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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을 씌워주는 좋은 친구” - 백선우(호우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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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 acteditor 2019. 11. 27.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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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는 비 외에도 좋은 친구(好友)라는 뜻을 지닌다. 영화를 만든 분들과 함께 걸어 나가고 싶다는 소망을 담았다. 한편으로는 이곳에서 배급하는 영화가 관객의 기억에 평생 남는 좋은 친구가 되기를 바란다는 의미도 있다. - - 차한비(ACT! 편집위원)  

 

[ACT! 117호 인터뷰 2019.12.16.]


“우산을 씌워주는 좋은 친구”
- 백선우 (호우주의보)


차한비(ACT! 편집위원)



  민트색 빗방울이 그려진 로고는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온다. 2017년 설립된 독립영화배급사 호우주의보는 배급과 상영뿐만 아니라 다양한 프로젝트 사업을 통해 창작자와 관객 사이에 다리를 놓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고집과 열정이 묻어나는 활동을 지켜보며, 누가 어떤 마음으로 운영하는 곳인지 궁금해졌다. 인터뷰를 요청하자 백선우 대표는 경의선 숲길 끝에 자리한 ‘가시광선’으로 초대했다. 얼마 전 그가 친구와 함께 문을 연 곳인데 ‘세상의 모든 빛과 색이 있는 공간’이라는 소개에 걸맞게 무지개가 콘셉트이다. 평상시에는 카페 겸 술집으로 운영되지만, 호우주의보 월례 상영회 등 여러 행사도 진행하는 새로운 아지트인 셈이다. 한바탕 비가 내리고 난 후 맑게 갠 하늘에 뜬 무지개를 볼 때처럼, 반갑고 든든한 친구가 되기를 바란다는 백선우 대표를 ACT!에서 만났다.

 

▲ 호우주의보 백선우 대표 



= 먼저 소개 부탁드린다. 
- 대표라는 호칭은 왠지 어색하다. 밖에서는 그냥 “호우주의보 일하는 백선우”라고 소개한다. 원래 전공은 국어국문학인데 영화에 관심이 생겨 복수전공으로 영화과 수업을 들었다. 대학 졸업 후 잠시 다른 일을 하다가 대학원에서 다시 영화를 배웠고, 2017년에 대학원 졸업과 동시에 호우주의보를 시작했다. 

= 호우주의보를 소개할 때는 어떤 곳이라고 이야기하나.
- 내가 나서서 “호우주의보는 이렇다”하고 설명할 기회는 거의 없었다. 배급하는 작품이 점차 쌓여가면서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이미지가 정해지는 것 같다. 주변에서는 젠더 감수성이 풍부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씀해주신다.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평가해주시는 거지만, 나로서는 의도하거나 계획한 부분은 아니라서 쑥스럽기도 하다. 다만 일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신념은 있다. 감독과 스태프를 포함해서 호우주의보와 연관된 모든 분들과 함께 걸어 나간다는 마음가짐이다. 그 마음을 지켜낼 수 있다면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이 생겨도 감당할 수 있는 것 같다.

= 어떤 계기로 시작했나. 출발 당시에는 어떤 그림을 그렸는지 궁금하다.
- 출발하는 마음은 대개 비슷한 것 같다. 학생 시절 여러 단편영화에 스태프로 참여하면서 답답하고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실제로 만들어지는 작품 편수나 그때 쏟은 노력에 비하면, 막상 완성된 작품을 외부에 보여주려는 시도는 저조하지 않나 싶더라. 그런 부분이 내내 갈증처럼 남았는데, 졸업을 앞두고 진로를 고민하던 시점에 ‘이 일을 한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내가 원하고 좋아하는 일이니까 선택한다기보다는 내 주변에 가장 가까이 있는 일부터 하나씩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처음에는 직업이 될 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어떻게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다.

▲ 상영회를 소개하는 백선우 대표 



= 혼자 운영한다고 들었다. 장단점이 있을 텐데 어떤가.
- 맞다. 1인 시스템이다. 나 혼자 모든 일을 처리하고 책임진다는 데서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그만큼 장점도 뚜렷하다. 일하다 보면 뭔가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연속하지 않나. 혼자라서 빠르게 결정할 수 있고, 동시에 다른 누군가에게 책임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더욱 신중해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온전히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일을 추진해나갈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조직 내에 있다 보면 아무래도 기획이나 배급 방향에 관해 나 자신의 뜻을 고수하기는 어려우니까.

= 보통 하루 일과를 말해본다면.
- 요즘은 하루가 빠듯하게 돌아가는 편이다. ‘가시광선’을 오픈한지 두 달 정도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호우주의보 업무를 처리하다가, 저녁 여섯시부터는 이 공간에서 일한다. 1인 시스템의 장점을 한 가지 더 추가한다면, 정말 어디서든 일할 수 있다는 점 같다. (웃음) 특별히 업무 시간이나 장소가 정해져 있다기보다는 내가 자리한 공간이 곧 일터라는 느낌이다. 물론 일과 여가를 제대로 분리하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지만, 현재 나로서는 계속 할 일이 있다는 사실이 도리어 만족으로 다가온다. 호우주의보 설립 초반에는 일이 없어서 불안한 시기를 보내야 했거든. 그때의 불안보다는 지금의 부담감이 차라리 나은 것 같다. 경제적인 면을 떠나서 일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행복이다.

= 회사명이 독특하다. 호우주의보뿐만 아니라 진행하는 여러 사업 또한 단비, 소나기, 장마 등 ‘비’와 관련한 이름이 많다.
- 정말 많이 고민했다. 이런 단체명을 지어본 경험이 없다 보니 감이 안 잡히더라. 영화 크레딧에 영화사 이름이 나오지 않나. 한동안 극장에 가면 계속 그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웃음) 아무래도 일반 기업과는 차별되는 지점이 있었다. 좀 더 부드럽고 감성적인 느낌이었고, 이름을 듣자마자 직관적으로 이미지가 떠오르기도 했다. 결국 회사마다 추구하는 가치를 이름에 녹여낸다고 생각했고, 나는 뭘 좋아하는지 곰곰이 돌이켜보았다. 머릿속에 영화 몇 편이 떠올랐는데 공통적으로 비 내리는 장면이 인상 깊게 남았다. 비라는 단어를 놓고 또 며칠 동안 고민하다가 나온 이름이 ‘호우주의보’이다. 여기서 ‘호우’는 비 외에도 좋은 친구(好友)라는 뜻을 지닌다. 앞서 말한 대로 영화를 만든 분들과 함께 걸어 나가고 싶다는 소망을 담았다. 한편으로는 이곳에서 배급하는 영화가 관객의 기억에 평생 남는 좋은 친구가 되기를 바란다는 의미도 있다. 

 

▲ 2019년 11월 우월한 영화 : 진짜 좋다 좋다 하니까 



= 2017년 설립 이후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다양한 사업을 진행했다. 특히 창작자에 큰 관심을 둔 단체라는 인상을 받았다.
- 입바른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늘 100여 명 남짓한 감독과 함께 일한다는 생각을 한다. 사실 내 입장에서는 영화를 만든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았다는 느낌이 크다. 누군가 정말 열심히 만든 영화를 내가 가져와서 이곳저곳에 들고 다니는 거니까. 물론 영화산업에서 한 부분을 맡아 역할을 해내기 위해 노력하는 건 사실이지만, 한편으로는 완성된 작품에 숟가락을 얹는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창작자에게 일종의 보답이랄까, 미미한 수준이라도 뭔가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에 마냥 손을 놓기보다는 가능한 범위 내에서 일단 시도라도 해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동시에 나 역시 창작자가 겪는 어려움에 공감한다. 단편영화는 여건상 예산에 압박을 느끼는 경우가 더 많기도 하고, 그런 이유로 제작 과정에서 감독이 원하는 부분을 포기해야 하는 순간도 생긴다. 욕심만큼 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최대한 아쉬움을 줄이는 방식을 함께 고민하고 싶다. 결국 어떤 영화가 어떻게 관객과 만나느냐에 관한 문제에서 단편영화의 양적‧질적 발전은 내 일의 영역과도 무관하지 않다. 다 같이 맞물려 있기에 함께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 기획개발 프로젝트나 현물지원 사업은 창작자의 고민과 욕구에 직결되는 사업이다. 어떤 맥락에서 떠올려낸 아이디어인지, 실제로 어떻게 운영되는지 궁금하다.
- ‘장마’ 프로젝트는 앞서 말했던 것처럼 창작자에게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사업이다. 때때로 ‘누군가 옆에서 조언해주었다면 훨씬 많은 관객과 만나는 영화가 될 수 있었을 텐데’ 하며 아쉬움이 남는 작품을 발견하곤 한다. 상업영화야 극장에 걸렸을 때 얼마나 많은 관객에게 선택을 받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이지만, 독립단편작품의 경우는 상영하느냐 마느냐 하는 데서 출발하지 않나. 대개 연출 경력이 쌓이지 않은 상태에서 만들다 보니, 후반부에 힘이 빠지거나 방향을 잃는 경우가 더러 있다. 기획 단계부터 결합해서 일종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한다면 그런 문제를 줄여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연출에 개입한다기보다는 함께 고민하고 제안하는 위치로 보면 될 것 같다. 인큐베이팅에 주력하는 동시에 실질적으로 자금이 필요한 후반작업을 지원한다. 본래는 1년에 한 작품을 지원할 계획이었다. 나로서도 굉장히 모험적인 시도이니까. 근데 막상 공모를 접수하고 보니 100편 넘는 응모작이 모인 거다. 공정성을 위해 감독명을 지우고 오직 전작 포트폴리오와 시놉시스로만 심사했다. 나를 포함해서 세 사람이 작품을 추렸는데 좋은 이야기가 많았다. 결국 하나만 고르기가 너무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고, 총 세 편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두 작품은 촬영을 마치고 후반작업에 들어갔고, 다른 한 작품은 내년 촬영을 준비 중이다. 게릴라 현장지원 프로젝트 ‘단비’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떠올린 아이디어다. 대부분 촬영장에서 식사도 부실하고 곤욕을 치르는 순간이 많다. 나도 김밥 한두 줄 먹으며 하루를 버틴 적이 있을 정도다. 큰 도움은 아니더라도 좀 더 나은 상황에서 영화를 찍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매년 분기별로 현물지원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창작자에게 말 그대로 ‘단비’같은 역할을 하고자 한다.

▲ 호우주의보가 펴낸 도서 『아열대 소녀』 



= 동시에 자체 상영회를 진행하고 책을 발간하는 등 관객과의 접점을 만들어내기 위한 시도도 눈에 띈다. 여러 사업을 병행하면서 고민하는 과정을 거쳤을 텐데.
- 상영회 ‘雨月한 映畫’(우월한 영화)와 콘텐츠 재창작 프로젝트 ‘소나기’(소중히 나눌 이야기)는 관객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고민하는 과정에서 나온 프로젝트다. 이전 인터뷰에 나왔던 필름다빈과 낫띵벗필름을 비롯해 최근 여러 단체가 상영회를 진행하지만, 내가 직접 해보지 않고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판단했다. 결국 상영 활동이 활성화될수록 이 판이 건강해진다는 생각도 든다. 단편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호불호의 개념 자체가 없는 관객에게 단편영화를 알리고 가닿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여전히 독립영화를 너무 심각하거나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런 편견을 조금씩 덜어낼 방법은 무엇인지 항상 고민한다.  

= 소나기 프로젝트에 관해 좀 더 듣고 싶다. <신기록>(연출 허지은‧이경호, 2018), <증언>(연출 우경희, 2018) 등 영화제를 통해 작품성을 인정받은 감독들이 자신의 단편 영화를 소설로 각색하여 도서 『아열대 소녀』로 엮어냈다. 창작자가 직접 2차 창작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신선하게 느껴지더라.
- 『아열대 소녀』를 이야기하면 코끝이 찡해지는데. (웃음) 호우주의보를 운영하면서 가장 힘들었고, 그만큼 소중한 경험이었다. 현실적으로 관객을 만나기 위해서는 “들어오세요” 하고 무작정 기다리기보다 내가 나가서 말을 걸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떤 형태로 접근해야 자연스럽고 의미가 있을지 장기간 고민하다가, 영화가 아닌 다른 창작물을 통해 거꾸로 영화를 알리는 방법을 고안했다. 일상에서 가장 접하기 쉬운 매체 중 하나인 책을 만들어보자 싶었고, 여섯 분의 감독님에게 시나리오를 소설화하자고 제안했다. 사실 설득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 (웃음) 다행히 취지에 동의해주셔서 책을 만들 수 있었고, 500부 정도를 인쇄했는데 현재 거의 다 판매되었다. 다음에는 어떤 형태로 진행할지 고민 중이다. 개인적으로는 작품명을 붙인 원두나 향수를 패키징해서 영화를 볼 수 있는 QR코드를 삽입해보면 어떨까 싶다. 이런저런 아이디어는 많은데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하다 보니 단기간에 결정할 문제는 아니더라. 아마 내년쯤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것 같다. 

= 바쁜 와중에 얼마 전 ‘가시광선’을 열었다. 카페 겸 펍으로 운영하는 동시에, 월례 상영회도 이곳에서 진행한다. 오래 전부터 공간을 갖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나.  
- 다행히 마음이 맞는 친구가 있어서 이야기는 예전부터 해왔다. 친구도 영화를 공부했고 학교에서부터 알고 지낸 사이다. 가시광선을 준비하며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그림은 ‘쎄시봉’ 같은 집단 살롱이었다. 너무 올드하게 보일 수도 있는데, 여기서 감독이든 배우든 관객이든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이고 교류하면 좋겠다. 예상이야 했지만 공간을 연다는 일에 이렇게 많은 에너지와 역량이 요구될 줄은 몰랐다. 한동안 정신없이 지내다가 이제야 좀 일상으로 자리 잡는 느낌이다. 긴장되고 걱정도 많다 보니 여태 적극적으로 홍보하지는 않았는데, 알음알음 찾아와주시는 분들 덕분에 기쁘게 적응하는 중이다. 

 

▲ 상영회 진행 모습. 왼쪽부터 오세인 감독(모더레이터), 상영작 <나는 아직도 그녀의 족발이 그립다>를 연출한 김진화 감독, 김경덕 배우.  



= 호우주의보는 어느덧 3년차에 접어들었다. 처음과 비교하면 무엇이 가장 크게 달라졌나.  
- 연혁이 얼마 안 돼서 처음과 아주 달라졌다고 하긴 어렵지만, 적어도 이제 일정 정도의 신뢰는 쌓인 것 같다. 초기에는 내보일 만한 성과가 없는 신생 배급사다 보니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 자체가 힘들었다. 아무것도 없었을 때 믿어준 분들에게 여전히 감사한 것도 그런 이유다. 운 좋게도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호우주의보라는 이름이 알려졌지만, 당장 큰 욕심은 없고 아직은 배워가는 입장이라고 생각한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존재하지 않던 단체들이 왕성하게 활동 중이고, 이 안에서 호우주의보는 막내 격이다. 물론 1등하고 싶다는 마음이야 어디나 마찬가지겠지만, 현재는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어떤 예기치 못한 어려움이 닥쳤을 때 쉽게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힘을 쌓고 나면, 호우주의보만의 정체성과 개성을 드러낸 다양한 일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올해 액트에서 만난 단체를 통해 독립영화계라는 장이 점점 세분화되고 확장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안에서 호우주의보는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지 생각해본 적이 있나.
- 솔직히 처음부터 역할이나 의미에 관해서 거창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과연 유지가 될 것인가 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앞섰고, 이런 방식으로 일하는 것 자체가 가능한지도 의문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여러 단편영화 배급사가 생겨났는데, 그중 호우주의보는 제일 마지막에 시작한 업체이다. 설립 당시에는 인디스토리나 센트럴파크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의 존재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였다. 이제 다양한 곳이 공존하면서 점차 단편영화 배급과 상영이 보편화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몇 년 단위로 체계적인 청사진을 그려놓았다기보다는 나 역시 이 안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크고 작은 꿈을 실현해나가는 중이다. 현실을 맞닥뜨리면서 딜레마도 느끼고 용기도 얻는다. 막연한 단계이지만 최근에는 온라인 플랫폼처럼 모바일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상영 시스템에 관해서도 생각해본다. 눈앞에 놓인 숙제를 해결하면 그다음 과제가 또 나타나지 않을까 싶다. 

▲ 호우주의보 로고 



= ‘호우주의보’라고 했을 때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기를 바라나. 결국 영화사로서 갖는 목표와도 연결되는 이야기일 것 같다.
- 최근 감독님 한 분이 “호우주의보에는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작품이 많다”고 하시더라. 애초 그런 부분에 집중해서 영화를 찾거나 선별하지는 않았다. 나로서는 작품 자체를 놓고 좋은 영화인가 하는 순수한 접근에 가까웠다. 다만 호우주의보는 창작자에게 우산 같은 배급사로 느껴졌으면 한다. 배급작에 애정을 갖고 신경을 많이 써준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제일 뿌듯하다. 작품을 만든 감독만큼은 아니겠지만, 나 또한 열정을 갖고 작품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한다. 생각해보면 보람은 정말 사소한 데서 오지 않나. 같이 일하는 사람들로부터 고맙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더 열심히 하고 싶고 기운이 난다. 진짜로 인정받는 기분이 드는 순간은 서로가 서로를 알아줄 때인 것 같다. 

= 인터뷰는 12월에 공개될 예정이다. 연말에 특별히 준비하는 일이 있나.
- 연말을 가족과 함께 못 보낸 지 꽤 되었다. 영화제도 열리고 많은 작품이 이 시기에 제작되다 보니, 집에서 느긋하게 쉬기가 어렵더라. 올해는 시간을 좀 내서라도 가족들과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돌이켜보면 이렇게 바쁘게 사는 목적이 뭘까 싶다. 물론 일이 재밌고 중요하지만, 2-3년 동안 거의 나를 위한 시간은 없다시피 지냈다. 그만큼 가족과도 거리가 생겼고 요즘에는 죄송한 마음이 든다. 

= 올해 가장 잘한 일과 아쉬운 일을 하나씩 꼽아본다면.
- 태어나서 가장 바빴던 한 해다. 내가 호우주의보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느낄 정도로, 호우주의보는 빠르게 성장하며 나아가는 중이다. 일을 정말 많이 했는데, 가장 잘한 일이라면 역시 『아열대 소녀』를 만든 일 같다. 이전에 없던 시도를 통해 영역을 확장했다는 의미가 있고, 그 주체가 호우주의보였다는 점에서 자랑스러움을 느낀다. 힘든 과정이었지만 참여한 감독과도 훨씬 끈끈한 관계를 맺게 되었다. 앞으로도 꾸준히 대화하고 고민을 나누며 새로운 일을 이어나가고 싶다. 아쉬운 건 앞서 말했듯 나와 주변을 돌보지 못한 점이다. 내년에는 부모님께도 좀 더 잘하고 싶고, 한동안 못했던 연애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웃음)

 


▮ 호우주의보
- 홈페이지 http://www.rainydayspictures.co.kr/
-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rainydayspic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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