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 24호 특집]새로운 전체주의와 아나키즘 기획 - 미디어 환경과 공공성의 위기-

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24호 / 2005년 9월 1일  새로운 전체주의와 아나키즘 기획 - 미디어 환경과 공공성의 위기-   이 상 훈 (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   다수의 소수로 이루어지는 현대사회의 다양하고 파편화 된 공공영역은 깨지기 쉬운 것이다. 논쟁의 자유, 개인의 소통의 자유를 제한하고 여론에 그들의 시각을 주입하려는 사회적 행위자들이나 조직들이 다양한 형태로 개입하고 있다. 이 속에서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이제 새로운 사회적 기획, 즉 신개념의 전체주의와 아나키즘의 결합을 모색해야 한다. 공공성 논의는 언제나 정치적 관심과 함께 했다. 지배자에 대하여 피지배자의 정치적 의지를 발전시키고 실행하는 공간은 민주주의의 개념의 역사적 진화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그래서 대중 민주주의의 발전은 공론장의 지배적인 제도 사이에서 대중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향상, 촉진과 역사적으로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그 발전 양상 속에서 사회적 변동과 미디어의 발전에 마주하여 전통적 토론의 장소의 정치적 중요성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는 반면에 미디어의 공공영역 개념은 중심적인 것이 되고 동시에 규범적인 가치화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공공영역의 기능은 한 사회가 도달한 민주주의의 정도를 나타내는 즉각적인 척도가 된다. 이와 동시에 공공영역은 여론과정, 혹은 정보 미디어 그 자체와 동의어로 여겨지며 정치적 과정에 민중의 적극적 참여는 이상적인 사회의 개념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인식 된다.  그러나 이제 현대사회에서의 공공성의 논의는 기존의 정치적 지형으로부터 문화적 지형으로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현대사회의 미디어 상황에 적합한 그리고 총체적인 사회적 질서에 적합한 제도적 전모, 즉, 대중들의 민주적 참여를 용이하게 하거나 저해하는 제 양상들에 대한 논의로의 이동을 의미한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대안적 커뮤니케이션공간의 창출, 즉 새로운 정치, 문화 공간의 출현과 아울러 매스 미디어의 시대에서 정치, 문화의 주체가 되지 못하고 소비의 주체로 전락했던 일반대중이 다시 정치, 문화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물론 새로운 미디어 기술 역시 국가나 거대 기업체가 훨씬 더 잘 이용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일반인들의 가능성을 과소 평가 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이 같은 사회적 변화를 기반으로 공공영역은 문화적 공공영역, 의미생산의 공공영역의 활성화로 이어져야 하는 것이다. 공공영역은, 세계의 현실이 사람들에게 보장되는 장소다 이러한 논의에서 우리가 특히 강조해야 할 부분은 ‘의미 생산의 문제와 ‘타인과 나눔의 행위로부터 생기는 문화적 특수성의 확보’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 문제는 공공영역으로의 접근을 결정하는 미시 사회적 과정의 이해에 핵심이 되는 것이다. 요컨데 이를 통해 우리는 문화 민주주의, 상대주의 그리고 다원주의를 확보할 수 있으며 정치적 민주주의에서 문화적 민주주의로의 이행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의 일상적 삶이 만들어내는 공공영역은 상당히 공격받기 쉽고 허약하다. 우리 사회의 공공성은 다양하지만 파편화되고 유연하지만 비지속적인 일상의 공공영역으로 침투하여 공격하는 자본의 기획과 국가의 전체주의의 기획으로 끊임없이 위협받고 있다.   공공성의 위기 1 : 자본의 기획   무엇보다도 뉴미디어 시대에서의 자본의 기획은 이미 드러났다. 세계화, 글로벌 미디어 세계, 네트워크의 사회를 거대한 시장으로 재편하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 속에서 대중 커뮤니케이션의 전통적 방식의 정치 경제는 상당한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머독은(Murdock) 이러한 변화를 사유화, 기업집중, 국가상호화, 탈규제의 과정이 미디어의 상품논리를 확산하고 다른 규범들을 점점 배제시키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기획은 집요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자본주의의 대명사인 미국의 경우 산업영역에 대한 힘의 균형성 확보라는 대원칙 속에서 산업의 힘이 커지는 만큼 공적영역도 균형적으로 확보해나가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미국의 공영방송법이나 시민사회의 지원 체제에서 균형적 시각을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의 경우, 실제로 방송부분을 예로 들어 보면, 기본적으로 방송은 공적 영역에 속해 있었으며 그 후 점차 산업적 영역이 조금씩 확대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유럽 같은 경우는 공공성의 확보라는 것은 이미 사회적으로 존재했던 공공성에 대한 개념과 의미 위에서 이루어지는 전통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여러 형태의 뉴미디어의 도입에 있어서도 우선순위로 고려되는 것은 공공성 확보에 대한 것일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경우 공적영역의 연결 고리는 점점 약해지며 유럽에서도 공공서비스 부문은 빠른 속도로 해체 과정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동일한 방송의 영역을 볼 때, 우리 사회는 어떠한가. 우리가 공영방송이라고 이야기하는 방송이 공공영역에 속하며 공공성을 담보하고 있다고 말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회의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소위 다공영 일민영이라는 체제는 단순히 표현상으로만, 한 발 물러선다 하더라도 지극히 형식적 논리에서 공공영역이 다수 확보되어 있다고 말 할 수 있을 정도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마저도 가장 천박한 수준에서 정치 권력의 수단에 의해 재단되고 주어졌던 것도 사실이다. 결국 방송 영역만 보더라도 방송은 하나의 도구로서, 형식 논리 속에서 마치 공공성이 보장되고 있는 듯 한 착각을 일으키게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앞서 예로 든 미국과 유럽의 경우를 보더라도 공공성에 대한 견고한 사회적 기반이 존재함에도 집요한 자본의 기획은 공공영역을 허물어뜨리고 있는 상황에 비추어 우리나라에서 미디어의 공공성에 대한 논의의 범위는 편협할 뿐 더러 이러한 현실 자체가 공공성의 위기를 반증한다. 뉴미디어 환경의 기초인 정보화 사회 역시 오히려 공공영역을 파괴하고 있으며 그 결과 보편주의의 이상과 시민성을 파괴하는 것이다. 정보사회의 미덕은 정치적으로 유용한 정보의 전파, 대다수의 문화적 표현의 가능성을 용이하게 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컴퓨터, 위성 통신 간의 인터페이스를 다양화하는 기술진보가 이루어지면서 공공 정책에 있어서 시장의 힘은 공공 영역을 희생하면서 사적 이해를 도와주고 있는 것이다.   공공성의 위기 2: 전체주의의 기획- 커뮤니케이션 이데올로기의 유토피아   미디어 권력, 즉 정보의 순환에 있어서 거의 독점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디어의 힘은 인류의 역사에서 어떠한 권력과도 비견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것으로 이해되고 또 인정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과 이미지(인간 자신의 이미지일 뿐만 아니라 미디어가 인간에게 전달해주는 이미지)의 제국에 순종하는 총체로서의 인간의 표상은 이제 광범위하게 지배적인 것이 되었다. 현대사회에서 어떠한 이유로 커뮤케이션이 이렇게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인가. 텔레비전, 혹은 또 다른 다양한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 장치들의 놀라운 발전과 일상화 댸문인가? 이러한 단순한 이유 때문은 아닐 것이다. 그러면 오히려 커뮤니케이션 그 자체가 새로운 유토피아의 중심에 있는 것인가? 특히 사회주의, 자유주의 등등 거대 이데올로기들이 혼란에 빠져있는 현 시대를 생각한다면 커뮤니케이션은 이들 이데올로기를 대체하고 있는 새로운 이데올로기인가? 이러한 위치를 점유한 커뮤니케이션의 유토피아는 어떠한 상황을 상정하고 있는가?  지구촌의 환상은 매일 매일 미디어에서 만들어내고 있는 정보화 사회의 진보 속에서 점 점 더 확장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의 정점에서 소위 ‘내용 없는 커뮤니케이션’은 그 자체 목적성에 함몰하면서 유래 없는 배타성, 비관용(intolerence)과 편협성으로 치닫고 있다. 작금의 우리의 현실 역시 이러한 범주에서 예외일 수 없어 보인다. ‘인터넷 강국,’디지털 코리아‘,’사이버 정치 활성화‘, ’전자정부‘, 등의 구호는 절정에 이른 커뮤니케이션과 다양한 정치적인 힘의 존재간의 관계 속에서 공통적으로 보편적 가치, 글로벌 스탠다드의 강조와 투명성을 내세우면서 커뮤니케이션의 새로운 유토피아로 포장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관계는 커뮤니케이션 그 자체로서는 야만적 상황과의 투쟁을 통한 유토피아를 이끌려는 의지이며 동시에 현실적 상황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오늘날 커뮤니케이션은 배제의 극한성을 최대화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여기에는 개인적 차원에서의 ‘자신을 드러내기’와 ‘커뮤니케이션의 기술 습득’을 통한 투명성, 그리고 가장 강한 힘을 지닌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사회적 투명성’ 이라는 두 차원에서의 투명성을 기반으로 한 유토피아가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오히려 투명성의 담론이 드리우는 그늘은 역설적으로 커뮤니케이션 사회, 소비의 사회가 폭력과 배제의 사회로 이끄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   변화의 가능성 : 새로운 공공영역의 출현   J-L. Ferrry는 오늘날 대중사회는 미디어 사회 앞에서 사라져 버렸다고 말한다.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발전 덕에 다양한 사회적 삶의 양상들은 무한한, 정의되지 않는 가상의 대중(public)에게 보여질 수 있게 되었다. 이 때문에 Ferry에 따르면 새로운 공공 영역이 확장일로에 있다. 한편으로 공공영역은 점점 더 개인을 위주로 구성되고 있으며 정치적인 국경에 멈추지 않는 국가의 틀을 넘어서고 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공공영역은 지금까지 가족, 부부적인 은밀함, 혹은 더 나아가 직업의 영역까지 펼쳐지는 사적인 것으로부터 드러나는 주제들이 공공의 논의에 점 점 종속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새로운 공공영역이 창출되는 다른 양상들을 주시할 수 있다. 우선 정치체제와 문화지형의 전체적인 변화로서는 민족 국가의 쇠퇴, 공중의 파편화, 새로운 사회 정치적 운동의 등장 그리고 공개된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과정에 참가하는 주체의 수의 폭발적인 증가에서 보듯이 커뮤니케이션과 정보의 발전된 기술에 소비자가 비교적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상황이 그것이다. .민족 국가의 위기는 자본의 국제화와 생산의 분산과 함께 이루어지고 있으며 국내 경제는 세계 경제의 틀에 의존하여 국경의 외적 조건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 국가 내부적으로는 정치적, 행정적 역할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공공의 파편화는 환경, 법, 여성, 마이너리티, 종교, 등 새로운 사회적 정치적 운동을 활성화하고 있다. 마이너리티는 단순한 소수로서의 마이너리티가 아니다. 오히려 다수의 소수가 이루는 새로운 공공영역의 출현이다. 그러나 다수로서의 소수들은 존재 형태가 허약하며 이해관계와 관심에 따라 쉽게 이합집산 할 수 있는 만큼 유기적 결합도 쉽지 않다. 이 과정에서 공공성의 발현은 다수의 소수가 형성되고 동시에 결합할 수 없는 파편화 되는 새로운 영역에 기존의 지배적인 가치들로 연속성과 지속성 확보에 필요한 단일성을 실현하고자 집요하게 간섭하는 힘으로서의 전체주의에 대항할 수 있을 때 가능해 진다. 다시 말해서 서로 상반되는 가치의 조합이 가능할 수 있도록 작동하는 기제로서 새로운 전체주의와 사회적 자발성을 기초로 공적 사적 의식이 모든 자유를 보증하고 질서를 유지하기에 충분한 최소한의 단위로 축소된 제도나 조직이 이루어지는 아나키적 질서와 결합이 필요한 것이다. 전체주의와 아나키즘의 역설적인 결합이 새로운 공공영역과 공공성 확보를 위한 하나의 기획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