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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35호 사회운동과 미디어] FTA반대 여론 형성의 지점들: 독립 미디어 작업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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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35호 / 2006년 10월 12일

 

 

 
FTA반대 여론 형성의 지점들: 독립 미디어 작업 제안




조동원(www.gomediaction.net | jonairship@gmail.com)




 지난 7월, 서울에서의 한미FTA 2차 협상 시기를 전후로 “요동친” 여론이나 거리의 FTA반대 대중 집회의 열기를 떠올려 보면, 현재의 여론 동향은 잠잠해진 상태이다. 범국민운동본부의 활동도 한미FTA 반대 서명운동과 선전전을 중심으로 가시화되고 있는 것 말고는, 10월 23일부터 27일까지 제주도에서 예정되어 있는 4차 협상에 대한 대응이나 11월의 전국민 총궐기에 대해 준비하는 듯 하다.
그야말로 소강상태로 볼 수 있는 현 시점, 그럴만한 이유들이 있겠는데, 이에 대한 분석과 판단을 위한 것보다, 이 시기에 독립 미디어 진영은 어떤 것들을 하고 있고 어떤 것들을 준비하면 좋을지 생각을 나눠보는 것에 더 관심을 쏟아 글을 적어본다.
 
 
1. 일단, 무엇 무엇을 해왔고, 현재 무엇 무엇이 진행되고 있는지...
 
지금까지 했던 일들을 먼저 나열해본다. 단순한 나열로는 별 의미가 없겠으나, 워낙에 우리 운동의 현재가 역사적으로 기록되지 않아온 관행은 치명적이라는 생각에 따라 이러한 나열부터라도 중요하겠다 싶고, 이를 통해 일정하게 그 간의 활동에 대해 분석/평가하고 공백을 채워나가기 위한 단초들이 있을 것이다. 아래 누락된 것도 많이 있을 텐데 계속 채워나가기로 한다.
 
활동가 회합/모의/교육
- 온라인 소통: 메일링 리스트, 블로그, 각 웹사이트, 범국본 웹사이트
- 활동가 워크숍: 5월까지 몇 차례 있은 후 공백
- 일일학교
  : “신자유주의와 FTA”(이종회, 5월 19일)
  : “FTA와 생명권”(이진경, 6월 8일)
  : “평택, 노사관계로드맵 그리고 한미FTA”(원영수, 9월 1일)
  : “한미FTA, 여성의 눈으로 보라!”(이황현아, 9월 14일)
- 범국본 선전홍보팀 확대 워크숍
 
제작/액세스/교육 활동
- 진보적 인터넷 언론의 영상 보도 및 기획영상
- 광고 패러디 제작
- 자체 교육 영상물 및 홍보물 제작: (전농, 민주노총,) 스크린쿼터, 교육, 보건의료, 지재권 등
- NO! FTA! 미디어 제작 워크샵: 9월 23일(토) ~ 24일(일), 9월 30일(토) - 10일 1일(일)
- 퍼블릭 액세스
        : 열린채널
        : 케이블
        : 위성의 시민방송(RTV)
       : RTV 정규 프로그램 제작
 
주류 미디어(방송/신문) 활용 & 일부 비판적 프로그램
- 보건의료공대위, 지재권 대책위 등: MBC, KBS의 시사/교양 프로그램 제작 촉구/자문
- 독립영화실천단의 영상 소스 제공: PD수첩 등
- KBS 스페셜 - “멕시코 명과 암”(6월 4일 방송)
- MBC PD수첩 - “론스타와 참여정부의 동상이몽 - 한미 FTA”(7월 4일 방송) 등
- MBC의 W
 
배급/유통/인터넷
- 포털 커뮤니티/토론방 등에서의 여론 작업
- 조삼모사 패러디, 칼이쓰마, 인터넷 만화 등
- "우리 손으로 편집하는 FTA대사전 프로젝트"
- 포털 데이: FTA 반대 여론전 (6월, 7월)
- “인터넷에 FTA반대의 농사를 지어요!” (6월, 7월)
- 행동하는 미디어 공모전(http://nofta.or.kr/parody)
 
행사/퍼포먼스/상영회
- 지재권 대책위의 영화상영회(5월)
- 100시간 논스톱 릴레이 문화행동: 서울 2차 협상 시기
- 한강-괴물-FTA, 한강 시민문화 캠페인 (9월)
- 각 지역 상영회들
- 인디다큐페스티발: FTA 특별전 + 게릴라 상영회 등의 부대행사 (예정)
 
독립 미디어 콘텐츠 생산/제작의 측면에 집중해서 보면, 한편으로 각 부문별로 제작비를 마련하고 제작 주체를 조직하여 교육 영상물들이 만들어지고 있고, 독립영화실천단에서 RTV 정규 프로그램 제작에 들어간 것이 특기할 만하다. 또한, 지역 활동가들과의 FTA 반대 영상 제작 워크숍이 진행된 것도 최근 일이다. 다른 한편, 전문적이지 않은 혹은 조직되지 않은 다양한 사람들이 직접 만든 영상물에 대해 아카이브하고 이를 더 활성화하기 위한 작업으로서 “행동하는 미디어 공모전”이 시작되었고, 거리와 공공장소의 사람들과 직접 만나 함께 나눠보는 대중 문화제라든가 지역 상영회 등이 지속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만들고 널리 알리고 보이려는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고 본다.
전체적으로 보면, 그 때 그 때 별다른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 것처럼 보여도, 뭐랄까 좀 더 체계적이어겠지만 여러 다층적인 활동, 혹은 독립/대안/공동체 미디어 생산/배급의 다양한 모델을 실험하는 계기들이 점차 풍부해지는 느낌이다. 이러한 진전에 보태는 몇 가지 아이디어를 풀어보려고 한다. 하나는 현재까지 한미FTA를 둘러싼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놓고 볼 때, 독립 미디어가 전략적으로 채택해야 할 콘텐츠 기획의 초점이 무엇일까, 다른 하나는 그 모델의 실험에 있어서 이런저런 것을 더 해보는 것은 어떨까.
 
 
2. 여론의 전개 과정과 전략적 콘텐츠 기획 지점들
 
지금까지 보면, 한미FTA 추진 방식/형식에서는 “비밀주의와 이면합의 vs 알권리(정보공개)와 참여민주주의”, 그 의도/내용에 있어서는 “국익과 경제 발전 vs 민중 생존권”의 담론 대립이 기본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이 때, 한미FTA를 반대하는 운동 진영의 선전홍보 활동, 그리고 독립미디어 진영은 특히 여론 선전 활동에 있어서 전체 사회구성원들이 최대한 많이 알고 반대하고 대안을 찾자는 목소리를 높이면서 관심 환기, 설득과 교육, 참여와 행동으로 이어지게 하는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만들어내는 과제를 풀어가려고 했다. 이를 위한 의제의 발견은 대략 다음과 같다. 
(1) FTA협상 추진 절차의 문제
(2) 협상 내용의 문제와 그 파괴적 결과 + 협상 저지의 실질적인 필요성/가능성 
(3) FTA와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대안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본 이 의제들은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중첩되어 동시에 담론화될 수 있는 것들 일 수 있겠지만, 여론 형성의 과정에서는 (1)과 (2) 정도에서 멈춘 듯 하다. 즉, 이 의제들의 발견은 주로 지상파 TV의 몇 가지 시사 프로그램들에 힘입어, (1)의 절차의 문제와 (2)의 협상 내용의 문제 및 그 파괴적 결과 정도가 현재까지 전개된 여론의 형성 과정에서 부족하나마 확대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협상 저지의 필요성, 즉 보다 많은 사람들(국민)이 참여하고 행동하는 계기와 방법이 적극 모색되는 일은 아직 없다. 그저 설문 대상으로 선택 되어 여론조사에 참여한다거나, 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서명용지에 서명하거나, 인터넷에서 덧글 등으로 의사 표현 하는 것 정도가 아닐까 싶다. 촛불집회나 시위에 참여하는 것은 정서적으로(문화적으로)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거나 그렇지 않다면 물리적으로/심리적으로 부담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러면서, FTA 반대의 여론은 이 지점에서 왜곡/굴절되기도 한다. “...졸속은 안 된다, 지금 하면 안 된다, 잘 준비해서 해야 한다, 다음 대권을 고려하여 보다 준비된 신자유주의 세력에 FTA 협상을 넘겨야 한다” 등으로 가는 것이다. 반대 여론의 형성 작업은 공공영역에서의 정부의 이데올로기, 보수 진영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그렇게 굴절되기도 한다. 뭔가 지배적 흐름의 반전과 새로운 흐름을 만드는 것은 당연히도 무척 어려운 일이다. 특히 지배적 질서와 논리가 문제이고 이에 반대하고 저항하며 대안을 제시하게 되는 상황에서는 어느 하나의 기획이, 어느 한 곳의 노력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이고, 자그마한 기획과 노력들이 계속 쌓이고 순환하고 피드백하고 해야 그 가능성의 조건이 갖춰질 것이다. 물론, 그렇게 축적되고 조건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의 속도와 방향은 알 수 없는 다양한 변수들에 의해 탄력을 받게 되기도 하고, 이와 같이 왜곡되거나 변주되기도 한다.
그랬을 때, (3) FTA와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대안에 대한 공적 대화는 아직 자취가 없다. FTA와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대안에 대한 대항 담론의 형성과 대중 토론/참여/행동을 위한 작업이 공백인 채로 있다. FTA 이전에라도 우리 사회를 파탄내고 있는, 노사관계 로드맵이나 비정규직 관련 악법 재정, 저작권법 강화, 신자유주의적 융합미디어 추진, 지역 개발 정책으로서 행정도시나 제주도 등의 경제자유구역, 새만금, 부안, 평택 등 지역과 부문별로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저항 흐름이 개별화되어 FTA 저지 투쟁과 연계가 안 되어 왔다면, 이 역시 대중적인 수준에서 연관짓는 여론 선전 작업이 더 필요하겠다. FTA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완결판인데, 그러니 이 완결판만 저지한다고 기왕의 문제들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므로, 최종적인 선전홍보 활동 및 독립 미디어 활동은 담론/여론 전개의 이 지점까지 도달할 수 있어야 한다. “다양한 영역의 운동 주체들을 비롯해 서민, 시민, 대중들이 이 이 참에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피부에 와 닿아 소름끼치는 이성/감성적 인식을 하는 교육 과정, 더 나아가 대안 사회를 위한 변화의 기획에 참여하고 행동하도록 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계획들이 마련되고 추구되는 것.”
 
그랬을 때, 독립 미디어의 전략적 콘텐츠 기획의 주요 요소는 이렇지 않을까.
- FTA가 무엇이냐?  - 그 폐해와 그 추진 세력; 노무현 정권의 의도 폭로
- FTA 이전에라도 벌어지고 있는 일들
- 대안은 있느냐? 대안을 위한 국내외 여러 사례들과 비전 
 
또한, 이러한 요소들을 유기적으로/동시적으로 잘 구성하는데 있어서,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이게 뭐지!” 관심을 갖고 자기 고민으로 안아 스스로 성찰하고 판단할 수 있는, 그렇게 참여를 유도하고 함께 할 수 있는 행동을 하자는 대중적 설득 커뮤니케이션 방식들에 대한 개발도 중요하다. FTA 저지와 대안을 위한 대항 담론을 유통시키고 대중적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형성해 내는 일인 것이다.
그렇다면, 워낙에 위에서 나열된 지금까지의 여러 활동들이 계속되는 가운데, 새로운 기획들도 나와 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독립 미디어만으로는 되지 않았지만, 주류 미디어만으로도 채워질 수 없는 공백이 있다면, 가능한 수준에서 다양한 미디어 부문이 적절히 활용되고 네트워크 되는 과정도 전체적으로 조정되어야 할 일도 있겠다.
추진 절차 및 내용의 심각성에 대한 지속적인 폭로와 반대 여론 형성은 주류 미디어를 좀 더 체계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더 개발해야한다. 방송사 제작자에게 직접 연락을 하거나 시청자 게시판, 방송사 시청자위원회 등을 활용하면서 그러한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하라는 요청을 하는 것도 계속 필요하고, 방송사 내부의 진보적인 제작자들이 일정하게 조직될 필요도 있겠다. 그러면서 이왕이면, 정부의 선전선동에 맞서 아주 구체적이고 쉽게 다가가는 이야기들이 예의 매스 미디어의 특성을 긍정적으로 살리며 풀어낼 수 있도록 한다.
반면, 독립 미디어 자체의 생산과 배급 과정은 대안/대항 담론에 상대적으로 더 힘 쏟는 게 필요하겠다. 제작에 대한 기획 역시 누가 보고 들을 것이냐, 이를 위해 어떠한 채널과 미디어(망)를 탈 것이냐 등에 대한 것을 먼저 정하고(생산자-이용자 연합), 그 다음에 제작할 콘텐츠에 대한 기획, 그리고 제작 방식이나 일정과 예산이 나오는 방식이 좀 더 체계화되어야 한다. 일정하게 결집하면서도 분산적 네트워크 형태로 최대한 공동 제작; 협업하는 게 필요하고, 최소한 제작과 이용의 소스를 공유하는 작업 방식은 적극적으로 노력할 일이다.
그에 더해, 주류 미디어와 독립 미디어를 망라한 전체 미디어 영역의 진보적 단위들 간의 네트워크 역시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아우르면서 계속 역할을 나누는 차원에서 중요한 일이겠다. 지금까지 미디어 정책에서의 공조와 공대위 구성 등의 조직틀 차원이 대부분이었다면, 콘텐츠 제작과 유통의 측면에서도 적극 모색되어야 할 영역이라고 생각되고, 여기서도 역시 소스 공유와 협력의 제작/유통 과정이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3. 몇 가지 평가 지점들과 몇 가지 기획 제안
 
독립 미디어 활동에 대해 전체적으로 보면,
아이디어들은 넘쳐났지만(사실 이 글도 크게 다르지 않을 듯 하다), 돈도 없고 사람도 없고 조직적 지원조차 부족한 상태로, 할 수 있는 것은 이것저것 다 하고 있지만, 공공영역에서의 여론 형성 과정에 지속적으로 실질적인 영향, 혹은 단 한 번의 파격적인 영향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독립 미디어는 현재 공공영역에서 온전한 영향력을 갖는다고 볼 수 없다. 당연한 사실처럼 생각되지만,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서는 안 되며, 독립미디어가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하는 동시에 사회/문화적 공공영역으로부터도 독립하는 것은 아닐 것이기 때문에, 사회의 지배(적) 논리에 대항하는 이야기를 풀어내고자 하는 것이 지향이므로, 이에 다다르지 못하고 있는 것은 냉정히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이라 평가해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공공영역에서의 여론 형성 과정은 주로 주류 방송의 몇 가지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 그리고 이것이 상대적으로 열려진 인터넷을 매개로 해서 표출되는 형태가 몇 차례 있었는데, 이 역시 그 선전/홍보의 담론은 살짝 왜곡되어 표면화되었고, 비판적 문제 제기는 주변화 되어 공공영역의 담론에서 사라지는 효과가 발생했다고 본다.


담론의 내용, 즉 독립 미디어의 콘텐츠의 측면에서 보자면,
속보, 패러디, 기획 컨텐츠 등이 다양하게 만들어졌으나, 각각의 수용 문화/조건에 대한 분석과 생산과정으로의 피드백 루프는 거의 없지 않았나 싶다. 어떻게 수용하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필자의 경험상, 역효과의 반응들도 있었는데 말이다. 다른 한편, 담론의 생산 중에서 활동가에 의한 생산 (방식)의 측면을 보자면, 활동가들의 네트워크에 의한 공유와 협력의 생산 모델은 여러 필요조건을 이미 갖추고 있다. 특히, 웹은 기술적으로 온라인을 통해서도 제작을 위한 기획 토론(메일링 리스트 등), 구성안 작성(위키 등),  공유/공동 제작(p2p 공유, 미디어 서버 활용, 웹-기반 편집 등), 더 나아가 분산적 배급/상영 활동(RSS, CMS, 모바일 및 융합미디어 연계, 그리고 공동체상영네트워크 등) 등으로 말이다. 이를 위한, 자발적인 연대/분업 활동과 네트워킹은 사회적 필요성이 공감되고 주체 역량의 확장이 충분히 조건화되어야 가능할 것이다.
담론의 생산에서 활동가들만이 아닌 다양한 사람들에 의한 생산 (방식)에 대한 측면도 봐야 한다. 중요하지만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작업은, 미디어/문화 생산의 대중적 확산을 위한 교육/조직화 작업일 것이다. 현장/지역 활동가들의 직접적인 컨텐츠 생산 (참여) 방식, 그리고 우리 모두가 알지 못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비판적 미디어/문화 콘텐츠 생산의 조건과 동기부여를 제대로 조직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광범위한 대중 운동에 의해서만 FTA의 실질적인 저지/반대와 대안 모색에 닿을 수 있다면, 미디어를 통한 FTA 국면의 비판적 커뮤니케이션 역시 대중들의 (비판적 담론/행동의) 생산 과정에 대한 참여가 매우 중요한데도 말이다. 단적으로, 행동하는 미디어 공모전은 그런 취지로 기획된 것이었지만, 이 역시 대부분 운동사회에서 알만한 활동가 중심으로 콘텐츠가 채워지고 있을 뿐이다.
좀 더 논의를 진행해 보면, 일정하게 생산 수단과 생산 조건이 대중적인 차원에서 확보/접근 가능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지만(디지털 기술/기기의 보급, 인터넷 공간의 활용, 지상파 방송 등에 대한 액세스, 제작을 위한 공적 지원까지 있음), 이를 실질적으로 조직하는 활동(outreach), 예를 들어 생산수단의 공유와 같은 것은 제대로 기획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너무 추상적으로 들린다면, 단적인 예로 단지 FTA 반대 서명을 해달라고 외치는 것보다는, 직접 대중 자신의 의사 표현이 가능하도록 하는 문화 장치들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겠고, 미디어 콘텐츠 제작에 있어서도 앞서 몇 차례 말한 소스의 공유는 연락이 오면 쓰라고 주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미디어 콘텐츠의 제작 소스들을 적극 공유하는 것.


이제, 담론의 소통의 측면을 보자.
그 커뮤니케이션 과정은 대중들의 자기 담론이 소통되는 수준까지 이르러야 진가를 발휘할 것이다. 대중적으로 담론이 소통되면 자발적인 참여와 재발견이 이루어지게 되기 마련인데, 그렇게까지 가지를 못하고 있다. 엇비슷하게 전개되었던 일시적 국면이 있기는 했다. 주지하다시피, 531 지방선거와 6월 월드컵의 여론 냉각기와 살짝 엇갈리면서 6월부터 7월까지 주류 방송의 비판적 프로그램들이 연이어 방송됨에 따라 인터넷을 중심으로 급격히 여론이 요동쳤던 때 말이다. 당시, 범국본의 웹사이트 역시 접속량이 급속히 증가했고, 특히 영상/라디오나 이미지 코너에는 바로 그러한 자발적인 참여와 재발견의 콘텐츠들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후 이에 대한 확대된 조직화 사업/활동은 몇 가지 아이디어로 그치고 지금은 다시 주류 미디어의 의제 설정에 따라 차갑게 얼어버릴랑 말랑한 상태가 된 듯 하다(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심연의 괴물 같은 느낌으로 대중 여론은 누구도 어찌될지 모르는 일이니 표현이 다소 애매하다).


무엇보다도 배급과 유통, 그야말로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과정에 대한 본격적인 개입과 영향력 있는 참여에 대한 전략과 행동계획이 필요하다. 부족하나마, 현재 독립미디어가 그 콘텐츠 전략으로서 기획해 봄 직한 두 가지 구체적인 접근을 생각해 보았다.
 
 
3-1. 하나는 대중적 참여에 의한...
 
지금까지의 미디어 콘텐츠의 상호작용에 있어서, 여론의 표출 방식에서 주요한 것은, 가장 적극적인 형태로서 거리에서의 집단행동(에 대한 참여)과 함께, 자신이 직접 다양한 방식으로 미디어 표현을 해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범국본의 이미지액트도 그렇고, 영상/라디오 메뉴에 올라와 있는 것들을 보면, 주류 미디어나 정부가 만들어낸 콘텐츠들을 재활용하여 자기 나름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시각) 미디어 콘텐츠를 여럿 볼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정부-주류/기업-독립 미디어 (콘텐츠) 간의 상호 참조와 비판은 바로 대중이 직접 표현하는 지점까지 어느 정도 이를 수 있는 조건을 만들고 있다고 본다.
이를 더더욱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소수 전문 제작자들 중심의 생산 방식이 아니라, 모두에게 참여가 열려 있는 네트워크적 생산 방식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반복해서 강조하지만, 소스의 공유와 다양한 교육/조직화 사업일 것이다. 활동가 워크숍이나 NO! FTA! 미디어 제작 워크숍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 이 글을 끝마친 시점에서는 독립영화실천단의 RTV 정규 프로그램의 첫 방송(10월 2일)을 볼 수 없었는데, 이 프로그램이 독립적이되 전문적인 제작자들에 의한 것만 아니라, 바로 이러한 네트워크 방식의 제작 참여 구조를 동시에 만들고 그것을 실질적인 콘텐츠로 가시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면 좋겠다. 또한, 기획 되었을 텐데, 꼭지별 주제들을 묶든지 해서 CD, DVD, 온라인 다운로드 등으로 (재)배급하고, 상영 활동으로 이어지도록 하면서 다시 프로그램 제작으로 피드백 하는 것도 기대된다.
 
 
3-2. FTA를 박살내는 “이 한 편의 독립영화”
 
다른 하나는, “이 한 편의 독립영화”에 대한 제안이다. 소제목이 너무 선정적이긴 하지만, 영상 미디어를 통한 이데올로기 선전을 위한 다소 종합적인 활동을 기획하고 결집해 실행해 보자는 것이 취지다. 당연히 꼭 한 편일 필요는 없지만, 한 편에 담아내고 관심의 집중을 만들어내는 것이 전략적으로 나을 수 있기도 하다. FTA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완결판 같은 것이라면, FTA 이전에라도 지속되어온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까지 짚어내면서 FTA 박살내고 대안을 찾는 운동으로 가는 공공영역의 대항 담론과 여론의 흐름을 위한 “이 한 편의 독립영화”는 어떨까.
현재 FTA와 관련한 다양한 영상 제작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 만큼의 상영/방영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생각도 새삼스럽게 크다. 제작 역시 좀 더 잘 기획된 작업이 아쉬운 상황인 듯 하다. 그러니,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는 것은 일단 제쳐두고 뭔가 하나 기획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특히, 제작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현재 FTA에 대한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에 기반 하여 잘 짜여진 배급 전략을 구사하고, 전국의 각 지역과 부문들에서 상영하는데 더 큰 의의를 두는 기획이다. 기존의 사례들, 미국에서 만들어진 [월마트]라는 사회적 다큐멘터리가 그 제작 단계에서부터 조직된 상영/배급 사례를 적극 참조하거나, 국내에서도 멀게는 “파업전야”[?]에서부터 최근의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를 분석해 보면서, FTA를 총체적으로 비판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작품을 제작하고, 이를 전국적으로 쫙 상영하는, 그러면서 (주류 미디어는 지상파를 가졌다면 독립 미디어는) 대안적인 배급/채널을 최대한 활용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는 것은 안 될까 하는 것이다.


10월, 11월 (그리고 내년 초반까지도) 이어질 수 있는 FTA 협상이라는 눈 깜짝할 시기에 이 반대 운동은 전"국민"적인 반대 여론으로 확장되어야 하는 것이라면, 지금도 한미FTA저지 독립영화실천단이나 여러 독립 제작자들, 미디어문화행동 같은 곳에서 지속적으로 만들어나가는 것도 (다소 콘텐츠 전략을 가다듬으며) 끊임이 없이 지속해 나가면서, 동시에 한 편의 (잘 만들어질 장편) 독립영화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과정; FTA에 대한 여론 선전을 목적으로 하는 배급 전략이 그 기획 과정에 포함되어, (예를 들어, 11월 전국민 총궐기 전후에) 전국 동시다발 상영 및 (퍼블릭 액세스 구조를 활용한) 방영에 대한 조직화 과정이 동시에 추진되는 과정; 현재의 FTA반대 여론에 힘입어 제작기금 후원을 조직하고(이 자체가 여론 환기가 되는 것이겠고), 그러는 동시에 각 지역과 공동체의 상영회를 사전 조직해 나가며 여론 선전의 대안적 장들을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만들어나가는 과정 등.
뜬금없지만은 않은 것이, 미쳐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군상을 보여주고 있는 독립영화 제작자 및 미디어 활동가들의 옴니버스 프로젝트인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라는 가장 최근 사례가 여러 가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고, 이를 참조할 뿐만 아니라, 이처럼 독립영화 진영의 역량이 최대한 집중되고 집약된 집단 작업으로서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 두 번째 프로젝트를 FTA라는 주제로 추진해 보는 것은 보다 용이할 것이다.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의 두 번째 시즌 형태가 있을 수 있겠다. “이 한 편의 독립영화”가 여러 지역의 주체들이 FTA를 지역의 다양한 이슈들과 유기적으로 연계시키는 작업이 가능할 적에는, “지역 차원의 신자유주의 연대기”와 같은 옴니버스 제작으로 가도 좋겠다. 앞서 말한, 제작기금을 만들기 위해 후원을 조직하는 과정 역시 “이 한 편의 독립영화”라는 상징적/집단적 제작과정에 대한 참여 기제로서 풍부하게 사업화되어야 할 것이다.
작품 내용은 우리 사회에 FTA가 닥치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그리고 FTA에 대한 대안이 있다는 점에 대해, 그래서 FTA만 중단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주는, FTA를 급진적으로 넘어서는 이 하나의 영화! 기획-제작-배급-상영 운동을 전국적으로 국제적으로 만들어나가는 얼추 대형 프로젝트!? 그리고 추가 작업도 중요할 것이다. 제작에 있어서는 “이 한 편의 독립영화”라는 이름의 시리즈를 만들어갈 수도 있었고, 옴니버스로 해도 되고, 지속적인 단편 작업이어도 될 것이다. 뭐, 여러 가지 실행시키기 힘든 조건과 한계들이 있을 것이지만, 아이디어를 나누는 일은 그런 조건과 한계까지도 새롭게 보고 변화시키는 과정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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