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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영화, 공간의 돌파구를 찾아서 - 지역 문화기획자의 눈으로 바라본 커뮤니티시네마페스티벌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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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21. 6. 14.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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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질문은 방향을 향해야 한다. 문화기획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특정 공간에 다량의 자원을 투입하고, 수용자를 최대한 끌어모아 일시적으로 다수의 콘텐츠를 소비하는 메가 이벤트는 오늘의 질병 앞에서 손쉽게 무너져 내린다. 물적, 인적 자원은 분산되어야 하고, 장기적이고 일상적인 작은 문화적 스킨십을 여럿 만들어야 한다."

 

[ACT! 125호 미디어 큐레이션 2021.06.25.]

 

지역, 영화, 공간의 돌파구를 찾아서

- 지역 문화기획자의 눈으로 바라본 커뮤니티시네마페스티벌2021

 

임종우(ACT! 객원 편집위원)

   

▲ 커뮤니티시네마페스티벌2021 포스터 (출처: 커뮤니티시네마페스티벌2021)

 

 

공간의 고군분투

 

  지역 문화기획자로서 공간문화 위축에 대한 불안감이 오래도록 쌓이고 있다. 다른 지역의 동료들에게 가볍게 안부를 물어보기도 어려울 정도라고 해야 할까. 각자 상황을 잘 이해하기에 상투적인 안부와 질문은 생략되고, 이러한 생략의 반복 속에서 토로하지 못하는 외로움과 고립감은 점점 누적되는 것 같다. 하지만 상황이 좋지 않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을 것인가?’ 질문해본다. 사회 복원의 조짐이 보이는 길 위에서 새로운 기획을 고민해야 한다. 무엇으로 시작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코로나19가 발병하기 전부터 공간의 위기 이슈는 존재했다. 넷플릭스의 한국 상륙과 왓챠의 성장이 논의를 가속화시켰다. 어느 분야보다 빠르게 탈 공간화되는 영화문화 지형 안에서 공간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지금 공간은 어떻게 소비자를 호출해낼 수 있는지, 어떤 전략을 가지고 공간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야 하는지 적지 않은 고민을 주고받는 참에 코로나19라는 거대한 운석이 떨어진 것이다.

 

  구체적인 전략을 묻는다면 이런 것을 나열할 수 있다. 상영기술을 개선해 양질의 관람환경을 제공하거나, 음식과 기념품 등 관객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가격 정책에 변화를 주거나, 콘텐츠의 희소성을 확보하거나, 참신한 큐레이션을 보여주거나, 다양한 이벤트를 부가해 적극적인 관객층을 형성하는 일 등이다. 하지만 전략은 말대로 전략, 방법이다. 우리의 질문은 방향을 향해야 한다. 문화기획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특정 공간에 다량의 자원을 투입하고, 수용자를 최대한 끌어모아 일시적으로 다수의 콘텐츠를 소비하는 메가 이벤트는 오늘의 질병 앞에서 손쉽게 무너져 내린다. 물적, 인적 자원은 분산되어야 하고, 장기적이고 일상적인 작은 문화적 스킨십을 여럿 만들어야 한다. 동시에 세부 프로그램은 일관적이고 완성도 높은 기획 틀 위에서 구성해야 한다.

 

 

우리의 대답은 공동체(커뮤니티)”

 

  다시 질문한다. 무엇으로 시작할 것인가? 커뮤니티시네마페스티벌2021(이하 “커시페”)은 이 질문에 공동체들이라고 대답한다. “공동체가 아니라 공동체들이다. 우선 영화문화의 회복과 생산을 도모하는 실천 주체의 최소 단위로 공동체를 제시한다. 그리고 그 공동체들이 연결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네트워크가 구성돼야 공적지원과 거버넌스를 요구하는 힘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들이 각자 자리에서 따로, 때로는 같이 관객 참여적인 영화문화를 이끌어나가야 한다는 것이 커시페의 메시지일 테다. 올해 커시페에는 전국 다섯 개의 소규모 영화상영공간과 영화문화단체가 참여했다. 2개월간 서울, 목포, 원주, 전주, 부산을 순회상영하는 방식이다. 참여단체 다락스페이스(서울), 시네마라운지MM(목표), 원주영상미디어센터 공유(원주), 고씨네(원주), 무명씨네(전주), 모퉁이극장(부산)은 모두 커뮤니티시네마네트워크 사회적협동조합의 구성원이다. 그리고 본 영화제는 영화진흥위원회 독립예술영화유통배급지원센터 인디그라운드와의 거버넌스를 통해 추진되었다.

 

▲ 영화제 상영작 <창살로 막을 수 없는 자유> 스틸컷 (출처: 커뮤니티시네마페스티벌2021)

 

▲ 영화제 상영작 <붉은 벽돌벽 안에서> 스틸컷 (출처: 커뮤니티시네마페스티벌2021)

 

  위와 같은 참여 구조는 커시페 상영 프로그램의 구성 방법과 직접적인 관련을 맺는다. 영화제는 공통 섹션과 지역섹션을 준비했다. 공통 섹션은 전환도시, 국제연대, 영화문화를 키워드 삼아 모든 지역에서 볼 수 있는 상영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역과 국가의 경계를 넘어 국내외 모든 사회구성원이 습득해야 할 동시대 사회문화적 의제를 반영한다. 지역섹션은 참여단체가 각자의 이슈를 가지고 개발한 프로그램이다. 개인적으로는 두 개의 프로그램을 주목했다. 하나는 공통 섹션 중 국제연대프로그램이다. 최근 미얀마와 홍콩의 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를 소개했다. 독립영화의 중요한 가치이자 이념으로서 액티비즘을 다시금 환기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보았다. 특히 공통 섹션은 연구자, 활동가를 상영 현장에 파견해 심도 있는 관객과의 대화 이벤트를 병행했다. 다른 하나는 공간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주제로 한 원주영상미디어센터 모두와 고씨네의 지역섹션이다. 원주는 최근 아카데미극장의 보존과 보호를 위한 시민과 활동가의 연대가 빛났던 도시이다. 그만큼 어느 곳보다도 공간의 가치와 역할을 다각도에서 검토했으리라 생각한다.

 

▲ 영화제 원주 행사 현장 사진 (출처: 원주영상미디어센터 모두)

 

 

다음 커뮤니티시네마페스티벌에 바라는 것은

 

  그러나 관객이자 기획자의 눈에 몇 가지 아쉬움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한정된 자원과 여러 현실적인 어려움 속에서 행사가 이루어졌을 것이라 예상하는 가운데 (기획 주체라면 당연히 인지하고 있을) 불평을 늘어놓는 건 아닐까 걱정이다. 하나는 지역섹션이 공통 섹션과 비교했을 때 확연하게 다른 작고도 깊은 의제를 풍부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과 참여단체 안에서의 세부 기획 과정(시민( 관객들의 요청이 있었는지, 지역단체로서 가지고 있던 구체적인 고민을 반영하고 있는지 등)이 프로그램 서문이나 참여단체 인터뷰 등으로 자세하게 설명되었으면 좋았겠다. 다른 하나는 실제 행사가 어떻게 진행되었고 부대행사에서 어떠한 대화가 이루어졌는지 스케치 이상의 기록을 접하기 어려웠다는 사실이다. 현장 취재와 아카이브를 어쩔 수 없이 개별적인 참여단체에게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지역에서 보내는 소식을 모아 커시페 단위의 주간 뉴스레터 콘텐츠를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많은 관객의 의견과 마음을 모아 풀뿌리 공동체 혹은 커뮤니티 시네마 기반의, 관객을 찾아가는 지속 가능하고 자생적인 영화제 모델을 선도했으면 좋겠다는 기대와 응원의 마음 가득 담아 보내면서 커뮤니티시네마페스티벌2021 취재기를 마친다.

 

 관련 사이트

- 커뮤니티시네마페스티벌2021 공식 홈페이지

https://communitycinemafestival.com

- 커시네 Community Cinema Network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communitycinema.network/

 


글쓴이. 임종우(ACT! 객원 편집위원)

- 2018년부터 2020년 가을까지 ACT! 리뷰 담당 편집위원으로 활동했다. 지금은 경기도 성남시에서 영상문화운동에 집중하는 중이다. 모두를위한극장공정영화협동조합의 운영위원이며 성남교육영화제 총괄 프로그래머이다. 대학교에서는 한국 독립영화의 역사와 미디어교육 기획 방법론을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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