택료인상결정의 효과일 것이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를 보자면 그 효과의 유효기간은 6개월이다. 그래서 2억6천만원어치 지원정책으로는 그 금액정도의 지원효과가 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예산을 대폭 늘려서 1년 내내 지원할 정도의 금액을 확보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방송위원회가 기존의 정책을 고수하겠다면 예산의 대폭인상 정도는 준비를 해놓고 그렇게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토론회 때 말하고자 했던 것은, 시청자참여프로그램에 대한 지원과 진흥정책이 꼭 채택료지급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방송위원회라면 건당 지급되는 그런 채택료방식 이외에 지역 시민들이 영상 활용을 가능케 하는 구조적인 지원을 고민해야 하는 게 아닐까한다.
강릉에서 낸 의견서에도 써 있지만 방송위원회가 시청자미디어센터사업 하는 거 잘 알고 있다. 그런 것도 구조개선을 위한 사업일 것이다. 그러나 본인은 좀더 다양한 범위를 포괄할 수 있는 정책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래서 토론회 때 박채은 연구원과 함께 지역액세스 시범사업도 얘기했다. 그러나 듣지도 않는 눈치였다. 과연 이런 건 관심 밖이라는 말인가?
이번 토론회를 마치고 나의 들뜬 마음은 아래와 같이 변했다.
 
6. 일편단심...그리고 변심
 
아... 정말 잘하고 싶다.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정말 잘 되었으면 좋겠다. 방송위원회랑도 정말 퍼블릭액세스 활성화를 위해 함께 잘 일하고 싶다.
내 소원이다. 정말 잘 하고 싶다는 나의 생각은 여전하다. 청주, 진주, 마산, 전주... 모두 같은 마음일 것이다. 방송위원회의 여러 지원정책들이 이런 마음들을 변하게 만들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방송위원회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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