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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36호 사회운동과 미디어] 들소리, -함께 살기, 함께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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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소리, -함께 살기, 함께 하기-

 

나비 ( 들소리 활동가 )

황새울 방송국 ‘들소리’는 지난 6월19일에 첫방송을 시작으로 일요일을 뺀 주6회, 매회당 10여분의 방송을 만들어 오고 있다. 들소리 ‘활동가’들은 6월19일 방송국 개국과 함께 이 곳 대추리에 들어와서 살면서 하루하루 방송을 만들고 주민들과 일상을 함께 하고 있다. 다른 무엇보다 들소리는 평택 팽성 대추리, 도두리마을이 처해있는 현실적 문제-평택미군기지확장이라는-와 아주 긴밀하게 연관을 맺고 있으며, 이 곳의 싸움과 함께 한다는 목적을 우선으로 하고 있다.

 

 

들소리의 시작 

 

처음 들소리의 시작에 대해 얘기할때면 우리조차도 조금 어이없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들소리의 시작에 함께한 우리들의 대부분은 같은 학부에 재학중인 학생들이었다. 간간히 들리던 대추리의 소식에 ‘무어라도 해야하는데...’라는 막연한 느낌을 가지고 있던 몇몇이 “대추리로 농활이라도”라는 소박한 마음으로 농활을 오게 되었다. 그것이 대추리와 우리의 인연의 시작이다. 그 전까지는 대추리에 한번도 와본 적 없던 나는 사전답사랍시고 처음 대추리를 찾았고 왠지 비장한 분위기가 감돌던 마을에 처음 발을 딛었을 때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일주일의 농활과 5월 4일의 행정대집행은 우리에게 무언가를 고민하도록 계속 강요했다. 사실 그 고민보다 더 중요했던 것은 대추리에서 느꼈던 삶을 치열하게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의 느낌이었다. 마치 스스로도 제어할 수 없다는 듯 그렇게 우리의 발길은 계속해서 대추리로 향했다.

그리하여 사실 우리에게 ‘들소리’라는 것은 목적이라기 보다는 수단이었다. 우리는 대추리에서 어떤 일이라도 해야 했다.

주민들이 느끼는 기존의 언론에 대한 불만은 아주 컸다.(요즘도 마을 농협창고 앞에는 ‘연합뉴스, YTN, 동아일보 기자등 출입금지’라는 글씨가 쓰여 있다.) 그리고 언론에서 전달한다는 ‘사실’이라는 것이 이 곳의 이야기를 얼마나 잘 전달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이 들었다. 건조한 사실의 나열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은 그 뒤에 감추어져 있는 많은 이야기들에 비해서 너무도 적다고 생각하곤 했다. 
카메라를 만져 본 적도 없고. 그 전까지 영상 관련 일을 하게 되리라고는 짐작조차 하지 못했던 우리들이 촬영을 하고, 편집을 하고, 방송을 하겠다고 모였다. 이런 무모한 계획은 점차 구체적이 되어갔고 심지어 가능 할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그렇게 우리는 무모하게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벌써 4달이 지났다.

 

방송을 만든다는 것 

 

방송을 시작하고서 정말 한동안은 매일 매일 크고 작은 사고들이 끊이지 않았다. 초반만 하더라도 장비도 부족한 상태였고, 무엇보다 일을 제대로 할 줄 아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기에 하루하루가 그야말로 가슴이 바짝바짝 마르는 시기였다. 마을 어르신들도 쟤들이 들어와서 무언가를 한다고는 하는데 대체 무엇을 하겠다는 건지도 모르셨을 테고, 사실 우리들도 우리가 무얼 하고 있는지 몰랐다. 그야말로 정신없는 하루하루가 계속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방송도 (그나마) 안정이 되고, 우리도 점차 여유를 찾게 되었다. 사람들이 관심을 보여주고, 누군가 우리의 방송을 보고 있다는 것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준다는 것이 고맙고 힘이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매일 하는 주민 촛불행사에서 우리 방송을 어르신들께 보여 드릴 때의 그 두근거리는 순간! 나는 아직도 촛불 행사의 상영시간이 제일 떨린다. 우리가 주민들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있을 만큼 명쾌한 지점들을 보여주고 있는 건지, 아니 그보다 이렇게 방송을 이상하게 만들어도 되는 건지,, 등등등 여러 가지 부끄러운 일들이 매일매일 일어났다. 물론 지금도 매일매일 부끄럽다..-_-;;

 

 

함께 하기, 함께 살기,

 

방학이 시작 되자마자 짐을 싸서 대추리로 들어왔다. 그리고 지금은 활동가 중 3명은 휴학을 한 상태로 들소리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혹자는 ‘대단하다’고도 하고 ‘미쳤다’라고도 한다. 누구는 우리를 보면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진다고도 하고, 누군가는 들소리가 이 싸움에서 정말 대단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사실, 그 어느 것도 모르겠다. 내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지만 지금 내가 내 인생에서 무언가를 포기하고 있다는 생각은 정말 손톱만큼도 들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학교를 빨리 졸업해야 하고, 졸업을 하고 취업도 해야겠고(이런 것들을 생각하면 토할 것 같다.)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 합당한 길에 빨리 합류를 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제일 빠른 길이고, 제대로 가는 길일지 모른다. 
이런 잔소리 하는 사람들 말고도 우리가 투쟁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 때문에 우리가 ‘희생’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역시 우리가 이 곳 때문에 그 무언가를 계속 유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일게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우리는 아니 나는, 그 무엇도 유보하지 않고 있으며 그 무엇도 놓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는 너무도 많은 것을 배우고, 다시는 없을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래서 때로는 기쁘고 때로는 슬프다. 이 시간을 지나면 무엇이 올까, 하는 두려움도 생긴다.

우리는 대추리를 너무 좋아한다. 여기 사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너무 좋아한다. 그리고 이 사람들이랑 함께 사는 것이 너무 행복하고 좋다. 어이없지만 우리가 여기 있는/ 있을 수 있는 제일 중요한 이유이다. 그것은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가치이다. 지금 나는 너무나 큰 선물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현실적 조건-이 땅이 미군기지확장예정지역이라는-이 존재함에도 우리에게 막대하게 영향을 끼치는 것은 이런 소박한 감성이 대부분이다.

물론 싸움이 길어질수록, 힘들어 질수록 우리도 힘들다. 고단하고 괴롭다. 그러나 이 순간들에 소소한 행복함 이 힘든 순간들을 지나면서도 우리가 여전히 서로의 존재로 인해서 행복해질 수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떠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활동가’라는 이름

 

마을 안에서 살아가다보면 사실 외부와 많이 격리된다. 다른 것에 신경을 써야할 필요를 별로 못느낀다고 해야하나... 매일 집안일을 하고, 방송을 만들고, 동네 마실도 다니고 하다보면 하루가 너무 빠듯하게 흘러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오히려 이 곳에 와서 평택관련 언론보도를 보거나 읽는 일이 더 적어졌다. 가끔 서울에 나가거나 대추리에 오시는 손님들을 만나거나 하면 사람들이 생각보다 우리에 대해서 많이들 알고 있어서 놀라게 된다. 그리고 심지어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이 어떤 ‘활동’으로 명명될 수 있는 것, 그리고 우리들이 ‘활동가’라는 이름이 될 수 있다는 생각까지 이르면 무언가 치수가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것처럼 어색하고 불편하다. 아직까지 이런 기분은 남아있는 것 같다.

우리는 너무도 비정치적으로, 별 생각 없이 대추리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외부적 요소와 사회적 관계들이 우리에게 ‘정치적인’ 역할들을 부여하는 것이다.

지금의 단계는 우리의 절대적 특징인 비정치성 혹은 생각 없음에서 한발 내딛어서 우리가 딛고 있는 정치적 여건들이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의 역할이라는 것이 어떤 것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시기이다. 우리가 아무리 우습게 생각한다고 해도 우리의 영상은, 우리의 목소리는 어떻게든 영향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그것이 말할 수 없는 부담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우리가 운 좋게 가질 수 있었던 그 영향이라는 것에 어떻게든 책임을 져야한다. 라고 느낀다.

 

그리고, 어떻게 될까?

 

대추리는 지금도 싸우고 있다. 물론, 함께하는 사람들도 점점 줄어들고 있고, 싸움은 지난하고 힘들어지지만 사람들은 싸운다.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하여, 자신들이 일구어 놓은 시간들을 지키기 위하여, 그리고 우리도 함께 싸운다. 우리의 삶을 지키기 위하여 그리하여 우리가 만들어 온 기억과 시간들을 지키기 위하여 싸운다.

어떻게 보면 싸움은 막바지를 향해가고 있다. 사람들은 어쩌면 낙담해있는지도 모르고 포기하고 싶은지도 모른다. 이런 불안감은 하루하루 우리를 힘들게도 하고 아프게도 한다.

그렇지만 우리에게는 막대한 당면과제-‘방송을 만들어야 한다’는-가 존재한다.

4달 넘게 방송을 해오다보니 이제 한계가 명확해지는 것 같다. 우리의 능력부족, 그리고 시간의 부족, 그리고 마음의 부족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어찌되었든 우리가 여기서 어떻게 변해야 조금 더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들이 마구 떠다닌다.

말하자면, 우리는 더 잘하고 싶고, 더 나아지고 싶고, 그래서 결국은 이길 수 있으면 좋겠다. 이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쓰면서 두 번쯤 망설였다. 사실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는 시간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다. 우리의 방송이 작은 도움이라도 되어 우리가 만드는 영상이 작은 울림이라도 되어 그렇게 우리가 이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동네 어르신들과 지금처럼 복작복작 재미있는 일상을 계속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된다면, 정말 참 좋을 것 같다.

정말로 좋을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방송을 계속 만들고, 우리는 하루하루를 살아갈 것이다. 
어르신들한테 배웠듯이 다시 무너져도 다시 세우고, 없어지면 다시 만들고, 그렇게 하고 싶다. 물론 우리는 얼마 지나 각자 다른 길을 가게 될지도 모르고 들소리 방송국도 없어질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적어도 내일은 방송을 만들고 있을 것 같다. 지금처럼.

 

* 들소리 방송은 민중언론 참세상(newscham.net)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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