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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써야 비로소 나타나는 것들- 성남시 마을미디어 아카이브 활동 및 가치확산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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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21. 11. 9.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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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내가 아카이브 개념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사용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를 느꼈다. 정말 우리에게 아카이브가 필요한가, 아카이빙을 우리가 직접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해명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기록해야 한다, 기록해야 하니까” 이상의 명분을 찾고 싶었다."

 

 

[ACT! 127호 미디어 큐레이션 2021.11.12.]

 

우리가 써야 비로소 나타나는 것들

- 성남시 마을미디어 아카이브 활동 및 가치확산 사례

 

임종우(ACT! 객원 편집위원)

 

아카이브가 도대체 무엇이길래

 

  오늘까지 나는 아카이브라는 단어를 몇 번 말하고 썼을까. 아카이브가 문화기획 영역에서 중요한 단어가 된 지 짧지 않은 시간이 지났다. 여러 기획서에서, 강연에서, 비평에서 아카이브를 습관처럼 언급했던 것 같다. 문득 내가 아카이브 개념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사용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를 느꼈다. 정말 우리에게 아카이브가 필요한가, 아카이빙을 우리가 직접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해명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기록해야 한다, 기록해야 하니까이상의 명분을 찾고 싶었다.

 

  지난해 2010년대 성남시 청소년과 청년세대의 미디어 실천을 재료 삼아 성남시 생애주기별 마을미디어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지역 청소년과 청년세대가 만든 60여 편의 미디어 작품을 시민 연구위원과 함께 살펴보고 그것이 가진 의미를 탐색했다. 이 프로젝트의 동력은 아까움과 불안이었다. 지역 미디어 콘텐츠가 역사화되지 않고 증발하는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 안타까움으로 시작해 안타까움을 어느 정도 해소하며 활동을 마무리했다. 그럼 이제 무엇을 더 해야 하는 걸까.

 

 
▲ 성남시 여성 청소년 영화감독 김해은의 ¹®±úÁü½ºÆ® (특수문자로 이루어진 제목의 영화) 스틸컷. 청소년의 시선에서 성역할을 비롯해 여성과 젠더 이슈를 질문한다. 오늘날 페미니즘 담론과 자기 삶의 접점을 조심스럽게 찾아가는 다큐멘터리.

 

 

 

▲ 2021년 성남시네미디어포럼 마을미디어사업 '여성의 삶, 마을미디어로 읽고 쓰다' 포스터

 

 

 

두 번째 성남시 생애주기별 마을미디어 아카이브

 

  올해에는 아카이브 활동의 관점을 전환해보았다. “존재의 기록이 아닌 의미의 기록으로서 아카이브에 접근하기로 했다. 개별 작품이 존재했고 어떤 내용이었는지를 넘어서, 일련의 작업이 어떤 공통점을 가졌는지, 어떤 경향을 형성하였는지, 그리고 그 경향을 뚫고 돌출하는 이질적인 작업이 있지는 않았는지 질문하고 싶었다. 이러한 활동 목표의 변화는 곧 금년도 프로젝트 제목을 여성의 삶, 마을미디어로 읽고 쓰다로 결정한 이유이기도 했다. 여성 청소년과 청년세대의 미디어에서 이상한 감각 혹은 흐름을 느꼈다. 묘한 연결감을 텍스트로 선명하게 가시화해보자고 동료 활동가와 함께 의견을 모았다.

 

  이를 위해 우리는 아카이브 활동을 체계화해야 했다. 세 가지 단계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첫 번째 단계 읽다 과정에서는 여성작가 은유의 단행본 다가오는 말들을 함께 읽으며 독후감을 쓰고 그 결과를 공유했다. 남성 활동가에게는 여성의 생애에 대한 감수성이, 여성 활동가에게는 나와 다른 여성의 삶에 대한 이해력 보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두 번째 단계 쓰다 과정에서는 지역 여성 청소년 미디어를 다시 관람, 다중의 작품을 연결하며 비평 글을 작성했다. 그리고 여성영화 OTT 퍼플레이 콘텐츠를 자유롭게 관람하며 여성 마을미디어와 여성 독립영화의 내용과 표현 측면의 참조 지점을 찾아보았다. 더 나아가 마을미디어의 범주를 공공예술로 확장, 지역 여성 문화예술 기획자와 인터뷰를 진행해 지역 마을미디어의 실천전략을 보다 유연하게 사고하는 시간 또한 보낼 수 있었다. 마지막 나누다 과정에서는 지금까지의 활동 결과를 연결하는 시민비평이나 연대하는 시민비평등으로 명명하여 온라인 전시공간에 배치했다.

 

 

▲ '여성의 삶, 마을미디어로 읽고 쓰다' 온라인 전시 현장

 

 

또 다른 연결로서 마을미디어 아카이브 가치확산

 

  이번 해는 성남에서의 프로젝트와 이웃 도시 수원에서 마을미디어 아카이브 가치확산을 병행했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었다. 수원미디어센터의 적극적인 협력 아래 수원마을미디어 활동가를 대상으로 마을미디어 아카이브 입문교육을 진행했다. 아카이브에 대한 기초이론 학습부터 공공기관, 시민사회, 대안언론, 생활문화 동호회 등 다양한 주체의 아카이브 사례 분석까지 가능한 선에서 풍부한 이야기로 강의를 구성하고자 노력했다. 마을미디어 아카이브의 네 가지 미션을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교육을 전개했다. 첫째, 시민 참여적인 동시에 마을미디어와 마을공동체가 주도하는 지역 미디어 문화연구가 필요하다. 둘째, 연구 또한 마을미디어 활동과 콘텐츠가 될 수 있다. 셋째, 우리에 대한 연구는 우리가 직접 해야 한다. 넷째, 마을미디어 아카이브는 지금까지의 실천을 재의미화하는 과정을 요구한다. 수원에서의 마을미디어 아카이브 구축 방향을 구체화하는 시간을 마련하지 못했고, 강의 안에서 아카이브 사례가 영상, 시각 문화에 다소 치중되어 제시된 한계가 있었으나 마을미디어 아카이브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전히 마을미디어 아카이브는 모호하고 어렵다. 실천과제 수립과 보편화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된 것이다.

 

<여성의 삶, 마을미디어로 읽고 쓰다> 온라인 전시의 흔적은 아래 링크에서 볼 수 있다. 전시 콘텐츠는 20211230일까지 업데이트되며 20221130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

 

▮ 관련 사이트

- 성남시 미디어실천 아카이브  https://snarchive.modoo.at/

 


글쓴이. 임종우(ACT! 객원 편집위원)

- 2018년부터 2020년 가을까지 ACT! 리뷰 담당 편집위원으로 활동했다. 지금은 서울과 경기도 성남을 오가면서 일하는 중이다. 마을미디어와 독립영화 등을 가로지르는 기획, 교육, 연구를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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