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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룰 수 없는 과제를 마주하는 우리의 제안 - 기후위기에 관한 독립미디어세미나 결과를 공유하며

독립 미디어 세미나

by acteditor 2024. 12. 19.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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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140호 길라잡이 2025.01.23]

 

미룰 수 없는 과제를 마주하는 우리의 제안

- 기후위기에 관한 독립미디어세미나 결과를 공유하며

 

이세린 (미디액트)

 

 

올해 중 가장 춥다는 한파 속에서 지난 여름을 다시 떠올려보았다. 어느 때쯤, 열사병으로 사망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연달아 기사로 보도되었다. 전남 지역의 한 학교에서 에어컨을 설치하던 중 구토와 이상 증상을 보이던 노동자가 쓰러졌음에도 방치되었다가 끝내 사망했다는 뉴스, 편의점에서 고열로 쓰러진 남성을 구조대가 자택으로 이송했으나 기초생활수급자로 냉방이 되지 않는 집이었고, 병원에 수용되지 못하는 사이에 끝내 사망했다는 뉴스가 특히 잊혀지지 않는다. 이러한 뉴스들은 어떤 공포를 자극했다. 지구는 나날이 뜨거워지는데, 이런 소식들을 뉴스로도 접할 수 없었다면 어떨까? 재난은 불평등하게 찾아오는데, 더 취약한 사람들이 겪는 고통은 어쩌면 지금도 많은 부분 눈에 띄거나 이야기되지 않고 결국 기억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 2025년 1월 7일 시작되어 20일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캘리포니아 산불은 20명 이상의 사상자를 낳은 안타까운 기후 재난이지만, 한편으로 강대국의 부유층 거주 지역이라는 특성 상 상대적으로 빠르고 자세한 보도가 이루어졌다는 평가가 있다. (사진 출처: 캘리포니아 소방부)

 

 

그렇게 더웠던 지난 여름의 끝, 독립미디어세미나에서는 기후 위기를 주제로 세미나를 시작했다. 이번 주제를 이렇게 정하게 된 것은 더 이상은 기후 위기와 미디어 생태계에 대한 논의를 미룰 수 없다는 마음의 부채감이 컸다. 그런데 다른 곳이 아닌 우리의 세미나에서 기후 위기에 관해 말한다면 그것은 어떤 것이어야 할까. 혼란스러웠고 고민이 많았다. 미디액트가 고민해 온 활동의 맥락 속에서 함께 ‘독립 미디어 영역’의 관점에서 이야기되어야 할 것, 지금은 이야기되고 있지 않은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려 노력했다.

 

  • 기후위기를 둘러싼 미디어 정책의 부재. 특히 새롭게 등장한 영역인 스트리밍 사업자의 역할에 대한 요구의 부재. 국가와 스트리밍 기업은 기후위기와 창작자 생태계에 책임을 가져야 할 주체들이기도 하다. 
  • 기후위기 콘텐츠 창작을 뒷받침하는 기금과 지원 정책의 부재. 현재도 개인과 시민사회 차원의 노력이 존재하지만, 이러한 논의 속에 빠져있는 국가와 민간 재단의 영역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과 그 원칙에 대해 생각해보려 했다.
  • 대안적 제작 과정을 비롯해,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 하에 콘텐츠를 창작하기 위한 방법론이 독립미디어 진영에서 충분히 논의되지 않는 문제. 동시대 다른 문화예술 영역과 비교해보아도 이러한 문제는 두드러진다.
  • 기후위기의 주제들에 관한 콘텐츠 큐레이션의 결핍과 글로벌 거대 자본인 스트리밍 사업자에 의해 결정되는 알고리즘의 문제. 즉, 기후위기를 바라보는 관점과 이에 따른 다양한 주제들이 사회적으로 인식 되지 못하는 한 편, 기후위기에 대한 콘텐츠가 관객의 욕구와 만날 수 있는 잠재력에 비해 충분히 유통되지 못한다는 것.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 세미나에서는 기후위기 콘텐츠와 관련한 국내/외의 담론을 살피고 소개하는 한 편, ‘기후위기 콘텐츠’에 대한 부족한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사례를 직접 보여주며 고민을 전하고자 했다.

 

 

 창작자로서, 활동가로서 개인의 몫을 넘어서는 커다란 정책적 논의들을 해 보려는 시도가 익숙하지 않았고,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과 공부에도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 그럼에도 세미나에 참여하는 동료들은 각자가 마주하는 현장을 떠올리며 최선을 다해 고민하고자 했다. 또 조금 더 용기를 내어 기후위기 대응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콘텐츠 창작자의 입장에서 ‘선언’하려고 했다. 이 글들이 더 나은 사회를 꿈꾸는 이들에게 전달되길, 기후위기의 현장 일선에서 노력하고 있는 이들과, 다른 세상을 위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답답함을 느끼고 있는 이들에게 가닿기를 바란다.

 

 어떤 정치적인 의제가 우리 삶을 둘러싼 ‘이야기’가 되어야 할 때, 우리에게 더욱 다원적인 세계가 필요할 때, 세상을 바꾸기 위한 전략들이 논의될 때, 창작자의 ‘독립’과 지속 가능한 생태계가 무엇을 낳을 수 있는지가 더욱 중요하게 논의되길 바란다. 이러한 문제를 같이 고민할 수 있는 이들과 더욱 연결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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