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미디어세미나 참여자 일동
기후위기는 재난 상황은 물론이고, 우리의 일상까지 변화시키고 있으며, 많은 대중과 언론, 기업, 국가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공감하는 문제로 자리 잡았다.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서는 전 사회적인 노력 필요하다. 하지만 미디어 영역에서의 논의는 부재했다.
한국 미디어 분야 기후위기 대응을 살펴보면 ‘공모전’이 단연 압도적이다. 각종 기관에서는 기존에 해왔던 공모전의 주제를 기후위기로 바꿔서 우후죽순으로 진행하고 있다. 물론 다양한 사람들이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콘텐츠 제작을 장려하는 공모전의 효용이 완전히 없다고 치부할 수는 없다. 문제는 별 고민 없이 진행하는 공모전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빙하 위 북극곰의 이미지로 동어반복적으로 위기를 강조하며 재활용을 독려하고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자는 식의 캠페인은 자칫하면 위기 자체에 대해 둔감하게 만들거나, 개인의 노력만으로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는 착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기후위기에 대해 좀 더 실질적인 대응과 중요한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콘텐츠 제작 과정에 있어서 실질적으로 탄소 발생을 줄일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한다거나, 기후위기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후위기는 전 지구적 현상이지만, 결과는 차별적이다. 기후위기로 인한 혹한에 누군가는 가스비 걱정 없이 따뜻하게 지내는 반면, 누군가는 그 시간을 오롯이 몸으로 견뎌야 한다. 언론에서는 해마다 쪽방촌과 같은 현장을 찾지만 자극적인 이미지만 착취하며 연민을 자극할 뿐, 공공 임대주택과 같은 사회공공성 확대를 통한 좀 더 근본적 해결 방안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독립 미디어 세미나’에서는 지난 8월부터 월 1회 총 5차례의 모임을 통해서 독립/미디어 영역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 공부하고 토론했다. 이 모임에서 우리는 영화/미디어 제작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을 줄이는 제도적인 노력, 기후위기 관점으로 콘텐츠를 새롭게 보는 방법과 큐레이션, 기후위기에 대한 새로운 콘텐츠 제작과 제작 주체에 대한 지원 및 네트워킹 등, 분야별로 국내외의 다양한 사례를 살펴봤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우선적으로 한국 미디어 분야에 필요한 4가지의 정책을 제안한다.
물론 정책을 실현하는 데는 예산, 인력 등 어려움이 있기에 당장에 실행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고,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소한의 기후위기 미디어 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논의의 출발점을 마련하기 위한 차원으로 아직은 거칠 수 있지만 먼저 용기 내어 이야기를 꺼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의 제안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좀 더 모이고, 논의가 진전되면 한국의 공공/민간에서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도 기꺼이 함께 하겠다.
1. 영화/콘텐츠 제작과정에서의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정책 및 제도 마련
: 영화 콘텐츠 제작과정에서의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측정도구 개발, 가이드라인 마련, 환경 코디네이터 제도 신설 및 지원 등
2. 기후위기 콘텐츠 제작을 위한 기금 마련
: 기후위기 콘텐츠 제작을 위한 기금을 마련하고, 제작 과정에서의 지역사회 및 소수자 참여 확대
3. 기후위기 콘텐츠 제작자 양성
: 기후위기 콘텐츠의 양적/질적 향상을 위한 제작자 교육, 지원, 네트워킹
4. 기후위기 콘텐츠 큐레이션
: 기후위기 인식 확산 및 교육을 위한 공공적 콘텐츠 큐레이션 마련
현재 한국 영화 제작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정책적 노력은 거의 없다.
K-콘텐츠 운운하며 한국 영화 콘텐츠 산업을 전세계에 자랑하면서도 이 산업이 발생시키는 탄소가 얼마나 되는지, 어떻게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해 정책적 연구 및 노력이 없다는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이다.
해외의 많은 국가들은 1990년대부터 영화산업의 환경 영향과 에너지 소비, 온실가스 배출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왔고, 지속가능한 제작방안을 모색하고 실시하고 있다. 제작사, 방송사, 공공기관, 시민단체, 노동조합 등의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함께 ‘지속가능한 영화산업’의 개념을 정립하고, 공동의 환경 목표를 수립하면서 협력하고 있다. 제작 가이드라인, 체크리스트, 탄소계산기, 환경 컨설팅, 교육 프로그램 등이 이 과정에서 나온 실천이다.
논의가 전무한 것은 아니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는 지난 2020년에 이미 해외사례를 기반으로 한 제작가이드라인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보고서 이후로 영화계에서 관련 논의나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한국에도 위에서 언급한 정책 도입을 통해 영화/콘텐츠 제작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측정하고 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정책 도입으로 인해 자칫 제작 환경이 위축되지 않도록 제작 현장의 규모에 맞는 세심한 정책 도입 및 지원 방안에 대해서도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아래와 같은 세부 정책을 제안한다.
1-1. 한국 영화산업의 탄소배출 총량에 대한 측정 및 개별 제작 영화에 대한 탄소측정도구 개발
1-2. 영화/콘텐츠 제작단계별 제작 가이드 라인 마련
1-3.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소품 및 세트 공공렌탈샵 검토
1-4. 제작 현장의 규모에 맞는 세심한 정책 도입 및 지원 방안 마련
기후위기의 구체적인 문제와 해결책에 대한 합의, 집단적인 실천과 제도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데에는 많은 주체들의 참여와 공론이 필요하다. 기후위기의 심각성과 시급성을 감안할 때 이러한 노력을 더 이상 미뤄둘 수 없다. 우리는 이러한 과정에 반드시 '기후위기 콘텐츠'가 필요하며, 현재의 기후위기 대응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본다.
현재 한국 공공기관, 민간재단 등에서 진행되는 기후위기와 관련한 '공모전'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지원은 내용도 부족한 부분이 많으며, 방식도 일회적 성격으로 인해 한계가 많다. 콘텐츠에 대한 지원은 단순히 제작 지원 뿐만 아니라 제작 방식, 내용, 콘텐츠 활용, 독립적인 창작자 생태계 등 다양한 고려가 필요하다.
해외에서는 기후위기 콘텐츠를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해 특화된 기금을 마련하고, 전문화된 기관이 전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통해서 단순 제작비 지원만이 아니라, 해당 지역에 특화된 소재 발굴과 제작 지원, 임팩트 창출을 위한 배급 및 사례 발굴, 창작자 훈련 등 다양한 측면에서 노력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세계 20여개 국가에서 기후위기 콘텐츠를 지원, 개발하고 있는 닥 소사이어티(Doc Society)의 ‘기후 스토리 유닛(Climate story unit)’이다.
한국에서도 단순히 공모전을 넘어서서 기후위기 콘텐츠의 제작과 유통 전반에서 대해 고민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으며 이에 필요한 기금 또한 신속히 마련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한 우리의 제안은 다음과 같다.
2-1. 기후위기 콘텐츠 제작을 위한 제도 및 기금 마련
2-2. 위 기금의 민주적 운영
2-3. 지역사회 및 소수자 공동체와 함께하는 제작 및 확산
기후위기 관련 많은 콘텐츠가 나오고 있지만 콘텐츠의 양적/질적 향상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기후위기에 대한 차별성 있는 콘텐츠 기획, 제작 단계별 지원 계획의 구체성이 공공, 민간 영역을 막론하고 부족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1) 지원을 통해 어떤 콘텐츠를 만들고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2) 어떤 제작자를 양성하고 어떤 역할을 상상할 수 있는지 3) 콘텐츠와 제작자가 창출할 수 있는 임팩트는 무엇인지 4) 이를 지원하고 교육하는 기관과 담당자들은 어떻게 구성될 필요가 있는지 등에 관한 구체적 고민이 필요하다.
이런 고민을 통해서 기후위기 콘텐츠 제작에 참여하는 주체를 교육하고, 지원/양성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아래와 같이 세부 정책을 제안한다.
3-1. 기후위기 관련 다양한 주제 확장을 위한 교육 및 지원
1) 기후위기 콘텐츠의 다양성을 고려한 교육 및 지원
2) 관련 현안에 대한 검토를 담당하는 역할에 대한 지원
3-2. 기후위기 활동가, 콘텐츠 제작자 간 협업을 통한 기후위기 콘텐츠 제작 확대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을 확산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전 지구적인 기후위기 현상에 대해 학습하고 함께 고민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영상미디어 콘텐츠가 매우 효과적이다. 학교, 지역 등 다양한 현장에서는 기후위기를 교육하고 토론할 수 있는 콘텐츠에 대한 요구가 점차 증대하고 있다.
하지만 관객 및 현장의 수요에 맞게 적절한 콘텐츠를 소개하고 연결하는 것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에 있던 수백개의 콘텐츠를 파악 및 분류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정리하는 것, 즉 큐레이션이 필요하다.
현재 기후위기를 다룬 큐레이션은 거의 없거나 파편적으로만 존재한다. 적절한 콘텐츠를 찾기위해서는 각 플랫폼 별로 일일이 검색하며 찾아야하고, 찾았다고 하더라도 배급사를 통해 상영허가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후위기 관련 콘텐츠를 한 곳에 모으고, 연결할 수 있는 공공적 플랫폼이 개발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콘텐츠를 감상하는 것을 넘어서 콘텐츠를 활용한 시민교육으로 확장되기 위해서는 콘텐츠와 관련한 교육 프로그램이 개발 되어야한다.
또한 이러한 시도는 새롭게 콘텐츠를 만들면서 탄소를 배출시키는 것이 아니라 이미 제작되어있는 콘텐츠를 관객과 만나게 한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관객의 수요를 파악하며 어떤 지점의 작품들이 부족한지 등 공백을 발견하게 되는 것 또한 제작 지원 측면에서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다음과 같이 공공적인 기후위기 콘텐츠 큐레이션을 제안한다.
4-1. 기후위기 콘텐츠 큐레이션의 방향
4-2. 기후위기로 시작하여 향후 독립미디어 콘텐츠 큐레이션으로 확장 검토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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