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한 선배 다큐멘터리 감독이 나에게 물었다. "난 당신이 영상운동을 하려는 건지 노동운동을 하려는 건 지 헷갈려." 이 질문은 앞의 것과는 다른 것인데, 질문의 배경과 의도를 100% 이해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렇다면 너의 혁명을 위한 예술적 행위의 활동영역이 어디냐?'정도로 표현을 바꿀 수 있을 것 같다. 대답으로 '비정규직완전철폐를위한영상프로젝트'를 소개하기 위해 썼던 글의 일부를 발췌하면, '영상을 통해 현실에 대해 발언하고 변화를 추동하는 것이 영상미디어운동의 목적 중 하나라고 한다면 발언의 파급력을 위해 주체의 조건을 탄탄하게 하는 것도 중요한 활동일 것이다. 즉, 현재 영상미디어운동의 물적기반을 어떻게 배치하고 운용할 것인가에 대한 전술이 있어야 하고 물적기반의 확충을 위한 전략을 구상하는 것도 영상미디어운동을 하는 사람에게 부여된 역할이다.' 물론 처음부터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생각이 없었다. 처음 '근골격계직업병'에 대한 교육용 비디오를 만들기 위해 미디액트의 지원을 받는 과정에서 -난 이것이 큰 행운이라고 생각하는데- 미디액트의 정책적 활동과 문제의식에 대해 알 수 있었다. 독립적 영상제작자들의 제작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 정책과 이데올로기를 만들고자했던 노력이 없었다면 당시 내 작업은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표류했을 지도 모른다. 난 매우 구체적인 제작과정에서 정책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고 그것은 한독협 다큐분과 정책팀 활동으로 이어졌으며 고민의 폭이 확장될 수 있었던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또하나, 정책은 실천적 적용과 서로 피드백하지 않으면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시 말하면 직접 영상을 제작하는 사람은 항상 정책활동가들과 토론하고 소통해야 하며 어떤 때는 가장 뛰어난 정책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둘 다 활력을 잃는다. 물론 이 역시 브레송의 사진같아야 할진대... "하나의 움직임 속에는 그 동작의 과정에서 각 요소들이 균형을 이루는 한 순간이 있다. 사진은 바로 이 평형의 순간을 포착해 고정시키는 것이다" - 브레송의 '결정적 순간' 서문에서 -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