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듣보잡 애니메이션 창작자 김승희입니다. 이제는 스스로 듣보잡이라고 해도 웃음이 나올 정도로 여유가 생겨서 이렇게 대외적으로 한 번 칭해 보았습니다.
2014년부터 <심경>이란 단편애니메이션을 시작으로 <심심>,<호랑이와 소> 현재까지 단편 세 작품을 만들었구요. 현재는 후반작업중인 단편애니메이션 하나와 프리프로덕션 단계에 있는 장편 애니메이션을 작업중에 있어요. 종종 다른 장르의 감독님들과 협업을 하기도 하고요. 열 두 분의 멋진 애니메이션 창작자분들과 연대하는 모임, 하운즈투스에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2. 어떻게 미디어연구저널 [ACT!]를 알게 되었나요?
이메일함을 뒤져보니 ACT! 구독을 2015년부터 했더라고요. <93호 생존은 셀프>가 메일함에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ACT! 메일링이었어요. 근데 제 기억엔 그것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했던 것 같은데…. 왜냐면 맨 처음 ACT!를 접했을 때 글이 너무 어려웠거든요, 당시의 저에게는. 그런데 세월이 흘러 ACT!에 글을 올리고 있다니 정말 감개무량입니다.
ACT! 125호에 “코로나 시대에 셀프 배급을 하는 감독님께 보내는 편지 - 단편영화의 온라인 영화제 배급 시 고려해야 할 것들” 이란 제목의 글을 싣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난호에는 “오랫동안 건강하게 작업하기 - 독립 애니메이션 콜렉티브 하운즈투스 인터뷰”에 참여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이렇게 10분 10답으로 인사드립니다.
3. [ACT!]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CT!를 처음 접했을 때 저는 그냥 영화관 가서 독립영화 보고 애니메이션 보는 게 좋았던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당시에는 ACT!의 모든 글이 어려웠거든요, 그럴 수밖에요. 제가 모르는 세계였으니까요. 하지만 작업을 시작한 이후 글이 읽히기 시작했고 ACT!에서 다루는 이야기들이 잘 들리더라고요. 공감도 되고요. ACT!에 실리는 글을 읽을 때 어떤 연대감을 느낍니다. 제가 그 영상작업자분들을, 그 활동가분들을 모르더라도 그분들의 이야기를 지면으로 읽고 있노라면 어떤 친밀감이 마음에 생겨요. 때론 그분들의 고민이 제 고민이기도 하고요.
4. [ACT!]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3번 문항에 연결되는 답이긴 한데요.. 그리고 좀 뻔한 표현일지 모르지만 “친구”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가끔 연락하지만 막상 이야기를 시작하면 뭔가 그 시간의 틈이 느껴지지 않는 그런 친구.
5. 지난호 기사를 어떻게 읽으셨나요?
지난 호에서 “가면 쓴 시네필리아와 해적의 역량 - 영화 <킴스 비디오>” 리뷰를 재밌게 읽었습니다. 해당 영화에 대해 다들 이것은 시네필의 영화, 영화에 대한 세레나데… 이런 리뷰가 많은 가운데, 글쓴이의 표현을 빌리자면, “해적질”에 대해 집어내는 글을 처음 읽은 것 같아요. 그냥 넘어갔거나 하는 부분을 이렇게 콕 짚어주는 글을 읽으면 머리가 번쩍하는 기분이 듭니다.
근데 이 질문을 처음에 잘못 읽고 지난 모든기사를 떠올렸습니다. 그래서 제가 인상 깊게 읽은 지난 기사 몇 가지를 같이 얘기하고자 합니다.
제가 가슴을 치며 읽었던 기사는 단연코 135호에 실린 “그리운 철새들을 떠올리며 (글쓴이 로새)”입니다. 제가 해당 분야에서 노동자로 있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 제 주변에 과거 철새였지만 이제는 다 K-직장인이 되신 분들이 많이 계세요. 로새님은 이 글을 통해 정말 우아하고 담담하게 현실에 대해서 말씀을 해주셨어요. 그렇지만 저는 이 글을 읽으면서 “이렇게 사람 귀한 줄 모르고 굴러가는 곳이라면…..”(이 악물기) 이러면서 흑화했던 순간이 떠올랐습니다. 제 경험은 2017년인데 이 글은 2023년에 나왔습니다. 6년이 지나도 똑같은 상황이라면 정말 큰 문제이지 않나 싶습니다. 하지만 변화에 대한 필요성을 그분들은 느끼시는지 여전히 알 수 없습니다.
“너도 멸종되지 않게 조심해(글쓴이 박동수)” 136호 길라잡이 글도 잘 읽었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활동한 영역의 현실, 현황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 것이 중요하기도 했고요. 창작자에게 영화제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고민이 많고 이것에 대해서 동료 감독들과 자주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 외 저와 동료 감독들이 나눴던 영화제를 둘러싼 수많은 대화들의 맥락속에서 저는.. 이 글의 제목과 썸네일이 정말 탁월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ACT! 113호에 실린 지금은 멈춘, 오렌지 필름의 대표 민지연 님의 인터뷰(인터뷰어 차한비)가 기억에 남습니다. 오렌지 필름을 만나기 전까지는 순수미술 쪽에는 독립큐레이터가 존재하지만, 영화 쪽에서 이렇게 독립 프로그래머가 존재할 줄 몰랐습니다. 대부분의 프로그래머는 영화제라는 조직 안에 속해서 그 영화제를 위한 프로그램을 짜는 것이 대부분이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혼자서 기획 및 상영까지 꾸준히 오랫동안 해오신 그 행보가 대단하고 놀라웠거든요. 그리고 인터뷰 중에 기획료를 책정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맥락이 저같은 경우 상영료나 외주비용 책정과 비슷한 맥락이라서요. 매우 공감하면서 읽었습니다. 그리고 좀 오랫동안 해오고 있는 생각 중 하나는 큐레이션의 영역 밑바닥에는 단순히 큐레이터의 취향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때론 권력이 작용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아무튼 제가 가진 불신과, 또 그런 현실을 온전히 뛰어넘는 존재여서 너무 좋은 인터뷰였습니다. 언젠가 오렌지 필름이 다시 시작하길 바랍니다.
6. [ACT!]에 실렸으면 하는 기사가 있나요?
ACT!에서 애니메이션 관련 글들도 자주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국내 애니메이션 관련 비평 글이나 작가/작품 연구, 업계나 제도에 대한 비평/연구를 찾기 참으로 어려울 정도입니다. ACT!에서 관련 글들을 볼 수 있다면 이보다 행복할 순 없겠습니다.
7. [ACT!]를 보여준다면 누구에게 보여주고 싶나요?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은, 그리고 만들고 있는 창작자들에게.
자신이 속한, 혹은 속하고 싶은 영역의 폭넓은 담론을 두루두루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꼭 움직이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 카메라를 든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ACT!에서 다루고 있는 미디어 운동, 공동체 미디어에 대한 이야기, 미디어 전반의 흐름 등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하니까요..
8. [ACT!]를 더 많은 사람들이 보게 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영상작업을 하는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곳이 ACT!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럼에도 좀 영업하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저와 같이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창작자분들입니다. 애니메이션쪽에서는 아직 잘 모르는 분들이 제법 계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일단… 애니메이션 관련 글이 올라온다면 애니메이션 창작 관련인들이 많이 보기 시작할 것 같아요. (너무 애니메이션으로 영업하나요? 어쩔수 없습니다.. 제가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사람이라.)
저는 ACT!를 읽을 때 느슨한 연대감이 들거든요. 나만 이런 생각 하며 사는 건 아니구나 싶어서 위로도 됩니다. 국내 애니메이션 창작자분들에게 필요한 것은 이런 연대감이라고 생각해요.
9. [ACT!]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오랜 시간 변함없이 존재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특히 요즘 같은 시대에는 말이죠. 하물며 사람도 매일매일 다른데. 그런 점에서 진보적 미디어 운동 연구 저널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우면서 오랜 시간 존재한다는 게 정말 큰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그럴 수 있게 노력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한 마음입니다.
10. 남기고 싶은 혹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오늘도 ACT!의 실린 글을 모니터 한 켠에 띄워놓고, 컴퓨터 앞에서 일하고 계시는 모든 분들, 건강하세요.
부당한 일을 당하면 참지말고, 사람보다 프로젝트를 더 우선시하지 말아요. 우리. 서로를 착취하지 말아요.
나정도면 괜찮은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들 때가 가장 위험하니까 늘 스스로를 돌아봐요 우리.
저도 늘 스스로를 돌아보고 노력하겠습니다. (너무 뜬금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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