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22호 / 2005년 6월 30일 문화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한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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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채 은 ( 미디액트 선임연구원 ) | ||
미국 공동체 미디어 연합(ACM, Alliance for Community Media)은 현재 3000여개가 넘는 미국 액세스 방송국들의 전국 연합이다. “공동체 미디어 연합은 전자적 매체에 대한 모든 사람들의 접근권을 보장하는데 그 목표를 둔다. ACM은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대중 교육을 창설하고, 긍정적인 법제 환경을 확보하고, 연대를 구축하며, 지역조직을 지원한다.” - 공동체 미디어 연합의 조직 소개문에서(ACM 홈페이지) ACM은 매년 홈타운 비디오 페스티발을 개최하여 미국 전역에서 방송되었던 액세스 프로그램 중에서 우수한 작품들에 대해서 시상을 하고, 분기별로는 <공동체 미디어 리뷰 CMR, Community Media Review>를 발간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문화다양성을 보장하는 미국의 퍼블릭 액세스 방송의 사례들을 살펴볼 것이다. <CMR> 2004년 가을호는 “문화 보존과 다양성(Cultural Preservation and Diversity)”이라는 주제로 액세스 미디어 센터에서 이루어지는 아웃리치, 기술, 교육, 펀딩과 프로그램 편성을 통한 다양한 공동체의 목소리들을 담고 있다. 문화, 민족, 인종, 다른 다양한 관점에 대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공동체 제작자들의 다채로운 경험들이 망라되어 있다. “우리는 다양한 사회에 살고 있다. 미국은 2000년에 전체 인구의 28%가 이주민들이었으며, 2025년에는 38%, 2050년에는 47%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들의 다양성은 매스미디어에서는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유색인종이나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재현되지 못하고, 스테레오타입화 되고 있으며, 스스로 말할 수 있는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있다.” (매기 니콜슨, CMR 객원 편집장) 매스미디어의 소유 집중이 계속되고 있는 와중에서도 개방채널을 제공하고 다양한 목소리와 관점들을 고양시키는 공동체 미디어의 역할은 더욱더 중요해지고 있다. 공동체 미디어를 통해서 사람들은 자신들의 문화를 보전하고 자기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기회를 얻게 되며,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바라보는 새롭고 다양한 시야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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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착순 원리(First Come, First Served) : 누구를 위한 것인가? | ||
전통적으로 퍼블릭 액세스 운동의 근본이념은 ‘선착순원리’라는 개념이었다. 이 근본이념은 모든 사람들이 똑같이 대우받으며 자원에 대한 평등한 접근을 보장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이념은, 초기의 긍정적 취지에도 불구하고, 그 핵심 가치는 흠이 가기 시작했다. 인종, 계급, 언어, 정체성 등 다른 많은 이유들로 인하여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접근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퍼블릭 액세스 센터가 다양한 배경과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참여를 더욱 보장하도록 하는 방안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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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브리지 공동체 TV [CCTV] | ||
메사추세츠에 있는 캠브리지 공동체 TV(CCTV)에서는 노인, 청소년, 이주자, 저소득 공동체들을 위한 아웃리치 프로그램들이 있다. 이 아웃리치 프로그램들은 CCTV에서 진행된 교육 프로그램들 중에 하나이다.
“CCTV에서...난 내 경험에 대한 영화를 만들었지요. 정말 굉장한 도전이었어요. 내가 뭔가 이룬 것 같았지요.... 난 많은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내 이야기들이 방송을 통해 나오고 젊은 세대와 함께 그걸 나눌 수 있다는 것처럼 기쁜 일은 없었어요.”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마리 카소(Marie Caso) 할머니의 얘기다.
“내가 처음 이 나라로 왔을 때,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죠. 새로운 기술을 통해 내 자신을 발전시키는데 투자할 시간도 전혀 없었어요... 다행히 CCTV에서 나를 도와줄 사람들은 만났어요. 비록 지금은 젊을 때만큼 일할 수는 없지만, 내 마음만은 여전히 젊지요. 이제 교육을 통해 배운 기술을 통해 내가 전에는 꿈도 꿔보지 못했던 내 미래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게 되었어요...” - 다양한 목소리 프로젝트 참여자, 페도르 헤르난데스
“우리는 CCTV에서 아이들을 위한 스페인어로 진행하는 특별한 TV쇼를 진행해요. 그 TV 쇼의 제목은 Un Poco De Todo(모든 것을 아주 조금씩)이고, 월요일 오후에 방송되요. 우리는 젊은 사람들이라면 누구든 얘기하고 싶어 하는 음악, 대중 문화, 뉴스, 청소년, 남미계 이슈들에 대해 얘기해요. 이 프로그램은 학교, 친구, 패션, 그리고 산토 도밍고 문화에 대한 얘기도 할 수 있게 해 주죠. 처음 CCTV에 갔을 때 토크쇼를 진행하는데 필요한 컴퓨터 사용하는 법을 배웠어요. 정말 흥분됐었죠. 내가 TV쇼를 진행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리라곤 정말 상상하지 못했거든요... 이 경험이 TV와 커뮤니케이션에 대해서 더 잘 알 수 있게 해 줄거라고 확신해요.” - 루스 파올라 페레스 아코스타, CCTV <BeLive> TV쇼 진행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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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하탄 네이버후드 네트워크 [MNN] | ||
MNN은 공동체 미디어 기금(Community Media Grant)을 통해서 비영리 단체와 민중 조직들을 지원한다. MNN은 이 단체들과 파트너쉽을 맺고 공동체 커뮤니케이션을 쉽게 할 수 있는 미디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공익적 관점에서 공동체의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고 공동체의 미디어 인프라를 확충하도록 돕는다. 이 기금의 핵심 목표는 공동체의 주체적 역량을 키우는데 있다. MNN은 어떤 단체를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 ‘비디오 전문가’들을 고용하는 데에는 흥미가 없다. 오히려 기금을 지원받은 조직이 “그들 스스로 말할 수 있도록(speak for themselves)" 단체 내적 역량을 발전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기금은 맨하탄에 있는 다양한 비영리 조직들을 위해 씌여진다. 1992년부터 거의 3백만 달러가 70여개의 맨하탄 조직들에게 지원되었다. 기금은 특정 단체의 미디어 강사와 활동가들에게 지급되었는데 이들은 단체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자신의 관점으로 말할 수 있도록 비디오를 제작할 수 있는 스탭이나 자원활동가들을 교육하는데 기금을 사용한다. MNN은 또한 액세스 센터와 독립된 제작 활동을 할 수 있는 곳에 제작장비와 편집장비도 제공한다. 디지털화된 비디오와 편집시스템의 출현으로 훨씬 더 경제적으로 제작이 가능하게 되었다. 아래에 제시될 사례들은 지난 수년 동안 진행된 MNN 공동체 미디어 기금의 일부이다. MNN 운영위원회와 책임자들은 공동체 미디어 기금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을 계속 확대하도록 하는데 기여하였다. MNN이 이런 프로그램에 지원을 할 수 있는 기금을 가지고 있는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다른 조직들도 이러한 모델을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 요소는 기금을 받는 조직들의 현실과 요구에 맞는 교육과 멘터링이다. MNN은 기금을 통해 맨하탄의 문화적, 사회적 복지 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활동들을 지원할 수 있게 되었다. 중국 노동자, 이주민, 여성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공동체 미디어 기금을 지원을 받아 진행되었다.
1979년에 세워진 중국인 노동자 협회(Chinese Staff & Workers Association, CSWA)는 최초의 공동체 기반의 노동자 조직 중에 하나였다. CSWA는 작업장에서의 노동조건 개선과 정당한 대우를 요구하기 위해서 이주 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착취노동 시스템에 도전하고 경제와 사회정의를 위한 투쟁을 통해서 노동자 의식을 고양시켜 나갔다. 초기에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남성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출발했던 CSWA는 의류 공장, 건설 현장 노동자, 해고자, 간병사, 장애 노동자, 청소년, 불법체류 노동자 등을 포함하면서 1300명 이상의 회원들을 확보하였다. CSWA는 최초로 여성으로 구성된 지도체제를 출범시키기도 하였다. 1992년 CSWA는 MNN의 공동체 미디어 기금을 받는 최초의 10개 단체 중 하나가 되었다. S-VHS 캠코더와 선형편집기를 가지고 첫 번째 프로젝트는 노동자들이 열악안 노동 조건을 기록하고 이주 노동자들의 권리와 공동체의 관심사를 제기할 수 있도록 비디오 제작을 위한 교육을 진행하였다. 한 차이나타운 레스토랑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은 체불임금 지불을 요구하고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투쟁을 조직하였다. 이 과정에서 비디오 프로젝트는 노동자들의 7개월간의 투쟁을 다룬 비디오를 제작하였다. 노동자들은 직접 레스토랑 밖에서 이루어지는 집회와 피켓시위를 기록했고, 노동자들과 이주 노동 활동가들을 인터뷰 했으며, 주류미디어를 비판하는 영상물을 만들어 나갔다. 투쟁 과정에서 비디오는 다른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투쟁을 지원하는데 활용되었다. 마침내 노동자들은 “은궁에 대항하여 정의를 조직하라(Organizing for Justice against Silver Palace)"는 비디오를 완성하게 된다. 이 작품은 1994년 홈타운 비디오 페스티발에서 최고 다큐멘터리 상을 수상하였다.
완성된 프로젝트 중에 하나는 “살아있는 유산 프로젝트(The Living Legacy Project)”인데, 이 프로젝트는 참여자들이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영상 편지”를 보내는 것이다.(참여자들은 이 작업을 대중에게 공개할지 안할지 선택할 수 있다.) 하우징 워크는 MNN으로부터 6년 동안 기금을 지원받았고, 마지막으로 지원받은 기금은 디지털 제작 장비를 구입하고 업그레이드 하는데 쓰였다. 이제 이러한 기반을 바탕으로 MNN 기금으로부터 독립된 프로젝트를 계속 유지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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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액세스 네트워크 TV [CAN TV] | ||
2001년 봄에 CAN TV는 “이주민들의 이슈”라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은 매주 방영되는 30분짜리 생방송 전화 상담 프로그램이었다. 이주민 공동체와 관련된 이슈들을 제기하는 것의 중요성을 입증이나 하듯이, 수많은 전화가 걸려왔다. 첫 번째 시리즈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2001년 10월 CAN TV는 4개 단체와 연계해서 생방송 전화참여 프로그램을 고정편성했다. 3년 동안 80여 시간이 생방송 프로그램이 방송되었고, 이주민 공동체와 관련한 많은 단체들이 참여하여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갔다. 이 프로그램의 특징은 다양한 언어들이 사용된다는 점이다. 영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독일어, 중국어 등... 이 프로그램을 통해 가장 많이 질문되는 내용은 시민권 및 사회보장번호 획득 방법, 노동 허가권 획득이나 연장 신청에 관한 것들이다. 이와 더불어 이주 정책 및 법률에 대한 상담도 진행한다.
SLWC는 미디어 참여와 제작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2002년 CAN TV와 파트너쉽을 맺었다. 이 파트너쉽을 통해 CAN TV와 SLWC는 시카고의 일용 노동 실태를 고발하고 문제제기 하는 프로그램들을 제작할 수 있도록 노동자들을 교육시켰다. 노동자들은 기획, 촬영, 편집 과정에 참여했다. 노동자들이 자기 얘기를 직접 할 수 있다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핵심이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완성된 비디오는 두 종류의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했다. 그 첫 번째 시청자는 일용직 노동자였다. 이 테잎은 정기적으로 새로운 노동자들을 투쟁에 참여 시키는 조직화 도구로 사용되었다. 이 이슈가 주류 미디어에서는 관심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에 케이블을 통해 액세스 채널을 시청하는 일반 시민들이 두 번째 시청자층이 되었다. 이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주류 사회의 경제적 주변부에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음으로써 사회 문제에 대한 인식과 이해가 높아지게 되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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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동체미디어연합(ACM) http://alliancecm.org 공동체미디어리뷰(CMR) http://www.communitymediareview.org CMR 2004년 가을호 http://communitymediareview.org/issues-pdf/CMR-09-04-nc.pdf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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