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처럼... 한걸음 더 내딛기! | ||
김수목(노동넷 영상취재기자) | ||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온 지 이제 2년이 다 되어간다. 2004년 대학을 졸업하고 다큐멘터리를 하고 싶어서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었다. 다큐멘터리 제작집단에서 몇 개월을 보내고 작년 10월부터는 인터넷방송국에서 영상기자로 일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보이지 않는 세상을 알려내고자 하는 무기로 카메라를 선택했고 다큐멘터리 제작에서 현장의 속보영상을 생산하면서 나는 보여지는 활동만으로 어느새 비디오 액티비스트라고 불리게 되었다. | ||
다큐멘터리로 시작하다 | ||
2003년도에 모 단체의 토론회에서 2002년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열린 유럽사회포럼 영상을 보게 되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반대하는 많은 사람들의 외침이 있었고 그들의 집회방식은 우리와는 달리 재미있게 축제를 즐기는 분위기였다.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다른 세상에서도 저렇게 목소리들을 내고 있구나, 하는 벅찬 감동(^^;;)과 함께 다른 세상은 정말 가능하게 느껴졌었다. 대학에서 밥꽃양, 주민등록증을 찢어라 등의 영상을 보았을 때처럼 가슴이 두근거렸고 가진 자들에게서 소외된 사람들의 모습, 세상의 부조리한 모습, 그러나 그 속에서도 이렇게 다른 세계를 향한 사람들의 행렬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려내고 싶었다. 카메라를 통해 세상을 고발하고 또 희망을 주고 싶었다. 졸업을 앞두고 난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유럽사회포럼을 제작했던 다큐멘터리 제작집단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거 정말 힘든 일입니다.” 처음 다큐멘터리를 배우고 싶다고 했을 때 그곳에 계신 분이 내게 해준 말이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과는 달리 막상 부딪힌 현실은 촬영 테잎 프리뷰 하는 것도 마음먹은 대로 잘 되지 않았다. ‘사진처럼 정지화면으로 찍기’ ‘줌 사용하지 않기’는 2개월이 넘어서야 알게 된 촬영의 기본이었다. 컴퓨터 조립부터 촬영, 편집에 이르기까지 하나씩 알아가게 되는 것이 만만치 않았지만 이때 익힌 기본들이 지금은 내 활동 바탕이 되고 있다. 영상활동을 한다는 것이, 특히 운동적 성격을 가진 영상활동을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옆에서 다큐멘터리를 직접 만드는 분들을 보면서 현실로 다가왔다. ‘나 할 수 있을까?’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을 무렵 나는 같은 영상활동이지만 성격이 좀 다른 인터넷방송국에 들어가게 되었다. | ||
현장 속으로 들어가다 | ||
현재 나는 노동넷 인터넷방송국에서 일을 하고 있다. 주로 촬영을 하고 10분 내외로 편집을 해서 속보성으로 영상물을 올린다. 이곳에 들어오면서 나는 노동 현장 속으로 가깝게 다가갈 수 있었고 많은 영상활동가들을 만나게 되었다. | ||
비철팀을 만나다 | ||
그런 고민들 속에서 나는 비정규직완전철폐를 위한 영상프로젝트팀(이하 비철팀)을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내겐 행운이었다. | ||
GO! MEDIACTION~ | ||
지난 11월 12일부터 19일까지 부산에서는 APEC 정상회담이 열렸다. 서울에서는 WTO의 첨병 역할을 하는 APEC에 반대하고 더 나아가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반대하기 위해 미디어문화활동가들이 뭉쳤드랬다. 미디어문화행동이라고 불리는 이 조직(?)에서 나는 메이킹필름을 제작중이다. APEC과 12월에 열릴 홍콩 WTO까지 미디어문화행동의 활동들을 촬영하고 이후 여러 방면으로 투쟁들을 알려낼 계획을 가지고 있다. 아직 어떤 방면인지는 미지수지만...^^;; | ||
고민하며 행동하라! | ||
현장을 나가면서 어느 사이 들어버린 고민은 카메라를 들고 있는 나는 언제나 제3자란 느낌이다. 나는 그들을 찍지만 그들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이 현장 저 현장 돌아다니지만 깊이 있게 현장노동자분들의 절실함을 받아안지 못하는 나를 본다.
그분들이 나에게 원하는 진실이 있고 나는 제대로 그것을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그걸 깨달을 때 한계를 느끼기도 한다. 나는 앞으로도 카메라를 가지고 투쟁 현장에 나갈 것이다. 그리고 투쟁하지 않더라도 내 카메라가 희망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을 찾을 것이다. 어느 영상활동가 선배의 얘기처럼 때로는 카메라 없이 사람들에게 다가가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계속 질문할 것이다. ‘지금 나는 진심을 다하고 있는가?’ 다큐멘터리 작업, 노동현장의 속보성 작업, 공동제작, 미디어운동. 아직 더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싶고 보고 배우고 싶다. 앞으로의 내가 어떤 분야의 활동을 할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건 앞으로도 계속 영상을 제작할 것이고 비철팀 활동도 미디어문화행동 활동도 열심히 할 것이란 거다. 다가올 또 다른 활동들도.. 그 속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지금보다 더 많이 이야기하고 싶을 뿐이다. 지금 나는 어떤 영상을 만들어야 하지? 지금 우리는 어떤 활동들을 해야 할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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