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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55호 인터뷰] 혼란스럽고 예쁜 '개청춘'들: 20대 여성 다큐멘터리 집단 '반이다'와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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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6. 8. 10.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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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55호 / 2008년 9월 30일

 

 

 

혼란스럽고 예쁜 '개청춘'들

- 20대 여성 다큐멘터리 집단 '반이다'와의 인터뷰


오재환(ACT! 편집위원)

 



편집회의를 하면서 반이다와의 인터뷰를 맡게 되었다(사실 이건 인터뷰 기사의 첫 문장으로는 그리 적절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학교 숙제로 낸 독후감의 첫 문장이 ‘학교에서 숙제로 독후감을 써오라고 해서...'로 시작하는 것만큼이나 부적절하다). 인터뷰를 맡으면서 처음 들은 설명은, 반이다는 20대 여성 다큐멘터리 집단이고, 지금 ‘개청춘'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다는 정도였다. 그 때만 해도 별로 감이 오지 않았는데, 사전 조사를 하기 위해 반이다가 운영하는 블로그에 들어가서 포스팅을 하나하나 읽기 시작하면서, 그 ‘20대'라는 말에 어떤 무게가 담겨 있었는지 점점 느끼기 시작했다.

 

20대는 비정규직과 불안한 미래로 얼룩졌다는 그 유명한 88만원 세대였고, 만날 때마다 ‘앞으로 뭐 하지' ‘뭐 먹고 살지?'라는 말을 인사처럼 혼자 되뇌는 내 주변 사람들이었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20대였다. 이걸 생각 못하고 있었다니. 그만큼 20대라는 말이 너무 흔하게 입에서 입으로 날아다녀서, 이제 흐물흐물 껍데기만 남은 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동시에, 적어도 나는 20대라는 말을 적절한 곳에 사용한 적이 없었다. ‘나는' 앞으로 뭘 해야 할지 알 수 없었고, ‘나는' 계획된 미래와 비전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주변 사람의 무거운 말들을 귓가에 달고 살았지만(귓가에만 달아놔서 문제겠지), 그게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20대'의 문제라는 걸, 적어도 진심으로 받아들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아마도 살아남아야할 사람이 ‘20대' 전체가 아니라 ‘나'라고 배웠기 때문에, 그리고 이런 사실을 어제 뉴스에서 봤던 것처럼 얘기할 순 있지만, 옆에 있는 친구에게 혹은 나 자신에게 진심처럼 내보일 수는 없기 때문에 그랬던 게 아닌가 싶다.

 

이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나는 비로소 내가 20대이고, 내 옆에 있던 친구들도 거치적거리는 ‘남'이 아니라 같은 20대라는 걸 어렴풋이 알았다.이 기사는 20대 웹진 편집위원이 20대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을 만나러 간 이야기이다. 그리고 다른 20대들이 되도록 많이 읽어줬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

 

***

 

 

(반이다의 멤버 세 명 중 지민이 네덜란드에 가 있는 관계로, 인터뷰에는 윤옥과 깅이 참여하였다.)

 

ACT!: 일단 반이다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윤옥: 저희 반이다는 동갑내기 여성 영상집단이에요. 작년 10월에 시작했으니 곧 있으면 1년이 되네요. 만들어질 당시에 저는 학생이었고,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할까에 대해서 이런 저런 고민을 하고 있었거든요. 영상 제작을 계속하고 싶은데 어떤 영상을 어떤 식으로 제작해야 하나. 그러다가 당시에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던 이 친구들을 만나서 반이다를 만들게 되었어요. 지금은 반이다의 첫 다큐멘터리인 개청춘을 찍고 있고요.

 

ACT!: 각자의 소개도 해 주세요. 어떻게 독립 다큐멘터리를 시작해서 지금까지 오게 되었는지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깅: 저는 원래 집은 대구거든요. 그래서 지역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었고, 원래는 PD가 되거나 다른 방송 쪽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서울의 어떤 대학이랑 교류학생 신청을 해서 4학년 때 거기 다니면서 방송국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방송국 시험을 준비하기 전에 방송을 어떻게 만드는 것인지 경험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미디액트에서 하는 독립 다큐멘터리 제작과정이라는 강좌를 들었어요.그러면서 고민을 많이 하게 됐어요. 제작과정 처음 듣기 시작할 때만 해도 PD가 되려고 한다고 사람들에게 얘기했는데, 막상 마칠 때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방송국 PD가 된다면,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못 하고 되게 많이 타협해야 할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어요. 그래서 주위 사람들과 상담을 한 끝에, 나한테는 독립 다큐멘터리가 맞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결국 눌러 앉았죠. 사실 그렇게 결심을 해도 다시 영상 제작에 참여할 기회를 찾기 힘들 수도 있는데, 마침 운 좋게도 제가 수업 들었던 7기가 끝나고 바로 미디어로 여는 세상 팀이 생겼어요. 그게 본격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그 때부터 쭉 이렇게 오게 된 거죠.자리에 없는 지민이 얘기도 해야겠네요. 지민이는 대학교 다닐 때 미디액트에서 이주노동자 인터뷰 프로젝트에 참여를 했다가 주현숙 감독님의 작품 <멋진 그녀들>의 조연출을 하면서 다큐멘터리를 시작을 했어요. 그러면서 미디어 교육 활동도 함께 하게 되고. 미디액트 독립 다큐멘터리 8기를 수료하고 미디어로 여는 세상을 했어요. 그렇게 하고 나서 같이 반이다를 만들게 되었죠.

 

윤옥: 저는 원래는 학교를 다니면서 학생운동을 하다가, 이러저러한 이유로 대추리에 들어가서 들소리(대추리에서 활동했던 영상 운동 단체 - 편집자 주)에서 활동을 했어요. 전에는 영상이라는 것을 몰랐었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었는데 이 때 처음 배우게 된 거죠. 들소리 활동을 한 10개월 정도 하고 나서는 서울로 올라와서 저도 독립 다큐멘터리 과정 10기로 들어가게 되었어요. 그걸 끝내고 나서는 다시 학교를 다니면서 졸업하고 뭐할까 뭐 이런 고민을 했고요. 원래 저는 공부를 좀 더 해보려고 했는데, 대추리에 갔다 온 뒤로는 생각이 좀 바뀌어서 공부하는 것보다는 계속 영상 쪽 일을 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됐죠. 그 와중에 이 친구들이 저에게 같이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해 줬어요. 지민은 원래 들소리 활동을 서울에서 하던 멤버라 이전부터 잘 알고 있었고, 깅은 지민과 미디어로 여는 세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저와 안면이 있었거든요. 그 제안을 받아들여서 10월부터 같이 하게 됐어요. 졸업도 하기 전부터 말린 거죠(웃음).

 

깅: 아니죠. 우리 둘이 얘한테 말린 거예요(웃음).

 

 

 

 

ACT!: 다른 집단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일부러 새로운 집단을 하나 더 만들게 된 데에는 어떤 계기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기존의 미디어 운동 집단들과 다른 뭔가를 하고 싶었던 건가요? 아니면 기존 집단들에 대해서 만족스럽지 못한 점이 있었다거나.

 

윤옥: 저희는 아직 미디어 운동에 대해서 뚜렷한 목표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아요. 하지만 어떤 조직에서 혹은 어떤 환경에서 일하고 싶은가를 생각했을 때, 잘하지는 못하더라도 집단의 사람들과 수평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뭔가를 직접 만들어 보고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또 또래들끼리 일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선배들과 일하는 것도 장점이 있겠지만, 저는 그것보다는 스스로 완급을 조절하는 법을 배워가면서 해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반이다를 같이 하면서 서로 뭔가를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고요.

 

깅: 윤옥이 이야기하니까 생각났는데, 저희가 미디어로 여는 세상을 하면서 이제 처음 시작하는 막내들이 겪을 수 있는 그런 어려움을 겪었어요. 뭘 모르니까 헤매는데 거기에 대해 평가를 받고, 왜 그렇게 못하냐는 소리를 듣게 되는 거죠. 그런 것들이 많이 쌓이니까 ‘나 왜 이렇게 못하지?' 하면서 스스로를 갉아 먹고. 사실 잘하고 싶은 욕망은 있지만, 내가 너무 상처받으면서까지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던 거예요.그래서 미디어로 여는 세상이 끝나고 나서, 하고 싶은 것을 해보자는 생각을 하고 여성 영상집단 움이라는 곳을 찾아갔어요. 평소에 어떤 곳인지 궁금해 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갔는데 너무 좋은 거예요. 여성 세 분이서 몇 년 동안 자기들끼리 찍고 싶은 다큐멘터리를 기획하거나 하고 싶은 미디어 교육을 고민하면서, 조직을 평등하게 운영하거나 즐겁게 하려는 노력들을 많이 하고 있더라고요. 그런 걸 보면서 용기를 많이 얻었어요. 움에서도 ‘너희들도 할 수 있다. 그냥 만들어서 시작하면 되지 그게 뭐 별거냐'라고 많이 이야기를 해 줬고요.

 

 

 

 

ACT!: 지금까지 얘기해주신 부분들은 주로 반이다를 만들게 된 개인적인 동기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아요. 여기에 덧붙여서, 반이다라는 집단이 미디어운동 진영 내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뭐가 있을지 좀 더 얘기해줄 수 있을까요?

 

깅: 무모한 도전을 하는 애들이 뭔가 바닥을 깔아놓는 거죠(웃음). 다큐멘터리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이, 쟤네들도 저렇게 막 하는데 우리도 마음대로 해보자는 마음을 먹을 수 있게 자신감을 북돋아주는 훌륭한 역할이죠(웃음). 근데 진짜 그런 얘기들을 하더라고요. 우리처럼 이렇게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다른 사람들도 잘 되든 안 되든 쉽게 시작할 수 있다고. 우리가 움을 보고 그랬던 것처럼 다른 사람들이 우릴 볼 수가 있다는 거죠.

 

ACT!: 이제 반이다가 어떤 활동을 하는지 전반적으로 소개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깅: 현재는 다큐멘터리 제작과 미디어교육 두 가지가 주요 활동이에요. 미디어교육은 이전부터 멤버들이 각자 해오고 있었고, 현재는 여성노조에서 여성미디어교육을 반이다의 이름으로 하고 있어요. 팀이 결성되기 전에는 각자 활동하던 것들이 많았는데 팀이 결성된 후에는 가능하면 각자 활동을 하더라도 일을 하거나 선택할 때 같이 논의를 많이 해보려 하고 있어요.

 

ACT!: 단체의 운영은 어떤 식으로 되고 있나요?

 

깅: 다큐멘터리 제작은 다함께 하고 교육은 멤버들이 개별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 밖에 회계나 블로그 관리 등과 같은 자잘한 업무는 몇 개월씩 돌아가면서 맡는데, 우리끼리 회의를 하면서 이런 것들에 대한 역할분담을 해요. 회의는 1주일에 한 번 씩 정기적으로 하고, 그 외에도 비정기적으로 계속 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저희 이외에 지금 찍고 있는 개청춘의 스텝들이 또 있는데, 이 사람들과도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모여서 회의를 하고요.

 

윤옥: 일주일에 4~5일 정도는 사무실에서 상근을 하고, 한 달에 이틀 정도 휴가를 쓸 수 있다는 규칙이 있어요. 원래는 우리가 출퇴근을 하지 않고 일이 있을 때만 나와서 회의를 하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그러다보니 서로 자주 못 만나게 되니까, 무엇을 하든 일단 매일 사무실에 출근을 해서 얼굴을 보고 얘기를 하기로 했어요.

 

깅: 출근을 하면서 지각비를 받기 시작했는데, 지각비가 무려 27만원이 모여서 그걸로 MT도 다녀왔어요(웃음). 그래도 10만원이 남았어. 그래서 이번 달부터 지각비 제도를 없앴어요. 지각비를 너무 많이 내서...

 

ACT!: 개청춘 제작에 참여하는 스텝들은 어떻게 함께 하게 된 거죠?

 

깅: 저희가 개청춘 작업하면서 음악이라든지 사진이라든지 이런 여러 가지 역할들을 다 할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누군가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스텝들을 알음알음 모으게 됐어요. 다행히 관심 가져 주시고 동의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함께 하게 됐죠.우선 인디스페이스에 있는 문정 씨가 사진으로 참여하고 있고, 음악은 우석 씨가 해주고 있어요. 우석 씨는 지민 친구고, 회사를 다니시면서 음악을 취미로 하시는 분인데 영화음악 같은 것에 참여해보고 싶다고 해서 함께 하게 됐고요. 그리고 가루라고 지금 독립 다큐멘터리 제작과정 듣고 있는 한 친구가 구성 같은 걸 같이 하기로 했고, 넝쿨은 촬영을 같이 하기로 했는데 지금 다른 데 조연출을 가 있어서 지금은 잠시 안 하고 있는 상태고요. 또 미디액트의 혜미 언니가 배급에 대한 조언을 해주고 있어요스텝을 모아놓긴 했지만, 우리가 아직 어떻게 제작을 해야 할지 많이 갈피를 못 잡아서 역할 분담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아직 우리 셋끼리도 역할 분담을 하기가 힘든데, 스텝들이랑 같이 하려고 하니까 더 어렵죠.

 

윤옥: 지금까지는 우리도 정신이 없었지만, 이제는 좀 역할을 명확히 해야 할 것 같아요. 이분들이 작업할 수 있도록 우리가 계속 계기를 만들고, 갈팡질팡 하지 말고 중심을 잡아줘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깅: 어쨌든 저희는 스텝 분들을 참 좋아한답니다. 이번 달 스텝회의 꼭 오세요.

 

윤옥: 뒤풀이도 있어요.

 

 

ACT!: 앞으로 작품을 만든 후에 반이다가 자체적으로 배급할 계획이 있는 건가요?

 

깅: 예. 배급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저희가 지금 찍는 다큐를 보고 20대들끼리 서로 얘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그래서 일단 영화가 만들어지면 크고 작은 소규모 상영회를 열 생각이에요. 상영회 하기에 좋은 소재잖아요. 대학가나 단체들에서 다큐 상영회와 토론회를 연계해서 하면 재밌겠다 싶고. 친구들을 불러 모아서 같이 보고 이야기하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요. 블로그를 활용해도 재밌을 것 같고. 많은 걸 생각해봤지만, 지금은 일단 만드는 게 급하니까 배급에 대한 고민은 약간 접어두고 있어요.

 

윤옥: 지민이 만든 단편 하나는 이미 블로그를 통해서 배급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저희가 개인작업 한 것들을 묶어서 배급을 하려고 생각하고 있고요.

 

깅: 지민이 만든 작품을 오늘도 우체국에서 하나 보내고 오는 길이에요. 어디에서 보셨는지 몰라도 종종 신청이 들어오네요. 우리가 이걸 한 장에 만 원에 파는데, 우체국에서 부치는 데 2700원 들었어요. 거기다가 DVD만드는 비용 제하면 수익이 많이 남지는 않아요. 그래도 많이 보면 좋으니까.

 

ACT!: 단체를 꾸려나가려면 돈이 필요하잖아요. 운영에 필요한 재정은 앞으로 어떤 식으로 마련해나갈 생각이에요?

 

윤옥: 우선 지금은 필요한 예산은 주로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준 제작지원금과 영상 제작 아르바이트로 충당하고 있어요. 그 외에 부수입으로 지각비 이런 게 있고, 앞으로는 아마 뱃지도 만들어서 팔고, 후원회원 모집하고...(웃음)

 

깅: 저희가 작업한 다큐멘터리를 가지고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게 저희의 아주 큰 목표지만, 보통 그렇게는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지금 당장은 재정적 압박이 크게 없지만, 만약 영진위에서 나온 제작비가 없었더라면 지금쯤 돈 버느라 정신없었을 수도 있죠. 돈 벌면서 같이 제작을 하는 게 되게 빡빡한 것 같아요.

 

ACT!: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주는 제작 지원금은 어떻게 해서 받게 된 건가요?

 

깅: 일단 다큐멘터리 제작하시는 분들은 보통 어떤 제작 지원이 있는지는 다 알거든요. 저희도 그런 것들을 신청을 한 거예요. 제일 처음에 신청했던 건 여성영화제 옥랑상이었는데, 이때는 개청춘 말고도 여성노동에 대한 다큐멘터리 하나를 더 기획해서 냈었어요. 두 개를 다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두 개를 내면은 둘 중에 하나는 되겠지 이렇게 판단했던 거죠. 그런데 심사하시는 분들은 저희가 뭔가 제대로 집중하지 못한다는 인상을 받으셨나 봐요. ‘얘들은 하나도 만들기 힘들 텐데 두 개 씩이나 낸 건가'하고 생각하신 거죠. 그 때는 저희도 그냥 우리가 고민하고 있던 것들을 문서로 좀 정리를 해보자는 차원에서 제작지원을 냈었던 거거든요. 그래도 여성노동자에 관한 그 다큐가 면접까지 갔었는데, 떨어졌고요. 그 이후에 영진위 제작지원을 다시 준비하면서 조금 더 이야기를 정리를 했고, 운 좋게 1차와 2차를 통과했던 거죠.

 

윤옥: 그 옥랑상 때는 저도 면접을 보러 갔었는데, 면접 보고 나서 패닉이 되가지고, 낮술을 마셨어요. 소주 한 병을 둘이서 마시면서, 우리가 되게 방만한 생각으로 했구나, 이런 걸 가지고 뭘 하겠다고 가서는 말도 제대로 못하고, 이런 이야기들을 했고요. 그런 부담을 느꼈던 게 그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술 마시고 나서는 금방 또 긍정적으로 변했어요. 우리 냈잖아, 내봤다는 데 의의가 있어, 이러면서.

 

ACT!: 지원 받은 돈은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요?

 

윤옥: 일부는 저희가 운영비로 쓰고 있어요. 개청춘 작업하는 거 운영비로 나가고, 사무실 운영비로 나가는 게 있고, 후반작업 끝나고 나서 저희 스텝들 인건비로 쓰기 위해서 지금은 쓰지 않고 놓아둔 돈이 있고, 장비나 소모품, 제작 진행비로도 많이 나가고.

 

ACT!: 이제는 다큐멘터리 자체에 대한 이야기들을 좀 더 해보죠. 우선 지금 만드는 다큐멘터리 개청춘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해주실 수 있을까요?

 

윤옥: 개청춘은 20대가 주인공인, 전반적으로 20대에 대한 다큐멘터리예요. 지금의 20대가 사회적으로 실체가 잡히지 않고 자기 얘기가 없는 사람들이잖아요. 그래서 이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가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가, 반이다를 시작하면서 우리 나이가 20대가 넘어가기 전에 첫 작품으로 이 이야기를 하고 넘어가야겠다는 결심을 했어요. 나나 내 친구들이 사는 걸 봤을 때 되게 힘들게 억지로 버티고 있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물론 비정규직 얘기를 포함해서 다양한 얘기들을 담을 생각이지만, 제일 중요하게는 그런 느낌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어요. 개청춘이라는 제목은 우리 인생이 이렇게 힘들지만 거기에 대해서 뭔가 웃을 만한 걸 찾을 수 있게, 냉소가 아니라 정말로 웃을 수 있을 만한 재미를 우리 인생에 주고 싶어서 지은 이름이에요.

 

깅: 윤옥 씨가 포장을 잘 하네요. 포장 전문이에요(웃음). 냉소 뭐 그런 거 아니고, 정말 개 같은 청춘이라 개청춘이라고 지은 거예요.윤옥: 내가 이래서 맨 처음에 얘기해야 돼요. 깅이 얘기하면 우리의 본색이 드러나니까. 사실 처음엔 그 개청춘이 우리 영상집단 이름 후보로 올라왔었거든요. 그런데 그건 좀 창피하잖아요(웃음).

 

깅: 아르바이트 구하기도 힘들잖아요. 어디 가서 ‘안녕하세요, 저희는 여성영상집단 개청춘...'

 

 

 

ACT!: 개인적인 생각으로도 집단 이름으로는 반이다가 훨씬 깔끔하고 나은 것 같아요. 이젠 다큐멘터리의 주인공들에 대해 좀 소개해주세요. 어떤 이유로 섭외를 했고, 그 사람들의 어떤 걸 담고 싶은지.

 

깅: 저도 잘 모르겠어요(웃음). 저는 요새 그 생각에만 빠져있어서 너무 혼란스러워요. 꿈에서도 생각나요(이 말을 하면서 깅과 윤옥은 서로 손을 부여잡고 있었다 - 편집자 주). 그렇게 써주세요. 제작자들도 잘 모르더라고.

 

윤옥: 그래도 어떻게든 얘기해보면...주인공은 세 명이에요. 진철(가명)이라는 친구가 있고, 윤서(가명), 영채(가명) 씨, 이렇게 있는데, 진철이는 스물한 살이고, 저희가 처음 만났을 때는 술집에서 일을 하고 있었어요. 그 친구가 사는 모습이 평범한 20대 나이 또래의 남자인 것 같더라고요. 옷 사는 거 좋아하고, 남자다운 그런 거 추구하고. 저희가 보기엔 되게 귀여운데. 아무튼 자기 일에 대해 자기가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고, 그 선택에 대해서 어느 정도 책임을 지려고 하는 그런 캐릭터예요. 윤서 같은 경우는 지금 스물다섯이고,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백화점에 들어가서 5~6년 일을 하고 있어요. 정규직이고. 하지만 그 안에서 이 일을 계속 할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해요. 물론 돈은 많이 받지만, 경제적인 안정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여러 가지 것들이 있잖아요. 일터 안에서의 갈등이라든가, 여직원에 대한 차별 같은 것들. 그런 걸 되게 섬세하게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생활이라는 게 얽혀있기 때문에 그걸 뿌리칠 수가 없어서 고민을 하고 있는 거고요. 나머지 한 명 영채 씨라는 분은, 저희랑 동갑이고, 지금 방송작가로 일을 하고 있어요. 비정규직이고. 요새 작가들은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이 되거나 혹은 입봉을 하는 게 굉장히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그 수련기간 자체가 굉장히 길어져서 이제 십년이 되도 될까 말까인데, 언제 입봉을 할 수 있을까, 언제 내 글을 쓸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어요.최근의 88만원 세대에서 많이 나왔던 건 실업문제였고, 사실 다들 20대 문제 얘기하면 실업에 대해서 얘기를 많이 하는데, 저희 다큐멘터리에서는 일하면서 고민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일을 하고 있는 20대 세 사람을 선택해서, 각자 하는 일과 그 안에서 일어나는 갈등이나 고민에 대한 얘기를 좀 해보려고 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그런 얘기가 많았잖아요. 일하는 건 좋은 일이고 노동이라는 게 되게 신성한 그런 거라는. 운동 쪽에서도 그런 얘길 많이 했었는데, 요즘의 문제는 그런 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과연 지금 이루어지는 노동이 과연 좋은 걸까 하는 생각도 들고.깅: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혼란스러워하고 힘들어하는 건 당연하잖아요. 그렇지만 지금의 20대들은 일 하는데도 힘들다, 이런 것들을 이야기하고 싶어서 아마 일하는 인물들을 선택한 것 같아요. 이 친구들이 지금은 일을 하고 있지만 사실은 일 년 뒤도 어떻게 될지 잘 모르잖아요. 윤서 같은 경우는 백화점에서 일하고 있는데, 여자들은 결혼을 하면 이 일을 그만 둬야 하는 상황인 거예요. 그러니까 이 친구에겐 지금의 조건이 최상이고, 백화점 그만두고 나면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고, 결국 더 열악한 곳에 취업할 수밖에 없는 거죠. 영채 씨 같은 경우도 지금 막내작가를 하고 있는데 언제 보조작가가 될지 알 수 없는 거고요. 일이 굉장히 많고 힘들대요. 얼마 전에 에스비에스 막내작가가 자살했던 일도 있었잖아요.그리고 그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상이 어떻게, 이런 단어는 좀 그렇지만, 신자유주의의 영향을 받고 있는가 하는 문제도 생각을 하려고 해요. 우리도 늘 그런 거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하지만, 결국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신자유주의를 비판을 하는 그런 세대잖아요. 거기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소비를 중심적으로 사고하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가고, 대중문화나 미디어에 계속 현혹되는 거예요. 그런 답답한 것들을 이 인물들의 일상을 통해서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ACT!: 개청춘 제작 블로그에 올라온 글들을 보고, 또 지금 얘기를 나누다 보면, 반이다가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과정에서 겪는 혼란이 여과 없이 느껴지거든요. 저는 그런 게 인상적이었어요. 그런 혼란이 정말 20대답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그래서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주로 하게 되는 고민들이 뭐가 있는지 두서없이 얘기해줬으면 좋겠어요.

 

깅: 우리 아까 열두시부터 회의 있었는데, 거기서 한 두 시간 동안 그런 답답한 얘기만 계속 했거든요. 뭐 일단은, 그냥 제작하는 역량이 부족해요. 저희가 기존의 집단에 들어가지 않고 새로운 집단을 만든 거는 잘 못 만드는 걸 감수하더라도 우리끼리 재밌게 만들어보자는 거였는데, 정말 잘 못 만드니까 재미도 없어지더라고요(웃음). 일단 장편 제작에 대한 경험이 없어서 하나하나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게 문제예요. 개청춘의 기획단계가 굉장히 길었어요. 모든 일들이 한 번은 이렇게 했다가 이런 저런 문제가 생겨서 이의제기를 하면 다시 수정하고 이러면서 정착이 되다 보니까, 남들이 보면 소모적이라고 할 수 있을 만한 과정들을 많이 거치거든요. 거기에다가 촬영이라든지 구성이라든지, 그런 것들에 대한 경험이나 역량이 부족하다 보니까, 만들고 싶은 건 있는데 표현이 잘 되지를 않아서 답답하기도 해요.또 저희가 좀 머뭇거리는 것 같아요. 제작 블로그에도 적어놨는데, 20대답게, 청춘답게, 재기발랄하게, 반짝반짝하게 치고 나오고 싶은데 치고 나가질 못해요. 사회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20대는 그래야 된다고 얘기를 하는데, 그리고 우리도 우리 스스로 그러고 싶은데, 그런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니까 답답한 거죠. 이런 머뭇거림이 기획이나 촬영, 편집에서도 반영이 되는 것 같아요.

 

 

 

ACT!: 독립 다큐멘터리를 만든다는 게, 20대에 대해서 20대들이 할 수 있는 얘기를 하려고 그러는 거잖아요. 그러면 기존의 다른 미디어들이 보여주는 20대의 모습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요?

 

깅: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20대는 다 거짓말이에요. 논스톱 이런 것만 생각해봐도 그렇잖아요. 그래도 그건 모두가 알고 있는 거짓말이지만, PD수첩 같은 데서 88만원 세대하고 청년 실업 문제를 다루는 것을 보면서는 맞는 말인데 뭔가 충분하지 않다는 느낌을 되게 많이 받았어요. 그러니까, 딱 정리된 언어로 이야기를 하잖아요. ‘이렇게 해서 청년 실업자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 다음엔 청년실업자나 누가 나와서 '아 너무 고통스럽고...' 근데 사실 그런 식으로는, 우리가 평소에 그냥 이야기하다가, 또는 자기 전에 문득 느끼는 불안 같은 것들을 잡아낼 수 없거든요. 그런데 그게 우리에겐 훨씬 더 중요해요. 누구한테 설명하기 어려운, 뭔가 땅을 헛디딘 것 같은 그런 느낌들. 그런데 신문이나 뉴스에서는 그냥 ‘상황이 이러이러하니까 뭔가 해결해야 된다' 정도로만 이야기하고, 해결은 아무도 안하고 있잖아요. 20대가 얼마나 불안한지, 얼마나 고통 받고 있는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듯해요. 그래서 우리가 직접 만들어보자고 한 건데, 사실 이런 느낌들이 정작 다큐멘터리에 반영이 되고 있진 않아서...그게 가장 큰 고민이에요(웃음).

 

ACT!: 그러면 그런 느낌을 앞으로 어떻게 반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깅: 우선 주류미디어에서 별로 담을 이유가 없어 보이는 일상적인 것들을 잘 담고 싶어요. 또 그냥 정식 인터뷰가 아니라, 20대들이 모였을 때 나오는 수다 같은 걸 통해서, 평소에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잘 담아내고 싶고. 근데 정식 인터뷰를 하더라도, 저희와 인터뷰를 할 때는 주류 미디어와는 다르게 되게 솔직하게 많은 이야기를 해주시는 것 같아요. 보통 길거리 섭외하면 인터뷰 잘 안 해주려고 하잖아요. 그런데, 우리가 20대고 20대의 이런 것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든다, 그렇게 얘기하면 바로 앉아서 자기 속 깊은 얘기를 다 꺼내는 거예요.그래서 우리 또래가 정말 이야기하고 싶은 게 넘쳐났구나, 누가 말을 걸어주기만을 너무 바라고 있었구나, 이런 생각을 많이 해요. 주변의 또래들한테 지금 찍는 다큐에 대해 얘기하면, 열심히 하라고, 꼭 만들어서 자기 꼭 보여 달라고, 적극적으로 응원을 해 주거든요. 출연하고 싶다고 하는 애들도 진짜 많아요. 딱 내 얘기라면서(웃음). 그래서 또래들의 반응을 볼 때마다 이런 마음들을 꼭 제대로 잡아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요. 그런 욕심을 포기하지 않는 게 재미있으면서도, 부담이 크기도 하죠.

 

윤옥: 저도 친구들에게 이런 얘기들을 하면, 나중에 집에 가면서 나와 했던 얘기들을 계속 생각한대요. 나중에 전화해서 또 얘기하고(웃음). 자기 괴로움을 말할 수 있는 기회가 20대에게는 없었던 것 같아요. 그걸 개청춘이 할 수 있으면 다행이겠지만.

 

깅: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게, 20대가 너무 바빠서 그런 것 같아요. 계속 공부하고, 맨날 어디가고, 공무원 시험 준비하고.

 

ACT!: 지금까지 인터뷰를 하면서 어느 정도 이야기가 나온 것 같기도 한데, 지금 20대가 겪는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반이다 멤버들의 생각을 듣고 싶어요.

 

깅: 우선 저희가 개청춘을 찍으면서 설정하고 있는 건, 사회적 약자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는 거예요. 그 전에는 사회적 약자라고 하면 노동을 할 수 없거나 뭔가 차별을 받는 사람들이었잖아요. 장애인, 성적소수자, 때로는 노인? 그런데 지금은 일하면서도 가난하고, 일하면 일할수록 계속 가난해지고...

 

윤옥: 지금의 88원 세대의 문제, 혹은 일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문제가 이렇게 큰 관심을 받는 건, 어쩌면 대학을 졸업한 남자애들까지 취직을 못하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실제로 여자들은 그 전에도 늘 비정규직이었고, 늘 취업을 하지 못했었고, 결혼하면 잘리거나 하는 일이 많았는데 아무도 문제제기를 그렇게 크게 하지 않았잖아요. 그런데 이제 남자애들까지 취직을 못하니까, 이런 것들 때문에 사회가 뒤집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거죠. 이전엔 20대 80의 사회라고 했지만, 이젠 그보다 더 낮은 비율의 사람들이 부를 독차지할 것이라는 위기의식을 많이들 느끼는 것 같아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얘기하자면, 20대들이 그렇게 힘든 것이 자기들 탓이 아니라는 게 확실한데도, 당사자들은 그걸 다 자기 탓으로 돌리고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생각해요.깅: 20대가 스스로를 갉아먹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저희도 88만원 세대라서 그런지 처음에 이걸 만들기 시작하면서, 나만 불안했던 게 아니구나, 모든 것이 내 책임이 아니었구나, 이런 위로를 많이 받았거든요. 저희 영화를 보고도 20대의 사람들이 이런 힘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내가 모자라서 부족해서 취업을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과, 이 사회가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는 느낌이 다르잖아요.

 

ACT!: 그럼, 쉽게 묻거나 대답하기 싫은 질문이지만, 지금의 20대가 어떤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요?

 

윤옥: 저희가 영화를 찍거나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런 사람들이 있구나, 사람들 하나하나를 보면 되게 괜찮고 훌륭하구나, 이런 느낌을 많이 받거든요. 20대라는 집단이 사회적으로 굉장히 혐오를 받고 있지만, 그 사람들을 실제로 깊이 만나보면, 어떤 힘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깅: 우리가 영진위에 낸 기획서에 ‘거짓된 희망이라도 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지금의 20대'라는 표현을 썼어요. 사실 지금이 2메가 시대이기 때문에, 20대 뿐 아니라 전 사회적으로 어디에서 희망을 찾아야 될지 되게 막막하잖아요. 그래서 지금 우리는 그렇게 거짓된 희망이라도 품고 버티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억지로 희망을 만드는 거죠(웃음). 어디서 만들어 낼까요? 빅뱅? 전 빅뱅에서 희망을 느껴요. 이제 20대인데 얼마나 뛰어나요. 기사에 그렇게 적어주세요. 빅뱅에서 희망을 느낀다.

 

ACT!: 그래요. 저도 한 때 옥주현에서 희망을 느꼈어요. 요가센터도 만들고 얼마나 훌륭해요(웃음). 이제 20대에 대한 얘기를 슬슬 정리하고, 반이다의 이후 일정에 대한 얘기를 해보고 싶어요. 앞으로 만들 다큐멘터리나, 마음에 품고 있는 다른 것들이 있나요?

 

깅: 아까 여성 영화제에 기획서 냈다던 20대 여성 노동자에 대한 다큐멘터리 있잖아요. 그거 하려고 네덜란드에 간 지민이 자료조사 열심히 하면서 준비를 하고 있어요. 그 밖에는 교육이나 이런 것들을 좀 더 탄탄히 하려고 하고 있고요.

 

ACT!: 지금까지 했던 다큐멘터리들이 20대 여성의 관심사잖아요. 앞으로도 반이다는 그런 다큐멘터리들을 계속 만드는 건가요?

 

깅: 저희는 딱히 정한 게 없어요. 그냥 서로에게 크게 해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유연하게 하고 싶은 것들을 하는 조직을 만들어나가고 싶어요. 그래서 불안할 거라는 사람들의 평가가 많지만요. 오래가지 못할 거다 이런.

 

ACT!: 그런 기대들을 좀 깨 줘야 변화가 찾아온다고 생각해요. 이제 마지막으로, 반이다가 아닌 멤버 각자가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사실 반이다 멤버들이 사는 모습이 보통의 20대의 모습에서 많이 벗어나 있잖아요. 경제적 안정을 획득하려고 너무 아웅다웅하지 않고. 자신들의 삶이 지금의 20대에게 대안이 될 수는 없을까요?

 

깅: 저는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그러는 것 보다, 많이 자유롭고 싶어요. 내가 자유롭지 못하고 틀에 얽매인 부분들을 깨고 훨씬 더, 지금이 자유 지수가 3이라면 333 정도는 더 자유로워지고 싶은 욕망이 있는 것 같아요. 어떤 부분에서 자유로워져야 될까요? 너무 규칙적으로 일어나고 자나? 오전에 일어나야 된다는 게 나의 강박인가? 오후에 일어나도 괜찮고, 일 년에 200일은 놀고 100일만 일해도 되는데(웃음)...그리고 요즘은 대기업에 가건 뭘 하건 힘들다고 하니까, 힘든 게 매한가지라면 차라리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힘든 게 나은 것 같아요. 자기 욕망에 충실하게 살아야 주위 사람들도 덜 괴로운 것 같거든요. 그걸 계속 억누르고 있으면 언젠간 무덤에서 터지듯 터지는 거 같아요. 뭐 저희가 밥벌이가 딱히 없긴 하지만, 굶진 않아요. 영진위 제작 지원을 받기도 하고, 간간히 알바도 들어오고, 누가 뭐 사주기도 하고, 그러니까 너무 두려워하진 않아도 돼요. 사실 이건 딴 사람에게 한다기보다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에요. 두려워하지 말라고. 나한테 주는 희망.

 

윤옥: 저는 지금까지 참 편하게 산 것 같아요. 사람들이 말하는 기준에 맞춰 산 건 아니지만, 그런 기준들을 신경 쓰지 않으면서 살았기 때문에 제 자신은 되게 편하게 살아왔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보니까 점점 가난해지긴 하는데, 가난한 게 싫어서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행복이나 기쁨을 포기하고 살 수 있을까 다시 한 번 물어보면, 아니거든요. 물론 저와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어야 된다고 생각을 해요. 말하자면 열심히 일하고, 사회가 말하는 요건들에 맞춰서 사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도 있고 나 같은 사람들도 있어야 세상이 이렇게 저렇게 돌아가는 거라는 생각도 하고요. 자기 삶이 좋고 나쁜 건 결국 자기가 판단할 문제니까 그 사람들의 삶 자체에 대해서 가타부타할 생각은 없는데, 그냥 저한테는 이게 최선인 것 같고, 그래서 지금과 비슷하게 살 것 같아요. 앞으로도.

 

***

 

원래 인터뷰라는 게 인터뷰하는 대상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질문자가 개입을 너무 많이 하면 안 되는 걸로 알고 있다. 그렇지만 특히 이번 인터뷰를 하면서는 내가 자꾸 무슨 말을 하고 싶어지는 걸 꾹꾹 눌러서 참아야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말을 너무 많이 해 버렸다(편집과정에서 대부분 잘라냈지만). 옆에서 그렇다 맞다 거들기도 많이 하고, 농담할 때도 계속 끼어들면서 받아 치고, 평소 인생철학 비슷한 얘기도 하고, 내가 생각해도 웃긴 농담도 몇 개 던지고. 확실히 나도 내 괴로움들을 제대로 얘기하지 못했던 20대였던 모양이다. 내가 질문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반이다의 카메라 앞에 섰던 다른 20대들처럼, 동네 할머니마냥 내 얘기들을 주저리주저리 풀어내고 싶었으니.다행히 반이다가 내 간절한 바람을 그냥 버려두지는 않았다. 그러니까, 인터뷰가 원래 이렇게 끝난 게 아니었다. 물론 이 뒷부분의 인터뷰는 녹음하지도 않았고, 앞으로 정리해 내려면 얼마가 걸릴지 알 수 없지만. 그런데 원래 미래는 알 수 없는 게 맞는 거다. 알 수 없는 걸 알 수 없다고 말하는 걸 부끄러운 거라고 윽박지르는 요즘 세상이 그래서 슬픈 거고. 또 뜬금없이 내 얘기를 시작하고 싶어지는 걸 보니 이쯤에서 끊어야겠다. 다큐멘터리 개청춘이 완성되고 나면, 이 기사를 읽는 다른 20대들이 많이 봤으면 좋겠다.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다른 20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또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나갈 준비를 했으면 좋겠다.이후의 인터뷰는 이런 식으로 계속되었다.

 

***

 

반이다: 그럼 재환 씨는 앞으로 어떻게 살 것 같아요?

 

재환(ACT! 편집위원): 저도 뭐... 반이다 여러분이 살겠다는 삶이랑 크게 다르지는 않을지도 몰라요.

 

반이다: 원래는 어떤 일을 하셨는데요?

 

재환: (웃음)이제 내 차롄가? 저는 토목과를 나왔어요. 사실은 토목과를 들어갔을 때부터 에러다 싶었거든요. 그런데 쭉 나왔고. 대학원까지 들어갈 뻔 했고. 그러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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