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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49호 인터뷰] 장애인미디어정책, 복지가 아닌 권리로서 접근해야 - 국회 앞 1인시위, 장애누리 김철환 활동가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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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6. 8. 10.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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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49호 / 2008년 3월 11일

 

 

장애인미디어정책, 복지가 아닌 권리로서 접근해야 
- 국회 앞 1인시위, 장애누리 김철환 활동가를 만나다
 
박채은(ACT! 편집위원회)
 
대통령 취임식이 끝난 후, 국회 앞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점심시간, 우르르 몰려나오고 다시 들어가는 사람들 틈새에서 피켓을 들고 한 사람이 서 있다. 오늘로 벌써 한 달 째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장애인정보문화누리(이하 장애누리)의 김철환 활동가다. 장애누리는 지난 1월 30일 삼청동 인수위원회 앞에서 “인수위 홈페이지 장애인 접근권 보장”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시작하였고, 현재는 새 정부의 장애인, 정보, 방송정책의 부당함에 항의하며 국회에서 1인 시위를 계속 하고 있다. 2월 25일 대통령 취임식 날도 어김없이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다가 청와대 경호팀에게 끌려가다시피 밀려나고, 시위 피켓은 조각조각 부서졌다. 앞으로 정부조직개편과 방송통신위원회 출범, IPTV 도입 등 상황이 더욱 첨예해지고 상황에서 1인 시위는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 아니, 장애인들의 정보, 방송, 문화적 권리를 위해서는 또 다른 싸움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ACT!]는 장애누리의 앞으로의 투쟁에 연대와 지지를 보내며, 김철환 활동가와 나누었던 이야기를 싣는다.

ACT! : 수화통역사라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지금 활동을 하시게 되었는지 궁금하네요.

김철환 : 수화를 배우다가 장애계에 들어왔어요. 97년에 1회 민간 통역사 자격증 시험이 있었는데, 다행히 1회 합격을 해서 그때부터 통역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일반 직장을 다녔었는데, 우연찮게 수화를 배웠어요. 그러면서 청각장애 친구들을 사귀게 되었는데 수화라는 게 굉장히 매력적이더라고요. 직장도 다 그만두고 2년 자원 활동 하다가 그러면서 돈 다 까먹고 (웃음) 안 되겠다 싶어서 장애계로 들어왔어요. 이제 7년 8년 되어가네요.

ACT! : 활동하신지 오래되셨네요. 장애누리는 만들어진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알고 있는데, 장애누리 소개 부탁드려요.·

김철환 : 장애계 내에 정보문화, 미디어까지 포함해서 미디어운동이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요. 제 생각엔 그 이유가 방송위원회의 방송발전기금 지원 문제 때문인 것 같아요. 96년 97년 방송법 개정 문제 때문에 저도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싸웠어요. 당시 그 투쟁 과정에서 방송발전기금이 만들어졌지요. 방송발전기금, 어떻게 보면 떡고물이죠. 근데 이제 다들 기금 프로젝트 사업에 집중을 하다 보니 미디어운동이 제대로 안 되고 있어요. 지금 방송과 정보가 융합이 되면서 많은 게 바뀌는 시기잖아요. 굉장히 중요한 시기인데도 불구하고 정보나 방송, 문화 영역을 제대로 짚어내고 목소리 내는 단체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무모한 일이지만 장애누리를 만들었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언론 쪽에 드러나는 장애인의 인식 문제들, 잘못된 기사들을 모니터링하고 있고, 정책모니터링도 하고 있어요. 그리고 연대사업도 하고 있지요. 정책모니터링은 방송통신융합 과정에서 기구구성이라든가, 디지털 전환, IPTV 등을 하고 있습니다.

ACT! : 장애누리는 어떤 분들과 함께 만들었나요?

김철환 : 처음에는 영상동아리에서 시작이 됐어요. 장애인 문제를 영상으로 풀려는 몇 몇 친구들이 있습니다. 그 친구들하고 시작을 했는데, 영상을 통해서 드러낼 수 있는 게 한계가 있더라고요. 영상이 만들어졌다고 해도 일반 대중한테 보여 지는 데 있어서 제약도 있고요. 그래서 이건 아니다. 차라리 몸으로 뛰자! (웃음) 그런 얘기들이 나와서 정책제안과 운동을 할 수 있는 활동을 더 기획하게 되었고요. 지금 이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활동가는 저를 포함해 둘입니다. 다른 한 사람은 여성 활동가인데요. 사회복지를 전공한 친구에요. 사회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이쪽에 관심이 많다고 해서 같이 한번 해보자 제안을 했지요.

ACT! : 언론 모니터는 다른 단체에서도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인력도 많지 않은 상황에서 장애누리가 모니터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김철환 : 다른 단체에서 많이 하고 있지요. 그런데도 저희가 언론 모니터링을 계속 하는 건 이런 이유지요. 장애인차별금지법(*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4월 11일 시행 예정) 을 만들면서 차별 영역에 직접 차별 외에도 이미지에 대한 차별, 즉 언론 등을 통해서 주는 이미지에 대한 차별 조장의 문제를 법령에 담았었거든요. 그런데 국회 심의 과정에 규제가 과도하다는 이유로 이 조항이 빠졌어요. 언론이 보여주는 장애에 대한 이미지는 정말 문제가 많아요. 특히 기자들, 언론인들 장애에 대한 인식이 너무 많이 부족하죠. 언어는 인식에서 나온 것인데 언론의 용어사용에 대한 문제도 많더라고요. 진보적인 미디어라고 하는 오마이뉴스, 한겨레 같은 경우도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용어나 표현이 올라와서 저희가 문제제기도 하고 그래요. 그러면 미안하다고 하죠. 그리고 금방 바꿔주기도 하는데, 다른 언론은 잘 안 바꿔요. 모 언론 같은 경우는 인권위에 진정까지 냈어요. 진정까지 내고 나서 한 2달 끌고 그래도 바뀌질 않아요. 그 정도로 아직까지도 언론인들의 장애인식이 낮더라고요. 그래서 언론모니터링은 하려는 것이죠.

ACT! : 모니터링 결과가 모니터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법이나 정책까지 변화시킬 수 있는 데이터로서 가치를 가지는 것이겠네요.

김철환 : 그렇죠. 장기적인 의미에서 하고 있는 거죠.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저희가 의도했던 대로 장애인 차별의 한 부분으로서 이미지 왜곡에 대한 부분을 법안에 넣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정책개선운동을 계속 하려고 합니다.

ACT! : 정책모니터링은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시나요?

김철환 : 방송, 정보 문화 관련 현재 정책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여러 상황들을 모니터링하고 있어요. 최근 들어서는 “장애인 5개년 계획”에 대한 모니터링을 하고 있어요. 장애인에 대한 종합적 계획을 정부가 5년마다 수립을 하는데, 작년까지 2차 5개년 계획이 끝났어요. 올해부터 3차 계획이 시행되는데, 그 정책에 대한 모니터링 및 분석을 하고 있습니다.

ACT! : 이제 한 달째 1인 시위를 하고 계신데, 1인 시위를 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김철환 : 저희가 아직 시작한지 얼마 안 되어서 일단은 몸으로 뛰고 있습니다. (웃음) 저희가 인수위원회 정책을 모니터링 하다가, 장애인의 정보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특히 인수위 홈페이지 설계할 때 장애인 접근에 대한 고려를 전혀 안 했더라고요. 여러 차례 개선 제안을 했고, 1월 중순에는 말로만 하면 안 되겠다 싶어서 공문을 발송했는데도 1월 말까지 묵묵부답이어서 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어요. 진정을 냈는데도 반응이 전혀 없더라고요. “게시판에 리플 달아서 고려해보겠습니다.” 그 정도의 반응이 다였죠. 공식적인 요청을 했으면, 공식적인 피드백을 하던지 해야 하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어서 열 받아서 (웃음) 인수위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하게 됐어요( 1인시위보도자료 ). 그러던 중에 인수위에서 나오고 있는 정책 중에서 정부조직개편안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방송통신융합 대전제를 가지고 조직개편안을 냈는데, 정보와 방송 정책이 분리가 되어 있더라고요. 단순한 정보접근에 대한 요구보다는 방송과 통신이 융합되는 상황에서 장애인 정보 정책은 종합적으로 가야 한다 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1인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ACT! : 취임식 날도 1인시위 하셨지요? 그 때 좀 안좋은 일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김철환 : 제가 폴리스라인 안쪽으로 들어갔던 것도 아니었는데, 청와대 경호팀에서 과민반응을 했던 것 같아요. 며칠 전부터 계속 전화가 오더라고요. “자제해 달라. 청와대에도 보고됐고, 다 알고 있는 상황이니까 자제해 달라” 저희는 그 말을 들을 수 없었지요. 보고 됐으면 뭘 합니까? 반영이 안됐는데... (웃음) 그래서 그 날도 1인 시위 하러 9시쯤 국회에 갔어요. 폴리스라인은 안 넘어가고 신사적으로 가만히 있겠다 얘기했는데, 계속 회유를 하더라고요. 오늘 같이 좋은 날 이미지를 흐리게 하냐? 그래도 안 움직이니까 “앞으로 찍혀서 활동하기 어렵다” 하면서 반 협박을 해요. 그런 회유와 협박에 움직일 수는 없었죠. 그러다 취임식 시작되니까 청와대 경호팀에서 전경 몇 명을 데리고 왔더라고요. 그 때 마침 모 방송 기자가 저를 찍고 있었어요. 그런데 경호팀에서 와서 막 시끄럽게 해서 간접적인 취재 방해를 하더라고요. 그러더니 잠시 후에 청와대 경호팀이 “끌어내” 그러더라고요. “아니, 1인 시위 하는 게 뭐가 잘못됐냐고? 정당한 권리인데...” 항의했는데, 막무가내고, 몇 사람이 붙들고 가니까 밀려났지요. 그래도 1인 시위판을 사람들한테 보여줘야 하니까 계속 들고 있었는데 경찰 중에 한명이 시위판을 뺏고 부셔 버리더라고요. 그랬더니 옆에 있던 사람이 “잘했어” 하는데 정말 화가 났어요. 청와대 경호팀 입장에서는 청와대에서 흠집이 되는 일이 생기면 안 되니까 그런다고 해도 이건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행사장 안에서는 장애인들을 위한 배려, 기회... 하는 취임하는 대통령의 목소리가 들리고...

ACT! : 앞서 1인 시위를 하게 된 배경 중에서 정부조직개편안에서 장애인정보접근 정책이 분리되어 있는 문제를 지적하셨는데, 그 내용을 좀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세요. 왜 정보접근정책이 분리되어서는 안되는지...

김철환 : 개편안을 보다보니 사실은 급하게 이루어진 개편안이라 정리가 제대로 안되어 있더라고요. 지금은 이미 개편안이 통과되었는데, 그 내용을 보면 정보격차와 관련된 업무를 행정안전부로 넘기게 되어 있어요. 정보격차해소 관련 법률에 의해서 행정안전부 장관이 주무 장관으로 되어 있더라고요. 언뜻 보면, 그럴 수 있어요. 왜냐면 행정안전망을 총괄하니까 그 업무에다가 소외계층의 정보격차를 얹으면 효율적이라고 생각을 한 것 같아요. 근데 문제가 뭐냐면, 방송위가 하고 있는 방송격차 관련 사업은 방송통신위원회로 넘어가잖아요. 방송과 정보, 통신이 융합되는 상황에서 방송격차 문제는 방통위가 맡고, 정보격차는 행정안전부가 맡을 경우 정책의 이원화가 될 수 있다는 것 이죠. 또 다른 문제는 부처 성격이 행정안전부는 정부 부처이고, 방통위는 위원회적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손발이 맞을 리가 없다는 점이에요.

이럴 경우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데 한 가지 예로 UCC에 대하여 말씀드릴게요. 작년에 대선 모니터를 한 바 있는데, UCC가 큰 파급 효과를 가지고 있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듣거나 보지 못하는 장애인들은 접근의 어려움을 많이 겪었거든요. 현재 UCC에 접근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대책은 없어요. 방송 접근 중심의 서비스 구조에서는 UCC와 같이 신규 매체에 접근하는데 굉장히 큰 어려움이 있습니다. 만약 장애인이 UCC에 접근을 할 수 있게 된다면, 그것은 일단 정보에 대한 접근은 된 거에요. 근데 UCC를 접근해도 내용을 알 수 없는 것은 콘텐츠 접근이 안 된 거지요. 만약 방송통신 정보 정책이 이원화되면 정보 접근 정책과 콘텐츠 접근 정책이 따로 갈 수 있어요. 정보는 접근이 되고 콘텐츠에는 접근이 안 되는 상황... 한쪽이 100이라도 다른 한쪽이 0이면 합이 0이 되는 게 바로 이 접근 정책의 문제인 것이죠.

사실 정보격차는 앞으로 방송격차, 통신격차와 맞물리는 문제입니다. 현실적으로 방송통신융합 환경에서 장애인을 포함한 소외계층의 정보 접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방송통신위원회로 일원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저희의 입장입니다. 현재 방통위 구조가 모순적인 게, 인터넷 관련 업무는 가져가고 있으면서, 정보격차 문제를 왜 따로 빼는가 하는 점입니다. 지금까지 전래를 봐서는 행정안전부가 정보화에 대한 전문성을 가져가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정부 조직개편에서 이런 문제를 간과한다면 후에 정말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확실한 대안들을 마련해 나가야 해요. 지금도 사실 방송위의 방송격차해소 정책은 문제가 많습니다. 방송위가 제시한 정책을 보면, 과거 그 정책의 재탕이에요. “수신기 몇 대 더 보급하겠다. 지상파 중심으로 접근을 강화하겠다. 지금은 80% 하고 있는데, 90% 올리겠다.” 그러면 뭘 합니까? IPTV를 포함해서 새로운 미디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새로운 미디어는 방송이 가지고 있는 공공성, 공익성 철학을 심기에도 참 어려운 상황이라는 거죠. 주무기관인 방송위마저 새로운 미디어에 대한 공공 정책에 대해 눈을 감고 있는 상황인데, 이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분리가 아닌 집중을 통해 보다 강화된 접근 정책을 마련할 것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ACT! : 장애누리의 주장은 지난 1월 18일 전국언론노동조합이 기자회견에서 방통위 업무에서 정보 부분을 빼라는 요구와 배치되는 것 같은데요. 장애누리는 성명서를 통해 이를 비판하기도 하셨지요.

김철환 : 언론시민단체 혹은 언론노조 쪽에서는 방통위원회가 업무에 집중을 하려면, 정보 쪽 업무를 갖고 오지 않아야 한다고 보는 것 같아요. 물론 일리가 있지만, 사실 방송과 통신, 그리고 정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부분들이 있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그 주장이 온당치 않다고 봐요. 정보 업무를 뺀다고 과연 집중적으로 통신과 방송 업무를 할 수 있을 것인가 의문이 들고, 두 번째는 좀 전에 저희가 문제제기 한 것처럼 정보 부분을 빼게 되면, 소외계층의 정보 격차 관련 업무가 이원화될 수 있고, 국가적 낭비는 물론이며, 소외계층에 대한 격차를 더 벌려놓을 수 있기 때문에 반대를 하는 것이죠. 그런 의사를 이미 공문을 통해서 언론노조에도 전달을 했고...

ACT! : 그 후에 언론노조에서 답변은 없었나요?

김철환
 : 답변을 안 주시네요. 메일로 팩스로 보내드렸는데...

ACT! : 지난 2월 26일 방송통신 관련 기구법이 통과가 되었는데요. 독립성 문제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미디어의 공공성이 위축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많습니다. 장애누리의 방송통신융합기구 개편과 관련한 입장은 무엇인지?

김철환
 : 법의 목적은 구색을 맞춘 것 같더라고요. 방송의 공공성, 공익성을 높이고, 국민의 권익보호 등을 언급을 했어요. 소외계층과 관련해서는 방송통신위원회 기능 중에 정보 복지 부분을 언급을 하고 있고요. 근데 실제 정책적 차원에서는 문제가 많습니다. 방송은 전파의 희소성이나 광고에 대한 간접출연이라던가, 시청료 납부 등과 같은 방송의 공적 의무를 강제하는 철학들이 있지요. 하지만 통신영역은 “보편적 접근” 철학이 있지만, 전기통신사업법에 보면 요금감면 쪽에만 치중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IPTV법을 통과시키면서도 “소외계층에 대한 요금을 감면하겠다”라는 것을 내비치고 있는 것이죠. 근데 IPTV와 같은 융합미디어도 방송인데, 이러한 새로운 미디어들에 대해 지금의 방송법이 가지고 있는 공공성, 공익성 철학을 그대로 담기가 어렵다는 것과 지금 통신 사업자에 대한 보편적 접근에 대한 의무가 제대로 자리매김이 안 된 상태라는 문제가 있어요.

그리고 두 번째 문제는 방통위원회 법안 심의 내용 중에 이용자들의 ‘복지' 를 언급하고 있는데, 사실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복지가 아니라 권리입니다. 망 접근에 대한 권리, 매체에 대한 권리, 콘텐츠에 대한 접근 내지는 참여에 대한 권리인데, 그런 내용은 전혀 언급이 안되어 있어요. 미디어 정책을 ‘복지'라는 관점에서 접근하게 되면, 시청자로서, 생산자로서 미디어에 참여하는 문제, 소외계층의 이미지를 미디어가 어떻게 재현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없게 되지요. 지금 방통위 독립성 문제가 큰 이슈이지만, 소외계층의 입장에서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새로운 미디어 융합 환경에서 공공성, 공익성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에 대한 그릇도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기구 법안만 마련되었는데, 그 법안의 관점도 복지적인, 시혜적인 관점만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봅니다.

ACT! : 방통위 설치법 통과되기 전에 IPTV 법이 통과되었는데요. IPTV를 포함해서 미디어 기술은 점차 발전을 하잖아요. 보통 생각하면, 기술이 발전하면 방송통신 소외계층에게 더 유리한 기술적 조건들이 만들어 질 거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현실은 더 장벽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IPTV도 이런 맥락에 놓여있다고 보는데, 기술의 발전과 그것을 따라가지 못하는 정책, 제도 이런 문제에 대한 해법은 무엇일까요?

김철환
 : 정책이나 제도를 입안할 때 일반 대중들과 같이 가야한다는 철학을 가지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봅니다. IPTV의 경우도, 도입은 어쨌든 통신업체들의 논리가 많이 작용을 한 것인데, 문제는 같이 가자라는 철학이 없다는 것이죠. 지금 있는 정책들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주변에 있는 일반 대중들의 눈높이, 소외계층의 눈높이에서 같이 가야 하는데 특정 영역에 있는 시장, 특정 사업자들의 논리에 의해서만 추진되고 있어서 문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소외계층의 지원 정책의 부재를 보여주는 사례가 IPTV 법안 논의될 때에도 소외계층에 대한 요금감면 정책만 있었어요. 이것 밖에는 없는 거예요.

정보통신과 융합된 뉴미디어들이 장애인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장애인들에게 기회가 되기 위해서는 접근이 담보가 되어야 해요. 접근의 문제는 도외시된 상태에서 뉴미디어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접근의 문제는 단순히 접근을 해주겠다고 선언해서 될 문제는 아니고 기술개발도 필요하고, 다양한 단말기에 대한 접근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정책들이 필요하거든요. 현재 IPTV 논의는 망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실시간 방송과 VOD 방송에 대한 규제를 포함한 콘텐츠에 대한 규제가 명확하지 않아서 장애인들이 서비스를 받는데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우려가 됩니다. 또 다른 문제는 시장 논리에 의해서 소외계층의 목소리를 담은 프로그램들이 묻혀버릴 가능성들이 많다는 점이죠. IPTV는 지금 지상파TV처럼 편성표가 나오는 그런 형태가 아니잖아요. 우선순위를 매길 텐데, 소외계층에 대한 내용들이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아요. 결국은 소외계층에 대한 내용들은 사장될 확률이 높다는 것. 접근도 어렵고, 목소리도 사장될 가능성이 높다는 거지요.

ACT! : IPTV 대응은 어떻게 해 나가실 계획인지...

김철환
 : IPTV 법안 자체를 거부하는 기조를 가져가고 있습니다. 다시 재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시청자들에 대한 지원이나 권리 부분을 하위 시행령으로 넘길 수 있는 법적 근거가 거의 없고, 망접근에 대한 논의만 하고 있어요. 지금 이슈화되고 있는 것도 망에 대한 동등한 접근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망사업자가 아닌 경우에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산업 논리에서 이슈들이 나오고 있어서 소외계층의 접근이나 사용성에 대한 논의가 전혀 안 되고 있어요. 그걸 하위 시행령에서 만드는 게 참 어려운 부분이 있더라고요. 저희는 전면적으로 IPTV 논의가 다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ACT! : 1인시위도 계속 하시겠지만, 앞서 제기하셨던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애누리 혼자서 할 수 없고, 관련된 단체, 사람들의 연대를 통해서 풀어가야 할 것 같은데...

김철환
 : 일단 IPTV는 장애인미디어운동네트워크에서 공론화 및 대응을 하려고 하구요. 장애누리는 정보와 방송, 통신의 정부 정책의 문제들을 계속 지적해 나갈 겁니다. 저희 단체만으로는 역량이 부족해서 장애계 내부에서 이러한 활동의 중요성을 알려나가는 작업들을 많이 못했어요. 성명서를 만들고 뿌리는 정도였고... 앞으로 총선도 있기 때문에, 연대체를 조직하는 데 장애누리가 불씨를 제공하려고 합니다. 그런 논의를 이제 서서히 장애계 내에 하고 있고요. 3월 초에는 연대체를 구성을 해서 공식적으로 기자회견도 하고, 공동대응을 해야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ACT! : 그동안 운동 단체들이 방통융합기구개편 문제와 관련 문제들에 제대로 대응을 못해왔다는 평가들이 있습니다. 언론미디어단체들이 지금까지 해왔던 활동들에 대한 평가,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방향들을 모색해 나가야 할 텐데요. 미디어융합 국면에서 미디어언론운동이나 장애미디어운동의 그간의 활동을 평가하신다면...

김철환
 : 제가 언론미디어단체들을 평가하기는 좀 어렵구요. 장애계를 바라본다면, 장애인미디어운동이 아직은 구심점도 없고, 어려운 상황입니다. 장애인단체들은 운동 차원이 아닌 기금 프로젝트 중심으로 활동을 하고 있어서 운동성에 대한 반성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장애인으로서 권리를 요구하는 차원에서 접근을 해 나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지요. 그런데 아직 늦지는 않은 것 같아요. 지금이라도... 1999년 2000년 통합방송법 통과될 때에도 큰 전기를 맞았는데, 그때 제가 시민사회단체들이랑 같이 활동하면서 정책적으로 장애 소외계층 문제를 많이 포함할 수 있었어요. 노숙투쟁도 하고, 탄원서도 정말 많이 썼고요. 정말 다양한 활동을 통해서 그때 저희 요구가 많이 들어갈 수 있었지요. 기금 사용 문제, 시청자위원회 장애인 할당 문제라든가... 지금 시기는 그때처럼 새로운 전기를 만들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이 들거든요. 아직 늦지 않은 것 같아요. 지금 시기는 정보와 통신, 방송이 융합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새로운 동기 유발이 될 수 있어서 지금이라도 장애계가 연대를 하고 이 문제를 바로 바라본다면, 새로운 앞으로 향후 10년을 내다보는 장애인 미디어정책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

장애인정보문화누리 http://cafe.daum.net/jangeanu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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