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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34호 사회운동과 미디어] 몰랐다니! 경찰은 독립미디어를 제약할 아무런 권리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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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다니! 경찰은 독립미디어를 제약할 아무런 권리도 없다.

 

 

시와(www.gomediaction.net)

 

 

때마침 장마였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가 노란 비옷들 위로 쉴새 없이 떨어졌고, 카메라 렌즈에는 물방울이 아른거렸다. 곧 연행이 들이닥칠 긴박한 태세였지만, 스크럼을 짠 대열은 “장기투쟁사업장 양산하는 한미 FTA 반대한다”며 소리를 높였다. 광화문 지하철 역 입구 가파른 계단에 몸을 누인 집회참가자들이 위태롭게 보였다. 경찰은 계단 모서리에 신체를 받들고 있는 이들을 폭력적으로 연행해가기 시작했다. 미란다 원칙의 고지는 애초 염두에 두지조차 않은 듯 했다. 레인커버가 씌여 졌거나 급하게 비닐로 돌돌말린 카메라 몇 대가 한층 긴장감과 절박함이 부풀어 오른 좁은 포위망 이곳저곳에서 돌아가고 있었다. 위치가 높은 지하철 역사 난간에 올라 연행 현장을 좀 넓게 찍으려는 찰나였다. “야 저기 찍는 사람 모야?”순간 움찔했다. 일사분란한 서열체계를 여지없이 드러내듯 반말을 찍찍거리며 명령을 해대는 유달리 거슬렸던 현장 지휘관이었다. “연행해. 기자 아니잖아. 같이 온 사람이잖아. 버스에 태워. 카메라 비싼 거니까 떨어지지 않게 조심하고.” 가차 없이 사지가 들려 끌려 나가는 이들을 가까이에서 촬영하고 있던 한 독립미디어 활동가를 향한 말이었다. 지휘관의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전경 몇 명이 그를 에워싸고 연행해 갔다.


 문성준 감독 (출처: 한독협)


한미 FTA 2차 본협상이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7월 12일, 일련의 비정규직 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은 동아일보사 옥상을 점거했고, 노동자와 학생들은 건물 밑에서 이들을 지지 연대하는 집회를 벌였다. 집회 참가자들에게 폭력적 언행으로 대응하는 경찰의 진압 방식은 여지없이 반복되었다.


이미지 개선을 위한 노력의 일환인지, 작년 허준영 전 경찰청장을 필두로 한 경찰청은 인권 경찰을 표방, 남영동 대공분실을 표면적으로 폐지하며, ‘인권경찰 비전 선포식’이라는 요란한 행사를 개최하고 현장 경찰들은 알지도 못하는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도 만들었다. 그러나 지난 한 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수많은 싸움, 평택미군기지반대투쟁, 아펙반대투쟁 등에서 도드라졌던 경찰폭력의 위험수위는, 쌀비준안 국회통과를 막으려는 두 농민과 포항비정규직건설 노동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면서 이미 만천하에 공개된 상태이다. 더욱이 용역깡패나 일부 상인들이 행하는 사적 폭력을 용인, 조장하는 등 자본과 권력의 이해관계를 비호하는 공권력으로서의 정체성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집단적 의사 표현의 대표적 발로인 집회 시위를 제약하기 위하여, 경찰은 개악된 집시법의 면면이 보여주듯 합법적 집회 시위의 성립요건을 까다롭게 구성하거나 집회 참가자들의 신체에 위협을 가하는 등 자유권을 침해하면서, 집회 참가자들이 발언하려는 의제가 사회적으로 유통되는 것을 차단한다. 이에 노동인권사회 단체들은 경찰폭력을 규탄하는 집회시위의 조직은 물론, 경찰폭력증언대회 개최,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고소고발 등의 방식으로 저항해 왔다.


그런데 땀방울과 피비린내가 가득한 절박한 현장에서 카메라를 들고 분주하게 오가며 시공간의 경계를 뛰어넘어 분노와 저항의 열기를 전이시키려는 수많은 독립미디어 활동가들의 부서진 카메라는 구원의 방법을 찾지 못했다. 카메라 렌즈로 현장을 관망하는 제3자가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집회시위에 참여한다고 스스로의 좌표축을 세우고 움직이지만, 신음하면서 끌려가는 동지에게 힘을 보태는 즉각적이고 물리적인 연대를 할 수 없다는 무력감과 자책감은 독립미디어활동가들 사이에서 유서가 깊고 공감대가 넓다. 물론 지난 2001년 대우자동차 해외매각저지를 위한 총파업 현장에서 잔인한 경찰진압의 실상을 알려 여론을 환기시키고 대통령의 사과 발언을 이끌어냈던 사례(관련사이트 참조))에서 상징적으로 입증되듯 독립미디어 활동의 역할은 크다. 나아가 ‘착한 카메라’의 힘은 미디어 정보통신 운동의 확산과 함께 미조직된 개별 미디어 활동가들을 양산하고 결과물이 유통될 수 있는 틀을 확장시키는 등 점차 진화하고 있다.

 


2001년 (출처: 네트워커)

 

집회시위 현장에서 또 하나의 무기라고 불리는 카메라의 위상에 대한 맞대응일까. 경찰측 대오에 서서 사복을 입은 채 소형 캠코더를 들고 서있는 자들 역시 손쉽게 볼 수 있다. 집회시위 참가자들을 채증, 집회시위 참여를 위축시키는 기능을 수행하는 이들의 활동은 공공연하게 알려진 바이고 규탄 대상이다. 더욱이 ‘폭력집회시위’임을 강조라는 명백한 연출의도에 따라 촬영, 편집된 조악하기 이를 데 없는 채증 자료들을 사이버 경찰청 홈페이지(http://www.police.go.kr)에 버젓이 게시해 놓으며 자신들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경찰 채증(출처: 네트워커)

 

앞서 살펴본 지난 7월 12일에 발생했던 사건, 특히 당시 현장 지휘관의 망언은 독립미디어활동의 위치를 우회적으로 말하면서 그 영향력을 감지케 한다. 집회시위의 현장에서 기자증 없이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람들은 집회시위 참여자들과 동일한 정치적인 입장을 갖고 이에 연대하는 활동을 벌이는 독립미디어 활동가라는 점을 경찰 측도 역사적으로 체득한 것이다. 이런 경험 치에 기반 하여 오만한 공권력의 남용을 부려, 집시법을 위반한 가시적인 집회 참여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독립 미디어 활동가를 연행한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 사건은 독립 미디어의 사회적 영향력을 초법적인 권한 행사로 제약하려는 공권력의 무모한 도발이다. ‘기자증’의 여부를 집회시위의 촬영허가권과 동일시 여기는 경찰의 태도는 공중파의 카메라 앞에서 인권경찰임을 생색내고 카메라 뒤에서 날이 선 방패로 가격을 서슴지 않는 표리부동함을 새삼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어찌 보면 당시 지휘관의 망언은 선명히 찍힌 'PRESS' 명찰의 여부와 카메라의 기종, 차림새 등으로 카메라를 든 자의 신분을 매기던 오래된 관행에서 비롯된 지극히 자연스러운 발언이다.

그런데 독립미디어 활동가의 카메라를 부수고 방패로 몸을 둘러싸고 폭력을 행사하는 등의 공공연한 탄압을 넘어 연행까지 한 이날의 ‘오버’는, 독립 미디어 운동에 대한 전무한 인식에서 출발한 무지의 소치이자, 이 진영의 조직적인 힘을 간과한 오만함의 결과이다. 누구나 카메라폰으로 쉽사리 동영상을 찍을 수 있고 이를 유통할 수 있는 웹기반을 구축할 수 있는 상식적인 상황이 함의하는 독립미디어활동에 대한 흐릿한 경계선, 누구나 독립미디어 활동가가 될 수 있는 상황을 그 누가 감히 통제할 수 있을까. 대사회적으로 불가피하게 필요한 때, 지극히 방어적인 수준에서 집회시위에 대응할 권한을 부여받은 것뿐이라는 점을 잊은 채 전횡을 휘두르는 공권력이, 스스로 촬영 허가권을 지닌 냥 미디어를 휘하에 두겠다는 야욕까지 품고 있는 것일까.


그동안 집회시위 현장을 누비며 적잖은 탄압을 당해온 독립미디어 진영이 이번 사건에 대항하여 불법강제연행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등 집단적인 행동으로 맞섰다. 이번 사건이,  경찰 폭력은 노동인권사회 운동과 연대하는 또 다른 운동의 차원에서 으레 뒤따를 수밖에 없는 고초가 아니라, 명백하게 독립 미디어를 향하여 조준된 또 다른 억압임을 공유하고, 변화를 모색하는 시작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관련 동영상 보기: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coolmedia&id=1405

참조:

인권하루소식, 인권오름 (http://www.sarangbang.or.kr)

네트워커 (http://networker.jinbo.net/6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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