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ACT! 44호 이슈] 공동체라디오, 소통하기 위해 저항하라! : 2007 공동체라디오운동에 대한 진단

본문

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44호 / 2007년 8월 10일

 

 

공동체라디오, 소통하기 위해 저항하라!

: 2007 공동체라디오운동에 대한 진단

박채은 (ACT! 편집위원회)
 
공동체라디오 : 위로부터 주어진 것?
“공동체라디오방송을 직접 해보니까 외국 사례랑 우리랑 차이가 많아. 음... 가장 결정적인 거는 공동체 라디오가 갖고 있는 위상, 기반인 것 같아. 우리는 ‘위로부터 주어진 것’이 가지고 있는 한계가 태생적이라는 거지. 왜냐면 아래로부터 주민들이, 민중들이 자기 주파수를 찾아나가는 과정에 있어서 정체성을 분명하게 하면서 움직였던 게 아니고 위로부터 주어진 결과물들이니까. 이게 어떤 특정한 계급과 계층들의 방송이 아닌, 이게 공중의 주파수를 사용하고 있다는 게 그게 참 어렵고 힘든 거야. 처음부터 특정한 계급과 계층들을 위해서 해적방송부터 시작해서 주파수를 따내왔으면 그 주파수 고유의 성격들을 그대로 물려받는 거잖아. 근데 이거는 위로부터 주어지면서 주파수가 공공의 재산으로 이미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방송을 하면 할수록 그 한계는 명확해.”
2006년 초, 연구조사차 대구에 내려갔을 때, 성서공동체라디오방송의 정수경 대표가 했던 얘기다. 한국의 공동체라디오는 민중들의 아래로부터의 치열한 투쟁의 성과물이 아니다. 그동안 공동체라디오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미디어운동 내부에서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이 역시 외국의 사례를 바탕으로 한 정책적 접근이었지 실제로 민중들 스스로 주파수 분배를 요구하고 자신들의 권리를 위한 싸움이 바탕이 된 것은 아니었다. 재밌는 것은 공동체라디오 도입이 전향적으로 이루었던 배경에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의 주도권 다툼이 자리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공동체라디오 정책을 선점함으로써 향후 방송통신융합 국면에서 전파정책 관련하여 유리한 입지를 선점하려는 다분히 정치적(?) 목적이 있었다는 게 공공연한 뒷얘기로 흘러나오기도 했다. 어찌 되었건 여러 우여곡절 끝에 공동체라디오는 시작되었고 "매일 사고 없이 방송하는 것, 빈번하게 교체되는 자원봉사자들 인력 관리하는 것, 방송국이라고 이름하기에도 멋쩍은 좁은 가청권역을 온몸으로 경험하는 것, 그리고 부족한 재정을 마련하려 동분서주 하는 것" 등 나날이 생존을 위한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그동안 수많은 토론회와 워크샵 등을 통해 현재 공동체라디오 시범방송의 문제와 정책적 문제들에 대한 진단들이 이루어졌고 방송위원회와 정통부에 대한 따끔한 질책들이 쏟아졌다. 그러나 문제에 대한 진단은 많았으되, 현실의 변화는 아직도 요원한 것 같다. 이미 공동체라디오운동 진영에서는 정책적 대안을 제시할 만큼 했다. 공동체라디오의 법적 지위를 분명히 하기 위한 노력으로 지난 2006년 공동체라디오법이 통과되었고, 주파수 출력 증대를 위한 필드테스트를 공동체라디오방송국과 정보통신부가 공동으로 진행했다. 그리고 비영리방송으로서 운영의 안정화를 위한 재정확보 방안과 공적지원 방안도 수차례의 토론회에서 구체적 방안까지 나왔다. 그리고 우리보다 잘 되어 있는 외국의 공동체라디오의 정책적 내용도 이미 정리되어 있다. 그동안 방송위원회, 정보통신부가 해야 할 일을 활동가들이 다 해온 셈이다. 정당한 노동의 댓가도 받지 않고 말이다. 이렇게까지 밥상을 다 차려놓았음에도 불구하고 국가기관이라고 하는 곳은 도통 움직일 생각을 안 한다. 자신들이 진행한 연구 용역 사업의 결과도 인정하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근 3년을 버텨온 공동체라디오 방송국들의 고단함을 이해하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 글에서 “공동체라디오 정책의 방향은 이러해야 한다”는 얘기를 반복하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지금 필요한 것은 “현재 공동체라디오운동이 어떤 국면에 있는가, 미디어운동진영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와 같은 운동 내부의 전략적 판단과 실천방향이다. “위로부터 주어진 것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은 위로부터 주어진 제도를 아래로부터 전유, 즉 온전히 우리의 것으로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진단 1 : 운동 외부의 조건

공동체라디오운동이 처한 현재의 위기는 비단 라디오운동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 들어 그 속도를 더해가고 있는 방송통신 융합은 기술의 변화라는 물리적 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포장되었지만, 근본적으로 미디어구조의 변화를 추동하고 있는 것은 바로 자본의 시장논리와 이에 편승하는 정부 및 국가기관이다. 이 가운데 최근 타결된 한미FTA는 총체적 삶의 위기와 함께 그동안 확보되어왔던 공공영역의 급격한 축소, 쇠퇴로 이어질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이 공동체라디오운동과 어떻게 만나고 있는 것일까?
우선 출력 증강 문제와 주파수 문제는 디지털 전환과 방송통신융합기구 개편의 문제와 맞물려 있다. 현재 정보통신부는 작년 말 개정된 방송법이 규정하고 있는 공동체라디오방송사업자의 10W의 출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전파 출력을 규정하고 있는 전파법에는 공동체라디오방송사업자의 출력 범위가 명시되어 있지 않으며, 출력을 올렸을 경우 다른 방송과의 전파간섭이 일어나기 때문이란다. 또한 현재 아날로그 주파수 대역에서 가용주파수가 없기 때문에 신규로 공동체라디오사업자를 허가할 수 없으며 디지털 전환이 완료되는 2012년 이후나 되어야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시범방송을 추진하였던 방송위원회는 정보통신부와의 정책적 조율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고 무관심과 시간끌기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방송통신융합기구 개편 법률안이 향후 어떤 내용과 방향으로 통과될지는 지켜봐야 할 일지만, 방송국 허가와 승인, 주파수 정책 등이 부처간 이기주의로 표류되는 일 없이 통합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게 그나마 긍정적인 부분이긴 하다. 그러나 물론 상황이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최근에 시범사업자들 사이에 가장 큰 이슈 중에 하나였던 공동체라디오에 대한 공적지원의 문제 역시 근본적으로 공동체미디어에 대한 국가적 지원의 정당성을 확보해 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국가기관의 생리상 법적 근거가 없는 지원은 기대할 수 없다. 이러한 복합적 상황은 공동체라디오의 정책적 쟁점들을 해결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지금까지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해법은 주로 '공동체라디오'에 초점을 두고 진행된 사안별 접근이었다. 그러나 이는 공동체라디오라는 개별 사안의 문제로 접근해서 풀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새로운 정치와 문화 환경과 급변하는 미디어 구조 속에서 퍼블릭액세스, 공동체라디오 등을 아우르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 미디어 공공성에 대한 포괄적 전략과 실천 계획들이 필요하다. 디지털 전환과 방송통신융합기구의 법제도적 정비가 가속화되고 있는 지금은 기존의 공공영역들이 위축될 수 있는 미디어공공성의 위기 국면이기도 하지만, 현재의 불완전한 공적 제도와 구조적 한계들을 종합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디지털 주파수를 어떻게 공동체미디어(라디오와 TV를 포함한)에 분배할 것인지, 그리고 공동체미디어에 대한 공적지원과 모델은 어떻게 가져가야 할 것인가를 결정짓는 국면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진단 2 : 운동 내부의 문제

공동체라디오 시범사업이 시작되기 이전과 이후의 상황은 운동 내적인 조건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이는 운동의 목적과 주체의 문제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공동체라디오 시범사업 이전에는 공동체라디오운동의 의미를 선전하고 제도화를 위한 정책적 개입이 주요한 과제였다. 운동의 초동 주체 역시 이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연구팀 혹은 전략팀 수준의 활동가 그룹이었다. 미디액트 내에 공동체라디오활동가 모임이었던 <공동체라디오방송연구모임(공라방)>은 해외의 공동체라디오 사례와 정책 동향을 소개하고 한국의 공동체라디오 운영모델에 대한 정책들을 생산하였다. 2004년 시범사업이 도입되기 이전에 개최되었던 국제세미나와 토론회에는 공동체라디오에 대한 단체와 활동가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다(20여명 안팎의 소규모의 사람들이 모였던 다른 미디어운동 주제 토론회에 비교해 보았을 때 공동체라디오 관련 토론회에는 평균 40-50명의 사람들이 참여하였다). 방송위원회가 공동체라디오 시범사업을 도입하기로 결정한 이후 미디액트와 <공라방>은 적극적으로 시범사업에 참여할 주체들을 조직해 나갔다. 부안에서 긴급 전략토론회를 개최하고 이 자리에 참석했던 지역의 활동가들은 본격적으로 시범사업 지원을 위한 준비를 해 나갔다.
2004년 전국의 8개 지역의 공동체라디오 시범사업자들이 선정되었고, 지자체 모델, 비영리시민사회단체 모델, 대학 모델, 민간단체 모델 등 각 방송국의 모델은 다양했다. 방송위원회는 시범사업이 향후 한국의 공동체라디오방송의 운영모델과 성격을 결정짓는다는 의미에서 다양한 모델들을 시범적(!)으로 선정한 것처럼 보였다. 과연 이러한 모델들이 공동체라디오의 성격에 부합하는지는 다시 논하기로 하자. 법제, 정책적인 측면의 한계들을 고스란히 안고 시작했던 시범사업이었기 때문에 사업자들은 초기 설립과정에서부터 여러 가지 장벽에 부딪혔다. 이러한 문제들을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8개 시범사업자들을 중심으로 <커뮤니티라디오협의회(커라협)>를 구성하게 된다. 시범사업 초기까지 정책적 부분을 담당하였던 공라방은 내부 활동가 일부가 공동체라디오 설립에 직접 참여하는 등의 변화를 맞이하고,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가 출범하면서 라디오운동네트워크를 조직해 나가기 위한 새로운 방향 모색을 시작하면서 공동체라디오연구모임 <씨알>로 재개편된다. 이제 시범사업 이후의 운동 목표는 공동체라디오 주체들의 재조직화와 출력, 지원, 허가 등의 구체적인 정책적 이슈로 변화하였다. 주체도 커라협과 같은 사업자들의 협의체와 공동체라디오활동가 그룹으로 분화되었다.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만큼은 분명하다. 다른 것은 다 차치하고서라도 주파수를 국가와 자본이 아닌, 민중들이 소유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는 것! 이 변화는 위에서 주어진 것, 제도로서 포섭된 것이 가지는 한계 속에서도 이것을 밑거름 삼아 민중들의 커뮤니케이션 권리를 위한 투쟁의 시발점으로 삼을 수 있는 엄청난 힘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투쟁을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 하는 무척이나 어렵고도 힘든 과제가 남아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가능성을 더욱 확장하기 위해 주체들을 조직하고 연대를 만들어 나가야 하는데 지금 미디어운동 주체들의 의지와 역량이 있냐는 물음을 정말 진지하게 던지고 싶다.
현재 공동체라디오 ‘운동’은 커라협에서 공적지원과 출력 문제에 대한 이의제기를 방송위와 정통부에 간헐적으로 하고 있는 정도이다. 이 두 가지 이슈는 향후 공동체라디오운동이 생존할 수 있는 중요한 문제이긴 하지만, 이 두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서 공동체라디오가 우리가 생각했던 것처럼 사회적 소수자들, 힘없는 민중들이 주파수를 가지고 소통의 주체로, 사회변화의 주체로 나설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현재처럼 공동체라디오에 대한 근본 철학과 모델이 다른 여러 주체들이 모여 있는 커라협이 향후 공동체라디오를 ‘운동’의 관점에서 조직해 나가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지금은 시범사업자로서 공통의 이해관계에 묶여 있긴 하지만, 정식으로 공동체라디오 사업자 허가에 대한 기준들이 마련될 즈음에는 이 공통의 이해기반마저 무너질 수 있다. 그동안 공동체라디오운동에 대한 조직의 역할을 담당하였던 ‘씨알’도 현재는 거의 활동이 없는 상태이고 지역에서 새롭게 공동체라디오를 준비하는 주체들은 공동체라디오 정식 허가가 계속 미뤄지는 상황에서 조직적인 준비를 하기 어려운 조건에 처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미디어운동의 관점에서 라디오운동을 조직해 나가야 할 주체들은 미디어운동네트워크 내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소통하기 위해 저항하라!

우리가 공동체라디오운동을 무엇 때문에 시작하였는지, 그리고 지금 무엇을 위해 싸워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할 때이다. 공동체라디오가 운동으로서 존재할 것인가, 아니면 기존의 지역방송들 중에 하나로 존재할 것인가를 가르는 중요한 기점이기도 하다. ‘위로부터 주어진 주파수’라는 태생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공동체 라디오는 아래로부터의 참여를 조직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고 해야만 한다. 상업주의로 치닫고 있는 기존 방송 미디어의 한계점을 극복하면서 소외된 사람들의 소통을 위한 매체가 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들을 시작하는 것, 더불어 무엇보다 절실한 사람들에게 주파수가 갈 수 있도록 변화를 위한 투쟁을 시작해야 한다.
올해 시범사업이 다시 1년 연장되었다. 정식 사업자 허가 여부도 결정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지만, 언제까지 정부 당국이 무언가를 결정해 줄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다. 현재의 문제의 근원은 제도적 한계이지만, 제도를 바꿔내는 것도 결국 운동의 몫이다. 공동체라디오 ‘운동’을 위해서는 이중 전략이 필요하다.
우선 공동체라디오의 질곡으로 작용하고 있는 제도를 변화시키는 것, 즉 정부기관의 태도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하는 것이다. 현재 공동체라디오를 둘러싼 제도적 이슈 중에서 출력 문제가 가장 급선무이다. 공적지원의 문제는 향후 법제화를 통해 근본적으로 해결을 해 나가야 할 것이지만, 방송국의 전체 운영이 공적지원만으로 이루어질 수는 없기 때문에 광고나 협찬을 받는다고 해도 출력을 높이지 않는 이상 다른 대안은 없는 상황이다. 출력 문제가 단순히 재정의 문제와 연결되기 때문이 아니라 공동체라디오가 최소한 지역 공동체를 포괄하는 정도의 가청권역을 확보해야 하는 것은 상식이기 때문이다. 결국 출력 문제는 논쟁의 대상이 아니라, 당연히 요구해야 되는 민중의 권리이다. 이제 더 이상 방송위와 정통부 찾아다니며 “출력을 높여 주십사” 구걸하지 말자. 출력이라는 핵심 이슈를 기반으로 “자동차로는 노래 한곡도 제대로 들을 수 없는 방송”, “실내수신은 자동차보다 더 열악한 방송”을 만들어 놓은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를 상대로 투쟁하자. 공동체라디오방송에 참여하는 수많은 자원활동가들, 공동체라디오를 듣는 지역주민들,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권리를 주장하는 많은 미디어활동가들과 함께 저항을 조직하자. 장애인도 이동할 자유와 권리가 있다는 너무도 상식적인 요구가 우리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장애인들이 도로를 점거하고 지하철로와 휠체어를 쇠사슬로 묶으면서까지 저항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투쟁을 통해 얻어진 결과는 단순히 출력의 문제만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공동체라디오를 포함한 공동체미디어에 대한 정책적 전환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그리고 미디어운동이 대중운동으로서의 공동체의 욕구와 필요에 기반하여 아래로부터 조직되는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제도 변화를 위한 투쟁을 위해서는 단순히 로비나 협상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거듭 강조하지만, 다른 여러 나라 사례에서 보듯이 공동체 라디오가 합법화 되고 지역 공동체에 뿌리 내릴 수 있었던 것은 위로부터의 변화가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지속적인 요구와 투쟁에 의해서였다.
두 번째 전략은 공동체라디오 운동의 주체들을 조직하는 문제이다. 모든 운동의 핵심은 결국 조직화이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방송위원회가 추산하고 있는 공동체라디오 사업자 지원 예상 규모는 160여 곳이 된다고 한다. 현재 법률상 공동체라디오의 운영주체가 될 수 없는 지자체 쪽의 문의도 있고, 재정적 여력이 있는 대학들의 참여도 많을 거라는 예상이다. 그런데 정작 우리가 공동체라디오의 실질적 참여 주체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지역 내 사회단체나 소수자 공동체 그룹들의 참여는 다른 주체들에 비하면 예상보다 많지 않을 상황이다. 더욱이 문제는 방송위원회 시범사업이 주무기관의 책임방기로 파행적으로 운영되면서 실제로 공동체라디오가 어떤 위상으로, 어떤 주체에 의해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체계적 정리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다. 공동체라디오에 대한 공적지원을 줄이려는 방송위원회 입장에서는 운영 주체의 성격, 공동체라디오의 사업 방향보다도 재정적 안정도, 자립도가 높은 곳에 면허 허가의 우선순위를 줄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진입 장벽은 훨씬 더 높아질 것이다. 정식 사업이 시작되기 전에 미디어운동 진영에서는 공동체라디오 허가기준에 대한 분명한 정책적 입장을 제시해 나가야 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향후 공동체라디오운동에 참여하려는 지역비영리사회단체, 소수자 공동체 조직들을 조직해 나가는 일이다. 제도적 투쟁은 항상 그것이 현실 운동의 요구와 맥락 속에서 가지 않으면, 오히려 운동과 괴리되거나, 운동을 위축시키거나, 그 성과가 운동에 남지 않고 남 좋은 일 시키는 걸로 끝날 수도 있다. 공동체라디오를 준비하려는 주체들을 새롭게 발굴하고 교육하고, 지원하는 것이 조직화의 시작이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즉 공동체라디오운동의 주체를 조직화하기 위한 그룹도 재조직화해야 하는 이중의 난관에 부딪혀 있는 상황이다.
일정 정도 커라협이 워크샵 등을 통해 이러한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상태이지만, 방송국 운영만으로도 버거운 상황에서 커라협에 있는 실무자들이 이 모든 역할을 해내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또한 커라협은 다양한 사업자들간의 협의체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새로운 주체 발굴이나 운동의 관점에서 공동체라디오를 조직하는 문제에 대한 내부의 견해차가 존재할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 판단 하에서 보면, 결국 미디어운동네트워크 차원에서 공동체라디오 조직화를 위한 핵심 주체들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라디오운동에서의 공백이라고 할 수 있는 조직화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디어운동네트워크 내부에 공동체라디오 활동가(공동체라디오방송국 활동가, 정책활동가, 지역미디어활동가를 포함한)들이 참여하는 실천적 조직을 구성하는 것을 제안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공동체라디오는 개별 사안의 문제가 아니라 디지털 전환과 새로운 미디어 재편 과정에서 공동체미디어에 대한 정책을 주도적으로 견인해 나가는 포스트로서의 성격을 갖는다. 그런 의미에서 미디어운동 진영도 공동체라디오 방송국들과의 연대의 차원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투쟁을 조직하는 주체여야 한다. □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