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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23호 특집]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 출범의 큰 그림(big picture)을 위한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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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6. 8. 17.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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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23호 / 2005년 8월 1일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출범의 큰 그림(big picture)을 위한 스케치
  
 

조 동 원 (미디액트 정책연구실장)



 정용준(2000)은 캐나다의 방송학자 라보이(Raboy, 1990)가 1980년대와 90년대 초반에 이루어졌던 캐나다의 방송개혁 정책을 ‘잃어버린 기회(missed opportunity)’로 개탄한 것을 언급하면서, 케이블TV 등 뉴미디어 정책이 상업방송 위주로 제도화될 때 시민사회가 민주적인 공영방송 제도를 수립하고 시민 미디어 같은 것을 창출하지 못한 방송개혁 전략의 오류를 인용하고 있다. 그러면서 정용준은 우리에게도 우선 1990년 방송법 개정을 통해 상업방송이 탄생할 때 그 반대급부로 시민방송을 창출하지 못한 것에 이어, 1995년 케이블TV가 도입될 때 한국사회는 두 번째 시민방송의 창출 기회를 상실했고, 2000년 “세 번째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시민사회의 미디어 획득 기회”로서 위성방송 사업자 허가 과정에 주목한 바 있다. 2000년 통합방송법에서 시청자주권의 강화를 위한 일부 조항들에도 불구하고 그 한계는 명확한 것이었기 때문에 “시민사회가 위성방송사업자 선정과정에 슬기롭게 대처해야만 시민 미디어 획득을 위한 마지막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본 것이었다.
말하자면, “위성방송사업자 허가 때에 시민사회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상업방송의 초과이윤(levy) 또는 공적 책무를 토대로 시민미디어의 설립을 제도화”(정용준, 2002)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국 위성방송사업자는 스카이라이프라는 사업자가 선정되고,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이 방송발전기금으로 지원을 받으며 24시간 편성하는 시민방송(RTV)이라는 퍼블릭 액세스 채널이 생겨난 성과를 얻기는 했지만 이후 시민방송은 파행적으로 운영되면서 전혀 시민사회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미디어 개혁의 위기 or 기회
위기라고 하거나 기회라고 하거나, 이것이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다고 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미디어-커뮤니케이션 구조에 대한 끊임없는 헤게모니 투쟁 과정의 각 국면을 분석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쨌거나 디지털 뉴미디어의 등장과 새로운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는 지금 이 시기가 또한 공공성을 강화하고 민주적 커뮤니케이션 구조를 확대할 기회로 포착되지 않으면, 위기로 빠져들게 될 시기임에는 분명하다. 이 시점에 요구되는 커뮤니케이션 민주주의를 실현할 전략과 과제는 무엇인가? 이를 도출해내기 위해서 정용준(2000)이 언급한 몇 번의 기회 상실들이 왜 지속되었는가를 진단해 볼 필요가 있다. 왜 이러한 기획의 상실, 혹은 실패를 겪어왔는가?
무엇보다도 지금까지 시민언론운동을 포함한 시민사회운동이 미디어-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직접 민주주의적인 요구로 나아가지 못했다는 한계가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 심광현(2003)은 “시민운동은 정부와 국회의 활동을 감시하고 평가하며 합리적 정책을 제시함으로써 대의제를 개선하고 소액 주주 운동과 같은 방법으로 기업을 ‘합리화’함으로써 관료제와 독점자본을 충분히 견제할 수 있다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보는데, 왜냐하면 “공익성과 공공영역, 국가 자체가 투명하고 중립적인 공간이 아니라 차이들이 충돌하는 공간이며, 계급투쟁의 장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하며, 공공영역과 국가장치는 아래로부터의 대중적 참여와 통제의 힘이 약화되면 언제든지 지배 장치로 돌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주류 미디어의 왜곡 보도와 선정적인 프로그램에 대한 감시 비판을 위한 모니터운동이 매우 중요한 미디어 개혁 활동임에도 불구하고, 그 자체만으로는 근본적인 변화를 꾀할 수 없다. 또한 현재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흐름은 일정한 민주적 성과 역시 일거에 제거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커뮤니케이션 민주주의를 위한 미디어 대중운동 or 미디어운동 대중화
그렇다고 할 때, 필자가 보기에 지금까지 몇 차례의 미디어 민주화 기획들의 상실은 시민사회의 대중적 지지 기반을 확보할 수 있는 광범위한 비판적 미디어 대중의 조직화가 튼실하게 이뤄지지 못했던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미디어 대중 조직화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미디어교육의 흐름을 보더라도, 지금까지 이것은 주로 모니터 요원 양성 차원이기도 했거니와 시민사회단체의 활동의 일부 활동으로 축소되어왔고, 최근 대중적인 요구에 의해 양적인 확대는 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전문 인력과 정책과 지원 시설 및 공간이 부족한 상태로 대중화되지 못해왔다.
다른 한편, 최근의 미디어-커뮤니케이션 민주화의 성과는 전체 사회운동 및 미디어운동의 발전과 1990년대 후반에 열려진 공공영역의 확보 및 미디어 정책결정과정에서의 분투를 통해 이루어지기는 했지만, 그 운동 주체는 비교적 전문적인 소수에 불과했고 그 공공성의 성과는 위로부터의 정책 집행 방식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이를 아래로부터 전유하려는 비판적 대중의 형성과 움직임으로 조직되지 못한다면, 위로부터의 소위 ‘개혁’ 정책이 정치적 조건의 변화에 따라 어느 순간 뒤바뀔 때, 지금까지의 공공적 정책의 성과는 하루아침에 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시 말해, 김대중 정부의 문화산업진흥정책과 방송영상산업의 확대에 따른 문화적 공공영역의 재구성을 위한 1990년대 후반의 문화운동과 미디어운동의 성과가 현재까지의 퍼블릭 액세스 구조나 미디어센터 설립, 그리고 미디어교육에 대한 공적 지원의 확대 등으로 이어져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는 아래로부터의 직접 민주주의적 개입과 참여가 부족한 채로 불균등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위로부터의 정책 집행의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지금 시기 민주적 사회변화를 위한 미디어운동의 초점은 대중의 미디어-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권리를 확보하고 확장하는 일과 미디어 공공성을 강화하고 확대하는 것에 맞춰져야 한다. 이를 위한 현 시기의 미디어운동이 대중의 자율적인 문화 생산의 힘을 전체 시민사회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구조의 민주화를 더욱 진전시키는 방향으로 이끄는 조직화된 권리 운동으로 전개되지 못한다면, 신자유주의적 미디어 재편과 생활세계의 식민화에 대응하지 못한 채 비판적 대중은 개별화되고 기껏해야 능동적이고 현명한 소비자(시청자) 혹은 무비판적인 아마추어 제작자로 그치게 된다는 것이다. 이미 방송산업과 영화산업은 대중들의 적극적인 미디어 이용 방식을 1인 미디어라든가 시민 미디어, 1인 제작 시스템 등의 개념으로 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들이 지배적 미디어 구조 전체의 민주적 개혁과 독립적 미디어의 활성화와 상호 연관되지 않는다면, 대중들의 미디어 활동은 개별화된 채 기존의 미디어 시장과 산업 내부로 포섭되어 전유될 뿐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1980년대 이래 미디어운동이 전개되어온 특수한 역사적 경로를 볼 때, 여전히 긍정적인 측면은 사회 운동적 차원의 역사적 성과가 지속되고 있으며, 또한 최근의 공공적 미디어 영역의 확대와 다양한 기획과 실천은 새로운 전략과 실천의 계기들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에서 퍼블릭 액세스 구조와 각 지역의 미디어센터를 기반으로 하면서 정보통신운동과 연관된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이 구축되고 있고 복수의 공공영역이 형성돼 가고 있는 상황을 볼 때, 현 시기 미디어운동의 재구성을 위한 현실적 조건은 좋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그에 더해, 한국에서 미디어의 발전 역사가 지닌 특수성의 하나는 인터넷이 급속도로 발전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아니라, 공동체라디오나 공동체TV와 같은 것을 대중들이 소유하고 운영해본 아무런 경험도 없이 광대역 인터넷의 경험을 통해 대중들이 미디어에 대한 인식과 실천의 지평을 확대한 유일한 나라라는 점이다(김명준, 2005). 그것은 허가받은 주체가 컨텐츠의 생산과 소통을 독점하는 기존의 대의제적 미디어 시스템과는 다른 일종의 직접 민주주의적인 참여 미디어 구조가 가능함이 현실에서 매우 폭발적으로 입증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직접 민주주의적 미디어 구조를 형성하기 위한 현 시기 미디어운동의 주요 의제와 현장은 다음과 같다.
공적 미디어 영역의 확장: 지역 미디어센터와 퍼블릭 액세스
2005년말 까지 약 6개 지역 미디어센터가 설립 및 운영될 것이고, 2008년까지 23개 정도의 지역 미디어센터가 설립될 것으로 예상된다. 2002년 광화문 네거리의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 이후 올 하반기에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에 따른 전주시민미디어센터와 방송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부산 시청자미디어센터가 개관을 앞두고 있다. 물론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운영 구조를 확보하지 못해 파행 운영된 서울 강서구의 강서영상미디어센터의 사례도 있다. 또한, 문화관광부는 올해 김해, 제주에 지역 영상미디어센터 설립 지원을 결정했고 2006년 지원도 서두르면서 인천과 대구도 선정하였다. 방송문화진흥회의 (지역계열사) MBC시청자미디어센터까지 놓고 본다면, 곳곳에 미디어센터가 설립되고 운영되면서 그야말로 지역 미디어운동의 전국적 인프라가 구축되고 있다. 아예 이러한 공적 지원을 통해 설립되는 과정을 밟지 않고 독립적이고 자생적인 독립미디어센터들도 존재한다. 이를 어떻게 지역 사회운동과 연계하여 진보적인 미디어운동 기지로 활성화할 것인가?
각 지역 미디어센터를 네트워크하며 참여적 미디어 환경을 만드는 차원도 그렇지만 미디어센터가 없는 수많은 곳들에 살고 있는 대중들이 이웃의 이야기들과 지역 사회의 이슈들을 보고 듣고 보여줄 수 있는 퍼블릭 액세스 구조를 만드는 것 역시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KBS 1TV의 [열린채널]도 그렇고 각 지역의 케이블TV나 위성방송에서 우리가 직접 만든 영상 프로그램이 방영될 수 있는 이 퍼블릭 액세스 구조는 지역의 공공 인프라와 주민들을 위한 교육 활동에 대한 지원이 되지 않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한계가 많다. 그래서 퍼블릭 액세스의 실질적 확대를 위한 다양한 지원 구조(“지역 공동체 액세스 TV ” 프로젝트 등)와 지역 활동가들의 분주한 조직화 노력이 주요 활동으로 전개되고 있다.
더 나아가, 주로 주류 방송의 일부 시간대를 개방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 현재의 퍼블릭 액세스 구조를 보다 더 확장하여, 한편으로는 독자적 퍼블릭 액세스 채널로서 위성방송에서의 시민방송(RTV)의 지금까지의 파행적 운영 구조를 극복하며 그야말로 ‘혁신’해 가면서, 다른 한편 이러한 공적 미디어 영역의 확대를 통해 주류 상업 방송 구조 전반의 구조 변화를 꾀하면서, 우리 스스로의 보다 섬세한 전략과 실천 계획들을 세워나가야 하는 시점에 와있다.
최초의 실험: 공동체 라디오
이러한 참여적 방송 채널은 우선 라디오 방송에서 본격화되고 있다. 2005년에 주목되는 한국의 미디어운동의 전진은 무엇보다도 공동체 라디오 방송이 될 것이다. 전국의 8개 지역(서울의 관악과 마포, 경기 분당, 충남 공주, 경북 영주, 대구 성서, 광주 북구, 전남 나주)에서 현재로서는 공식적으로 허용된 1w 출력을 가지고 반경 1-3km의 지역에 라디오 방송을 하게 된다. 19세기 말의 무선 전신으로 가능해진 라디오 기술의 발명과 1920년에 최초의 상업방송국이 미국에서 방송을 시작한 이래 수많은 나라들에서 문화정치적 차원에서의 라디오의 제3의 발명이 있어왔고, 이제 한국에서도 라디오는 이제 우리가 알던 것과 다른 미디어가 된다.
주류 언론에서는 이를 “지역 밀착형 동네방송”이라며 (자기 구역을 침범하지 않을 듯하니) 비교적 따뜻한 시선을 보내고 있지만, 미디어운동 진영에서는 올해의 공동체 라디오 시범방송이 전체 방송 미디어 구조의 혁신을 가져올 뇌관이 될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지역 공동체 라디오 방송 실험은 한편으로 공영방송을 강화하고 사영방송을 규제하는 방송 개혁과 함께 제3의 영역(tier)으로서의 “공동체방송”(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한 대안 미디어의 제도적 보장)을 제기할 수 있는 현실 논리가 될 것이며, 다른 한편 점점 디지털 미디어의 수렴이 자본과 시장의 수렴으로만 전면화 되고 있는 현실에서 미디어 공공성의 개념적 확대를 통한 커뮤니케이션 민주주의를 실현해 나갈 구체적인 증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디어교육: 미디어운동의 대중화를 위한 격전장
2005년 미디어교육을 둘러싼 제도 정책 마련과 현장 교육 양상은 그야말로 전쟁터가 될 것이다. 방송법의 방송발전기금 용도에도 들어가 있는 미디어교육 지원에 대해 시청자미디어센터 말고는 별다른 정책을 가지지 않았던 방송위원회도 올해를 지나면서 대규모 예산 사업을 개발 중이다. 문화관광부 문화예술교육 안의 영화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문제들을 안은 채 강사풀제가 운영되고 있고 미디어교육 관련 예산은 통째로 언론재단의 언론인재고용센터가 이름을 바꾼 미디어교육지원센터로 가고 있다. 방송문화진흥회는 지역MBC 계열사에 시청자미디어센터를 설립하는 것과 함께 초등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고 규모는 작지만 다양한 지원 사업들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정부 기구나 공공 기관을 통해 이루어지는 공적 지원에는 또한 다양한 단체들과 이해관계집단들이 옥석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달라붙어 있다. 특히, 초중고등학교에서의 미디어교육 제도화 경향이 강화되면서 그렇지 않아도 지옥 같은 학교교육 문제를 그대로 둔 채 미디어교육을 도입하려 하기 때문에 미디어교육을 공교육 속에 왜 도입해야 하는지, 누가 무슨 내용을 가르칠지 등이 왜곡되고 있어서 이 부문에서도 여러 가지 충돌이 있을 것이다. 미디어교육 제도화에 대한 철학적이고 실천적인 관점의 정립이 필요하고, 다양한 미디어교육 실행을 위한 정책 대안을 마련해야 할 과제가 시급하다.
특히, 미디어운동 진영에서는 엄청난 국가 예산과 공공 기금이 낭비되는 차원과 왜곡된 제도화 담론에 대한 비판뿐만 아니라, 독점화되어 왜곡되고 있는 미디어 (시장)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고 민주적 미디어-커뮤니케이션 구조를 만들기 위한 대중적 교육 활동 차원에서 미디어교육 운동의 전략과 활동 계획을 세워나가야 한다. 미디어교육을 통해 참여적 커뮤니케이션 구조의 필요성을 대중적 정치의식으로 확장해 나가야 한다. 수동적인 수용자나 소비자에 머물 수밖에 없는 구조를 변화시켜나가는 “미디어 교육운동” 혹은 “미디어교육 운동”은 정보공유운동과도 맞닿아 정보인권과 커뮤니케이션 권리에 대한 의식을 고양하고, 실현시켜나가는 대중적 초석을 만드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 미디어교육은 한국의 시민사회와 전체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의 민주적 변화 과정, 그리고 새로운 공공영역‘들’의 창출 과정 속에서 새롭게 변모되어야 하는 시점을 맞고 있다. 커뮤니케이션 민주주의와 대중들의 권리 의식을 고양하기 위한 교육으로서 미디어교육의 새로운 방향이 설정되어야 한다.
디지털 뉴미디어: 미디어 공공성의 재구성을 위한 기회
올해부터 위성과 지상파 DMB, IP-TV나 wibro 등의 뉴미디어가 속속 등장하면서, 본격적으로 방송통신구조개편위원회가 가동되고 있다. 우리의 의사와 의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이다. 자기들끼리 사활을 걸고 싸우기 때문에 사실 우리는 이게 우리와 무슨 상관인지 무관심해질 지경이다. 그러나 이미 매달 1만 3천 원 정도의 이용료를 내야 서비스 받게 될 위성 이동멀티미디어방송(Digital Multi-media Broadcasting, DMB)이 2005년 5월부터 본방송에 들어갔고 권역별로 무료 서비스될(유료화가 논란이지만) 지상파 DMB 역시 수도권에 먼저 사업자 선정을 마친 후 본격적인 산업적 구도를 갖추고 일상의 미디어 문화를 바꿔나갈 예정이다.
휴대전화나 개인휴대단말기(PDA), 별도의 단말기 등을 통해 이동하면서 비디오, 오디오, 데이터의 다채널 서비스를 내보낼 DMB와 같은 ‘휴대’가 용이한 미디어가 더욱 확산되면서 개인화된 미디어 수용 환경이 널리 퍼져나갈 것이다. 또한 디지털TV가 점차 확산되면 좋은 화질만이 아니라 곧바로 쇼핑을 하고 티켓을 예매하고 은행 업무를 볼 수 있게 된다. 이러한 T커머스(TV 전자상거래)를 위한 홈쇼핑 데이터방송채널 사업자 선정도 올해의 일이다. 기실 쌍방향 미디어가 될 것이라는 소문은 더 많은 소비와 이윤을 위한 일방적 강요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에 따라 개인주의적 소비주의는 더욱 우리 사이를 소원하게 할 지 모른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소비능력을 갖지 못하는 대다수의 민중들은 왕 대접 받는 소비자나 그나마 주권이 선언되고 있는 시청자 범주에서조차 배제되고 있다. 공중의 이익을 위한 미디어의 사회적 책임으로서 공익성은 정부의 수사 속에서 나라 경제를 짊어질 디지털 미디어 산업 자본과 일부 귀족적 소비자들을 위한 것으로 곡해될 것이다. 사실 1920년대 정착된 방송(1대多의 매스 미디어) 개념과 시스템 자체가 구조 변동하고 있는 상황은 방송과 긴밀하게 결부되어온 공익(public interest) 개념 자체가 재구성될 것을 말해주고 있다.
결국 관건은 개인화되고 있는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환경에서 어떻게 학습의 집단적 과정을 재조직화 할 것인가, 사회변화의 공감과 행동 양식을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가, 특히 기존의 방식이 아니라 대중들의 창조적인 ‘휴대’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기반 하여 어떻게 이러한 변화를 가능하게 할 것이냐가 된다. 디지털 미디어 관련 제도, 정책, 시장, 운동의 역동적 변화야말로 2005년을 맞는 미디어운동의 자기 재조직화의 관건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무대응으로 일관했다고 봐야하는 시민사회 차원의 디지털 공공성에 대한 폭넓은 의제 제기, 정책 생산 및 개입의 신속한 대응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구시대의 잔재들과 싸우느라 정신이 없는 언론운동은 동시에 새로운 변화에 대한 준비를 하기에는 힘겨워 보인다. 하지만 가까운 미래에 더 엄청난 “잔재들”이 될 사안들이 우글거리는 것을 알고도 지켜볼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독립 대안 미디어 활동 그리고 국제연대
이러한 공적 영역의 미디어 이슈들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라도 독립적이고 대안적인 미디어 활동(전략 수립, 자원 공유, 제작, 배급, 상영, 다양한 사회운동과의 연대 등)이 필요하다. 그 중에서도 이주노동자 인터뷰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국가보안법 철폐, 비정규직 철폐 등에 대한 독립제작자들과 사회운동 단체들의 공동제작프로젝트는 2004년부터 주목된 비교적 새로운 흐름이다. 2005년에도 지역 투쟁(평택 등)과 신자유주의 반세계화 국제행동(APEC 등)이 예고되고 있다. 또한, 10여 년이 넘은 노동자 영상(미디어)운동의 성과 혹은 정체 상태와 함께 이에 대한 사례 분석과 연구를 통해 더욱 활성화할 수 있는 전략의 마련이 필요하며, 이를 포함한 진보적 사회운동 진영의 미디어 전략에 대한 고민으로 확장되어 여러 사회운동과 다양한 차원의 정책 협력 및 파트너쉽 구축이 요구된다.
인터넷을 통한 대안적 언론 활동도 올해부터 새로운 조직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진보적 인터넷언론 단체들이 출범하기도 했거니와, 신문법 개정에 대한 정책적 대응 과정을 통해 공동 전선의 형성과 네트워크화가 자연스럽게 제기되고 잇는 상황이다.
국제연대도 2005년은 전지구적 차원의 민주적 커뮤니케이션 구조를 만들기 위한 각국 정부나 정부간 기구들, 초국적 자본들과 시민사회의 격돌이 예정되어 있다. 문화와 미디어 영역에서 자유무역체제를 막아낼 수 있는 문화다양성협약이 10월의 유네스코 총회에서 최종 결정될 것이며, 정보사회를 위한 세계정상회의(WSIS)의 2차 회의(와 그 대항 회의)가 11월 튀니지에서 예정되어 있는 것이 비교적 큰 사안들이다.
 운동의 운동 : 민중의 커뮤니케이션 권리 운동
2005년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문화 환경에 있어서 새로운 돈벌이를 찾아 우리의 노동 현장과 일상생활을 파헤쳐 식민화할 디지털 미디어가 본격화될 것인 만큼 대중들이 스스로 소비자, 시청자로서의 강제된 정체성을 벗어던져야 한다. 디지털 전환에 있어서 공익은 또 다시 ‘능력 있는’ 소비자 보호 정책으로 귀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 그런 기술적 조건은 충분히 되어 있는데 이러한 기술을 어떻게 대중들의 참여 민주주의적 구조로 가져갈 것이냐가 관건이며, 이를 위해서는 대중적 미디어교육이 광범위하게 조직되어야 한다. 또한 그 어느 때보다도 소비자, 시청자, 공중의 개념에서 실질적으로 배제되고 있는 노동자, 여성, 장애인, 사회적 소수자, 곧 민중의 커뮤니케이션 권리를 위한 투쟁이 전개되어야 한다.
대중적 미디어운동과 민중의 커뮤니케이션 권리 실현을 위해 다층적으로 전개될 2005년의 미디어운동은 그러나 전방위적 미디어 활동가 및 지역 미디어 활동가들이 너무나 부족하다는 심각한 현실에 직면해 있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체계적인 미디어운동 연구자 및 활동가 풀의 형성과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면서 미디어운동 관련한 정책 생산, 로비, 활동 기획, 제작, 센터 운영 등의 전문 활동가들을 양성하는 것이 주요 과제가 될 것이다. 돈이 없는 우리에게는 결국 사람의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지역 활동가 양성 및 네트워크 구축과 정책 입안 과정으로의 피드백 흐름을 체계화하는 것을 통해 2005년의 수많은 공공적 미디어 영역과 대안적이고 독립적인 미디어 활동의 전망이 결정될 것이다.
그에 따라, 지난 4년 동안 각 지역의 미디어센터 설립 운동을 중심으로 한 미디어운동의 초보적 네트워크는 이제 본격적인 미디어운동의 전국적 네트워크로서 재조직화를 꾀하면서 미디어운동의 새로운 지형에 맞설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도 각 지역의 아래로부터의 자율적이고 다양한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상황과 실천들에 대한 상호 이해와 정보 공유, 연계사업 및 공동행동, 참여적이고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 실천을 실현할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는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며 민주적 미디어 환경 변화를 주도적으로 만들어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라도, 이제까지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한 미디어운동의 대중화를 위한 작업이 필요하다. 정부와 기업들과 미디어 활동가들이 수많은 곳들에서 격돌할 태세를 갖추고 있는 상황에서, 무엇보다도 현재의 미디어운동은 대중운동으로 확산되지 않고서는 그 각각의 전투에서 이겨낼 수 없기 때문이다. 민중들의 욕구와 필요, 이를 권리의 문제로 제기해야 한다. 민중의 커뮤니케이션 권리로!
 
미디어교육, 퍼블릭 액세스, 공동체라디오, 독립영화, 진보적 인터넷언론 그리고 미디어센터 등 주요한 운동 축들이 자기 동력을 확보함과 동시에 나선형 회전을 전개해 나갈 때, 전체 커뮤니케이션 민주주의를 위해 이들을 횡적으로도 맞물려 돌아가도록 하는 미디어운동의 종합적 프레임과 실천을 기획할 수 있는 전국적 틀,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는 2005년 이러한 과제들을 안고 출범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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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준(2005), “늦었지만 다시 한번, ‘다른’ 공공성과 ‘다른’ 운동을 위하여,” 진보적 미디어운동 연구저널 <act!>20호</act!>
심광현(2003), ꡔ문화사회와 문화정치ꡕ, 문화과학사
정용준(2000), “한국의 뉴미디어 시민채널운동의 성과와 한계,” <아셈2000 민간포럼 미디어분과 워크숍>, 언론개혁시민연대
Raboy, M., Missed Opportunities: The Story of Canada's Broadcasting Policy, Montreal : McGuill-Queen's University Press.,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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