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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52호 인터뷰] 노동 극영화 ‘안녕! 허대짜수짜님’ - 더 많은 이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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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6. 8. 10.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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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52호 / 2008년 6월 19일

 

 

노동 극영화 ‘안녕! 허대짜수짜님’

- 더 많은 이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고민





인터뷰 준비 및 진행: 김윤진, 김지현, 오재환 
정리: 오재환 (이상 ACT! 편집위원회)
 
지금껏 국내에서 만들어진 노동자 영상물의 대부분은 다큐멘터리였다. 1990년 장산곶매가 만든 전설적인 영화 [파업전야] 이후, 노동자의 삶을 다룬 극영화는 그 명맥을 거의 유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2002년 [빵과 우유], 2007년 [새끼여우], [00씨의 하루] 등의 단편들이 등장한 것에 이어, 드디어 올해에는 [안녕! 허대짜수짜님]이라는 제목의 장편 노동 극영화가 만들어졌다. 이 영화의 제작에는 시작 단계부터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이 함께 참여했다고 한다. 근 20년 만에 장편 노동 극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가 뭘까. 노동자들은 영화 제작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참여를 한 걸까. 이런 저런 궁금증을 간직한 채로, 이 영화를 만든 노동자뉴스제작단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ACT!: 일단 노동자뉴스제작단(이하 노뉴단)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배인정(기획 및 각본): 노뉴단은 1987년에 만들어졌어요. 그 즈음이 노동자 대중 투쟁이 정말 활발했던 시기였는데, 이런 투쟁들을 비디오를 이용해서 가능한 한 빨리 기록해서 다른 지역 노동자들에게 보여주자는 목표를 가지고 처음 시작된 단체예요. 그래서 예전엔 그런 촬영 활동이 주가 됐었는데, 이제는 갈수록 그것보다는 이런 저런 제작활동을 많이 하고 있어요. 단위노조나 전국조직, 연맹조직에서 의뢰를 받아서 교육물을 만들기도 하고, 자체적으로 기획한 다큐멘터리도 꾸준히 제작해왔고. 또 현대자동차 노조 사내방송이랑 RTV 두 곳에서 방송물 제작도 하고 있어요. [안녕! 허대짜수짜님] 같은 극영화는 이번에 처음 만들기 시작한 거고요. 그밖에 노동자 미디어 교육활동도 하고, 서울국제노동영화제도 개최하고 있습니다.


ACT!: 방금 말씀하신대로 노뉴단의 활동은 원래 교육물과 다큐멘터리 중심이었는데, 이번에 [안녕! 허대짜수짜님]이라는 장편 노동 극영화를 제작하셨어요. 이렇게 활동 영역을 넓히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하네요. 극영화 기획을 시작한 배경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배인정: 극영화에 대한 계획을 예전부터 가지고 있었던 건 아니에요. 아까 말씀드렸듯이 노뉴단에서 최근에 들어와서 방송에 관련된 제작 활동이 좀 있었어요. RTV에서 하는 [노동자 노동자]라는, 노동자들이 알고 싶어 하는 어떤 정보나 내용을 주는 교육 프로그램을 제작했고, 또 현대자동차 노동자조합에 노동자들이 직접 만드는 방송 팀이 있어서 일주일에 한 번씩 사내방송을 하는데, 그 중에 한 4분의 1을 같이 만들고 있어요. 사실 노뉴단이 지금까지 해왔던 활동은 일반 대중들보다는 어떤 목적을 가지고 교육을 받으려는 조직된 노동자들, 전체 노동자 계급 중에서도 선진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활동이었어요. 형식적으로 보면 단순한 뉴스 작업이라고 하더라도, 그것들을 접할 수 있는 사람들만 접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는 거죠. 그런데 방송이라는 거는 좀 다르잖아요. 그게 사내방송이든 RTV 같은 전국방송이든. 우리가 지금까지 만들었던 다른 작품들에 비해 보는 사람들의 수는 적을 수도 있겠지만, 폭 자체는 훨씬 넓어지게 된 거잖아요. 이런 변화가 이어지면서 극영화까지 제작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좀 더 대중(적인 노동자)들이 쉽고 재밌게 많이 볼 수 있는 것. 더 나아가서 (노동자) 가족까지 같이 볼 수 있는 그런 것을 만들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처음에는 극영화가 아니라, RTV에서 드라마 시리즈물을 만들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드라마 제작이 만만치 않잖아요. 쉬질 못하니까. 처음에는 그걸 전혀 모르고 기획을 하면서 시놉이나 대본까지 다 나왔었는데 지금은 그냥 가지고만 있는 상태예요. 또 RTV는 다른 방송국처럼 실제로 제작비를 주는 게 아니라 방영권만 주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 드라마를 유보시켰지만 언젠가는 하고 싶고요. 그 다음에 ‘그러면 현대자동차에서 우리가 한 달에 한 번씩 하는 제작물을 1년에 한 편짜리 극영화로 제작하는 게 어떨까'하는 의견이 나와서, 노동자 사내방송용으로 이 영화가 제작된 거예요.
옛날처럼 투쟁을 신속하게 다루는 뉴스 활동은 이제 노뉴단에서 거의 안 해요. 지금은 인터넷이 너무 발전해서 다들 많이 하잖아요. 그럴 만큼 노뉴단이 너무 연로해져가지고 몸을 빠르게 못 움직여요. 그래서 이제는 노동자들을 위한 활동 중에서 노뉴단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게 교육물이에요. 어떤 사안들을, 그저 교양수준이든 아니면 굉장히 계급의식이 높은 수준의 것이든 간에, 대중들이 볼 수 있게 만들어내는 것. 논리를 만들고, 그걸 영상이라는 걸 이용해서 깔끔하게 교육물로 만들어내는 게 지금 저희의 가장 주요한 활동이고, 극영화의 처음 출발도 이러한 교육물 제작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진 거예요.



ACT!: 그동안 노동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는 많이 나오기도 했고 좋은 평가도 받았지만, 노동 극영화는 많지 않았잖아요. 그러니까 애초에 극영화를 염두에 두고 시작한 게 아니더라도 노동 극영화를 시도했다는 것에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고 계시지 않을까 싶어요.


정호중(감독): 다큐멘터리를 찍다 보면 극영화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열망이 좀 들린다는 얘기를 노뉴단 사람들끼리 많이 했거든요. 노동문제에 관한 극영화. 노동자들이 주인공인 영화가 없으니까 그런 극영화가 보고 싶다는 얘기를 많이 했고, 거기에 좀 자극받기도 한 것 같아요. 그리고 제 개인적인 생각에는 다큐멘터리하고 극영화하고 노동문제에 대해서 다룰 수 있는 부분도 다르다고 생각을 하는데, 
구체적으로는 말씀드리기가 힘들어요. 다큐멘터리에도 참 여러 가지가 있으니까.


ACT!: 이번 영화의 전체적인 내용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정호중: 정규직 대의원의 자기반성에 대한 이야기, 그러니까 허대수란 인물을 쭉 따라가는 내용이에요. 이 사람한테 중요한 상황이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공장에서 20명의 인원이 감축되고 그 대부분이 비정규직인데 그걸 자기가 합의해준 것이고, 다른 하나는 딸이 결혼을 하고 싶어 하는데 그 상대가 비정규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거예요. 전반부는 그 비정규직 사위가 들어오는 걸 막기 위한 과정이고, 후반부는 자기가 비정규직에 대해서 생각을 잘못했다는 걸 반성하는 과정이죠.


배인정: 영화를 보셨다면 알겠지만 대단히 가족적이고, ‘어? 이런 걸 노뉴단이 만들었네?' 이렇게 느껴질 수 있을 정도예요. 이렇게 된 건 이 영화가 현대자동차의 4만 명 정도 되는 일반 조합원을 타겟으로 해서 그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내용들을 담아낸 것이기 때문이에요. 어쨌든 정규직 노조가 돈을 낸 거고, 비정규직 노조가 댄 게 아니기 때문에. 그래서 이 상황에서 정규직 노동자가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얘기를 한다고 할 때, 자신들이 잘못했다는 반성을 하는 정도가 가장 선진적으로 할 수 있는 내용이었어요. 정규직 보고 ‘너희 왜 이렇게 못했어?' 그렇게 얘기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너희 잘했어' 이렇게 얘기할 수도 없잖아요 지금. 그러니까 이야기가 그렇게 나온 거예요. 반성하는 얘기로. 내가 잘못했다. 그런데 그 얘기를 막 분석하면서 할 순 없잖아요. 그러니까 형식도 그런 드라마로 시작을 했던 거예요.


정호중: 제작 주체가 정규직인 것도 그렇고, 또 회사에서 촬영을 한다는 점도 제약이 됐어요. 회사에 대본을 좀 보여주고 공장 촬영 허가를 받았어야 됐고요, 그 과정에서 비정규직 투쟁이 강하게 들어간 부분들은 다 걸러졌거든요. 사실 좀 더 강하게 비정규직 투쟁을 다루고 싶은 마음은 있었죠.


ACT!: 비정규직 사위가 정규직의 딸과 결혼하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연대가 되살아난다는 내용으로 영화가 마무리됐어요. 방금 얘기를 들어보면 영화가 그런 결말을 가지게 된 과정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결하기 힘든 갈등을 가족주의를 이용해 성급히 봉합해버리고 현실을 피해버렸다는 비판이 있을 것 같아요.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정호중: 사실 맞는 말이긴 하죠. 그런데 저는 울산지역에 있는 현대자동차 노동자분들이 가족들하고 같이 손잡고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고요. 일단 비정규직이 주인공이었고 처음부터 컨셉이 달랐다면 그렇게 치열한 현실을 다루는 데 좀 더 주력했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처음의 목적이 있었기 때문에, 만약에 결말이 너무 어두워진다면 정규직들이 자기에 대한 그런 식의 이야기를 가족들하고 같이 볼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ACT!: 비슷한 맥락에서 다른 지적을 해 볼게요. 친숙한 드라마를 통해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에는 공감이 가요.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그 드라마에 노동자의 여러 문제가 잘 녹아들었다기보다 그냥 위에 얹혀있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노동자의 문제가 드라마의 소재로만 그친다거나, 영화의 메시지가 영화 전체적으로 묻어있기 보다 잠깐의 대사를 통해서만 전달되는 것 같은.


정호중: 일단 그것도 좀 고민이긴 해요 사실. 쉽게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건 맞아요. 하지만 쉽게 볼 수 있어도 사람들의 캐릭터와 실제 노동자분들의 이야기가 현실적으로 좀 더 잘 녹아있는 작품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번 영화는 그게 부족했어요, 그거는 뭐...제가 잘못을 했어요(웃음). 더 노력을 하고 더 준비를 하고 그랬어야 되는데. 하나 변명을 하자면 실제 촬영을 했을 때는 날짜를 맞추기 위해서 원래 대본에 있던 대사가 좀 많이, 2분의 1 정도가 잘려나가긴 했어요. 변명이지만.


ACT!: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영화 자체가 현실을 다 녹여내서 표현하는 것보다는, 이런 문제가 있다는 걸 드라마 안에서 단순히 건드려주는 게 오히려 노동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데 효과적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노동자들 입장이 아닌 ‘배웠다'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의 평가가 아무리 좋아도, 실제로 일하는 노동자들에겐 더 공감이 가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정호중: 그 말은 약간 어폐가 있을 수도 있을 것 같네요. 그런 생각 자체가 좀 모순이 될 수도 있어요, 제가 보기에는. 노동자이기 때문에 뭔가 더 단선적으로 하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실제로 노동자들의 반응은 좋았고, 영화가 익숙한 틀을 가지고 있어서 노동자들이 이해하기 쉬웠던 것도 사실이에요. 그렇지만 저는 그 익숙한 틀 안에서도 내용을 더 풍부하게 할 수는 있다고 생각을 하고, 이번 영화에서 그런 부분이 부족했다고 얘기했던 거예요.


ACT!: 노동자들이 영화를 그저 보는 데 그치지 않고, 만드는 과정에 직접 참여했다고 들었어요. 노동자들이 참여한 부분이 어디고 어떤 분들이 참여를 했고 이런 거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정호중: 일단 대본을 쓸 때 현대자동차 노동자들 열다섯 명 정도와 인터뷰를 해서 썼어요. 정규직하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상황이 실제로 어떤지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듣고, 어떤 이야기를 다루는 게 좋을 까 그런 걸 결정을 했거든요. 그리고 배우 분들...조단역이 거의 다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이에요. 그래서 연기할 때 많은 도움을 주셨고. 또 현장에서 공장이 나오는 부분에서는 저희가 들어가서 촬영하는 것에 대해서 거기 대의원이 많이 걱정을 했거든요. 일하시는 분들이 좀 불편해 하실까봐. 그런데 오히려 되게 도움 많이 주셨어요. 일을 하는 장면을 찍는 걸 보다가 그렇게 일하는 게 아니라고 지적도 해주시고요, 그리고 엑스트라가 필요하잖아요, 화면 배치를 위해서. 그래서 ‘원래 일하시는 곳에서 약간만 움직여주세요' 그러면 움직여주시고, 그렇게 도와주셨어요. 그리고 그 조합에 영상실이란 데가 있어요. 거기에 영상위원이 계신데. 그분이 촬영 장소 헌팅할 때도 차로 같이 움직이시면서 일일이 다 찾아주셨고요. 뭐 하나부터 열까지 그 영상위원님이...실질적인 제작을 가능하게 한 건 그분의 도움이었어요. 밥 먹는 거나 자는 것까지.


ACT!: 혹시 영화 찍는 과정에서 노동자들과 의견 충돌이나 갈등이 있진 않았나요?


정호중: 대본을 다 쓰고 나서 다시 노동자들과 인터뷰를 해서 수정을 했어야 되는데 시간이 좀 부족해서 그 작업은 못했거든요. 그래서 실제로 그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분들한테 연기를 시켰을 때 대사를 껄끄러워하시는 경우가 많았어요. 실제 얘기하는 거랑 다르다고. 어체가. 그런 지적을 해주시면 저는 무조건 거기에 맞추는 방향으로 갔고요. 일단 이런 게 있었지만 갈등이라기보다는 의견을 참고하는 수준이었고. 또 촬영할 때 그림을 만들기 위해서 공장에 있는 물건을 움직이거나 했는데 ‘아 그거 움직이면 안 되는데' 그러시는...특히 이런 상황이 오면 영상위원님한테 화살이 가니까 화를 많이 내신 적이 몇 번 있었죠. 그리고 촬영 스케줄이요, 배우들이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이니까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시간이 안 된다는 그런 게 있었어요. 그런데 촬영하다 보면 그런 게 잘 지켜지기 힘드니까 그것 때문에 힘들었죠. 저희 사정이나 그분들 사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걸 어긴 적도 몇 번 있었거든요. 하지만 또 이건 갈등이라기 보단 일방적으로 혼나는...


ACT!: 노동자가 직접 영화에 참여를 한 게 어떤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하세요? 노동자들의 생각이 실제로 얼마만큼 반영이 됐나요?


정호중: 사실 전 그게 좀 아쉽긴 해요. 거기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아니면 실질적으로 잘 모르는 부분이 있잖아요? 그런데 많은 노동자 분들이 배우로 참여를 하고 물질적으로도 도움을 주시는 과정에서도, 그런 것들이 충분히 반영되진 못한 것 같아요. 그래서 뭐 의미 이런 얘기를 하기는 좀 마음에 걸리고요...사실, 분명히 의미가 있겠죠. (노동자들의 참여가) 더 현실적으로 풍부한 이야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됐겠죠.
그리고 영화 제작 사전 회의 때, 예를 들면 사내방송 영상패 분들이라든지 다른 노동자 분들이 꾸준히 참여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거예요. 그런데 일단 거리가 문제였어요. 아까 그 영상위원 같은 분들은 회의에 참여하고 싶어 하셨지만, 

(공장이 있는 울산에서 회의를 하는 서울까지) 왔다 갔다 할 수가 없으니까.


ACT!: 이제 영화 제작 이후의 얘기를 해 볼게요. 지금까지 배급은 누구에게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나요? 또 앞으로는 어떻게 해 나갈 계획인지요.


박정미(프로듀서): 아직은 배급을 거의 못했죠. 우선 저희가 4월 18일에 인디스페이스에서 시사회를 해서 한 150명 정도 왔나? 아무튼 기자들, 관계자들, 주변의 노동자들, 이렇게...일가친척들을 다 모아서(웃음) 좀 봤고요, 그 다음에 인권영화제에서 상영을 했고. 바깥에 알려진 상영은 그 두개예요. 그리고 노동자들을 상대로 상영이 됐던 게, 가장 처음에는 현대자동차 상직 간부들하고 같이 영화가 완성되기 전에 시사회를 하는 자리가 있었고, 그러고 나서는 금속노조 경남지부 대의원 대회 및 수련회에서 대의원 및 간부들 200명 정도가 같이 모여서 영화를 봤고요. 그 다음에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의 교육 위원들을 대상으로 상영회를 했고, 민주노총 문화담당자 회의에서도 상영을 했어요. 그리고 제가 하나 빼먹은 게 민주노총의 비정규 담당자들을 좀 모아서 민주노총 건물 안에서 시사회를 하려고 했는데 그날 갑자기 비정규 전체 사업장 회의가 잡히는 바람에 그 건물 안에 있는 상근자들 몇 명만 봤어요. 현대자동차 사내방송에서는 완성되기 전에, 그러니까 작년에 촬영 끝나자마자 연속 4회로 한 10분씩 해서 이야기의 중간 정도까지 방송이 됐었어요. 그런데 그 때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선거 시기가 되면서, 어느 한 쪽에 유리한 내용은 방송하지 못하게 해서 거기까지만 방송을 하고 말았죠. 그러니까 앞으로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무료상영회가 다시 있을 거고요. 그 다음에 저희가 인디스페이스 개봉 지원을 받아서 8월 말이나 9월경에 개봉을 하게 될 텐데 그 시기에 울산지역에서 같이 개봉을 하지 않을까 싶어요. 뭐 작은 상영관을 빌리더라도. 구체적으로 준비되고 있는 거는 그 정도고요.


ACT!: 영화를 보고 난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특히 노동자들의 반응에 대해 듣고 싶어요.


박정미: 일단 (상영회 자리에) 제가 갔던 거가 한 반 정도 될 테고, 저희 제작부장님이 갔던 거도 한 반 정도 될 것 같은데, 제가 있던 자리에서는...민주노총 상근자나 미조직 쪽을 담당하는 분들 같은 경우에는 정규직 노동자들, 그러니까 87년 경험이 있는 정규직 노동자들이 봤을 때 공감하는 점이 많을 것 같다고 하셨고, 현재의 자신을 반성하고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 생각을 좀 해봐야겠다는 마음을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민주노총 중집 같은 거 할 때 이걸 좀 틀어주자 뭐 이런 얘기도 하고 그랬었는데(웃음), 막상 그 말씀을 하신 분은 민주노총 조직 내에서 힘이 있는 그런 위치가 아니니까 그런 일을 실제로 해내기는 좀 어려웠죠. 그리고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에서 상영을 했을 때도 반응이...현장 노동자들은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굉장히 반응하면서 보더라고요. 웃고, 말도 한마디씩 덧붙이고, 그러면서 영화를 되게 몰입해서 보고 그랬었어요. 영화가 비정규직 문제만이 아니라, 정규직, 특히 늙은 정규직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니까요. 몸 아픈 이야기, 잘릴까봐 불안한 이야기, 옛날에는 열심히 싸웠는데...뭐 이런 이야기, 친구관계에 대한 얘기도 나오고. 그런 것들에 대해서 정규직 노동자들이 오히려 더 공감하기도 했어요. 젊은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조금 있었는데, 다 장가 못 갔는데 염장지르냐(웃음), 뭐 그런 얘기도 했었고요. 정규직은 정규직대로 비정규직은 비정규직대로 나뉘어져서 연대하지 못하는 지금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 것 같아서 가슴이 아프다는 반응도 있었어요. 사실 우리가 지금까지 영화를 보여준 대상들이 주로 정규직 노동자들이었기 때문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반응은 별로 드러나지 않았는데, 분명히 정규직 노동자들하고는 좀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뭐...애들 왜 이렇게 착하냐, 우리 딸도 저랬으면 좋겠다, 자기는 딸을 데리고 와서 저렇게 착한 딸도 있다고 좀 보여줬으면 좋겠다, 뭐 이런 재밌는 반응들도 있었고 그랬죠(웃음).
보통 현장 노동자들로 갈수록 영화를 그냥 보고 즐기고 거기서 자기가 공감할 측면을 찾는 것 같고, 영화 전문가나 활동가로 올수록 좀 더 영화 자체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보는 것 같아요. 활동가들 같은 경우에는 이 영화를 보면서, 지금의 정규직 비정규직 관계는 훨씬 더 많이 파탄 나있고 같이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는 지경까지 가 있는데, 그런 갈등을 가족이라는 틀에서 화해를 시켜낸 건 너무 현실을 미화한 거 아니냐. 그렇게 얘기하는 반면에 현장 노동자들은 영화가 좀 더 해피엔딩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은 없었느냐, 이런 얘길 하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그리고 연기가 어색한 거에 대해서도 노동자들이 훨씬 더 후한 것 같아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보는...특히 나중에 조연들이 전부 다 현대자동차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라고 말씀드리면 다들 놀라요. ‘아 현장 사람들이 연기를 제일 잘했구먼!' 막 이러시고(웃음). 그렇지만 인권영화제 담당자 중에서도, 가족 이야기를 통해 쉽게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줘서 자긴 오히려 더 좋았다고 얘기하시는 분도 있었어요, 극한 대립이나 갈등 같은 현실이 실제로 있고 그걸 다루는 영화도 필요하겠지만 대중들이 좀 더 쉽게 볼 수 있는 이런 영화도 있는 게 좋다고. 반면에 비정규직 문제를 좀 더 날카롭게 다루기를 바라는 노동자들도 많았고요.



배인정: 거의 뭐 심형래의 [디워]하고 비슷한 반응인 거 같아요(좌중 큰 웃음). 전문가로 갈수록 뭐...나머진 그러면서 대충 즐기고...거의 노동자판 [디워]야.


ACT!: 마지막으로, '안녕! 허대짜수짜님' 이후에도 극영화에 도전할 계획이 있으신가요?


배인정: 민주노총 미비실(미조직 비정규 조직실)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가지고 다큐하고 극영화하고 같이 제작을 하게 됐어요. 지금 대본이 나와 있는 상태고요. 제목은 '민주노총 비정규직씨'라고. 지금 일단 민노총에 돈이 워낙 조금이어서 돈을 좀 더 마련할 방법을 찾는 중이에요. 돈을 마련하는 정도에 따라서 어떻게 이 작품을 전체적으로 세팅할 건지 결정이 되니까요. 하지만 어쨌든 올해 안으로는 제작을 마무리 지을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이번 작품은 처음부터 영화 세팅으로 하고 있고요. 또 젊은 비정규직 애가 주인공이에요. 나이 많고 권력 있는 정규직이 주인공인 허대수하고는 좀 다르죠. 허대수 같은 경우는 원래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에서 방송으로 내보낸 거라서 그 안에서만 보면 굉장히 아사무사하게 잘 된 작품일 수 있는데, 이게 이렇게 독립영화라고 전국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해서 뛰쳐나와 보니 뭔가 부족한 게 되게 많았어요. 그러다 보니 욕을 너무 많이 먹어가지고 ‘아 다음에 또 해야 되나 이거 원' 거의 뭐 이 정도까지...
그래서 분해서라도 극영화는 앞으로도 계속 할 생각이고요(웃음). 잘 할 때까지. 이번에 이걸 처음으로 하다 보니까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고, 연출자나 프로듀서나 노뉴단 전체가 뼈아프게 반성한 점도 많았어요. 작품 외적으로는 돈부터 시작해서, 내적으로는 촬영이나 배우까지...조금만 더 알았다면 하지 않았을 실수들이 많이 있어요. 다음에 제작을 할 때는 그 실수만 다시 안 해도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은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도 있고요. 또 한편으로는 너무 욕을 얻어먹으니까 만회를 해야 되잖아요. 그런 것도 있고.
사실은 지금 노동자들한테 극영화가 너무 필요하다고 확실히 말하기는 좀 그런 게, 우리도 그걸 검증을 못하고 있거든요. 그냥 막연히 극영화가 다큐보다 훨씬 더 대중적이고 다양한 기능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는데, 그것이 과연 뭔가를 실질적으로 느끼기에는 지금 배급이...상영을 좀 하고 피드백이 돼야 하는데 그게 원활이 안 되니까 이걸 꼭 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확실히 느끼기엔 아직 좀 부족한 것 같아요.



박정미: 노동문제를 다루는 극영화는 만드는 우리도 처음이지만 사실 현장 노동자들도 본 경험이 아직 없어서, 서로가 이제 만들어 나가야 하는 시기인 것 같아요. 저희가 상영을 한 게 몇 번 안 되지만, 막상 그걸 본 노동자들이 되게 좋아하거든요. 그런 경험을 이제 일반화시켜야 하고, 그러려면 배급을 잘 해야 하는데 그건 시간이 좀 걸리지 않을까 싶어요. 한두 번 영화가 계속 나오고 경험이 쌓여가고 하면...믿는 거죠. 배우고 있는 거죠. 본 분들은 좋아하니까. 다른 사람들을 보여 주고 싶다는 생각들을 하니까.


한 시간 이십 분 가량의 인터뷰는 이렇게 끝이 났다. 인터뷰 내용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앞의 내용에 넣지 않았지만, 박정미 PD께서 인터뷰 도중에 우리에게 영화를 보고 난 소감이 어땠냐고 물으셨다. 우리가 했던 질문 내용에서도 드러났지만, 사실 우리도 다른 사람들이 그랬듯이 부정적인 인상을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와는 달랐던 노동자들의 반응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니, 영화를 보는 우리의 관점 자체에 대한 정리되지 않은 질문들이 새로 생겨났다. 저렇게 넓은 마음으로 넘어갈 수도 있는 단점들에 대해 우린 왜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했을까.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런 민감함을 버려야 하는 걸까. 정말로 노동자들을 위한 영화를 만든다는 건 어떤 걸까.
아직은 이 질문들에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더 많은 노동자들에게 열려있는 극영화가 앞으로도 계속 제작된다면 그 대답을 조금씩 찾아나갈 수 있을 것이고, 그 과정을 통해서 노동자와 우리 사이의 벌어진 틈을 메울 수도 있겠다. 그래서 ‘욕을 먹어가면서도' 다음 극영화를 제작하려는 노동자뉴스제작단의 노력이 참 고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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