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ACT! 56호 인터뷰] 일본 독립영화 배급사 SIGLO 대표 야마가미 테츠지로(YAMAGAMI Tetsujiro)와의 인터뷰

이전호(78호 이전) 아카이브/인터뷰

by acteditor 2016. 8. 10. 13:46

본문

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56호 / 2008년 11월 6일

 

 

일본 독립영화 배급사 SIGLO 대표 야마가미 테츠지로(YAMAGAMI Tetsujiro)와의 인터뷰 



인터뷰 준비 및 진행: 김주영(ACT! 편집위원회)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린 일본다큐멘터리 특별전에서 마련한 포럼 [전향적 다큐멘터리 배급의 전략, 일본과 한국의 사례]에 참석한 배급사 SIGRO(시그로)의 대표 야마가미 테츠지로를 만났다. SIGRO는 1985년 설립되어 다큐멘터리, 극영화 제작?배급 회사로 20여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다수의 다큐멘터리를 다양한 방식으로 제작, 배급해오고 있다.




ACT! : 만나서 반갑습니다.
야마가미 테츠지로 : 저도요


ACT! : 자기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야마가미 테츠지로 : 지금 54살이구요. 25살짜리 딸하고 22살짜리 아들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저를 젊게 보기 때문에 먼저 이 이야기를 드리는 것입니다. 제가 시그로(SIGLO)라는 회사를 시작했던 것이 제가 32살(1986년)이었을 때구요. 22년이 되었어요. 제가 지금까지 다큐멘터리를 40편 이상 제작했구요. 극영화는 10개 정도, 그래서 합치면 50개 이상 만들었구요. 기본적으로는 저희가 제작하고 배급하는 식으로 운영해나가고 있는데 해외에서 만든 작품도 배급하고 그래요. 한국에서 만든 <송환>-일본에서는 <송환일기>라고 되어있는데 그것도 배급했구요. 그런 것들까지 합치면 배급은 60편 이상 했지요. 10년 사이에는 극영화하고 다큐를 동시에 제작하는 방식으로 해서 1년에 극영화는 한 편, 다큐는 1-2편 정도를 제작하고 배급했어요.


ACT! : 하셨던 일들이 많은데 요즘은 어떤 일들을 하고 있는지요?


야마가미 테츠지로 : 가장 최근에 작업하고 있는 영화는 극영화인데 위조지폐에 관한 것이구요. 올해 안에는 완성시키고 내년 4월에 개봉할 예정입니다. 다큐는 두 작품을 만들고 있는데 하나는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과 관련된 다큐이고, 또 하나는 내년에 천안문 사태 20주년이 되는데요, 그 때 망명한 지식인들 20명을 인터뷰해서 다큐멘터리로 만들 예정입니다. 지금 현재 배급하고 있는 영화들도 있는데 하나는 <주위의 일들>이라는 제목의 영화이고 감독은 하시구찌 료스케입니다. 또 하나는 <꽃은 어디로 가는가?>라는 제목의 영화입니다.


ACT! : 영화 제작, 감독, 배급까지 정말 많은 일을 하시는데 그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일은 무엇인가요?


야마가미 테츠지로 : 정말 어려운 질문인데요. 저는 프로듀서이기 때문에 제작을 하는 것이 기본적인 일이지만 영화를 하나 만드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와 관련된 작업을 계속해나간다는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본에 극영화를 배급하는 회사는 많습니다. 하지만 다큐멘터리를 배급하는 회사는 많지 않지요. 그렇기 때문에 그 일을 SIGRO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하고 있습니다.


ACT! : SIGRO가 어떤 회사인지 소개를 해주시겠습니까?

야마가미 테츠지로 : SIGRO는 제작, 배급, 선전을 하는 회사인데요. 제가 대표이고 스탭이 11명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존경하는 감독님 세 분이 기획 역할을 하고 계십니다. 영화감독이라는 직업이 사실 불안정하기 때문에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그런 식으로 하다보면 기획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급여를 드리면서 같이 작업하고 있습니다.



ACT! : 예전에 ‘청림사'에서 영화를 제작하다 SIGRO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왜 새롭게 만들게 되셨나요?


야마가미 테츠지로 : ‘청림사'는 1974년에 만들어진 회사인데요. 그 전신으로 히가시 프로덕션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그 때부터 알고 있었고 그 프로덕션의 맴버였습니다. ‘청림사'는 작년에 돌아가신 쓰지모토 노리야키 감독이라고 미나마타병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찍은 감독님이 만든 프로덕션이었습니다. 전 그 프로덕션의 멤버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청림사'가 경영이 어려워지고 저와 같은 젊은 사람들이 거기에서 독립한 후 SIGRO를 만들었습니다. ‘청림사'는 없어진 것은 아니고 지금도 SIGRO 안에 남아 있습니다. 물론 새로운 영화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만 아직 남아있습니다.


ACT! : SIGRO에서는 1년에 몇 편 정도의 작품을 배급하고 있나요?


야마가미 테츠지로 : 1년에 두 편에서 세 편 정도 배급을 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한계이지요. 그런데 다큐는 극영화와 달리 배급 기간이 깁니다. 3년 정도는 계속 상영이 지속되기 때문에 계속 상영되고 있는 다큐멘터리는 10편 정도를 유지하게 됩니다.


ACT! : 한국의 경우 다큐멘터리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이 많이 좋은 편은 아닌데, 일본의 경우 관객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야마가미 테츠지로 : 그것은 작품마다 다릅니다. 이런 것을 생각하신 것은 아닌 것 같은데.. <볼링포 콜롬바인>이나 <화씨 911>같은 것들 역시 다큐멘터리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런 다큐멘터리의 경우는 보통 극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으로 배급이 되지만 예외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죠. 저희가 만들고 있는 작은 다큐멘터리의 경우에는 도쿄에서 상영을 할 경우 1만에서 3만 명 정도 들어오면 히트를 쳤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저희가 상영하는 극장의 경우 좌석이 100개 정도의 작은 것이기 때문에 거기에 1만 명, 3만 명이 들어오려면 두 달 정도 사람들이 많이 와야 가능한 것이지요. 지금 일본에서는 1년에 470편에서 480편 정도의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는데 그 속에는 다큐도 상당수 들어있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것 같은 1만~3만 정도의 관객이 들어오는 다큐는 3, 4편 밖에 안 됩니다. 다른 다큐들의 경우는 그렇게 많은 관객이 들어오지 않지요. 그래서 제대로 상영이 되고 히트를 치는 다큐는 일본에서도 많지 않습니다.


ACT! : 그런 면에서 한국과 일본의 상황이 비슷하군요. 그런데 SIGRO도 이익을 위한 주식회사인데 왜 수익과는 조금 멀리 떨어져 있는 다큐를 배급하십니까?


야마가미 테츠지로 : 손해를 보고 있으면 22년을 계속할 수 없었겠죠. 손해는 보고 있지 않구요. 다큐의 경우는 제작비를 회수하는 기간이 오래 걸릴 뿐입니다. 히트와는 상관없이 5년 정도 일본 각지에서 상영하는 식으로 배급하고 있고 길게 보면서 제작비를 회수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SIGRO의 경우 다큐와 동시에 극영화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극영화의 경우 여러 회사에서 출자를 받기 때문에 제작비가 크고 그것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다큐의 제작비도 동시에 커버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현재로는 3억 엔에서 4억 엔의 빚이 있고 그것을 갚고 있는 상태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ACT! : 그렇다면 이익을 떠나서 다큐멘터리를 배급하는 이유가 있을 텐데요.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야마가미 테츠지로 : 저는 극영화만 혹은 다큐만 이렇게 하나만 가지고 만족할 수가 없습니다. 제가 어떤 하나만을 지향한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구요. 다큐는 극영화 같게, 극영화는 다큐 같게 만드는 방식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때문에 다큐와 극영화의 구분이 무의미해지는 중간 상태의 영화를 만들고 배급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ACT! : 그런 생각을 다른 사람들도 공유했으면 하는 생각에서 다큐멘터리를 배급하신다는 말씀이신 거죠?


야마가미 테츠지로 : 다큐멘터리든지 극영화든지 사실 간단한 것인데요. 둘 다 자기가 분노를 느껴서 그것을 표현하려는 생각으로 영화를 만든다거나 혹은 자기가 무엇인가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영화를 만드는 식이라는 의미이지요.


ACT! : 둘 다 궁극적으로는 마찬가지라는 말씀이신 거죠?


야마가미 테츠지로 : 네, 맞습니다.


ACT! : SIGRO에서 다큐를 배급할 때 기준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떤 것이 있을까요?
야마가미 테츠지로 : 다른 회사에서 배급하지 않은 것을 한다는 중요한 조건이 있습니다. (웃음) 두 번째는 제가 감동했던 작품을 고른다는 기준이 있습니다. 그 두 가지 밖에 없네요. 실은요, 극영화를 배급하는 회사가 배급에 대해서는 능숙한 면이 있습니다. 극장하고 관계도 오래 맺어왔고 했기 때문에 사실 그런 회사들이 다큐를 배급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하지만 그들이 그렇게 하지 않기 때문에 그 중에서 저를 감동시켰던 영화들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배급을 하고 있습니다.


ACT! : 한국 작품은 <송환>만 배급이 된 것인가요?


야마가미 테츠지로 : 지금까지는 그렇습니다.


ACT! : 혹시 지금 한국 작품들 중 관심을 갖고 계신 것이 있으세요?


야마가미 테츠지로 : 오늘 김동원씨가 자신의 새로운 작품을 보여주기로 했고 다른 두 편도 보여준다고 해서 그것들을 관심 있게 보고 있습니다.


ACT! : 좋은 다큐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이 배급, 상영되지 않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혹시 그것들이 더 많이 배급, 상영되기 위해 어떤 조건들이 갖추어져야 할까요?


야마가미 테츠지로 : 저희 같은 경우 작품마다 배급을 하는 방식을 차별화하고 있습니다. 사실 영화관에서 하면 좋을 영화가 있고 자주 상영을 통해 상영을 하면 좋은 작품들이 있으며 동시에 DVD를 팔면 좋은 작품들이 있지요. 그것들은 작품마다 다르며 그러한 적절한 특징들을 잡아내는 것이 극영화보다 다큐가 어렵습니다. 다큐의 경우 주제가 다를 때마다 관객들도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한 편 한 편 특징들을 찾아가고 있지요.
다른 방식으로 설명을 드리자면 극영화의 경우, 신문에 그 영화에 대한 기사가 나오면 그 기사는 문화면에만 나오죠. 하지만 다큐의 경우에는 그 주제에 따라 사회면에 나올 수도 있고 보도면에 나올 수도 있고 하기 때문에 극영화와 차이를 보입니다.


ACT! : 결국 단일한 조건의 문제가 아니라 개별적인 다큐에 따라 적절한 배급조건, 상영조건을 찾아야 한다는 말씀이시군요.


야마가미 테츠지로 : 맞습니다. 매 번 매 번 다르지요. 또한 그것이 다큐멘터리의 재미라고 할 수 있지요.


ACT! : 아까 자주 상영에 대한 말씀을 하셨는데 SIGRO도 자주 상영을 하고 있는 것인가요?


야마가미 테츠지로 : 그렇습니다.


ACT! : 자주 상영이 커뮤니티 시네마와도 비슷한 것인가요?


야마가미 테츠지로 : 커뮤니티 시네마는 최근의 움직임인데요. 그것이 생기기 이전에 자주 상영이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커뮤니티 시네마의 경우는 지방의 작은 극장을 통해 상영하는 것인데요. 저희의 경우에는 작은 홀이나 동사무소처럼 극장이 아닌 곳에서 진행해왔습니다. 그래서 도쿄에서 처음으로 개봉할 때도 SIGRO가 직접 공공장소에 있는 홀을 빌려서 상영하는 식으로 하기도 합니다.


ACT! : 영화관이 아닌 곳에서 한다는 말씀이시죠?


야마가미 테츠지로 : 그렇습니다.


ACT! : 그렇다면 공간의 문제 말고 자주 상영과 커뮤니티 시네마의 차이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야마가미 테츠지로 : 제가 자주상영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은요, 지방의 다양한 그룹들이 상영을 조직해서 자금을 마련하고 그렇게 마련된 자금은 지방 사람들과 제작회사로 분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을 말합니다. 선전(홍보) 같은 경우는 상영을 주체하는 그룹의 사람들이 다 하지요. 영화관에서 상영을 하는 경우 수익의 50%를 극장에서 가져가며 광고의 경우 거의 다 배급사에서 하는 셈이기 때문에 저희의 경우 수익이 작습니다.


ACT! : 커뮤니티 시네마의 경우에는 공익적인 측면 때문에 정부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말을 하는데 자주 상영의 경우는 어떤가요?


야마가미 테츠지로 : 제도적으로 보았을 때 커뮤니티 시네마는 쉽게 상영되지 못하는 영화를 상영하는 영화관에 대해 직접적으로 지원을 하는 것입니다. 저희 같은 경우는 극장에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그 부분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지원을 받기도 하지요. 커뮤니티 시네마의 경우에는 상영관에 대한 지원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또한 커뮤니티 시네마는 다큐만 다루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은 극영화가 중심이지요.




야마가미 테츠지로와의 인터뷰, 그리고 인터뷰 후 인디스페이스에서 이루어진 포럼 “전향적 다큐멘터리 배급의 전략, 일본과 한국의 사례”를 통해 SIGRO의 22년의 역사가 결코 순탄치만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감동받았던 영화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오랫동안 꾸준히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를 제작, 배급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SIGRO의 오랜 활동은 공동체상영운동이 활성화되고 ‘시네마 달', ‘키노아이' 등의 신생 배급사가 활동을 시작하는 한국의 독립영화 진영에서도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편집자 주] 지난 9월 27일, 야마가미 테츠지로가 참석한 포럼 “전향적 다큐멘터리 배급의 전략, 일본과 한국의 사례”의 자세한 내용은 인디스페이스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 포럼 “전향적 다큐멘터리 배급의 전략, 일본과 한국의 사례” 녹취록 보러가기
http://indiespace.tistory.com/389


* SIGRO 홈페이지 : www.cine.co.jp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