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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59호 인터뷰]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 시즌2 : 이마리오 감독 인터뷰 - 카메라를 들고 다시 불타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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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6. 8. 9.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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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59호 / 2009년 3월 17일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 시즌2 : 이마리오 감독 인터뷰
- 카메라를 들고 다시 불타오르다



임안섭, 오재환(ACT! 편집위원회)
 


2006년 초, 30여 명의 독립다큐멘터리 제작자와 미디어 활동가들이 옴니버스 다큐멘터리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시즌 1)'를 만들었다. 대추리, 새만금, 줄기세포, 화상 경마공원, 카지노, 비정규직, 양심적 병역거부, 사립 학교법, APEC, WTO, 한미FTA와 같은 문제로 시끄러웠던 시기에 한국 사회의 단면들을 16개 영상에 담았다. 미쳐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문제를 보며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카메라를 들었던 것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사람들에게 당시 한국 사회에 벌어지는 사건들을 잊지 않도록 돕는 역할을 했다.
2006년과는 다른 정권이 들어서 있는 지금도 여전히 문제가 많긴 마찬가지다. 이전과 차이가 있다면 지난 정권은 원칙이라도 있었지, 이번 정권은 막장 정권으로 불릴 만큼 정부가 대한민국을 미치게 만들고 있는 모양새다. 지나쳐도 너무나 지나쳐 보였는지 이번에도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시즌 2)'로 영상 활동가들이 2009년 2월 다시 뭉쳤다. 시즌 2인 만큼 새로운 상상력과 다양한 형태로 활동을 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시즌 1에 이어 시즌 2에도 참여한 이마리오 감독(서울영상집단, 다큐멘터리 감독)을 만나 따끈따끈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ACT! :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주세요.


이마리오 :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시즌 1)'을 2006년 초에 만들었는데요. 2005년 하반기에 FTA 문제가 불거진 상황이었고, 농민들이 집회를 하던 중 농민 한분이 전경의 방패에 맞아 돌아가셨어요. 근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너무 조용한 거예요. 그 사건이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를 제안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당시 문제가 굉장히 많았죠. 황우석 사건도 터졌었고, 새만금, 그리고 평택 대추리 문제 등등.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 모여서 뭔가 좀 해 보자' 제안을 해서 사람들이 모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 옴니버스 장편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시작했죠. 관심 영역을 정하고, 각자 5분 분량으로 16 작품을 만들어서 2006년 5월에 완성했습니다.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시즌 2)'는 태준식 감독이 먼저 제안을 해서 시작했어요. 올해 2월 11일에 첫 모임을 가졌는데 25명 정도 참가했습니다. 인터넷 까페를 개설에서 의견을 공유하고 있고, 지금까지 가입한 회원이 100명이 넘었습니다. 시즌 2는 시즌 1처럼 하나의 장편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갈 것입니다. 누군가가 프로젝트를 제안하면 모여서 같이 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려고 합니다..


ACT! : 시즌 2는 어떻게 진행하고 있나요?


이마리오 : 지금은 저희 활동을 알리는 취지에서 3.20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3월20일에 완료하는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3.20 프로젝트예요. 일단 정부의 막가파식 공권력에 대한 프로파간다를 목적으로 웹용 동영상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웹 중심으로 사고하려고 합니다. 영상 시간도 3분 이내의 분량으로 하기로 했어요. 적으면 6~7명, 많으면 10명 정도가 참여할 예정입니다. 3월20일 공식적으로 인터넷 홈페이지도 발표해서 운영하려고 해요.


ACT! : 시즌 2에서는 어떤 내용을 다룰 예정인가요? 시즌 1과는 어떤 점이 달라질까요?


이마리오 :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제안된 것은 3.20 프로젝트인데, 현 정부를 명확하고 정확하게 비판하려고 합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3.20 프로젝트가 완료가 되면 밝혀지지 않을까요? 참가자 중에 한 사람이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제안했는데요. 웹상에서 편집이 가능한 툴이 있는데, 그것을 이용해서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추진하자는 제안이었습니다. 누가 제안을 하면 그것에 맞춰서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니까 구체적인 내용도 그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해질 겁니다. 초반에는 주로 다큐멘터리로 시작하고, 극영화와 애니매이션을 하는 사람들도 결합할 예정입니다.
시즌2는 아마 길게 갈 겁니다. 워낙 세상이 개판이니까. 다양한 사람들이 계속해서 결합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활동을 열어갈 것이라고 생각해요. 시즌 1에는 주로 독립 다큐멘터리 감독들, 미디어 활동가들이 주로 모였다면, 시즌 2에는 계속 진행하는 과정에서 일반 시민들도 많이 참여하지 않겠냐는 전망을 갖고 있어요. 시즌 2 홈페이지가 저희 취지에 맞는 영상물들을 공유하는 장이 되면 좋겠어요. 잘 공유가 된다면 그 영상을 포털 사이트나 UCC 사이트에 많이 퍼 나를 수 있겠죠?


ACT! : 시즌 1 에 대해서, 현실을 구체적으로 파고들거나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상황을 보여주기만 했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이마리오 : 맞는 얘기죠. 꼭 대안을 제시해야 하느냐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한국사회에 동시다발적으로 많은 문제가 터져 나오는데, 주류 언론에서는 그것들을 스쳐 지나가는 사건처럼 다룰 때가 많아요. 최근에 벌어진 용산 참사도 지금 벌써 잊혀져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시즌 1은 2005~2006년 당시 한국사회의 여러 사건들을 퍼즐 맞추기 같이 보여주려는 계획이 있었고, 대안을 보여주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시즌 2에서는 대안을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 싶으면 그에 맞춰 프로젝트 진행할 수 있을 거예요. 3.20프로젝트는 프로파간다이기 때문에 대안을 제시할 계획이 없습니다.


ACT! : 시즌 1에서는 가려진 현실을 들춰낸다는 데 의의가 있었다고 봅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전보다 정권의 부조리에 대한 인식 자체는 널리 퍼져있는 편인데, 그렇다면 현실을 드러내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이상으로 무얼 할 수 있을까요?


이마리오 : 한 편의 장편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할 예정입니다. 우선 맨 먼저 시작하는 3.20 프로젝트는 선빵 프로젝트인데요. 지금 정권에 대해 위협이 될 수 있는 선빵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 다음 프로젝트는 이전 프로젝트와 달라질 수 있겠죠. 시즌 1과 같은 형식으로 접근했을 때는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은 그 현실을 잘 모르기 때문에 ‘안 됐다' ‘가슴 아프다' 이 정도 반응을 보입니다. 시즌 2에서는 그 현실 문제를 자기 문제로 생각하게끔 영상을 만들려고 해요. 예를 들어 현 정부에서 말하고 있는 상수도 민영화 같은 경우, 심각한 문제가 있거든요. 이건 곧바로 자기 생활에서 수도세가 몇 배가 오를지 모르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구체적으로 다루려고 해요. 거대 담론이 중심이 아니라 한국 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문제가 자기 문제로 구체적으로 드러나게끔 하는 프로젝트로 진행하려고 합니다.
‘그냥 모든 문제의 근원은 현 정권이야. 현 정권만 없어지면 해결될 것 같다'는 생각으로 접근하지 않는 것이죠. 현 정권이 내일 당장 없어진다고 해서 이 문제가 근원적으로 해결되지는 않거든요. 결국은 사회 문제가 실제 벌어졌을 때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구체적으로 드러내야 합니다. 미디어법 개정 문제도 보면, 시청자들은 자기 문제가 아니라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사실 자기 문제로 연결되는데, 잘 모르고 지나치게 되는 것이죠. 그런 문제를 자기 문제화 시키려면 정말 구체적인 얘기를 해야 해요. 미디어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고 쳐요. 조중동에서 MBC를 차지하고, PD수첩을 없애고, TV에서 광고가 시도때도 없이 나오는 문제를 구체적으로 얘기하는 거죠. 그러니까 그게 나의 생활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얘기하지 않으면 설득이 안 되는 거죠.


ACT! : 시즌 1이 대중과 얼마나 소통하고, 대중에게 어느 정도의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나요?


이마리오 : 그 당시 지금으로 치자면 공동체 상영을 신청 받아서 상영을 했어요. 상영회를 할 때 상영료를 받기도 했어요. 평택 대추리 농민들, KTX 비정규직 여승무원, 비정규직 지부 등 6군데 정도에 상영료 기금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상영회 참가자들에게 얘기를 나누는 자리를 가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다운받을 수 있게 했어요. 그냥 다운만 받게 하지 않고, 자기가 누구이고, 왜 다운받고, 사는 지역이 어디인지에 대해 입력할 수 있도록 했어요. 그렇게 다운받은 사람이 1000명 정도였어요. 이건 공식적인 것이고, 비공식적으로 웹에 많이 퍼졌을 것입니다.
다운받는 사람들 목적을 보면 개인적으로 보고 싶어 다운받은 사람도 있었고, 그때까지만 해도 당시 사회 문제를 다룬 영상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노조나 시민단체에서 교육용으로 쓰는 경우가 많았어요. 저희가 적극적으로 뭔가를 하지는 않았는데, 시즌 1을 만든 시기가 2006년 5월, FTA 문제가 사회 수면에 활발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던 시기였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봤던 것 같아요.


ACT! : 시즌 2가 대중과 양적, 질적으로 더 좋은 만남을 가지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영상을 보고 공감하는 것 이외에, 좀 더 적극적인 대중의 참여를 유도하고 움직임을 끌어낼 방법은 없을까요?


이마리오 : 지금은 초기 단계라서 구체적인 것이 아직 없는 상태입니다. 어쨌든 참여하는 사람들이 다 고민하고 있는 문제인 것은 확실하죠.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지 사람들과 잘 소통할 수 있을까? 일단 웹 중심으로 구현해서 사람들이 많이 볼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그 이후에는 프로젝트들마다 다르겠는데, 예를 들어 극장 개봉을 하는 영화 제작 프로젝트를 한다면 극장 개봉을 중심으로 생각해서 움직일 것이고, 웹 중심으로 간다면 포털에서 많이 하는 UCC 같이 사람들이 많이 볼 수 있도록 만들 수도 있겠지요. 미국 대선 시기 중간선거였죠 아마도, 공화당 부시 정부에 대해 비판하는 2~30초 광고가 엄청나게 올라왔던 적이 있었어요. 그런 식으로도 할 수 있고요. 방법은 굉장히 많은데 뭐가 적절할 지 정하는게 문제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가동할 수 있는 공간(예를 들어 지역 미디어센터 상영 공간)을 잘 활용하면 좋겠어요. 지금은 지역에 미디어센터가 많이 있기 때문에 서울 사람들만이 아니라 지역에 있는 사람들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겁니다. 2006년만 해도 독립영화전용관도 없었고, 미디어센터도 별로 없었는데 지금은 독립영화전용관도 있고, 미디어센터도 많이 생겨났어요. 이것들을 이번 기회에 충분히 활용하면, 대중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ACT! :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 계획인가요?


이마리오 : 3.20 프로젝트는 각자 알아서 준비할 것이고요. 이후에 돈이 많이 드는 프로젝트는 그때 가서 고민할 문제라고 생각하고요. 후원금, 열린채널 방영, 극장 개봉, DVD 판매, 인터넷 다운로드 시 핸드폰 결제(후원금 형태) 등 다양하게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는데요. 어떤 프로젝트는 그냥 자비로 가기도 하고, 후원을 받아서 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가동이 가능한 미디어센터 공간과 기자재를 적극 활용하려고 합니다.


ACT! : 현재 상황이 암울합니다.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가 이 상황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이마리오 :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는 영상을 가지고 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이런 프로젝트를 통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표현할 수 있고, 같이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힘을 주고받으면서 갈 수 있지 않을까요? 그게 우리가 가진 힘인 것이고, 영상으로 당장 뭘 바꾸려고 하는 것 보다 우리가 가진 힘을 잘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오늘 신문을 봤더니 방송통신위원회에서 40억 원의 예산을 책정해 정권 홍보 프로그램을 방송할 계획이라고 하던데요. 말도 되지 않는 액수이지요. 주제도 녹색성장으로 해서 지상파 방송에 내겠다는 것 아닙니까? 우리는 그 정도의 자금력이 없지만, 우리가 가진 힘과 영향력이 생각보다 더 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작년에 제이킴(Jay Kim)이 만들었던 쥐코라는 영상이 있었죠. 그런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는 거죠. 그런 사람들을 잘 모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연대하다 보면 우리가 가진 힘을 잘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미 시대도 많이 바뀌었고, 미디어나 인터넷이 광범위하게 퍼져있고, 특히 한국사회에서 촛불집회를 얘기하면서 웹2.0 담론이 공공연하게 퍼져있기도 하죠. 이런 시대에 영상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것들을 이번 프로젝트에서 다양하게 시도하면 좋겠어요. 그 과정을 거치면서 전에 했던 것을 넘어서는 뭔가를 창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큰 성과를 기대하는 건 아닙니다. 할 수 있는 건 뭔가 해 보자는 것이죠. 다들 힘든데, 세상 돌아가는 것에 대해서 넋 놓고 있을 수만은 없고, 내가 잘 다룰 수 있는 뭔가를 가지고 한번 해 보자는 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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