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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43호 읽을거리] 담장 허무는 엄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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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6. 8. 12.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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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43호 / 2007년 7월 6일

 

 

담장 허무는 엄마들

황선희
 
버들네, 책을 만나다
버들네가 <담장 허무는 엄마들>을 만난 것은 올 5월 울산에서다. 
시청자미디어센터(http://www.comc.or.kr)와 울산장애인부모회(http://www.ulbumo.org/new/index.php) 주최로 "미디어가 내 삶을 어떻게 바꾸었는가" 란 제목으로 특강을 했는데 다운증후군 딸을 둔 장애인 부모이자 정신지체인 미디어교육을 하는 미디어교사라는 이유로 그 자리에 서게 되었다.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던 평범한 여성’을 특별하게 만든 미디어 세계를 소개하여, 그동안 장애부모들이 못했던 말, 하고 싶었던 말을 미디어에 담아 세상에 띄워 보낼 수 있도록 소통의 마당을 마련하는 그런 자리였다.
강의 원고를 준비하면서 그들이 누구인지 알기 위해 부모회 사이트를 찾아 갔다. 홈 미디어 자료실에서 만난 “나는 죽어도 우리 아이는 살 수 있는 세상, 그런 세상을 만들고 갈테야” 나직한 목소리로 노래하는 동영상은 그들을 대변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그들의 교육권 투쟁 활동은 나를 기죽게 했다. 나약한 엄마의 대명사로 살던 내가 그들 앞에 나설 필요가 없음을 말해 주었다. 그들은 이미 담장을 넘어 삶으로 울타리를 넓히고 있지 않은가.
그래도 눈물 흘리며 공감하는 부모덕에 특강을 무난히 마치고 함께 밥을 먹는데 “약하게 눈물은 와 흘리나, 투쟁해야제~” 그가 동규엄마였다. 부모회 사무실에서 큰 걸개에 담긴 동규를 노래한 ‘사랑하는 아이야’를 보고, 또 그 시가 담긴 화사한 표지의 책을 만날 수 있었다. 그것이 오늘 이야기할 책 ‘담장 허무는 엄마들’이었다.


담장 허무는 엄마들은...

‘아릿한 통증 하나씩 끌어안고 살아가는 모든 이웃에게 띄우는 위로와 희망의 노래’, 또 장애인이 차별 없이 살아가기를 바라며 함께 사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의 살아 있는 희망 교과서가 바로 ‘담장 허무는 엄마들’(기획 SCN /글 담장 허무는 엄마들/ 사진 박동식/ 출판 봄날)이다.
‘담장 허무는 엄마들’은 자녀보다 하루를 더 사는 것이 소원이었던 부모들이 이제는 아이들을 세상에 내려놓기 위해 담장너머 세상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려는 또 하나의 위로와 희망의 소통공간이라고 한다. ‘담장 허무는 엄마들’은 중증장애를 가진 아이를 둔 엄마들의 모임이며 대구 달서구 성서지역에서만 들을 수 있는 공동체 라디오 방송국인 SCN성서공동체FM 89.1 Mhz(www.scnfm.or.kr)에서 매월 넷째 주 금요일, 기획부터 진행까지 엄마들이 직접 제작하는 방송 프로그램의 제목이기도 하다. 
좁은 공간 한정된 시간에 소리로 소통하던 그들이 이제 책으로 담장너머 또 다른 세상과 대화를 시작한다. 장애아에 대한 편견 때문에 세상의 담장 속에 갇혀 있던 엄마들이 방송을 통해 전했던 그들만의 가슴 뭉클한 사연과 제작진의 얘기를 묶고 이야기에 등장하는 장애 어린이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 함께 실었다.
중증장애아를 키우고 가르치면서 부딪히는 나날의 크고 작은 일상을 담은 장애아 엄마들의 육아일기, 서로 위로하고 아픔을 함께 나눈 장애아 엄마들의 가슴으로 쓴 편지, 방송을 통해 주인공들의 사연을 접한 청취자들의 방송 후기, 아이에게 좀 더 나은 교육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싸운 나날의 기록, 통합교육을 위해 애쓰는 선생들의 교단일기, 사이사이에 칼럼과 적은 지면이지만 장애인 당사자의 이야기 등이 나온다. 제1부 ‘다음 세상에도 나는 너의 엄마’, 2부는 ‘담장 허물기’, 3부는 장애아 교육의 새로운 대안인 통합교육에 대한 사례들을 실은 ‘아름다운 통합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약간의 아쉬움도 있다. 그들도 언급했듯이 주로 지체 장애아에 초점을 둔다. 그런 만큼 다른 장애영역의 담장 허물기와 또 교육권을 넘어서는 생존권, 노동권 즉 성인 장애인의 독립에도 관심을 넓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는 우리의 몫이기도 하다.

1: 다음 세상에도 나는 너의 엄마
책을 펼치면 담장 밖 세상과 맞서 고투하는 우리 장애아 엄마들의 진한 모성애를 느낄 수 있는 제목이 제1부 ‘다음 세상에도 나는 너의 엄마’이다. 그 앞에 동규엄마의 시 ‘사랑하는 아이야’가 나와 있다. 인쇄가 흐려 잘 보이지 않지만 그 일부를 적어본다.

온전치 않지만
그래서 더욱 사랑하는
아이야! 
내 사랑하는 아이야!
다음 세상에도 나는 너의 엄마이고 싶다.
나는 이 말이 단순히 장애부모들의 무조건적 큰 사랑만이 아님을 안다. 눈물, 한숨, 가슴 찢어지는 통한... 다 거친 연후에 나온 뼈저린 고백임을 알기에 글을 쓰는 지금, 또 가슴이 아릿해진다. 나라는 사람은 버들이가 다 자라고서야 그렇게 고백할 수 있었다. ‘이제 이 아이를 주신다면 제대로 엄마 할 수 있겠다.’ 불과 몇 년 전의 일이다. 
이 책 속의 어머니는 위대하다. 모질게 참고 도전하는 강한 엄마다. 장애를 입은 아이를 부둥켜안고 살아가는 엄마들의 힘겨운 삶, ‘아픔과 설움의 눈물’ 속에서도 아이와 함께 웃고 ‘네가 있어 사랑도, 행복도 두 배’라고 이야기 한다. 담담하고도 나직한 목소리로 전하는 ‘엄마들의 일기’와 ‘가슴으로 전하는 편지’ 속엔 아픔 상처 사랑 희망 분노 감사 웃음이 골고루 담겨 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겪는 일상의 이야기엔 아직 해결되지 않은 우리 아이들의 사회적 삶에 대한 문제도 있다.

-비록 엄마의 기운은 다 빠지긴 했지만 아들의 발이 되어 공간이동을 시켜주는 전동휠체어라는 것이 너무 고맙고 고맙다. (짱구엄마의 일기 중)
-사고만 치는 아들이지만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내 아들을 소중한 보물처럼 가슴깊이 품는다. (승현이 엄마의 일기 중)
-“이런저런 장애로 휠체어를 타는 아이들 등 뒤에는 수년이 넘도록 결석도 치료도 한 번 거르지 않았던 모진 엄마들이 서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언제까지 싸워야 할지 모를 장애란 친구와 동행하고 있습니다. 싸우면서 정도 들겠지만 때론 알 수 없는 분노, 원망, 시비, 미움 같은 것이 나를 성가시게 할 겁니다. (세영이 엄마의 가슴으로 전하는 편지 중)
-사람이 그리워서 몸부림치는 아이지만 갈 곳이 없는 세상. ‘이놈의 세상!’하며 세상을 향해 원망을 쏟아 놓는다. (민정이 엄마의 일기 중) 
-‘엄마’하고 큰소리로 나를 불러주는 너를 보며 ‘강림이는 하늘이 엄마에게 준 큰 선물이구나’ 생각한단다.(강림이 엄마의 글 중)
2: 담장 허물기
어미는/목숨 줄 걸었다/세상의 온전함이 /네게 더 가까이 오도록 하기 위해. (사랑하는 아이야 2 중에서) 이 시처럼 엄마들이 비장하게 담장을 넘고 허물고 있다. 처음엔 자식의 장애가 자신의 잘못인양 주눅 들어 살며 혼자 세상에 맞서야 했기에 외롭고 힘들었던 엄마들, 이제 무엇이 그들을 당차게 행동하게 하는가. 그 힘의 원천은 어디에 있는가.
먼저 ‘담장 허무는 엄마들, 세상과 소통의 길을 트다’는 소출력 라디오 프로그램 ‘담장 허무는 엄마들’의 탄생 배경과 제작 방식을 분석한 박채은(미디액트 정책연구실)씨의 글을 재구성해서, 담장 엄마들이 어떻게 모여 어떻게 소통하는지 알게 해준다.

소통의 공동체:<담장 허무는 엄마들>|소통을 위한 첫 출발:십시일반 나눔의 원리 |소통으로 내가 즐겁고 주변으로 전염되고|소통의 매개는 다양하다| 담장을 허물어서 울타리를 넓히고:소통의 공동체는 넓어진다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차별받는 아이들을 위해 교육청의 담장을 넘어 담장 엄마가 된 사연, <담장 허무는 엄마들>이 ‘여럿이서 함께 걸으면 한 걸음이 열 걸음이 된다는 함께 사는 삶의 이치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엄마들의 방송 참여 방식, 또 그 참여의 원동력, 그들의 바람을 알 수 있게 한다. 
맨처음 굉장히 어두웠던 표정이 방송 횟수를 거듭할수록 밝아졌다는 엄마들, 여러 사람과 아픔을 나누고 소통하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을 주는지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이제는 ‘자식보다 하루 더 살고 죽어야 한다는 자조적이며 비관적인 엄마로 머물지 않고’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당당히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힘겹지만 외롭지 않은 싸움을 진행하고 있는 <담장 허무는 엄마들>. 다음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바람을 들어보자.

“처음에는 성서라디오공동체라고 하는데 ‘공동체’가 뭔지 잘 모르고 시작했어요. (웃음) 근데 하다 보니까 재미가 있으니까 참여하고 있어요. 우리가 재밌어 보여야 다른 사람들도 나도 좀 해보까 그런 생각이 드는 것 같고. 그래서 점점 공동체가 커져 나가는 것 같아요. 진짜 울타리 넓히듯이... 담장만 허무는 게 아이고... (웃음) 그래가 우리가 담장을 허물어서 울타리도 넓히고 아름다운 세상도 만들어 가고 그래야 안되겠나 생각해요.(웃음)”장애 부모 뿐 아니라 주민 참여형 공동체 라디오 또 ‘미디어로 소통하는 세상’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도 유익한 섹션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제 ‘함께’라서 외롭지 않은 ‘담장 허무는 엄마들’은 장애 문제를 공동체의 힘으로 이겨나간다. 장애에 대한 세상의 편견을 허물고, 세상과의 소통을 위한 기록이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와 ‘아직도 남아 있는 담장을 허물기 위해’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여기에는 엄마들의 피눈물이 어려 있다.
그들의 노력은 결실을 얻는다. 직접 방송을 진행하면서 지체장애 학생이 편입된 일반 학교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등 조금씩 세상을 바꿔 나간다. 그리고 엄마들은 학교도 복지관에서도 거부당한 우리 아이들이 특수교육과 개별화교육을 받을 권리를 주장하고 중증 장애인들의 생존 활동을 돕는 '활동보조인 제도' 도입을 정부에 요구한다.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이 사회에서 외면당하는 너의 권리를 찾아줄 수만 있다면… 차마 죽을 수조차 없었던 바보같은 엄마가 이제야 너를 살릴 수 있는 길을 찾아 나서고 있단다. 여기서 머리를 자르는 엄마뿐 아니라 장애아를 둔 모든 엄마들의 간절한 마음을 모두 담아서 머리를 자른다.(이순화씨의 '활동보조인이 꼭 필요합니다' 중에서) 
-우리 아이가 생존을 위해 맞아야하는 주사가 만6세가 넘으면 의료 적용이 안 되어서 고가의 비용 때문에 주저해야 하는 현실이 너무 부당하다. 올 겨울방학 때 입원해서 주사를 맞으라는 처방이 내려졌지만 맞을 수가 없었다.(용훈엄마의 ‘보톡스의 비애’ 중)
3: 아름다운 통합 이야기
장애인의 사회통합을 말한 칼럼에서 강민희씨는 장애운동은 비장애사회가 잃어가고 있는 가치와 윤리를 되찾는 방법을 제시하며 비장애인들의 인정을 받고 동시에 그들을 후원자가 되게끔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즉 돌봄과 배려, 상호의존과 보살핌, 이해력과 포용력과 인내심으로 얻어지는 존경과 신뢰가 진정으로 장애인을 사회 안으로 통합할 수 있을 것이라 했다. 이런 아름다운 통합을 위해 애쓴 사람들의 감동적이 이야기가 3부에 있다. 학교 담장 밖을 서성이던 엄마, 높은 자존감으로 자신을 지키는 장애 당사자, 그들의 버팀목이 된 선생님들.


버들네, 책을 덮으며
방송이 책이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사이사이에 제작진의 멘트와 청취자의 답글이 있어 글에 생기가 돈다. 독자도 그들과 대화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 바로 답글 하나 달고 싶은 마음을 준다. 책을 읽는 내내, 함께 관심하는 것을 함께 이야기하는 담장 허무는 엄마들이 부러웠다. “우리 수다로 풀자”를 넘어서는 담장 허무는 엄마들의 소통의 방법. 다양한 방법으로 라디오 제작에 함께 참여하고 전화로, 이메일로, 게시판을 통해 마음을 주고받고 엄마들뿐 아이라 그들 가족, 또 학교와 교사가 장애를 함께 말하고 대안을 말한다. 엄마들의 활발한 의사소통은 이젠 책으로 지역을 넘어 온 나라와 소통하는 큰 공동체를 꿈꾼다. 소리로든 책으로든 영화로든 우리사회의 많은 ‘아픈 손가락’을 지니고 사는 사람들이 한 걸음 한 걸음 이들과 동행하기를 바란다. 
한편, “예쁜 사진을 찍고 싶었다. 실제로 아이들은 너무 예뻤고 그런 아이들에게 홀딱 반해버렸기 때문이다” 사진작가의 뒷이야기처럼, 사진 속 주인공들의 밝은 모습에 처음엔 거부감이 들었다. “우리가 저렇게 웃고 사나, 장애부모로 사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데...이건 진짜가 아니야. 독자에게 환상만 심어주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그러다 알았다. 간혹 슬픈 눈빛이 비치기도 하지만 그들이 이렇게 환히 웃을 수 있는 것은 일상에 웃음이 있고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내안에 무언가를 쏟아내고, 함께 어깨를 빌려주며 살아갈 공동체를 만들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책 중간쯤에 엄마들이 손바닥 부딪혀 화이팅!!하는 사진이 있다. 이들이 계속 이 모습으로 세상에 화이팅!!하길 바란다. 그들의 큰 웃음이 들리는 듯하다. 세상 엄마들이여 크게 웃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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