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이 두 달 넘게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온라인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는 ‘콘텐츠 중재’라는 이름 아래 팔레스타인을 왜곡하거나 관련 콘텐츠에 대한 정보접근성을 저하시키는 정보 공격이 잇따르고 있다. 이를 틈타 이스라엘은 이러한 제한을 ‘테러’라는 이름으로 ‘합법화’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2023년 11월 8일 이스라엘 의회는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시민권자들을 대상으로 테러와 관련된 자료나 정보를 활용하는 행위들을 범죄로 규정한다는 내용의 ‘대테러법 개정안’을 13:4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기존의 테러방지법 제 24조를 개정한 것으로 “테러 조직에서 만든 제작물을 사용하는 것”도 범죄로 포함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테러 조직의 제작물이란 테러에 대한 모든 것-테러 행위의 기록, 테러 찬양 및 고무 등의 표현-을 포함하는 것으로 구체적으로 이 법안을 적용시킬 대상은 하마스와 IS라고 지정하였으며, 이를 비롯해 가자지구의 참상을 기록한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른 것만으로도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지정한 대상 외 별도로 이스라엘 당국이 보기에 테러단체로 의심되는 조직을 발견하면 법무부 장관에게 이들을 공식적인 테러조직으로 확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테러단체로 의심된다는 기준은 매우 모호한 개념임에도 이에 해당된다고 판단할 경우 언제라도 처벌이 가능하다. 이스라엘 당국은 “선동으로 인식될 수 있는 모든 것을 뿌리 뽑기 위함이지 표현의 자유를 막겠다는 것은 아니고, 총성이 울려 퍼져도 표현과 비판의 자유는 지켜질 것”이라고 하면서도 “그러나 테러행위를 지지하거나 이를 선동하는 행위는 테러와 동일하다고 볼 것이며, 24시간 내 삭제되는 인스타그램 스토리 단 1건의 게시글이라 할지라도 이스라엘 당국은 수사에 착수하고 기소 및 구금할 수 있다.”고 하였다.
법안 상정 전 이스라엘의 인권단체 아달라-이스라엘 내 아랍 소수자 권리를 위한 법률센터(Adalah - The Legal Center for Arab Minority Rights in Israel)는 법무부 장관에게 이와 관련하여 ‘본 법안은 형법의 기본적인 원칙을 위배하는, 구체적인 테러행위에 대한 적절한 정의 없이 모호한 범위까지 범죄로 보는 것에 대해 우려하며, 사법기관은 테러행위자를 색출해내기 위한 감시도구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법안 상정을 반대한다’는 긴급 서한을 보냈다.
이스라엘은 특별히 팔레스타인인들만을 처벌하기 위한 목표 아래 각종 억압적인 법안을 통과시켜온 역사가 있으며, 여기에는 모두 ‘테러’의 이름이 붙어있다. 점령된 팔레스타인의 사람들은 개인 SNS에 저항을 연상시키는 것들을 올리면 군경이 이를 발견한 즉시 테러행위로 규정하여 집으로 찾아가 문을 부수고 강제 연행해간다.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서만 올해 2천2백여명 이상이 SNS에 이스라엘에 저항하고 팔레스타인에 연대를 촉구하는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연행되었다. 이스라엘은 1948년 팔레스타인 땅을 군사점령한 이후 지속적으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테러범으로 규정하며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시키고 있다. 수감자는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연령과 성별을 가리지 않는다.
이는 팔레스타인 뿐 아니라 서유럽 국가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12월 13일 영국에서는 개인이 사용하는 틱톡 계정에서 팔레스타인 지지 발언을 한 영국인 여성을 체포하여 7시간 구금한 사건이 있었다. 11월 3일에는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공격수인 안와르 엘가지가 개인 SNS에 “요르단강에서 지중해까지 팔레스타인은 해방될 것”이라고 썼다가 현지 검찰로부터 혐오 표현을 퍼뜨린 혐의를 받아 수사선상에 올랐으며, 구단과는 결국 계약이 해지되었다.
이와 같이 개인 SNS상에서 팔레스타인 지지 또는 이스라엘의 군사점령 종식을 촉구하는 게시글을 모두 명시적인 정치적 메시지로 해석하여 군경의 검열이 강화되는 가운데, 최근 메타(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와 틱톡,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 플랫폼 기업에서도 마찬가지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거나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게시물을 올리면 계정 정지 또는 게시물 노출을 의도적으로 줄이다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메타는 지난 10월 20일 일부 팔레스타인 인스타그램 사용자의 프로필에 ‘테러리스트’ 라는 단어를 자동으로 표기해 온 것에 대해 사과한 바 있다. 또한 영어 단어 팔레스타인과 팔레스타인 깃발 이모티콘, '신께 찬양을'이라는 뜻의 아랍어 단어(alhamdulillah)가 표기된 인스타그램 사용자의 자기소개 문구를 영어로 자동 번역하니 "신께 찬양을,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들이 자유를 위해 싸우고 있다'고 자동으로 ‘테러리스트’가 함께 나왔는데, 메타는 왜 이런 일이 발생되었는지에 대한 답변은 하지 않았다. 여기에는 이스라엘 정부가 글로벌 IT기업에 공공연히 협조 요청을 해왔던 부분도 있는데, 2015년 11월 이스라엘 외교부장관은 구글, 유튜브 경영진을 만나 팔레스타인 관련 게시물을 감시 및 검열하는 것에 협조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이스라엘의 이런 검열행위들은 국제법을 위반할 우려가 있다. 이스라엘 정부가 임의로 테러행위라 간주하는 자료를 단순히 소지하는 것만으로 범죄라 규정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군사점령행위와 집단학살을 정당화하기 위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극단주의적 테러 행위자와 동일시하여 학살의 근거로 삼으려 하고 있다.
점령지의 민중이 해방을 위해 싸우는 모든 행동을 막기 위해 가하는 점령국의 억압과 핍박은 계속되어선 안된다. 우리는 이스라엘의 군사점령이 종식될 때까지 팔레스타인의 자유를 위한 연대의 물결을 일으켜야만 한다.□
[참고자료]
글쓴이. 젬마(팔레스타인평화연대 활동가)
길을 지나다 우연히 팔레스타인평화연대의 부스에서 “한국과 이스라엘의 관계보고서”를 읽은 뒤 팔레스타인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어 이후 활동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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