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 가장 춥다는 한파 속에서 지난 여름을 다시 떠올려보았다. 어느 때쯤, 열사병으로 사망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연달아 기사로 보도되었다. 전남 지역의 한 학교에서 에어컨을 설치하던 중 구토와 이상 증상을 보이던 노동자가 쓰러졌음에도 방치되었다가 끝내 사망했다는 뉴스, 편의점에서 고열로 쓰러진 남성을 구조대가 자택으로 이송했으나 기초생활수급자로 냉방이 되지 않는 집이었고, 병원에 수용되지 못하는 사이에 끝내 사망했다는 뉴스가 특히 잊혀지지 않는다. 이러한 뉴스들은 어떤 공포를 자극했다. 지구는 나날이 뜨거워지는데, 이런 소식들을 뉴스로도 접할 수 없었다면 어떨까? 재난은 불평등하게 찾아오는데, 더 취약한 사람들이 겪는 고통은 어쩌면 지금도 많은 부분 눈에 띄거나 이야기되지 않고 결국 기억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더웠던 지난 여름의 끝, 독립미디어세미나에서는 기후 위기를 주제로 세미나를 시작했다. 이번 주제를 이렇게 정하게 된 것은 더 이상은 기후 위기와 미디어 생태계에 대한 논의를 미룰 수 없다는 마음의 부채감이 컸다. 그런데 다른 곳이 아닌 우리의 세미나에서 기후 위기에 관해 말한다면 그것은 어떤 것이어야 할까. 혼란스러웠고 고민이 많았다. 미디액트가 고민해 온 활동의 맥락 속에서 함께 ‘독립 미디어 영역’의 관점에서 이야기되어야 할 것, 지금은 이야기되고 있지 않은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려 노력했다.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 세미나에서는 기후위기 콘텐츠와 관련한 국내/외의 담론을 살피고 소개하는 한 편, ‘기후위기 콘텐츠’에 대한 부족한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사례를 직접 보여주며 고민을 전하고자 했다.
창작자로서, 활동가로서 개인의 몫을 넘어서는 커다란 정책적 논의들을 해 보려는 시도가 익숙하지 않았고,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과 공부에도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 그럼에도 세미나에 참여하는 동료들은 각자가 마주하는 현장을 떠올리며 최선을 다해 고민하고자 했다. 또 조금 더 용기를 내어 기후위기 대응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콘텐츠 창작자의 입장에서 ‘선언’하려고 했다. 이 글들이 더 나은 사회를 꿈꾸는 이들에게 전달되길, 기후위기의 현장 일선에서 노력하고 있는 이들과, 다른 세상을 위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답답함을 느끼고 있는 이들에게 가닿기를 바란다.
어떤 정치적인 의제가 우리 삶을 둘러싼 ‘이야기’가 되어야 할 때, 우리에게 더욱 다원적인 세계가 필요할 때, 세상을 바꾸기 위한 전략들이 논의될 때, 창작자의 ‘독립’과 지속 가능한 생태계가 무엇을 낳을 수 있는지가 더욱 중요하게 논의되길 바란다. 이러한 문제를 같이 고민할 수 있는 이들과 더욱 연결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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