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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45호 인터뷰] “마음으로 보는 세상” - 특별하지 않은 사람들의 특별한 사진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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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6. 8. 12.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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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45호 / 2007년 9월 12일

 


“마음으로 보는 세상”

- 특별하지 않은 사람들의 특별한 사진전 -
 
박채은 (ACT! 편집위원회)
 
 

8월 여름 무더위의 끝자락, 일민미술관에서 특별한 전시회가 열렸다. 시각장애인들이 직접 찍은 사진들을 전시한 <마음으로 보는 세상(Seeing With The Heart)>. 시각장애인들이 사진을 찍었다는 사실보다도 이런 전시회가 그동안 한 번도 열린 적 없었다는 것이 새삼 놀라웠던 ACT! 편집위원회. 전시 마지막 날 일민미술관을 찾았다.

노란 점자유도블록을 따라 걸어 들어가자 소박한 사진들이 인사를 건넨다. 마지막 전시날이라 사람들이 부쩍 많다. 여기에 항상 소재거리에 목이 마른 방송국 카메라들도 가세해 있다. 전시 시작 전부터 화제를 불러 모았고, 많은 언론에서 보도가 되었던 전시회인지라 ACT!의 인터뷰가 비슷한 얘기들로 채워지진 않을까 하는 우려를 마음 한 켠에 두고 전시에 참여한 사람들과 얘기나누기 시작했다. 인터뷰는 전시회 자체가 성공적인가 아닌가 보다는 이번 전시회가 어떤 고민 속에서 출발했는지, 그리고 시작장애인들에게 어떤 의미를 주었는지와 같은 과정에 초점을 두었다. 인터뷰 속에는 최근에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장애인 미디어교육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주는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다.
우리 사회가 장애인들을 특별한 시각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는 그 순간이 차이가 차별이 되는 시점이다. 이 전시회는 시각장애인이 찍었기 때문에 특별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함께 살아가는 시각장애인들의 생각과 느낌을 공유하는 것, 그리고 그 공감을 즐기는 그 지점에서 소통이 시작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이 전시회는 ‘최초’라는 수식어를 넘어, 장애인들이 문화적 욕구들을 계속 펼쳐나갈 수 있도록 하는 조건들과 환경들을 만들어 나가야 할 큰 과제를 남겼다. 이러한 전시회가 ‘특별한 이벤트’가 아닌 장애인들의 당연한 권리이며, 보편적 문화로서 자리 잡아 나가길 기대한다.
인터뷰 참석자 : 강완식(시각장애 1급, 전시참여작가), 조현대(시각장애 1급, 전시참여작가), 양종훈(상명대 사진학과 교수, 기획책임), 길소라(상명대 사진학과 06, 멘토), 채민주(상명대 사진학과 06, 멘토)
* 인터뷰는 개별적으로 진행되었고, 다음은 각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재정리한 것이다.
ACT! : <마음으로 보는 세상> 사진전을 기획하게 된 배경을 말해달라.
양종훈(기획책임) : 2007 동아미술제 공모 전시기획으로 선정되었다. 우리나라 처음으로 시각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한 사진기획전이었다. 시각장애인들을 만나보면서 시각장애인들도 사진을 찍고 싶은 욕구가 상당히 강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2005년 12월에 시각장애인들과 함께 킬리만자로를 등반한 적이 있다. 그때 아이디어를 얻었다. 보지는 못하지만, 남에게 보여주려는 강한 욕구들을 분명히 느낄 수 있어서 이런 기획을 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 시각장애인들도 여러 다양한 예술활동, 취미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이 전시의 목적이다.
ACT! : 사진전에 참여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강완식(전시참여작가) : 사진은 내 모자란 부분, 안 보이는 부분을 커버해 주는 도구일 수도 있고, 여러 가지 측면의 의미가 있다. 그동안 나는 주로 사진을 찍어서 멀리 있는 간판도 보고, 글씨도 찍어서 사진기에서 보고, 그런 도구로 사용해왔다. 나에게 사진은 “잘 안보이니까 사진을 찍어서 잘 보자” 이런 의미였다. 근데 사진을 찍다보니까 우리 아기라든지, 어떤 사물이라든지 내가 느끼는 대로 표현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리고 사진 찍은 걸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기도 하고 내가 사진을 찍으면서 즐거웠으니까 사람들도 보고 즐거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참여하게 됐다.

조현대(전시참여작가) : 전에는 사진에 대해서 별로 관심이 없었다. 시각장애인들은 일반적으로 사진 찍기를 싫어한다. 자신들이 못 보니 화가 난다는 친구들도 있고, 그거 찍어서 뭐하나 하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비장애인들은 사진찍기를 참 좋아하더라. 그걸 보면서 사진으로 남겨놓고 싶다는 마음이 좀 생기기 시작했고, 해가 가면서 사진에 대한 욕구가 점점 쌓여갔다. 최근에는 카메라도 하나 샀다. 마침 사진전시회 공고가 나서 배울 것도 있을 것 같아 참여하게 되었다.
 
ACT! : 사진을 처음 찍어본 시각장애인들의 경우, 교육이나 지원 등이 필요했을 텐데, 사진전 준비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졌나?양종훈(기획책임) : 전시회 전까지 한 달 반 정도의 시간이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10명의 전시참여자들을 선정하였고 짧은 교육이 이루어졌다. 참여한 시각장애인들에게 디지털카메라 한 대씩을 선물해서 가지고 다니면서 찍을 수 있도록 했다. 상명대 사진학과 학생들 10명은 멘토가 되어서 시각장애인들과 같이 작업을 했다. 길도 안내해 주고, 사진도 가르쳐 주고, 앞에 뭐가 있는지 말로 얘기를 해 주기 위해서 팀을 이뤄서 가게 되었다. 멘토가 없었다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릴 수도 있고, 좀 위험하기도 하고 그랬을 것이다.
길소라(멘토) : 모임 첫 날 시각장애인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활동을 보조할 때 어떻게 잡아줘야 하는지 그런 기본적인 것들에 대해 교육을 받았다. 사실 그 전까지 전혀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어서 교육 받고 바로 만났을 때, 좀 긴장되긴 했지만 도움이 되었다. 시각장애인분들과 만나서 집 위치가 가까운 사람들로 파트너를 정했다. 시간 약속 정해서 시간 될 때마다 만나서 찍고 싶은 것 찍고 가고 싶다는 데 가고, 사직 찍은 거 봐주고... 찍는 방법만 알려줬다. 디지털 카메라이니까... 너무 사진 중심으로 얘기를 해버리면 부담감을 갖게 될까봐 기본적인 촬영방법이랑 앞에 뭐가 있는지만 설명해 주고 나머지는 참여하신 분들이 알아서 하도록 했다.
 
 
조현대(전시참여작가) : 사진전시회라고 해서 사진에 대한 기본 교육을 좀 할 줄 알았다. 그걸 좀 기대했는데, 사실 그건 없더라. 멘토들도 장애에 대한 교육을 시각장애인연합회에서 2-30분 정도 받은 걸로 안다. 하지만, 이걸로는 좀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비장애인들은 장애인에 대해서 너무 모르고, 장애인 역시도 비장애인에게 다가가려면 어느 정도 교육이 필요하다. 양쪽 모두 상호보완적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오랫동안 느껴왔다. 이번 전시회에서도 원활하게 작업들이 이루어지려면 사전에 그런 교육들이 반드시 있었어야 했는데, 그런 것들이 없어서 많이 아쉬웠다.ACT! : 시각장애인 사진전 준비과정에서 어떠한 점을 특히 신경썼는가?
양종훈(기획책임) : 시각장애인들은 사진을 찍을 때 뭔가 특별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상당히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가능하면 시각장애인들이 편안한 마음을 가지고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사진의 결과에 대해서 너무 걱정하지 마라, 여러분들이 찍은 것을 삭제하지 말아달라.” 이렇게 요청했지만, “이거 어떻게 나왔느냐” 누구한테 물어보던지 해서, 삐뚤어졌다고 하면 지우거나 자기 생각에 잘못 나왔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바로 삭제를 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런 부분을 설득시키는 게 좀 어려웠다. 처음에는 시각장애인다운 사진이 별로 없었다.
채민주(멘토) : 이 전시 타이틀이 <마음으로 보는 세상>인데, 파트너 언니(강미현, 전시참여작가)는 맨 처음에 뭘 어떻게 찍어야 할지 무척 막막해 하더라. 나한테 사진 찍은 거 보여주면서 이상한 거 있으면 지우라고 하고... 그럴 때마다 “이 사진은 자기가 드러나면 되는 사진이다” 그러면서 대화를 많이 하려 했다.
ACT! : 시각장애인들이 처음에 무엇을, 어떻게 찍어야 할지 막막해 할 때 어떤 노력들을 함께 해 나갔나?


채민주(멘토) : 처음에는 작은 것부터 찾아갔다. 집에서 일상적인 것들, 카메라를 항상 들고 다니면서 일상적인 것을 찍으면서 시작을 했고, 그 다음에 언니한테 가장 소중한 게 뭐냐고 물어봐서 소중한 것을 찾으면서 찍어 나갔다. 언니 사진은 움직이는 피사체보다 고정적인 피사체가 많았다. 왜 고정적인 피사체가 많은지 물어보니까 눈이 안보이니까 움직이는 것을 잘 잡아낼 수 없었다고 한다. 물론 카메라 자체도 비장애인이 보는 것처럼 찍힌다. 그래서 자기가 보는 것처럼 안 나오니까 그것도 답답했던 거다.
솔직히 이번 전시 작업 자체는 막말로 디지털 카메라를 주고 그냥 찍으라는 거다. 이 작업 자체가 시각장애인들 자기가 보는 세상인데, 너무 카메라가 보는 세상처럼 나오면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 같아서 그 사람이 보는 시각으로 사진이 나올 수 있게 노력을 좀 기울이고 싶었다. 그래서 아예 언니가 세상을 볼 때 어떻게 보이냐고 물어보고 그런 시각을 찾기 위해서 손가락을 렌즈 앞에 동그랗게 대고 부분만을 보이게 한다든지, 앞에 뭔가를 씌우고 뿌옇게 보이게 한다든지 그런 시도를 해봤다. 내 나름대로... 교수님들이랑은 이런 얘기 안해봤지만... (웃음) 사실 디지털카메라가 다 똑같으니까 이런 시도가 잘 드러나지 않고 잘 안돼서 아쉽다. 그래도 사진에는 자기가 드러나기 마련이라 그 사람 자체가 꾸밈이 없고 사진에 기교를 넣어서 잘 찍어야지 그런 맘이 없으니까 사진 자체는 꾸밈없이 자기가 보는 시각으로 나온 것 같아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ACT! : 비장애인과 시각장애인의 사진찍기가 차이가 있다고 느끼는가?채민주(멘토) : 코로도, 귀로도 세상을 볼 수 있고, 냄새를 맡고 상상하면서 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가 다 같이 바다로 촬영을 간 적이 있었는데, 참여한 작가분이 갈매기를 찍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갈매기가 어디 있는지 알아요?” 그랬더니 자기는 갈매기 소리를 듣고 어디 있는지 보인다며 허공을 향해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걸 보면서 아 눈으로 보는 것만 보는 게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조현대(전시참여작가) : 전시를 주최한 분들은 “시각장애인들은 우리하고 뭔가 다를 것이다”라는 기본적인 전제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 ‘다르다’는 데에 강한 초점을 가지고 이 사진전을 기획하다 보니, 시각장애가 있으니까 우리(비장애인)가 생각하지 않은 작품들이 나올 거라는 기대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우리가 1주일 동안 계속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면서 찍었는데 사진을 쭉 살펴보더니, 그 결과 자체가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차이가 없더라는 거다. 근데 그거는 당연한 거다.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 왜 달라야 하는가? 같이 이 땅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단지 눈이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다르고 뭔가 그렇게 다르게끔 살아가야 하는 건지... 그때 이 전시의 기획이 무언가 불완전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ACT! : 이번 전시를 위해서 시각장애인들이 수많은 사진을 찍었는데, 전시된 사진은 몇 작품이었다. 어떤 기준으로 사진을 선택하였는가?
양종훈(기획책임) : 전시를 준비한 스탭들과 함께 전시할 사진을 골랐다. 시각장애인들이 찍어낼 만한 사진, 비장애인들이 차마 셔터를 누를 수 없는 뷰(view)가 있다. 새가 끝에 하나만 날라간다던지, 한쪽 코너에 사람이 살짝 걸친다든지, 그런 부분들이 있는 것을 선택하려고 했다. 시각장애인만이 가지고 있는 자기 나름대로 마음으로 보는 세상을 표현한 사진들, 그런 에너지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었는데, 그런 것들이 맞아떨어진 사진들을 선택했다.

 
ACT! : 선정과정에 스탭분들 외에 시각장애인들도 참여하였는가?조현대(전시참여작가) : 안타깝게도 시각장애인들은 자기가 찍은 사진을 보지를 못한다. 내가 찍은 사진이라도 누가 보고 설명해 줘야 알 수 있다. 그래서 자기 스스로 이건 잘 됐다 아니다를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자기가 선정하기는 힘든 부분이 있었다. 이런 이유들로 주최 측에서 사진들을 골랐는데, 내 개인의 경우에는 내가 생각했던 사진보다는 전시기획한 쪽에서 원하는, 보기 좋은 사진이 채택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채민주(멘토) : 사실 전시를 해야 하기 때문에 너무 일상적인 사진은 전시 목적과 안맞는 것 같아서 테마를 정해서 촬영을 했다. 처음에는 그냥 찍다가 ‘소중한 것’, ‘빛’, ‘다른 시선’, ‘up & down’, ‘가고 싶은 곳’, ‘만질 수 있는 사진’ 등의 테마를 중심으로 사진을 점점 추려냈다. 마지막에는 전시 까페에 사진을 올려서 작가들의 의견을 듣고 자기 자신들이 사진을 찍을 때 마음이나 그때 상황들에 대한 캡션을 달도록 했다.
ACT! : 시각장애인들의 사진전시회가 처음으로 열려서인지 언론의 관심이 대단히 높았다.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조현대(전시참여작가) : 언론에서 이런 전시가 처음이여서 막연한 호기심으로 많이 왔다. 신문기사를 보니까, 시각장애인들의 얘기는 2-3줄이고, 전부 상명대에서 이런 좋은 일을 했다는 내용이 주였다. 시각장애인들이 들러리밖에 안되는 상황이 되었더라. 상명대학교 사진학과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시각장애인들 이미지를 제대로 볼 수 없었다는 모니터 평을 들었다. 언론이 크게 잘못 생각하고 접근하는 게 뭐냐면 시각장애인이 사진전을 한다는 사실을 신기함, 흥미로 다루고 있다는 거다. 이 생각 저 생각 없이 여기저기서 모여들었는데, 기자들이 오면 두말할 필요도 없이 딱 물어보는 게 “힘드셨죠?”다. 아니, 왜 그런 쪽으로만 생각할까? 나는 그런 언론의 태도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사진을 찍는 것은 기쁜 마음, 즐거운 마음으로 하는 건데, 왜 힘드냐는 질문이 먼저 나오는 것일까? 장애인들은 전부다 힘들고 어렵게 사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으니 사진을 찍는 것도 힘든 게 당연하다고 생각을 하는 건가? 아닌데... (웃음) 왜 그래야 하나? 물론 힘이 전혀 안들 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내가 찍은 사진이 내가 아는 사람들에게 보여 지고, 우리는 그 모습들을 보고 느끼고 즐거워하는 사람들이다.
ACT! : 개인적으로 이번 전시회의 의미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강완식(전시참여작가) : 눈으로 본다고 그게 전부가 아닌 것처럼 시각 장애인도 시각 장애인 나름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다. 사진이라는 매개를 통해서 나에 대해서도 더 생각해 보게 되었고 ‘본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좀 더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이런 기회를 갖기가 쉽지 않다. 물론 시각장애인들도 사진을 찍기도 하고 그렇지만, 찍어서 비장애인들한테 보여주고 하는 기회가 많지 않은데, 이번 기회를 통해서 참여하시는 분들이 도전을 해보는 것에 대해서 좋았던 것 같다. 이런 전시가 자주 있고, 이런 기회를 통해서 사회에서 갖고 있는 시각장애인에 대해 시각 차이를 좁혀나갔으면 좋겠다.
조현대(전시참여작가) : 이제 시작인 것 같다. 비장애인과 장애인들이 교육을 통해서 서로에 대한 이해가 있었어야 하는데,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사진을 찍는데, 시각장애인들이 마구잡이로 사진을 찍다보니까 이론적인 부분이 부재했다. 앞으로 이러한 기획이 좀 더 알차게 잘 된다면, 앞으로 시각장애인 중에서도 좋은 사진작가가 나올 수 있다. 이론도 배우고 지식도 습득하고 그렇게 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좋은 전시회가 나오리라고 본다. 이번의 의의라고 한다면, 사진전시회가 기획돼서 시각장애인도 자신들의 표현을 사진으로 할 수 있다라는 것을 사회적으로 보여줬다는 것이다.
ACT! : 이번 전시회가 여러 가지 성과와 과제들을 남겼을 거라 생각한다. 전시회 이후의 계획은 무엇인가.
양종훈(기획책임) : 시각장애인들이 이러한 작업을 지속적으로 하다 보면 자기 정신적 세계에까지 영향이 미친다. 이런 것을 세계에서는 제 3의 언어라고 한다. 시각장애인들이 찍은 사진을 또 다른 언어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꼭 말이나 글만이 언어는 아니기 때문이다. 앞으로 우리는 1년에 한 번씩 이런 기회를 가져나가려고 한다. 또 매년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사진전 뿐만 아니라 우리 학교에는 게임이라던가, 패션이라던가 이런 학과들이 있으니까 이런 것을 접목 시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런 작업은 지속성이 있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조현대(전시참여작가) : 상명대학교 측에서는 10명을 계속 뽑아서 1기, 2기, 3기 이런 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물론 이번 전시에 참여한 10명의 시각장애인들이 모두 전문적으로 사진작업을 해 나가지는 않겠지만, 상명대학교에서 기왕 시작을 했으니 분기별 친목 모임 정도가 아니라 사진에 대한 욕구가 있는 사람들에게 정말 도움을 주려면 더 적극적으로 나와야 된다고 생각한다. 언론에서 상상 외로 관심은 일단 보였지만, 이건 반짝하고 말 수가 있다. 다른 후속타가 있어야 한다. 시작은 좋은데 잘못 하면 흐지부지 될 수 있다. 시작한 사람들의 책임이 그만큼 커졌다는 거다. 앞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시각장애인들에게 도움을 주고, 관심이 있는 시각장애인들도 더욱 열심히 해야 한다.

ACT! : 시각장애인들이 이러한 활동들을 지속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은 무엇인가?

조현대(전시참여작가) : 불고기를 안 먹어본 사람은 불고기 맛이 어떤지 모른다. 장애인이 바로 그런 거다. 그동안 문화적 욕구라든가, 자기 욕구를 발휘할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시각장애인들 스스로 왜 사진을 찍어야 되고, 왜 영화를 봐야 되고, 왜 스포츠를 해야 되는지 모른다. 그 기쁨 자체를 모른다. 왜냐? 해본 적이 없으니까. 앞으로는 그런 경험, 예술이라든가, 문학이라든가, 꼭 사진에 국한되는 게 아니다. 그런 분야에 계기가 주어지고, 그 맛을 안다면, 장애인들도 정말 활발하게 그 일을 하려고 할 것이다. 고기 맛을 봤을 때, 비로소 정말 이거 맛있구나 그렇게 되는 거라는 것, 그렇게 바라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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