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 44호 읽을거리] 미디어교육과 비판적 리터러시 -미디어 분석과 자아 표현, 기능 훈련의 사례 연구 (정현선, 커뮤니케이션북스, 2007)
미디어교육과 비판적 리터러시 |
박혜미(미디액트 미디어교육실) |
얼마 전, 또 한 권의 미디어교육 연구서 <미디어교육과 비판적 리터러시-미디어 분석과 자아 표현, 기능훈련의 사례 연구>(정현선, 커뮤니케이션북스, 2007)가 출판되었다. 필자의 박사학위 논문을 바탕으로, 한국의 미디어교육 현실에 시사점을 줄 수 있도록 수정을 거쳐 집필했다는 이 책은 ‘미디어 텍스트의 비판적 분석’, ‘미디어를 통한 청소년의 자아 표현’, ‘미디어 제작을 위한 기능 훈련’의 세 가지 접근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비판적 분석 접근법’은 미디어를 사회적 이데올로기가 발현되는 기제로 보고 그 의미를 비판적으로 분석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고, ‘청소년 문화 활동 중심의 접근법’은 미디어를 청소년의 자아 표현과 사회적 소통 참여 도구로 활용하기 위해 미디어 창작과 제작을 중시하는 접근, ‘기능 중심 접근법’은 미디어 창작과 제작에 필요한 제작 기술과 절차를 가르치는 접근이다. 필자는 이러한 접근법들이 영국 청소년 미디어교육의 실제 수업에서 어떻게 실현되는지를 사례 연구를 통해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책을 읽으면서 다시금 상기하게 된 미디어교육의 고민들과 몇 가지 생각을 중심으로 <미디어교육과 비판적 리터러시>를 한번 정리해보자. 비판적 미디어읽기와 참여적 제작의 통합적 접근 비판적 미디어읽기 수업이 뻔한 정답을 강요하는 것이 아닌 생산적인 논의로 이어질 수 있을까? 예측 가능한 결론을 내는 수업이 아닌 방식으로 어떻게 비판적 미디어읽기 수업이 가능할까? 비판적 미디어읽기의 중요성과 필요성에는 공감을 하면서도, 전체 커리큘럼 안에서 이를 어떻게 녹여내야 할지는 대부분의 미디어교육 교사와 기획자들의 어려움일 것이다. 특히 비판적 미디어읽기와 모니터링 중심의 미디어교육에서 제작과 표현을 강조하는 미디어교육으로 중심이 이동해가면서, ‘비판적 미디어읽기’는 점점 더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 같다. 주변의 미디어교육 프로그램이나 커리큘럼을 살펴보면, 8차시에서 15차시에 이르는 수업 중 1, 2차시 정도로 비판적 미디어읽기가 구색 맞추듯 들어가 있거나, 의례적으로 관성적으로 ‘비판적 미디어읽기’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비판적 미디어읽기 수업은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거나, 혹은 참여적 제작 수업과 비판적 미디어 읽기 수업이 통합적으로 균형있게 결합되어 진행되는 경우가 있다 하더라도, 이것을 간단한 커리큘럼 표에서 적절하게 표현하기 어려운 이유일 수도 있다.)
“주류 미디어에 의해 소외된 그들의 목소리를 미디어 생산을 통해 표현하도록 한다”는 미디어교육의 슬로건은 이제 익숙하다. “미디어교육을 왜 하세요?”라고 물으면, 습관처럼 너무나 쉽게 사람들이 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대답하지만, 정작 ‘그들의 목소리는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대답은 그리 녹록치가 않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미디어교육과 직업훈련의 연계가 영국의 미디어교육 맥락에서 활성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1980년대 중반 이후 영국에서는 정부의 교육 정책 및 청소년 정책과 그 실행에 변화가 생기면서, 전통적으로 분리되어 있던 ‘교육’, ‘직업훈련’, ‘고용’의 분야가 상호 연관 속에서 발전하게 되었다. 이러한 정책의 변화는 미디어교육에도 영향을 미쳐 학교교육에 있어서는 이론 학습과 실제 제작 간의 관계에도 변화를 초래했고, 또 한편으로는 전통적인 청소년 문화 활동과 직업 훈련이 융합할 수 있는 긍정적인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31쪽) 예를 들면 두 번째 사례 연구가 이루어지는 청소년 방송국의 경우, 텔레비전 제작 교육 프로그램이 5단계의 교육과정으로 이루어지는데 실제 미디어 업계에서 의뢰한 프로그램 주문제작에 참여하고, 장학금 혜택을 받으며 미디어산업에 배치되어 인턴쉽을 하는 과정이 마지막 단계에 포함되어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수업에서의 교사와 학생들의 대화, 학생의 반응 및 작업 과정에 대해 상세히 묘사하고 인용하고 있어서 우리의 교육경험을 돌아보게 된다. 나도 수업 시간에 저런 방식으로 대화를 끌어가지는 않았을까? 은근히 나의 시각과 관점이 반영되도록 참여자들의 작업에 개입하지는 않았을까? 이러한 비판과 한계를 뛰어넘는 대안적 미디어교육의 실제는 어쩔 수 없이 이런 고민들을 현장에서도 잃지 않는 것, 끊임없이 해결책을 찾아가는 것이다. 이 책에서 중심축으로 잡고 있는 미디어교육에 대한 세 가지 접근법은 서로 다른 목표를 염두에 두고 발전해 온 사회문화적 배경과 이론적 토대를 갖고 있을 것이다. 물론 한편에서는 이 세 가지 접근이 명확히 분리되어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도 여전한 현실이며, 그런 점에서 이러한 세 가지의 접근은 미디어교육의 특정한 측면을 구조화해서 잘 보여주는 장점이 있기도 하다. 사례 연구의 대상이 된 수업들은 이 각각의 접근을 분류하고, 명확하게 차이를 드러내 보여주며, 한계와 비판, 그리고 반성의 지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유의미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세 가지 접근법을 잘 보여주는 사례들로 미디어교육의 현장을 일반화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무엇보다 수업의 제한된 부분만을 관찰, 분석의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에 6개월, 1년 과정 등 전체적인 과정과 맥락 속에서만 이 수업들의 교수-학습 상황을 평가하고 분석하기에는 한계가 있지 않을까 싶은 것도 책을 덮으면서 드는 생각이다. 오히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 세 가지 접근이 단계별로, 각자 초점을 달리 하면서 발전해가는 형태가 아니라, 즉 뒤에 새로 오는 접근이 앞의 것을 대체하거나 폐기처분하는 방식이 아니라, 혹은 세 가지가 분리되고 분절적인 형태가 아니라 각각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미디어교육이 아닐까? 이러한 시각의 전환 속에서 사례들을 발굴하고, 평가를 내리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아닐까? 혹 우리의 교육 현장에서는 이미 이러한 시도와 실험들이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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