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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21호 특집] 독립영화 배급의 의미와 실천전략 v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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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6. 8. 17.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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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21호 / 2005년 5월 25일 

독립영화 배급의 의미와 실천전략 ver2.0
 
김 화 범 ( 한국독립영화협회 배급담당 )
 
서론을 대신해서
 
  대중매체와 통신체계 그리고 무엇보다도 소위 ‘정보혁명’은 생산과 소비의 조직뿐만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욕구와 수요의 규정에 대해 어떤 중요한 변화를 일으켰다. 통신의 영역에서 궁극적 ‘공간의 탈물질화’는 군사 장치에 그 근원이 있으나, 즉각적으로 공간상에 그들의 활동을 조정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금융기관과 다국적 자본에 의해 점유되었다. 그 효과는 특정 종류의 중요한 거래(주로 금융적 그리고 투기적)가 일어날 수 있는 탈물질화된 ‘가상공간’을 형성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또한 텔레비전으로 생중계 되는 혁명과 전쟁을 시청할 수 있다. 매체와 통신의 공간과 시간은 (인터넷을 통한 자유적 민주화의 선언에도 불구하고) 매체 권력의 독점화가 갈수록 더 큰 문제가 되는 세계에서 내적으로 폭발하고 있다.1)
 
독립영화 배급의 의미
 
 거칠게 정리해서 독립영화 배급의 의미는 이윤추구가 절대적인 목적인 자본2)의 통제에서 벗어난 영화의 ‘존재’를 알려내는 작업이다. 여기에는 모든 문화적 생산물이 그렇듯이 두 가지 목적이 함께 있다. 하나는 소통을 통해 그 작품의 가치, 의미를 발생하게 하는 텍스트로서의 기본적인 목적과 또 다른 하나는 생산물의 소통을 통해 얻어지는 경제적 이익을 통해 재생산하는 목적이다. 이 두 가지 목적이 서로 따로 가거나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배급이라는 행위 과정으로 통합된다.   그러나 독립영화의 배급은 주류 상업영화의 배급방식하고는 다르게 배급행위를 통해 소통과 경제적 목적을 동시에 추구하면서 이윤추구가 절대적인 목적인 자본을 넘어선 영화의 존재를 드러내는 실천적 행위 과정 전체
를 말한다. 즉, 주류영화가 상업적 이윤 확대를 위해 투자-제작-배급의 형태로 업종분리가 되어 있는 것과는 다르게, 독립영화 배급은 독립영화가 존재할 수 있게 하는 제작 과정, 비평의 영역, 교육 과정, 구체적인 배급활동 등 전체를 통해 관통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독립영화 배급의 세 가지 층위
 
  독립영화의 배급의 문제는 세 가지 층위의 문제이다. 문화적 층위와 경제적 층위, 정치적 층위로 나눠 독립영화 배급의 맥락을 짚어보자. “하나는 관객과의 교류를 통한 작품에 대한 피드백을 제한한다는 것이고 (문화적 층위 - 소통 혹은 소통 방식으로서 배급), 또 하나는 작품의 재생산에 필요한 제작자금의 회수를 불가능하게 한다”3)
는 것이다(경제적 층위 - 재생산 전략으로서 배급). 이 두 가지 층위는 독립영화와 아주 직접적인 관련을 맺고 있다. 따라서 이것은 “전자는 감독이 자신의 작품에 대한 대중적인 평가와 비평을 들을 기회를 갖지 못함으로써 반성과 전망에 입각한 차기 작품에 대한 고민에 일정정도의 제한을 가져올 수 있다는 작품 내적인 문제라고 한다면, 후자의 경우는 제작비를 환수하지 못함으로써 독립영화의 지속적인 제작을 불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경제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4)
다. 결국 독립영화 배급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은 다양한 영화의 존재할 수 없는 사회구조적 문제이다.  독립영화 배급의 정치적 층위는 독립영화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영화문화제도 전체의 의미로 확장될 수 있다. 다양한 영화가 존재해야한다는 기대하고는 다르게 한국의 영화문화는 극장을 정점으로 수직계열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이는 현재 한국영화산업이 처해 있는 시급한 문제이다. “멀티 플렉스의 증가는 개별영화의 스크린 수를 확대하는 계기가 되었고 이는 상업영화 전반에 와이드릴리즈라는 배급 방식을 강제하게 되었다. 이는 결국 멀티플렉스 증가 → 와이드릴리즈 → 마켓비용 증가 → 스크린 수 확보경쟁으로 이어지게 되면서 경쟁력 있는 블록버스터 한편으로 멀티플렉스 4, 5개 스크린으로 독점하는 경향이 관례화 되었다”5)
고 진단하고 있는 오기민의 발제처럼 극장업을 중심으로 한 대기업자본을 중심으로 인하우스 제작패턴을 가진 수직계열화 영화자본의 문제는 중소제작자들에게도 커다란 압력이 되고 있다. 특히 멀티플렉스의 흡입력은 영화산업 내 다양하게 배급되는 작품의 편중도는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지난 3년간 국적별 시장 점유율6)
을 확인해보면 확연히 알 수 있다. 따라서 관객들의 선택의 폭은 제한된 시장에서 더욱 좁아진 형태로 존재할 수밖에 없으며 이것은 장기적으로 영화문화의 다양성을 확보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7)
 점점 더 좁아지는 영화산업의 현실을 비판하면서 다양한 영화가 생산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즉,  “각종 대중매체의 집단 폭격으로 영화의 가치가 극장에서의 관객 수로 환원되고 또 영화에 관한 담론들이 극장을 정점으로 하나의 서사를 짜는 - 감독과 영화사에 의해 탄생해 홍보와 마케팅을 거쳐 성장하고 극장에서 삶의 클라이막스를 맞는 - 구조를 탈중심화 시킬 필요”8)
가 존재하게 된다. 이것이 독립영화 배급이 가지는 정치적인 층위이다. 
 
독립영화 배급 환경의 변화
 
  영화시장이 급격히 수직계열화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흡입력이 강한 영상문화환경의 변화가 가속되고 있다. 최근 주목할 만한 흐름들을 중요도와 상관없이 생각나는 대로 나열해보자면,   ○ 2기 영진위의 임기 종료 / 3기 영진위 위원회의 구성 임박○ 국가기관의 ‘문화권’ 관련한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음.- 인권위원회의 문화권 국가행동계획(NAP) 의견 수립 후 관련 사항 주무부처 권고 의견 제출 예정○ 문화관광부의 정책변화 - 10월 문화헌장 제정, 문화진흥법 국회상정 준비○ 문화관광부/방송위원회 추진하는 미디어센터가 전국적인 규모로 현실화되고 있음.○ 독립채널 신설 움직임 구체화○ DMB 등 새로운 매체의 등장이 가속화○ 문화예술교육 확대○ 예술영화관 사업에 대한 관심 고조 이에 사업 파트너로 독립영화협회 개입 사례가 늘어가고 있음. (작년 대구 한 곳에서 올해 대구, 전주로 확대) 방송-통신의 융합의 속도가 가속화되면서 다양한 형태의 뉴미디어가 계속 실험되고 있다. 누구도 그 향방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다.
 
독립영화 배급 환경의 이상기온
 
  사무실로 심심찮게 독립영화 컨텐츠 활용하고자 하는 의도로 전화가 온다. 인터넷 시대에는 자신의 사이트에 내용을 채우기 위해서, 휴대폰 모바일 서비스를 할 때는 모바일 컨텐츠로 이젠 DMB 사업자가 확정되자마자 여기저기에서 컨텐츠 확보를 위해 러브 콜이 들어오고 있다. 이런 상황은 새로운 매체가 나오게 되면 주기적으로 되풀이되고 있는 풍경이다. 기술발전으로 매체의 혁신 혹은 확대 되어가고 있지만, 한정된 컨텐츠는 언제나 큰 문제이다. 이 이야기를 뒤집어 생각해자. 매체의 확대가 실질적으로 독립영화 컨텐츠의 생산에 어떤 영향을 줄까. 모르긴 해도  독립영화 제작 여건을 보면 지금이나 예나 별로 달라지고 있는 것으로 봐서 그렇게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컨텐츠가 생산되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제도적으로, 문화적으로 제대로 작동되어야 한다. 그러나 사실 개발된 기술을 통해 노다지를 깰 목적인 자본의 눈에는 이것들이 제대로 자라게 되는 토양자체에는 관심이 없다. 설사 설익더라도 먹을 수 있다면 먹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을 뿐. 그렇게 새롭게 구성된 매체와 컨텐츠는 시장의 판단에 따라 사라지거나 살아남거나 한다. 사라지지 않고 살아남았다고 하더라도 언젠가 그 자리를 누군가에 넘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조금이라도 꿀이 남아 있을 때 게걸스럽게 먹어치울 것이다.    확실히 이상기온이다.  이런 미디어환경의 조건이라면 독립영화가 제대로 소통하기란 쉽지 않다. 극장으로 가는 길은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을 뿐 아니라, 뉴미디어의 탄생으로 새로운 배급윈도우가 하나 더 추가되기는 할 것이지만, 그 탐욕 때문에 누가 사과나무를 심고 가꾸며 열매를 기다리고 있겠나. 여기에서 국가의 역할이 커진다. 그동안 컨텐츠 개발을 위해 기업과 국민에게 거두어 드린 세금을 쏟아 부었다. 영상산업 육성으로 위한 컨텐츠 생산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 여기에서도 돈과 바로 직결되는 컨텐츠만 육성하려고 하니깐 독립영화는 뒷전이다. 문화적 토양자체가 바뀌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종자를 심는다고 해서 원하는 만큼 과실을 얻을 수 없다. 이것은 농경사회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정보산업사회는 이것을 잊었다.    이런 변화들 속에서 몇 가지 긍정적인 흐름도 분명 존재한다. 한계가 있지만 국가기관의 문화와 관련한 변화들도 감지되고 독립채널(외주채널) 신설 논의도 조금씩 진행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미디어센터가 전국적으로 확산될 예정이다. 작지만 공동체라디오방송도 기지개를 펴고 있고, 여전히 복마전이지만 공공문화기반시설에 대한 다각적인 활용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특히 문화예술교육은 기획단계를 지나 시행단계로 접어든 것 같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저 멀리 있는 이야기인데, 현실적으로 바로 우리의 눈앞에서 진행되고 있다. 장밋빛 같지만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소수의 돈 잔치로 끝나고 그들의 손에 장밋빛 와인이 들려 있을 것이다.
 
독립영화 배급의 실천적 상상력 - 배급위원회
 
  이런 급변하고 있는 영화-미디어 환경의 변화 속에서 그렇다면 독립영화 진영은 어떻게 개입해야 할 것인가? “한 텍스트가 끊임없는 번역을 통해 ‘사후의 삶’을 누리듯이 영화라는 재료가 다양한 채널을 통한 담론적 스텍트럼을 가지기 위해서는 극장의 개봉 시기 전후에만 반짝하는 현행 언로의 흐름이 거꾸로, 옆으로, 아래로 다양하게 분산되어야 한다.” 9)
   김소영 교수의 말을 아이디어로 삼아 좀 더 확장해서 보자면, 영화라는 재료가 다양한 채널을 통해 담론적 스펙트럼을 가지기 위해서는 극장 개봉 시기의 전후에만 반짝거리는 현행 언로의 흐름을 거꾸로, 옆으로, 아래로 다양하게 분산해야 되어야 한다는 담론적 실천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하지만 거기에 머물러서는 되지 않는다. 극장을 중심으로 짜는 사회적 서사구조를 탈중심화 하기 위해서는 여기저기에서 ‘두더지가 땅을 파듯’ 다양한 배급이 활동이 존재해야한다. 천개의 고원을 만들어야 한다. 극장중심의 영화산업의 중심에 대해 최소한의 파열구를 내기 위해선 상업극장을 거점을 중심으로 하는 다양한 상영사례를 만들어 내면서 (예술영화관, 독립영화전용관 신설을 통해) 동시에 영화-미디어환경 속에서 활동을 통한 우회적인 (어떤 의미에서는 적극적인) 전략도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극장과 미디어공공영역에서 이원화된 실천적인 활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원화된 실천활동은 서로 구별된 것이 아니라. 결코 나뉠 수 없는 하나의 흐름이다.    예전부터 독립영화 배급이 중요하다고 줄곧 이야기하고 있는 조건하고는 엄청 다른 변화가 수반되고 있는 상황이기에 새로운 실천, 상상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여기에 소수 몇 명의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이 문제가 아니며, 독립영화를 만드는 제작자들에게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독립영화를 만드는 개별 제작자나 제작단체와 한국독립영화협회는 창립부터 줄곧 독립영화 배급을 위한 의미있는 실천들을 해오고 있다. 이런 성과를 모으고 급변하는 미디어환경에 힘 있게 대응하기위해,  혼자의 힘이 아닌 우리의 힘을 집중하기 위해 한독협 배급위원회의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기존 주류영화 배급 방식이 아닌 독립영화 제작자 네트워크가 직접 배급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면서 제작자 네트워크(배급위원회)와 상영 네트워크(관객 혹은 시청자)를 구체적으로 구성하여 좀 더 구체적인 흐름을 만들어갈 것이다.   배급위원회의 출범은 대략 6월 말 경이 될 것이다. 이때까지 배급위원회의 기간의 배급활동을 정리하고 활동방향을 구체적으로 설정하여 일년 계획을 세워 활동을 시작할 것이다. 이제 자신의 작품뿐만 아니라 다른 제작자의 작품을 들고 배급을 하는 제작자들을 쉽게 만나게 될 것이다. 방송국에서도 독립영화제작자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극장에서 관객을 만나는 제작자들도 함께.  배급을 준비하고 고민하고 활동하고 있는 독립영화 제작자들은 배급위원회로 모여 달라. 함께 고민하고 함께 행동하자! □ 
----------1) 데이비드 하비, 『희망의 공간』, 한울, 2001, 98쪽
2) 오해를 줄이자는 측면에서 여기에서 자본은 ‘화폐’로 표상되는 물질화된 구체적 형태의 영향력뿐만 아니라, 우리 삶 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는 자본의 추상적, 심리적, 물질적 영향력까지 포함한 것으로 자본이라고 할 수 있겠다. 
3) 이주훈, “독립영화 배급의 정치학”, <포럼 자료집 2, 독립영화 배급의 확장을 위하여>, 인디포럼 2001, 5쪽
4) 이주훈, 앞의 글, 5쪽
5) 오기민, 영화문화다양성, 스크린쿼터 사수를 위한 실천전략 쟁점 토론회, 2004년 9월 15일 미디액트
6) * 지난 3년간 국적별 시장 점유율
구분 2001 2002 2003 평균
한국영화+미국영화 92.5 93.8 92.9 93.07
기타 7.5 6.2 7.1 6.93
                                   (영진위, 한국영화관람객의 성향과 변화분석 중에서 발췌)
7) 졸고, 「독립장편영화의 명암」, 『계간독립영화』, 24호, 2004.12월
8) 김소영, 「사라지는 남한 여성들: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의 무의식적 광학」, 『한국형 아틀란티스 혹은 아메리카』, 현실문화연구, 38쪽
9) 김소영, 앞의 글, 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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