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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44호 현장] 노인미디어교육의 쟁점과 과제 "수용자 중심에서 시작하는 교육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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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44호 / 2007년 8월 10일

 

 

노인미디어교육의 쟁점과 과제


"수용자 중심에서 시작하는 교육으로"

서정훈(전주시민미디어센터 영시미 교육지원실장)
얼마 전 회원교육을 받으러 미디어센터에 찾아온 한 여성이 현재 영시미에서 진행하고 있는 정신지체장애인 미디어교육의 단계별 미션이 무엇이냐고 물어왔다. 마침 그녀는 올해부터 지역에서 새로운 장애인미디어교육을 시작하고 있었고 장비가 필요하여 센터의 회원신청을 했던 것 같다. 교육의 목표야 미디어에 가장 많이 노출되어 있지만 미디어의 접근과 이용 자체가 거의 불가능했던 장애인, 특히 자기의사를 제대로 표현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정신지체 장애인들에게 미디어를 통한 자기표현, 그리고 그를 통한 주변과의 소통 나아가서는 미디어를 통한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참여적 권리 실현, 확대라고 명확하게 말해야 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뭔가 맘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하고 있는 그 분의 꺼칠함에 회원교육이라는 공식적인 자리에서의 감정통제에 집중한 나머지 제대로 답을 못했었다. 
실은 아무것도 모르는 정신지체장애인을 대상화해서 접근하는 교육이 무슨 효과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식의 모습을 보였던 그분에게 어떤 식으로 대응해야 할지에 대한 난처함과 그런 분이 장애인을 대상으로 현재 미디어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담당자라는 것에 대한 허망함이 나의 이성보다는 감성을 압도했었던 듯하다. 

대표적인 사회, 문화적 취약집단으로 불려지는 여성, 장애인, 이주외국인, 노인, 빈곤계층 등(솔직히 나는 이런 분류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일정한 범주로 규정되어진 그 단위가 고착화되면서 또다른 취약계층은 우리의 시선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과 함께 지금 우리의 사회구조가 가지는 모순에서 취약한 계층은 지역, 성별, 연령을 뛰어넘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에 대한 최근의 사회적 관심은 다양한 지원사업과 사회문화예술교육 등의 각종 교육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수용당사자들이 처해 있는 사회문화적 조건에 대한 이해와 소외계층이라고 불리워지는 그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과 구조의 변화는 아직도 그들의 삶의 조건을 변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노력에 비해 더딘 것이 현실이지 않은가 싶다. 특히,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최근 몇 년간의 미디어교육 사례는 그런 고민을 더욱 심화시켜주고 있다.

전주시민미디어센터 영시미도 2005년 지역의 어르신을 대상으로 하는 휴대폰 활용교육을 시작으로, 현재는 한옥마을 포토다큐 만들기라는 디지털카메라 교육으로 노인미디어교육을 진행하고 있지만 노인미디어교육의 의미나 방향에 대한 진지한 학습과 연구보다는 추상적인 수준에서의 고민에 머무른 채 사업의 원활한 진행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대부분의 지역미디어센터에서 가지고 있는 문제점일거라 생각되는데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공모사업에 대부분의 교육사업을 의존하면서 발생하는 문제이다. 실적과 결과물 중심으로 요구되는 공적 자금 투자기관의 공모사업은 교육사업진행을 위해서 지역미디어센터가 어쩔 수 없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재원마련의 중요한 수단이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미디어교육의 내실있는 진행에 있어서는 오히려 좋지 못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는 노인이 될 것이고 노인에 대하여 말할 때 이미 그것은 결코 우리와는 무관한 남의 일이 아니라는 말을 한다. 노인은 결국 우리의 미래 자화상인 것이다. 하지만 노인미디어교육은 단순히 노인들의 여가를 충당해 주는 수단이나 사치스런 장식품 정도로 여기는 구조화된 사회적 시선, 그리고 그런 사회적 시선 속에 노출되어 있는 열악한 교육환경, 노인분들의 심리적 박탈감과 무기력 등 이중, 삼중의 장애물과 만나야 한다.
지난 6월에 있었던 독립영상미디어센터 진주의 <노인 미디어교육을 위한 교사 및 기획자 워크숍>은 이러한 고민의 깊이를 노인미디어교육교사, 교육참여자, 교육협력기관담당자들의 만남을 통해서 확인하며 성찰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중 진주의 교육사례는 노인미디어교육에 접근하는 준비과정과 교육내용의 설정, 교육주체의 역할 등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진주의 교육주체는 교육 전 사전설명회라는 형식으로 다양한 공간의 교육 참여 대상층과 시설담당자와의 면접을 갖는다. 지역의 복지시설과 아파트의 노인정, 노인대학 등이 접촉한 공간이다(대부분의 교육주체는 교육대상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주변의 접근이 용이한 지역과 조직이 가능한 대상으로 범위를 축소한다. 이는 소외된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라는 의미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라는 측면과 교육의 효율적 운영이라 측면에서 이후라도 다시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그리고 해당 공간이 가지고 있는 환경과 다양한 조건 속에서 난관에 부딪치게 되고 교육대상을 선정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교육주체의 의지와 별개로 작용했었던 부분이 시설이나 노인 당사자들에게 있었던 건 아닐까? 그중에 중요한 원인이 교육의 내용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처음 계획했던 교육내용은 미디어읽기 중심의 교육이었다. 그러나 교육참여자들의 요구에 의해 교육의 내용을 대폭 수정하였다. (중간생략) 결론은 교육에서 교육참여자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 하였고 우리가 진행하는 미디어교육의 큰 방향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교육참여자의 의견에 따라 수정하는 것으로 결정하였다.(진주 노인미디어교육 “황혼에 꽃피는 농익은 봄날” 발제문 중)
진주의 커리큘럼은 8차시밖에 되지 않지만 교육내용에 있어서는 주류매체의 노인에 대한 표현을 알아보는 비판적 미디어읽기교육, 그리고 디지털카메라와 디지털캠코더를 통한 제작교육까지를 망라하고 있다. 이는 노인에 대한 특성과 이해를 바탕으로 교육기획이 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미 고령화 사회로 들어섰고, 노인들이 미디어에 접근할 수 있는 사회문화적 조건들을 개선하기 위해서 노인미디어교육을 한다고 이야기했지만 그 안에서 풀어내야 할 내용은 현실에 대한 고려없이 기계적으로 현장에 적용하려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이와 같은 내용으로 교육참여자들에게 설명이 되었을 때 그 당사자들이 느끼는 뜨악함은 이미 예상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는 진주뿐만이 아니라 미디어교육 현장 어디에서나 고민해 봐야 하는 문제이다. 책이나 이론으로 풀어가기보다는 현장에 기반하고 교육참여자들의 조건과 요구가 반영되는 수용자 중심의 교육기획이 필요하지만 많은 미디어교육의 기획은 실제로 현장에 대한 사전조사와 그 환경에 대한 특성의 이해를 통해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교육기획자가 교사, 교육운영책임자 등의 역할을 모두 맡아야하는 현재 미디어교육의 현실 속에서 발생하는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하는 것이며 이는 시급히 풀어야할 우리 미디어교육의 숙제이기도 하다.) 
때문에 팽택 대추리에서 이루어진 교육사례는 놀이로서의 미디어교육으로 기획되어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미디어에 대한 이해, 비판적 미디어 읽기 등의 어려운 접근(사회적 현실의 인식을 통한 개선 등)보다는 실제로 겪은 방송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는 것을 매개로 하여 직접 자기목소리를 내고 자기의 삶을 기록하는 형식으로 이어지는 생애구술사로서의 미디어교육의 가능성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의 교육이었다. 이는 교육참여자들인 노인들의 시선에서 눈높이를 맞추고 교육의 내용이 진행되었다는 것에 그 의미가 있으며 진주의 교육주체도 적극적으로 교육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풀기 위해 교육내용의 신속한 수정 등을 통해서 노력한 부분도 주목해야할 부분이다.부산 위민의 할배, 할멈 재기발랄 회춘프로젝트 “나도 영화를 찍을 수 있다”는 확장된 형태에서의 노인미디어교육의 장기성 확보라는 측면에서 그 의미가 있다. 특히 단순제작과 기능교육 중심 위주인 일회적인 교육의 한계에서 벗어나 2005년부터 계속적인 후속작업과 교육참여자들과의 소통을 통해서 영화제작 전반의 과정을 직접 수행하는 주체로서 노인들의 참여가 이루어졌다는 것은 이후 노인미디어교육이 지속적이고 장기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노인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본격적인 노인미디어교육이 시작된 지 약 2~3년의 시간이 지났고 다양한 실험들이 이루어졌다. 그 과정에서 경험한 노인계층에 대한 특성(대화의 단절, 배우려는 욕구, 반복학습의 필요, 기능교육에 대한 요구 등)과 고려조건(문해력, 학력, 성별, 경제적 조건, 미디어 접근권, 이동권 등) 등에 대한 이해는 이후 노인미디어교육을 기획하고 운영하는데 있어서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문화를 총체적인 삶의 양식이라고 하듯, 노인에게도 문화는 일상이고 삶일 것이다. 하지만 신체적인 노화뿐만이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열악한 조건에 처하게 되는 대다수의 노인들은 사회활동이나 문화활동을 하는데 많은 지장을 받고 있다. 특히 노인들의 문화라고 할 수 있는 형식이나 내용은 부재한 것이 현실이다. 대다수의 노인들은 정보와는 단절된 채 경로당이나 노인복지시설에서 소일거리로 시간을 보낸다. 특히 대도시를 중심으로 있는 문화의 집이나 복지센터의 교육프로그램은 경제적 조건이나 학력에 따라 노인분들 안에서도 심한 접근의 제약이 따르게 되는 그들 안에 차별이 만들어 지기도 한다. 
때문에 노인분들이 이용하는 시설의 담당자들과의 적극적인 협력은 필수적이다. 이번 워크숍에 참석한 진주종합복지관의 사회복지사의 발언에서도 볼 수 있듯이 노인분들의 문화적 특성과 집단의식의 이해를 바탕으로 효과적인 노인분들과의 의사소통의 코드를 연구해야 할 것이다. 이미 노인시설의 담당자들은 그들과의 인간적 신뢰를 바탕으로 그들의 생활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노인미디어교육 담당자와 협력기관 담당자와의 원활한 의사소통은 노인미디어교육의 성패를 좌우할 수도 있다. 노인미디어교육은 그분들이 살아오신 생활경험과 역사성에서 비롯된 다양성을 인정하고, 수용자 중심적 시각에서 미디어교육을 적용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인간이면 누구나 평생에 걸쳐 배우고 익혀야 하는 평생학습에 대한 인식의 증대와 노인들의 경제적·교육적 수준의 향상으로 인해 노인을 위한 교육은 보다 적극적이고 다양한 모습으로 바뀌어 갈 것이다. 궁극적으로 노인미디어교육은 노인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삶과 사회에 대하여 힘을 갖도록(empowerment) 돕는 것이어야 한다. 교육은 그들이 이미 습득한 기술을 유지하고 새로운 기술변화에 적응하는 수단일 뿐만 아니라 삶에 있어서 자기만족이나 목적의식, 자아정체성을 강화시키는 것이어야 하며, 개인이나 집단이 자신의 삶과 지역 및 전체 사회 속에서 힘을 갖도록 도와주는 것이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노인미디어교육은 사회적으로 편견 지어 있는 것처럼 불필요한 장식품이나 사치품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자기성장을 위한 공급원이자 노인들이 가진 중요한 욕구들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원천으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더욱 더 많은 고민과 토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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