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ACT! 22호 퍼블릭액세스] 지역채널에 지역공동체의 발언을 許하라 - 지역 퍼블릭액세스의 의미와 발전을 위한 조건

이전호(78호 이전) 아카이브/퍼블릭액세스

by ACT! acteditor 2016.08.17 15:19

본문

지역채널에 지역공동체의 발언을 許하라

- 지역 퍼블릭액세스의 의미와 발전을 위한 조건
 
이 진 행 ( 미디액트 정책연구원 )
지역 공동체가 직접 만들어가는 미디어
 
2003년, 핵폐기장 반대 투쟁이 한창이던 부안 지역에서는 해가 지고 나면 날마다 함께 투쟁했던 부안 주민들이 모여 하루를 정리하는 촛불 집회가 있었다. 그리고, 그 촛불 집회에 영상이 등장했다. 처음에는 핵의 위험성에 대한 내용이 담긴 교육적 영상들이 여기저기 반핵 투쟁을 했던 다른 지역으로부터 들여와 상영되곤 했는데, 시간이 가고 투쟁이 격렬해질수록 하루 동안의 주민들의 투쟁 모습을 담은 속보가 바로바로 상영되었다. 집회 장소에 모인 주민들은 그 영상에 큰 호응을 보였다. 촬영도, 편집도 초보적인 수준이었고 시간이 촉박하면 촬영본을 그냥 보여주는 경우도 있었지만, 방송을 비롯한 주류 매체들이 부안 주민들의 투쟁을 ‘부안 사태’니 지역 이기주의에서 비롯된 폭동이니 몰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함께 투쟁하는 주민들의 활동을 기록하고 전달하는 영상은 너무나 소중한 것이었다.
영상의 힘을 자연스럽게 체득한 부안 주민들은 스스로 교육하고 대책위 영상팀을 조직하고, 일상적 기록과 상영을 넘어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도 하고, 이를 전국의 영화제와 위성방송을 통해 전국에 배급하는 한편, 지역 공동체의 영화제를 치루어내기도 했다.

부안 지역의 핵폐기장 반대 투쟁 과정에서 우리는 지역 공동체가 스스로 발언하고 소통하는 매체로서의 미디어의 구체적 모습과 잠재력을 볼 수 있었다. 지역 주민들이 직접 기획하고 제작하는 영상에는 외부에서 들어온 방송국이나 상업 프로덕션에서는 도저히 담아내기 힘든 시선과 진실이 담보될 수 있고, 지역 공동체 안에서 상영/방영 되는 과정에서 제작 당시와는 또 다른 풍부한 맥락이 재생되는 것이다. 부안에서처럼 특수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각 지역에는 저마다 다양한 이슈가 존재하고 특별한 의제를 지역사회에 제기하고 토론해보았으면 하고 생각하는 개인이나 집단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직접 만들어서 보여주자. 부안 에서 처럼 함께 모이는 공간에서 상영하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보다 일상적인 방법으로도 가능하다. 방송! 집에서, 상점에서, 작업장에서, TV(혹은 라디오)를 통해 소통할 수도 있는 것이다. 기존의 방송 체계 안에서 지역 공동체 구성원들의 직접 참여와 이를 통한 소통이 가능하다니, 너무나 먼 나라 이야기 같지만, 실제로 여러 지역에서 지역 채널을 기반으로 한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을 통하여 지역 공동체의 참여가 시도되고 있으며, 이를 더욱 활성화하기 위한 법적-정책적 지원에 대한 논의도 서서히 심화되어가고 있다.

 
지역채널의 특성과 퍼블릭액세스
 

방송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전국으로 송출되는 지상파 방송을 떠올리기 쉽지만, 우리는 일상적으로 지역 채널을 접하고 있다. 이 지역 채널들은 방송 권역이 한정되어있으므로 해서 지역성을 담보할 수 있는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서울을 제외한 지역들에는 KBS와 MBC의 지역국과 지역 민영방송을 통해 지상파 채널이 공급되는데, 사실상 중앙방송의 재송신 역할에 많은 비중을 두어왔었던 것이 현실이다. 지역 방송이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그야말로 지역의 방송으로서의 정체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지역 고유의 컨텐츠를 개발하고 지역 차원에서 공공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줄기차게 제기되어왔다. 그러나 오랫동안 중앙에서 일방향적으로 공급하는 방송에 너무 익숙해져있는 한국의 방송 구조 속에서는 쉽지 않은 과제인 듯 하다.
한편, 케이블 방송의 경우에는 아무리 저가형 상품에 가입하더라도 반드시 해당 지역의 SO가 운영하는 지역 채널을 볼 수 있도록 되어있다. 지역 채널은 흔히 지상파 방송을 꾸준히 재방송해주는 채널이라고 인식되기 쉽지만, 간간히 구정 소식을 전하는 뉴스나 지역 주민들이 참여하는 노래자랑 등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 채널은 해당 지역에 필요한 정보를 공급하고 지역민들을 위한 컨텐츠를 제공해야 할 의무를 가진, 공공적 성격의 채널이다. 이는 케이블방송 도입 당시 부터 지역 사업에 대한 독점적 지위를 얻은 대가로 SO 사업자들에게 부과된 최소한의 의무라고 할 수 있다.

지상파 방송이던 케이블 방송이던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방송 채널이라면 기본적으로 지역 차원의 공공성을 담보해야 할텐데, 이에 대한 유력한 해답 중 하나가 바로 지역 주민들이 직접 방송에 참여하는 퍼블릭액세스이다. 2003년에 방송위원회에서 발행한 '지역방송발전위원회 종합보고서'에도 지역방송의 발전을 위해서는 지역방송 프로그램을 강화해야하며, 특히 시청자제작 프로그램(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의 편성을 확대하고 이후 의무화 할 것을 제기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서는 나아가 지역 시청자의 미디어액세스권 실현을 위한 지역 시청자미디어센터 및 미디어교육사업을 벌여내야 한다는 것 까지 지적하고 있다.

지역성을 강화하고 지역 주민들의 참여를 보장함으로써 지역 방송으로서의 정체성을 살린 예는 해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미 많은 미국의 케이블TV는 지역민들의 참여로 이루어지는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을 통하여 전국단위 공중파 방송이나 위성방송과의 차별화를 꽤했다. 일본 역시 ‘지역 밀착형’ 모델이 지역 케이블 방송의 바람직한 모델로 자리잡아가고 있으며, 특히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활성화하는 것을 통하여 가입자 수가 늘어난 예를 찾아볼 수 있다. 
최근에 아일랜드의 더블린 시에서는 퍼블릭액세스를 통한 지역 공동체의 참여를 넘어, 방송국 운영에까지 공동체들이 직접 참여하여 공동체의 다양성을 강화하고 미디어를 통한 원활한 소통을 도모하는 지역 공동체 TV가 공적 지원을 받아 설립되기도 했다. 이는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지역 공동체의 다층적이고 풍부한 활동을 더욱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으며, 특히 미디어가 상업화되고 소수 계층에 의해 집중화되는 현실에서 차별받는 계층에 대한 지속적 관심과 지원, 그리고 지역 공동체의 관점을 견지하는 채널이 필요함이 지역 사회에서 동의된 결과이다. 한국에서도 이렇게 독자적인 공동체 채널을 운영하는 실험도 진행되고 있다. 현재 위성방송에 존재하는 RTV는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방송이기는 하지만 독자적 채널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고, 더 가깝게는 현재 시범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소출력공동체라디오방송이 그것이다. 물론 공동체 방송과 퍼블릭액세스를 동일하게 파악할 수는 없지만, 공동체의 참여와 소통을 기본적인 운영원리로 한다는 점에서 일치하며, 퍼블릭액세스 활동의 발전된 형태로서의 공동체 방송, 공동체방송의 주요한 운영 방식으로서의 퍼블릭액세스 등에 대해서도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 시도된 지역 퍼블릭액세스
 

통합방송법을 통해 퍼블릭액세스가 국내에 도입된 지 6년, 지역 차원에서는 지역 지상파 방송과 케이블 방송의 지역채널을 활용한 퍼블릭액세스 활동이 이루어져왔다.

퍼블릭액세스 현황

 

지역 범위

매체

프로그램

(채널)

법적 규정

정책적 지원

특징

전국

위성

시민방송 RTV

없음

* 위성방송사업자 허가추천  당시 SkyLife의 공공적 채널 운영 계획을 통해 도입됨

- 방송발전기금의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지원금

* 2004년 까지는 공익방송지원 항목

- 독자적인 채널

- 현재 편성 원칙, 운영 구조 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음

지상파

KBS <열린채널>

방송법 제69조 등

- 방송발전기금의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지원금 (제작비 지원)

- 공중파 방송으로 전국에 동시에 송출되며, 방송법 규정에 따라 매주 약 25분의 방송시간으로 편성

- 주로 전문적 독립제작주체의 참여

- 사회적 영향력이 가장 큰 공중파 전국방송이고, 편성과 제작비 지원 등에 있어서 강한 법적 규정력을 가지고 있음

- 국내 최초의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으로서 운영 규정, 선정 구조와 주체의 문제, 심의와 관련된 문제 등 퍼블릭액세스와 관련된 다양한 쟁점들이 제기되는 배경이 되기도 함

지역

마산 MBC

<보물상자>

없음

 

- 방송발전기금의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지원금

 

* 2005년 신설

- 마산 MBC 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기획

* 시민사회운동진영의 라디오 액세스 경험 (마산 MBC 라디오 <아침을 달린다>) 있음

전주 MBC

<미디어로 말하라>

* ‘퍼블릭액세스 활성화를 위한 전북네트워크’와 공동으로 기획한 <인사이드 전북 內 VJ 리포트>의 경험 있으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소재에 대한 방송사 입장의 문제로 중단되었음

- 전주 MBC 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기획

- 지역 차원의 위상 애매. (지역공동체의 동의를 얻지 못하고 있음)

iTV <게릴라 리포트>

* 방송사 재허가 불허되면서 중단됨

- 운영 규정 마련 등에 있어서 지역공동체의 참여 있었음

케이블

강릉 YBS, C&M (MSO) 등

방송법 제70조 등

- 방송발전기금의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지원금 (방송채택료 개념)

- 사업자 재허가 심사시 가산점

- 정규편성

기타 지역 케이블 SO

- 요청이 있을 때 개별적으로 편성

* 2005년 6월 현재 파악된 현황으로 다소 누락된 지역 및 프로그램이 있을 수 있음.

 

지역 지상파 방송에서의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은 방송법상에 전혀 근거가 없기 때문에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의 편성과 운영 과정에서 방송사의 영향력을 제어하기 힘들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몇몇 지역에서는 수 년 전 부터 지상파 방송을 통한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을 시도했는데, 이는 지상파 방송이 가지는 사회적 영향력이 고려된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다. 
현재는 마산 MBC와 전주 MBC를 통해 정규적인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는데, 이 사례는 모두 지역 MBC 미디어센터가 기획하고 운영하는 모델로, 퍼블릭액세스를 위한 인프라 - 교육 - 편성 및 송출 시스템의 구조가 방송사의 정책 속에서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지역 공동체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나갈 것인지에 따라, 이 모델의 의미는 다르게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 두 지역 방송은 수년 전 부터 지역 시민사회가 연대체를 형성하여 주도적으로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을 제안하여 일년 이상 운영해온 경험을 가지고 있다. 마산 지역의 경우 MBC 라디오를 통해 지역시민사회단체들이 순번을 정해 정기적으로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하고 제작하여 라디오 액세스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남겼다. 전주 지역의 경우 역시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한 연대틀에서 MBC에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을 제안, TV를 통해 직접 제작한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방영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전주 지역의 경우 방송사에서 새만금 사태를 다루었던 프로그램에 대한 방영을 거부해 프로그램 자체가 중단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역 시민사회가 적극적으로 결합한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을 통해 얻은 성과가 현재 방송되고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기반이 되었음은 분명하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한 프로그램의 방영을 거부하는 등의 방송사의 한계가 얼마나 극복되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현재의 구조는 어디까지나 해당 지역 MBC의 테두리 안에 있는 것으로, 프로그램의 운영 과정에서 이전과 같이 지역시민사회에서 꾸린 연대체와의 긴장관계도 없는 상황이라 더욱 우려가 되기도 한다. 프로그램을 지역 공동체 차원으로 적극적으로 확장하고, 운영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제기될 수 밖에 없는 문제들을 지역 공동체의 열린 공간 속에서 해결해나간다면 본격적인 지역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케이블 방송을 통한 퍼블릭액세스는 비교적 최근에 들어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는데, 방송위원회의 지원 정책의 변화에 따른 지역 SO의 태도 변화가 큰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지역 케이블 방송을 통한 퍼블릭액세스에서 주목할 만한 사실은 정규편성되는 프로그램들이 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의 구 단위를 포함한 여러 지역 SO에서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을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하기 시작했다. 방송위원회의 케이블액세스 프로그램에 대한 채택료와 함께 올해 시행될 SO 재허가 심사가 하나의 변수로 떠올라, 시청자 부문에서 가산점을 받고자 하는 SO들의 적극적인 움직임도 눈에 띄고 있다. 물론, 이런 정책적, 산업적 요인 외에도, 지역 공동체 차원에서 SO를 추동한 경우도 적지 않다. 지역 공동체가 참여하는 대표적인 케이블 액세스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는 강릉 지역의 <우리들 TV>의 경우는 벌써 1년 이상 진행되면서 참여 주체와 내용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지역마다 지역 공동체의 참여 수준에 차이가 있고, 학생들의 실습작품 등을 수급하여 방영하면서 '무늬만'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인 경우도 발견되기는 하지만, 케이블 방송을 통한 퍼블릭액세스는 지상파 방송에 비해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간의 성과를 통해 확보된 공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지역 퍼블릭액세스 모델이다. 특히 케이블 방송에서의 지역 채널의 경우는 방송환경의 변화와 법 제도적 지원 정책에 따라 본격적인 지역 공동체 채널로의 발전을 모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채널 정책을 포함, 종합적인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퍼블릭액세스에 대한 정책적 지원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은 방송발전기금을 통한 재정 지원이다. 방송위원회의 지원 정책은 지난 수년간 조금씩 진전되어, 2003년 하반기부터 케이블방송을 통한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 정책이 수립되었고, 2005년 부터는 KBS를 제외한 공중파 방송과 케이블 PP를 통한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이 시작되었으며, 지원금의 액수도 인상되었다. 2003년의 방송 채택료 지원 방안은 실제로 지역 퍼블릭액세스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데, 제작비의 일부라도 지원받을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 뿐 아니라, 방송위원회의 퍼블릭액세스 활성화 정책이 전국의 케이블 SO들에게 처음으로 체계적으로 전달되면서 방송사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이 방안은 현실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실제 퍼블릭액세스 활동에 대한 지원정책으로서는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어, 시행 초기부터 채택료의 액수, 지급 기준, 주체와 기간에 대한 기회 제한 등의 문제가 지적되어왔다. 최근에 이런 문제제기를 반영하여 수정한 지원 계획이 발표되었으나, 이 역시 현실에 적용되는 과정에서 여전히 한계들이 드러나고 있다. 이는 퍼블릭액세스 활성화를 적극적으로 추동해내어야 할 방송위원회의 퍼블릭액세스 지원 정책이 아직까지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천의 속도와 수준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개별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이 단지 지원금을 지급하거나 SO들에게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의 편성을 독려하는 차원으로밖에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 퍼블릭액세스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 정책, 특히 전체 채널 정책의 시야 속에서 지역과 공동체를 고려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인데, 현재 방송위원회의 채널 정책은 지역 퍼블릭액세스 활동의 의미와 가능성을 완전히 간과하고 있을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지역 공동체에 대한 고려가 전무하다. 이런 상황이라면, 앞에서 이야기했던 지역 공동체의 소통 공간으로써, 지역 채널의 정체성을 구현하는 주요한 기제로써의 의미가 제대로 구현되기는 무척 힘들 것이다.
이는 퍼블릭액세스 지원을 기존의 방송 구조 내에서 얼만큼의 비율을 어떻게 떼어줄 것인가 하는 측면에서만 접근한 결과가 아닌가 한다. 전체 방송 시간 중 일주일에 수십분, 전체 방송발전 기금에서 일정 퍼센트를 배치하는 수준으로만 지원 정책이 추진된다면 퍼블릭액세스 활동이 담지하고 있는 풍부한 의미를 탈색시킬 뿐이다. 정책이 이럴진대, 대부분의 방송사가 방송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을 수 있어 돈이 들지 않으니, 일정 시간을 배정함으로써 지역사회의 불만을 잠재우고 시청자 복지의 명분을 쌓겠다는 식의 사고방식을 갖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방송위원회는 퍼블릭액세스를 시청자 지원 업무의 하나로만 파악하는 안일한 태도에서 벗어나, 지역 공동체의 활성화와 방송의 공공적 성격에 대한 큰 그림 속에서 퍼블릭액세스 활성화를 위한 종합적인 정책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다음은 지역 공동체의 커뮤니케이션 공간을 보장하는 퍼블릭액세스 정책을 위한 몇 가지 제안이다.

첫째, 현재 케이블 방송의 지역채널 혹은 직접운영채널을 지역공동체 액세스 채널로 배정, 지역공동체의 적극적인 참여와 소통의 장을 보장해야 한다. 이는 지역공동체의 미디어 활용 역량을 성장시키고 필요한 물리적, 기술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계획과 더불어 고민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현재의 공중파와 케이블 방송이 디지털로 전환되고 새로운 미디어들이 등장하는 환경에서 채널의 숫자가 비약적으로 증가하게 되는데, 이 증가된 채널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지역공동체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 나아가, 새로 등장할 미디어들에 퍼블릭액세스 구조를 어떻게 도입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더블린의 공동체 TV 설립보고서에서도 지적하듯, 미디어의 상업화와 미디어 소유의 집중화라는 세계적 추세로 인하여 미디어는 민중들과 공동체로 부터 더욱 멀어지게 되었다. 디지털 뉴미디어 환경은 이런 경향을 더욱 빠르고 강력하게 만들 전망이다. 따라서, 방송의 공공적인 영역을 보존하고 다양성과 공동체의 소통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현재 수준보다 더욱 적극적인 정책적 개입이 필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확장될 퍼블릭액세스 구조에 대한 공적 지원의 문제를 별도로 고민해야 할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인프라 (시청자미디어센터), 교육 (미디어교육 지원 사업), 직접 지원 (방송채택료 지급)을 새로운 환경에 맞게 확대-수정하는 작업이 마땅히 진행되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지원정책이 지역 미디어 고유의 성격을 강화하는 한편, 지역 미디어를 통한 지역공동체의 커뮤니케이션 구조의 민주적 발전이라는 근본적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전망 속에서 제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

* 이 글은 계간 '열린미디어 열린사회' 2005년 여름호에도 실린 것입니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