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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44호 현장] 지역에서 노인미디어교육의 준비와 과정 그리고 남은 숙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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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44호 / 2007년 8월 10일

 

 

지역에서 노인미디어교육의 준비와 과정 그리고 남은 숙제들 

정혜정(독립영상미디어센터 진주 교육팀장)
원고청탁을 받고 처음엔 이리저리 내뺄 궁리만 하였다. 사실 이미 계획되어있는 교육의 일정들이 많기도 했고, 지역에서는 교육을 기획하고, 교육 참여자를 모으고, 교육 커리큘럼을 짜고, 교육을 진행하는 모두를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없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글이라도 적어야 진지하게 고민하고 평가하고 다음의 교육을 준비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들 수 있다는 너무나 뻔한 설득으로 나는 홀랑 넘어가고 말았다.
글의 제목처럼 우리지역에서 노인 미디어교육을 준비하는 과정과 교육의 과정 그리고 워크숍을 진행하며 나름대로 드는 생각들을 인천 반지하에서 배운 스토리텔링으로 써 가고자 한다. (미리 알려두지만 본인은 글을 쓰는 것에 정말 자신이 없다.)

찾아가는 상영회
‘황혼에 꽃피운 농익은 봄날’ 이란 제목으로 진주에서는 처음으로 노인 미디어교육을 기획하고 교육을 실시하였다. 찾아가는 상영회와 미디어교육, 노인 미디어교육을 위한 교사 및 기획자 워크숍의 순서로 사업을 진행하였다.
찾아가는 상영회는 두 가지의 목적을 담고 있었다. 하나는 노인의 모습을 다양하게 담고 있는 영화를 어르신들과 함께 보면서 어르신들이 느끼는 현재의 자기 모습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상영회와 함께 미디어 교육을 설명하고 교육 참여자를 모으고자하는 의도가 다분히 많았다.
그런데 이런...-.-;;
처음부터 기획자의 의도와는 다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어르신들은 한 시간 반 남짓 되는 영화를 보지 못했다. 우리가 선택한 복지관이 워낙 고령의 어르신들이 이용하는 공간이기도 했지만 어르신들은 그분들의 말을 빌리자면 “늙은이 나오는 건 재미없어”였다.
150명 남짓 모인 어르신들이 상영20분을 넘어서자 한 분, 두 분 자리를 떴고 30분이 넘어서면서는 30명 남짓 영화를 보고 계셨다. 남아서 끝까지 보고 계신 어르신들은 내가 보기에도 영화가 재미있어 보는 것 보다는 젊은 애들이 와서 애쓰는데 봐주는 척이라도 해주자는 느낌이 정말 강하게 다가왔다.
“아차!!”
속으로 소리를 질렀지만 이미 늦은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등에서 식은땀이 흐른다.
워크숍에서도 몇 차례 지적된 내용이지만 노인 미디어교육을 기획하고 준비하면서 그분들에 대한 이해나 사전조사 없이 막연하게 ‘이럴 것이다.’ 라는 생각으로 섣불리 시작한 것이 화근이었다.
후에 미디어교육을 설명하기 위해 아파트와 마을단위의 노인정에서 어르신들을 찾아뵙고 알게 되었다.
“우린 늙은이들 나오는 거 싫고 소싯적에 보던 웃고 재미있는 내용이 좋아. 그렇다고 너무 경박스러운 건 싫고.. ”
어르신들이 이런 생각을 가졌을 줄이야... 
여론을 수렴하여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어르신들의 소싯적 모습이 담겨있는 영화를 골라 무사히 찾아가는 상영회를 마칠 수 있었다.

노인 미디어교육 참여자 모집하기
교육생을 모집하기 위해 진주에서 어르신들이 주로 이용하는 복지관(청락원, 상락원, 종합사회복지관)과 아파트의 노인정을 찾았다. 먼저 종합사회복지관의 경우 한 프로그램 당 80~100명의 인원이 참가하는 대규모의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상락원은 시설을 이용하시는 어르신들의 나이대가 70대 이상인 어르신들이 많아 쉼터의 개념으로 이용하고 있었다. 청락원은 가장 최근에 설립되어 운영되고 있었고 복지관을 이용하는 연령대도 가장 젊었으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담당자를 만나 노인 미디어교육에 대한 자료와 영상을 보여드리며 설명을 드렸다. 담당자도 좋은 프로그램이고 필요하다고 인식하였지만 이미 상반기 프로그램의 일정이 잡혀 있어서 교육을 함께 하지는 못하였다.
두 번째는 아파트와 마을 단위의 노인정을 찾았다. 적게는 세 분 정도 계시는 곳에서부터 많게는 여섯 분 정도 모여서 텔레비전을 보시거나 점심식사를 함께하는 정도로 이용하고 있었다.
그나마 활동을 하시는 분들은 노인대학이나 복지관을 이용하고 있었고 노인정에 계시는 분들은 연세가 많아 움직이기가 불편하거나 몸이 불편하신 분들로 미디어교육을 진행하기에는
한계가 있었고 어르신들도 배움을 원하시지 않으셔서 교육을 진행하지 못하였다.

세 번째로 교육대학내에 있는 노인대학을 찾아 미디어교육 설명을 하고 신청서를 받았다. 평소 미디어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신청을 하였다. 그리고 진주시 종합사회복지관에서 미디어교육 설명회를 하고 미디어교육 참가자 신청을 받았다. 10분이 참가 신청을 하였지만 복지관에서는 50명 이상이 참여하는 교육 위주로 진행되고 있어 공간이 없었다. 따라서 복지관을 이용하시는 어르신들이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것에 대한 부담으로 교육에 참여하지 못하였다.
이후에 안 사실이지만 복지관에 공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처음 복지관을 찾아가 복지관 소장님과 교육설명회에 대한 논의를 하였고 담당 복지사와 논의하지 못하여 담당자는 공간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여 복지관 내에서 교육이 진행되지 못하였다.

교육 참여자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1. 교육을 기획하는 단계에서 지역의 노인들의 생활을 밀착해서 조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르신들의 취향을 모르고 있었다.
2. 지역에서 노인복지가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고 복지의 차원에서 문화생활은 어느 정도 향유하고 있는가에 대한 조사가 없었다.
3. 복지관의 이용실태를 면밀하게 조사하지 않아 복지관을 이용하시는 어르신들이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것에 대해서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
4. 교육 참여자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 교육생의 수를 채우려고 처음 기획하는 단계에서 가지고 있던 미디어교육 참여자로서의 노인에 대한 상을 놓치고 있었다.
5. 미디어교육에 대한 설명회를 진행하면서도 그분들의 눈높이에서, 그분들의 언어로 다가가지 못했다.
6. 관련시설과 인적 체계에 대해 모르고 접근하여 오히려 교육의 기회를 잃는 경우가 발생하였다.

교육과정
처음 미디어교육을 기획하는 단계에서 우리는 영상을 제작하거나 사진을 찍는 직접적인 활동 보다는 주류 미디어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노인의 모습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미디어읽기 교육이었다. 
지역에서 처음으로 노인 미디어교육을 기획하였기 때문에 일단은 어르신들이 주류미디어를 어떻게 보고, 느끼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고, 현재의 상황을 파악한다고나 할까? 처음부터 장비를 들고 직접 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거라는 판단을 하였다. 그리고 방문진의 방송진흥사업 성격상 미디어 읽기교육을 기획하였다.

그러나 어르신들은 이미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디지털카메라와 캠코더에 노출되어 있었고 이 분들도 마음속으로는 한번쯤 직접 사용해 보고 싶은 마음은 있었던 이유로 배우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다. 우리도 참여자의 의사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다양한 미디어를 경험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판단하여 사진 찍기와 영상촬영으로 어르신들의 생각을 이야기 하고 담아내는 교육으로 수정하여 진행하였다.
디지털카메라로 사진 찍기를 하면서 반 셔터로 초점을 맞추어 찍는 연습을 이틀 동안 하시고는 이제는 된다면서 아이처럼 웃으시던 모습, 캠코더 앞에서 지긋이 눈을 감으시고는 아내에게, 아들에게, 며느리에게 “미안하다” “고맙다” 하시면서 얼굴보고는 하지 못한 마음속 이야기를 하나하나 풀어놓으시던 진지한 얼굴, 끊임없이 강사들에게 들려주던 사는 이야기들이 어르신들을 이해하고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노인 미디어교육을 위한 교사 및 기획자 워크숍>에서 나누었던 이야기들
지난 6월 21~22일 이틀간 독립영상미디어센터 진주에서 열린 <노인 미디어교육을 위한 교사 및 기획자 워크숍>은 크게 사례발표와 토론으로 진행되었다.
사례발표와 질의응답을 진행하면서 워크숍에 참여한 미디어교육 교사나 기획자들은 노인 미디어교육의 필요성에 대해서 동의 하였다.
그렇다면 노인 미디어교육에서 목적과 방향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교육을 하면서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노인의 이해, 노인 미디어교육의 특징에 대해, 그리고 우리가 교육 참여자를 모집하면서 드러났던 문제인 노인관련 기관과의 관계설정과 교육이 단순한 교육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후속 활동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에 대한 토론으로 이어졌다.

1. 교육 참여자의 이해와 고려해야할 점들
어느 교육이나 교육 참여자에 대한 이해가 가장 우선되어야 하는 조건이다. 미디어교육을 진행하면서 어르신들을 장기간 지속적으로 만나온 교사들이 말하는 특징들은 다음과 같다.
교육시간보다 한 시간씩 일찍 나오고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교육에 임하는 모습에서 배우려는 욕구와 열정은 젊은이들 못지않다는 것이 교사들이 얘기하는 공통점이었다.
그러나 교사들이 가장 힘들어 했던 부분이 어르신들과 소통하는 문제였다고 한다. 교사와 참여자로서의 관계와 참여자들과의 관계에서 어르신의 일방적인 대화방식과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들이 교육과정에서 문제로 드러난 부분들이다.
어르신들이 살아오신 문화적 흐름으로 볼 때 여성 보다는 남성에게 교육의 기회가 많이 주어지고 가부장적 분위기로 볼 때 남성과 여성을 함께 교육한다는 것은 어려움이 많아 분화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미 60~70년 이상을 살아오신 분들이기에 다양한 배경을 가진 계층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학력, 경제적 조건, 미디어에 대한 관심도와 미디어 접근권, 가족관계, 건강의 문제로 인한 교통의 문제까지 고려해야 한다.

2. 기관 간의 관계 설정
지역에서 미디어교육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그 중에서도 노인 미디어교육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만큼 복지공무원과 사회 복지사를 대상으로 하는 미디어교육 워크숍을 실시하는 방법이 제기되었다. 그리고 미디어센터에서도 교육목표와 실천전략을 명확히 하고 미디어교육의 효과성을 정리하여 내용을 전하는 것도 필요하다.

3. 활동의 장 마련(지속성 확보 방안) 
교육 이후의 활동의 장을 마련한다는 것은 우선 소통의 목적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후 교육의 과정을 설계하고 노인 미디어교육이 여러 곳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모델링하는 작업들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교육 참여자를 무작위로 모집하다보면 교육이후에 참여자들이 모이기가 쉽지 않다는 것에 착안하여 노인 공동체 중심으로 교육을 진행한다면 자연스럽게 후속 활동들이 이루어질 수 있고 이런 활동을 코디할 수 있는 코디네이터의 필요성도 제기되었다.
활동할 수 있는 인적자원이 있다고 해서 활동이 되는 것은 아니기에 지원제도(장비마련 등)를 마련하여 일상생활에서의 노인 참여 미디어 구조를 만들어야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남은 숙제들

복지관 담당 복지사에게 ‘지역에서 노인 복지의 현황’에 대한 토론을 부탁했었다. 워크숍을 기획한 나는 복지사가 워크숍을 통해 노인 미디어교육을 이해하고 미디어교육의 필요성을 스스로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아직도 지역에서는 미디어교육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이것은 지역에서 미디어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많은 숙제로 남아있다.
독립영상미디어센터 진주를 알리고 미디어교육을 알려내는 것, 관계기관과 복지공무원과의 관계, 교육 참여자의 눈높이로 준비하는 자세, 소통하려는 열린 마음. 
이 많은 숙제를 언제 다 할 수 있을까?

“처음부터 잘 할 수 있나? 이런 시행착오들이 다 약이 되는 것이지!!”
이 말은 노인 미디어교육을 시작하면서부터 워크숍을 마칠 때까지 사무국장에게 내가 했던 말이다. 부족한 준비를 합리화하는 말이기도 했고, ‘황혼에서 꽃피운 농익은 봄날’을 평가하는 전체적인 표현이기도 하다.
부디 우리와 같은 시행착오는 하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정말 “쪽”팔리지만 있는 그대로 적었다. 이렇게 긴 글을 써보기는 내 평생 처음이다.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에게 감사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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