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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44호 이슈] 최악의 반문화적 협상, 한미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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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44호 / 2007년 8월 10일

 

 

최악의 반문화적 협상, 한미FTA 

김형진 / 문화연대 미디어문화센터 활동가
 
통상정책 가운데 최악의 반문화적 협상, 한미FTA
초국적 재벌과 자본을 앞세운 FTA 협상이 민중의 삶에 이로울 리는 만무하다. 이미 한국 사회는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인해 곳곳에서 민중의 권리를 찾기 위한 투쟁과 눈물이 범벅이 된 채 지금도 시간이 흐르고 있다. 자발적 자유화 조치, 시장화로 인해 공공성은 심각하게 위축되고 있고, 여기에 유행처럼 FTA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으니 엎치고 덮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한미FTA는 통상 가운데 최악의 반민주적, 반인권적, 반문화적 협상이다. 협상 추진 과정부터 민주적 절차는 상실되었고, 한미FTA가 문화 분야에 미칠 영향은 공공성의 전면적 무력화로 인해 문화의 다양성과 정체성에 심각한 침해로 드러날 것이 명백하다. 특히 문화다양성 협약을 코앞에 두고 차일피일 미루면서 강도 높은 문화산업 개방의 결과를 가져온 한미FTA에 열을 올린 정부를 반문화적이라 평가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한미FTA, 시장주의적 정책이 판을 깔다
지난 5월 25일 한미FTA 협상문이 공개된 이후 최종 타결된 이후의 협상문이 실질적으로 한국 사회 내에 미칠 영향은 어마어마하다. 다양한 분야에서 예고했던 위험성이 협상문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상황은 코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말았다. 한미FTA로 인해 변화해야 하는 한국 내 법조문은 이미 언론매체를 통해 공개되었다. 이는 단지 국가 간 통상으로 인해 한국 사회 내의 법체계 및 시스템의 한시적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한미FTA는 정책결정에 있어서 당시 사회문화적 측면에서의 탄력성이 매우 축소될 수밖에 없다. 협상 내용에 근거하여 관련법과 체계 자체의 정책결정이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한미FTA의 기본적 정신, 즉 규제완화와 자본의 투입에 초점을 맞춘 정책마련이 주를 이룰 수밖에 없다.
시청각미디어 분야와 관련된 미래유보 ‘부속서 Ⅱ. 대한민국 유보목록 : 국경간 서비스무역 및 투자’를 살펴보면 미래유보에 적시한 내용에 단서조항이 있어서 정책 실현 가능성에 매우 의문을 갖게 한다. 방송위원회는 4월 2일 타결 이후 미래유보를 통해 대안쿼터 등을 마련했다고 자화자찬하였다. 하지만 발표했던 내용에 포함되지 않았던 단서조항은 실질적으로 결정마련 및 결정의 폭을 좁힐 수밖에 없는 큰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외주제작 프로그램 쿼터, 국내물에 대한 제작비 쿼터 또는 주시청시간대 쿼터의 부과. 다만, 이러한 조치를 종합유선방송, 위성방송사업자, 방송채널사용사업자에게 적용할 경우, 부속서 Ⅰ에 규정된 수준보다 더 많은 외국 콘텐츠 편성을 허용하여야 한다.”는 조문에서 드러나듯이 실질적으로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서 단서조항이 불필요함에도 불구하고, 한국 측 미래유보에는 수많은 단서가 주렁주렁 달려 있다. 더더군다나 조문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현행유보에서 제시한 내용의 수준보다 높게 개방을 하지 않으면 미래유보는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에 실질적인 개방의 효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고, 이는 곧 한국 사회 내 시청각미디어 정책의 폭을 축소시키며 ‘규제완화’ 중심의 시장 개방을 정책의 주된 방향으로 귀결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은 명백하다.
이미 한국 사회 내 자발적 자유화 조치 혹은 규제 완화로의 정책 변화는 이미 시청각미디어 분야의 공공성에 심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 정책에 대한 철학이 부재한 상황에서 방송위원회는 무차별적인 신규매체를 허용을 쉽사리 결정하고, 적자에 허덕인다는 사업자의 투정에 ‘규제완화’라는 방식으로 법제도 정비를 하면서 미디어의 공공성은 점차 무력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한미FTA 등 여타 FTA는 미디어를 둘러싼 대안과 공공성의 가치에 정면으로 충돌하는 경제적 관점의 정책적 방향으로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미디어 정책을 둘러싼 논의는 점차 경제적 논리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시장경쟁의 과열, 공공성과 다양성의 위기
한미FTA 현행유보안에 포함되어 있는 ○ PP의 간접투자 100% 허용 ○ SO, PP, 위성방송의 방송 쿼터 완화 ○ 지상파 방송 쿼터 완화 등은 미디어를 시장의 영역에 고스란히 내몰고 상황을 연출하고 말았다. 사실상 PP의 100% 간접투자 허용은 미국의 거대 미디어그룹, 초국적 미디어 재벌이 한국의 케이블TV와 위성방송에서 직접 소유, 경영, 편성 운용할 수 있는 채널을 갖게 됨을 의미한다. 아직 경쟁력 없는 한국의 PP는 미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농후하며, PP시장의 개방으로 인해 지상파TV 역시도 외국채널과의 직접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현재보다 더욱 심각한 시청률 경쟁으로 인해 방송의 공공성은 심대하게 저해될 수밖에 없다.(*주1) SO, PP, 위성방송의 방송 쿼터 완화는 콘텐츠의 다양성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장치로 작동하게 될 것이다. 정부에 제출된 ‘한미FTA 방송분야 예상피해 및 보완대책안’에 따르면 연간 6억원, 10년간 약 60억 원의 피해가 예상되며, 애니메이션, 영화 쿼터 완화에 따른 국내물 구입 감소로 약 6억 원 상당 국내물 유통 감소가 발생할 것이라 한다. 산업적 수치를 넘어 콘텐츠의 다양성이 한미FTA로 인해 위기에 처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한미FTA로 인해 시청각미디어 분야의 공공성은 심대하게 위협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고 말았다. 유료방송시장의 간접 투자 100% 허용은 유료방송시장의 상업화와 방송콘텐츠의 다양성 훼손은 물론 지상파 방송의 공공성까지 저해할 수밖에 없는 연동을 가지고 올 수밖에 없다. 또한 방송위원회가 미래유보에 적시한 내용조차 단서조항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향후 방송의 공공성과 다양성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적 자율성과 범위가 매우 축소되었으며 이는 곧 방송의 규제완화와 상업화의 결과를 가지고 올 것이고 이로 인해 시청자들의 권리는 훼손될 수밖에 없다.(*주2)
국회 비준 동의안을 막아내자
이러한 문제는 비단 시청각미디어 분야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각 분야별로 다양한 형태의 문제와 피해가 예상되며 이는 실질적으로 한국 사회 내의 공공성에 크나큰 재앙을 몰고 올 것이 명확하다. 특히 문화 분야의 경우 무역협정을 통한 산업적 이해관계에서 논의될 수 없는 문화적/공공적 가치를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미FTA는 문화 전반에 경제적 칼날을 들이밀고 말았다. 그 결과 한미FTA의 최대 수혜자가 헐리우드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문화 분야는 협상 타결을 위한 제물이자 도구로 전락하였고, 모든 분야에 걸쳐 개방강도가 가장 센 분야 중의 하나였다는 비판도 피해갈 수 없었다. 더욱이 문화 분야에 대한 통합적 접근 자체가 배제된 채 재정경제부, 외교통상부에 끌려 다녔으며 서비스, 지적재산권, 상품무역 등 각 분야로 분산되어 그 존재 자체가 부정되기도 하였다.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과 타결 이후, 협정문이 공개되던 그 시점까지 철저하게 왜곡되고 붕괴된 한국 사회 내 민주주의는 물론, 한미FTA는 협상 과정과 내용, 그리고 결과 자체는 참혹하다. 이는 비단 한미FTA만의 문제로만 바라볼 수는 없다. 다양한 형태의 신자유주의적 정책과 이로 인한 통상정책 등이 실질적으로 한국 사회에서 요동치고 있는 시점, 자본의 증식으로 민중의 삶과 사회적 공공성, 문화적 가치와 인권 감수성은 벼랑 아래로 몰리고, 또 몰리고 있다. 그리고 한미FTA 4대 선결과제 중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와 스크린쿼터 축소는 이미 한국 사회 내 한미FTA에 몰고 올 위협을 예고하고 있다.
#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 재개되면서 대형 마트를 중심으로 시끌벅적하다. 값싼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자랑하는 현수막이 주렁주렁한 대형마트에 ‘쇠똥’이 투척되기도 하였다. 얼마 전 대형 마트에서 판매한 미국산 쇠고기에서 1cm의 ‘뼛조각’으로 추정되는 부속물이 발견되기도 하였다. 정부가 떠들어대던 기본적 검역조차 허술한 비상사태가 초래되고 말았다.
# 한국영화제작가협회와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한국영화감독조합 등 10여개 영화 관련 단체들이 ‘한국 영화산업 대타협 선언’을 발표하였다. 스크린쿼터 축소 이후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는 한국 영화 산업에 대한 타개점을 마련하기 위한 영화계의 몸짓이 애타다.
결국 치명적 재앙 한미FTA를 페기처분하기 위해서는 9월 정기국회를 기다리고 있는 한미FTA 비준 동의안을 막아내야 한다. □

* 주
1. <한미FTA 문화분야 협상 결과 검토 의견서>, 2007년 6월 12일, 한미FTA 저지를 위한 문화예술공동대책위원회 / 한미FTA 저지를 위한 시청각미디어공동대책위원회 / 한미FTA 저지를 위한 지적재산권대책위원회 / 문화침략 저지 및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대책위원회
2. 앞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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